234 나 혼자 하룻밤을 따로 보낼 수 있다면 어디에서 뭘 하고 싶어?




 늘 혼자 보내는데 어딘가에서 따로 보내고 싶을까요. 그런 거 없어요. 제가 이러네요. 많은 사람은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보내서 가끔은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혼자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무런 걱정도 없이 보내면 좋겠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집을 걱정해서 안 됩니다.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20240108








235 싫어하는 것 5가지를 적어보자




 일어나기


 자고 일어나는 건 힘들어. 일어나지 않아도 되면 좋을 텐데 말이야. 늦게 일어나고 아쉬워하기도 해. 조금 일찍 일어날걸 하고. 늦게 일어나면 책을 별로 못 보고 편지도 못 쓰니 말이야. 그뿐 아니라 다른 것도 별로 못해.




 


 비 오는 날은 별로 안 좋아해. 세상에 비가 와야 나무나 식물 지구에 사는 생물한테 도움이 되는데. 비가 적당히 오면 좋겠어. 꼭 와야 할 만큼만. 아주 적지도 아주 많지도 않게. 이건 바라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바라고 싶어.




 달리기


 운동에서 달리기 싫어. 달리기도 하다 보면 즐거운 순간이 올지 모르겠지만, 잘못하면 토하고 숨 차고 힘들어. 그런 건 다 학교 다닐 때 겪은 거군. 그 뒤로는 그렇게 오래 달리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야.




 싫어하는 거 다섯 가지인데, 그만 적을래.


20240109








236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이지만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 많겠지요.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은 아니고 아주 끝나버린 인연이 생각납니다. 끝났다고 해서 안 좋게 끝났다는 건 아닙니다. 더는 못 본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는데, 좀 더 친해지려고 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나서 아쉽고 슬펐습니다.


 어떤 걸 할 때 생각나기도 해요. 여러 가지 함께 하기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다니.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아주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닌 듯해요.


 다른 분 한분 생각나기도 하네요.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시면 좋겠네요.


20240110








237 하루 중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




​ 어떤 일. 일은 아니고 그저 책을 보는 시간이 가장 좋아. 즐겁기도 하고. 다른 건 별로 안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없지만, 해야 하는 건 조금 있기도 해. 그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지만.


 내가 해서 즐거운 건 책읽기지.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쓰는 건 좀 힘들지만, 다 쓰고 나면 기분 좋아. 하나 또 썼다 같은 마음이 되니. 읽고 쓰는 시간이 좋아. 이건 거의 날마다 하니 다행인가. 아니 하나도 못하는 날도 아주 가끔 있기도 해. 그런 날은 없으면 좋을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삶이군.


20240111








238 내가 했던 경험 중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어?




 난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도 별로 자랑하고 싶지 않아. 자랑해서 좋을 건 없잖아.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좋은 일 같은 거 나 혼자 간직하고 싶어.


 나 좀 이상한가. 이런 건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아. 함께 기뻐해주면 좋을 일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그냥 말 안 하고 싶어. 아주 큰일은 말할지도 모르지만. 아주 큰일은 뭘까. 내가 뭔가 해서 상을 받게 됐다거나. 그런 일은 평생 없겠어. 난 그런 데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잘 못할 걸 알기에 처음부터 안 해.


 다른 사람한테 좋은 걸 말하면 함께 기뻐할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엔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기도 해. 그런 걸 생각하고 난 자랑 안 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것보다 그냥 말하고 싶지 않은 걸 거야.


20240112






 한주가 다 갔다. 이번주에도 쓰는 게 좀 어려웠다. 물음에 뭔가 답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이런 게 쉬워질 날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4-01-13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4 0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3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4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시인선 158
신용목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시간에 온다》는 2021년 8월에 나왔어. 난 9월에 시집을 샀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어. 시집이 나왔을 때 신용목 시인이 라디오 방송에 나왔어. 라디오 방송에 나왔다는 건 기억해도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 그게 2021년이었어.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군. 그동안 이 시집 안 보고 뭐 했나 모르겠어. 예전에 봤다 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없어. 그동안 여러 시집을 봤다면 시를 좀 더 잘 봤을지. 나도 잘 모르겠군. 신용목 시인 시집은 이번이 두번째야. 시집은 여섯권 나왔는데 난 두권만 봤어. 처음에 본 시집도 어려웠어. 그런데 또 보다니. 그냥.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나무를 떠나온 새, 저 잎들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눈사람.

 그는 구름의 종족이지만,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언제나 몸부터 태어난다.

 드디어, 머리를 굴리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깨어 있었는데,


 봄이 왔다.

 어느 해 바른 식당에서 냉이를 집으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보고 있었는데, 눈 녹은 비탈 무지갯빛 아지랑이 웃을 때 광대뼈 아래 팬

 네 보조개.


 정오의 태양, 불길을 흉내내며 일렁이는 여름 바다에서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쳐다 보면,


 내 어깨를 짚고 내가 서 있었다. 막 깨어난 내가 나를 깨웠던 나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잘 가, 하고 말했다.


 아주 짧고 슬픈 인사였다.


 -<나를 깨우고 갔다>, 46쪽~47쪽




 잘 모르지만 시 <나를 깨우고 갔다>를 옮겨 써 보았어. 여기 담긴 시에는 눈사람이 가끔 나오고 비도 여러 번 본 것 같아. 2021년 8월엔 날씨가 어땠더라. 다 생각나지는 않아. 여름에 조금 덥다가 가을장마가 빨리 찾아왔던 것 같아. 시집이 8월에 나왔는데 비 이야기도 보여. 신용목 시인은 비가 올 때 시를 생각하고 썼을까. 눈사람은 왜 여러 번 쓴 건지. 시를 봐도 잘 모르겠어. 책이라는 말도 몇 번 봤군. 그리고 구름도. 여러 번 나온 말 적어둘걸 그랬어.




 초인종을 누르고 상자를 남기고 그는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라진다


 상자에는 내가 읽기도 전에 사라지는 메모가

 적혀 있다,


 어둠은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또 어둠이 담겨 가겠지요 상자를 열면 순식간에 신발장 뒤나 싱크대 밑으로 숨어버릴 겁니다

 어느 날 수돗물 속에서 그들의 눈동자가 그림자처럼 스치더라도 부디 젖지 마시길……


 창문 너머로 비가 떨어져 죽고 있다


 물이 되고 있다


 상자를 들이며 나는 상자가 어둠의 외투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집 나온 어둠이 상자를 껴입고

 젖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면


 나는 불을 켜지 못하고


 내가 비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영영 믿지 못할 것이다 색깔도 형체도 없는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본 것은 빗소리이거나

 비라는 말,


 아아 오오 입을 벌리고

 더 깊은 몸속으로 사라지는 어둠을 끄집어내려고 말을 하고 말을 하고……


 갑자기 침묵이 흐를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밟고 선 내 그림자의 비명이거나

 비명의 파란 눈,

 우리의 이야기처럼 길게 쏟아지는 수돗물을 멍하니 쳐다보는 밤과 초인종 소리는 얇게 펴낸 것처럼 아침이 지나간다


 한번 개봉한 상자는 다시 닫지 마십시오


 문을 열고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상자를 내려놓은 그가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유령 상자>, 64쪽~65쪽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길어. 좀 짧은 것도 있기는 한데. <유령 상자>도 짧지 않지. 어둠이 들어가서 유령 상자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지만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해.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그렇군. 그러고 보니 ‘찌개’라는 말도 몇 번 나와. 그건 찌개를 끓이다 썼을지. 음식 하는 시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군. 신용목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들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일상에서 보고 느낀 걸 다르게 썼을지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군.


 시가 다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용목 시집을 봐서 다행이야.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이제야 해낸 느낌이야.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많군. 조금씩 해야 할 텐데. 다른 시집도 만나야 해. 잘 못 보고 제대로 쓰지 못해도 앞으로도 시 볼까 해. 시를 보는 데 정답은 없잖아. 시인이 하는 말 다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을 거야.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냥”

조금 성의없게 보일까요


왜인지 말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냥, 한마디면 되는 것도 있네요


그냥은

늘 쓰지 못하지만,

가끔 써도 되는 말이네요


그냥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둠을 지나 닿은 곳엔

버스 한대가 있었지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

차례로 버스에 올랐어


사람이 자꾸 타도

버스엔 빈 자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자리가 다 찼어


버스는 하늘로 떠오르고

구름을 헤치고 나아갔어


안개 같은 사람들은

희미하게 웃었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 빛

──소나무





언제나 푸른 빛을 내는

네 마음은 바래지 않네

내 마음도 바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넌 꿋꿋하게 서 있지

여전히 푸르게


푸름은 네 자랑이야

나도 자랑할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늘 푸르러서 다행이야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4-01-10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먹어가지만 우리도 마음속에 싱싱함을 간직하기로 해요.ㅋㅋ 늘 싱싱하게...

희선 2024-01-11 23:54   좋아요 0 | URL
나이하고 마음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조금 달라지는 건 있을지 몰라도 많이 바뀌지 않기도 하네요 철이 없네요 마음은 싱싱하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