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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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난 우리가 만나기로 한 책방 알라딘에 조금 일찍 갔다. 친구는 아직 오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책방에서 책을 보고 다녔다.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도 보이고 사고 싶은 책도 보였다. 몇분 뒤 누군가 내 팔을 살짝 잡았다. 난 조금 놀랐지만, 바로 친구라는 걸 알았다.

 

 “벌써 왔구나. 여전히 빨리 나오네.”

 

 “아니 나도 조금 전에 왔어.”

 

 우리는 책방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책방 알라딘에서는 책뿐 아니라 커피도 팔았다.

 

 “나, 요새 잠이 안 와. 커피 마셔도 괜찮을까.”

 

 “그러면 디카페인 어때.”

 

 커피 차림표를 보니 마침 그달 커피에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이 다시 나왔다고 쓰여 있었다. 나도 그 커피 말만 듣고 마셔보지 못해서 친구와 같이 마시기로 했다.

 

 “디카페인이라 해도 카페인 있는 거 알지.”

 

 친구가 말했다.

 

 “응, 나도 알아. 그래도 그냥 커피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그렇겠지.”

 

 얼마 뒤 우리가 시킨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커피가 나왔다.

 

 “커피 냄새 좋다. 커피는 이 맛이지.”

 

 친구가 말해서 나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코로나는 여전해서 우리는 오래 함께 있지 못했다. 그래도 잠깐이라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 하고 함께 커피를 마셔서 즐거웠다. 커피 맛 잘 몰라도 친구와 마시는 커피는 맛있었다. 친구도 그랬을지.

 

 

 

 

  

 

 

 

*더하는 말

 

 알라딘에서 커피를 사고는 이야기 같은 거 쓰면 어떨까 했는데 평범한 걸 썼네요. 이건 그냥 친구 만나고 커피 마신 것뿐이네요. 책도 구경하고. 재미있는 게 떠오르면 좋겠지만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실제 친구한테 커피 보내주기도 했어요. 종이봉투를 만들었는데, 드립백 커피 두 개에 딱 맞아서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다행하게도 가기는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커피를 같이 마신 건 아니지만, 그것도 친구하고 같이 커피 마신 것과 같겠지요. 다른 커피도 나왔던데 그건 몰랐습니다. 아쉽네요. 못 마셔봐서. 아직도 커피 마셔도 잘 모르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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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2-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희선님 친구 얘기 처음 들어요. 단란단란. 이런 가벼운 얘기도 좋아요~~~^^

희선 2021-02-27 01:08   좋아요 0 | URL
진짜 친구를 만난 건 아니고 알라딘에서 산 커피를 넣어서 지어 쓴 거예요 예전에 평범한 이야기 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쓰기도 했는데, 그런 거 쓰면 거의 제 이야기로 알기도 하더군요 제가 그렇게 써서 그렇겠습니다(‘나’는 저하고 비슷하기도 하니, 비슷해도 이야기 속 ‘나’는 저보다 나아요) 친구한테 드립백 커피 보내주기만 했어요 저는 거의 편지만 써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2-27 01:18   좋아요 1 | URL
ㅠㅠ 제가 희선님 글을 지대루 캐치를 못했군요. 이야기였다니. 시인인 줄만 알았더니 이야기꾼이기도 했군요. ㅋ 근데요, 전부터 느낀 건데요, 편지 쓴다고 하니 느낌 더 팍팍 드는 걸 말하면요. 희선님 에밀리 디킨슨이랑 이미지가 겹쳐요.^^

희선 2021-02-27 01:51   좋아요 0 | URL
에밀리 디킨슨이라니... 그런 말하면 에밀리 디킨슨이 저세상에서 화 낼지도 몰라요 제가 이야기처럼 못 써서 그렇겠지요 가끔 짧은 이야기 쓰고 싶기도 한데, 이젠 못 쓰려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떠오르는 게 없어서... 아주 가끔 떠올라도 이야기가 아니고 짧게 쓰고... 쓸 게 없는 것도 있고 못 써서 그렇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해서... 쓰고 싶은 사람은 이런 핑계 대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쉬지 않고 내리는 비

이제나 그칠까

저제나 그칠까

기다렸지

 

어둡고 축축한 세상

내 마음도 어둡고 축축해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지만

내 마음속에 내리는 비는

언제쯤 그칠까

 

마음에 내리는 비는

쉽게 그치지 않을지도 몰라

비가 오다

가끔 해가 뜨면

무지개가 뜰지도

 

무지개를 기다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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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조영주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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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내가 코난 도일 소설 《배스커빌가의 개》를 본 건, 조영주 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를 보기 바로 앞이었다. 그 책은 조영주가 아닌 윤해환으로 나왔다. ‘홈즈가 보낸 편지’에 카트라이트가 나온다고 해서였다. 코난 도일 소설은 그게 처음이고 셜록 홈즈도 그때 처음 만났다. 이름은 워낙 잘 알려져서 벌써 알았지만. 난 추리소설 일본소설로 시작했다. 그전에는 추리소설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소설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내가 안 보고 싶은 게 좀 있어서(이 말 또 하다니). 잘 보면 없는 것도 있지만, 추리소설을 보다보니 그런 게 없어서 괜찮았다. 추리 미스터리 보고 얼마 안 됐을 때는 그랬는데 자꾸 보다보니 아주 없지 않았다.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건 서양(어느 한 나라만 말하기 어려워서) 범죄소설이 그렇구나. 서양 범죄소설은 그리 많이 안 봤다.

 

 ‘홈즈가 보낸 편지’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조영주 소설이다. 자주 우울하지만 2012년엔 더 우울했는데, 그래도 책은 봤다. 그 소설 때문에 김내성을 알고 코난 도일 소설 하나라도 봤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배스커빌가의 개》는 홈즈 이야기에서 좀 다르다는 말도 있던데. 그걸 처음 보고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다니. 난 홈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조영주는 영국에서 한 드라마 <셜록>을 보고 홈즈에 더 관심 갖게 되고 책을 다시 봤다는데. 그 드라마 첫번째였는지 두번째였는지 잘 모르겠는데 나도 조금 봤다. 많은 사람이 그걸 좋아하던데 난 모르겠다. 화면이 휙휙 바뀌고 말이 빨라서 좀 정신없었다. 영어는 어쩌다 들으면 따라가기 어렵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자꾸 듣다보면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그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건 한국말도 아니고 일본말이었다. 조영주와 비슷한 점 하나 있구나. 일본말 만화영화로 익힌 거. 그렇다 해도 좀 다른 길로 갔다.

 

 이런저런 만화영화 보다가 <명탐정 코난>도 봤다. 그걸 보고 범인이 누군지 짐작해도 어떻게 죽였는지는 잘 몰랐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조영주는 코난을 보고 추리소설 공부를 했다. 난 어쩌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 《이유》를 봤지만, 조영주는 한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 못하다가 자주 가던 커피집에서 흘러나오는 제프 버클리 노래 <할렐루야>를 듣고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 뒤 《이유》를 보고 자신도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만난 건 조영주보다 나중일 거다. 명탐정 코난 본 건 어땠을까. 그건 비슷하거나 내가 먼저일지도. 갑자기 제프 버클리 노래 <할렐루야>를 좋아한 친구가 생각난다. 난 그 노래 언제 알았을까. 라디오에서 나오는 걸 들었겠지. 난 그런 거 없다. 지금까지와 아주 다르게 나를 바꾼 노래나 책 같은 거. 그런 게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미지근하구나.

 

 이번에 또 내 이야기를 하다니. 이상하게 조영주 책을 보면 더 그런다. 그건 왤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난 작가는 아니고 될 것 같지도 않지만, 다시 이야기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조영주를 알고 나서다. 그때 바로 이야기를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잘 못 쓴다. 그냥 책 읽고 쓰기밖에 못할지도. 난 내가 쓰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구나. 그저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라 하니 말이다. 소설이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마음속으로는 손바닥 소설이다 생각한다. 추리 미스터리를 알고 보고는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 잠깐 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거여서 안 되겠다 했다. 사람이 죽지 않고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도 있구나. 책과 상관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같은 거. 난 그저 잠시 생각하고 만다. 조영주는 생각이 나면 알아보고 쓴다. 그게 가장 좋은 건데. 가끔 쓰지 못할 때도 있다지만. 난 내가 글 못 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쓰고 싶다 생각하다니. 작가가 되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써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셜록 홈즈가 있어서 추리소설가가 된 사람은 조영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 셜록 홈즈가 좋아할지 셜록 홈즈를 만든 코난 도일이 좋아할지. 난 셜로키언은 아니지만, 셜로키언한테 셜록 홈즈는 그저 셜록 홈즈일 것 같다. 영국에는 베이커거리 221B번지도 있다던가.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어도 실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많다. 소설가가 바라는 건 그런 걸지도. 하지만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죽이고 말았구나. 그때 힘든 일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홈즈를 살려달라고 했다. 그 뒤에 홈즈 살지 않았던가. 그런 일 드라마에서도 일어난다. 드라마 보던 사람이 본래 죽을 사람을 살려달라고 해서 살린 일 말이다. 셜록 홈즈가 나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샀다던데, 그때는 즐길 만한 게 책밖에 없어서 그랬겠지(신문이었던가). 오래전 셜록 홈즈는 많은 사람이 보는 드라마 같았겠다.

 

 난 한번도 못 가 보고 앞으로도 못 가겠지만 서울 그것도 망원동이나 거기와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은 카페 홈즈에 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소설에 나오기도 하고, 거기 가면 조영주나 다른 소설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조영주는 2019년에 잠시 카페 홈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기도 했다. 그때 가 본 사람도 있겠다. 오래전에 작가나 시인이 모인 다방 있지 않나. 카페 홈즈가 그런 곳이 되고 여러 소설에 나오면 재미있겠다. 벌써 그런가. 조영주가 앞으로도 소설 즐겁게 쓰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즐겁게 하는 게 좋잖아. 힘든 일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거 해도 힘들다. 그런 시간도 잘 넘어가기를.

 

 

 

*더하는 말

 

 바로 앞에서 카페 홈즈 이야기 했는데, 그곳이 지난 일월에 문을 닫았다 한다. 이럴 수가. 좀 더 빨리 이걸 올렸다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다. 요새 그런 가게 많지 않나. 그래도 카페 홈즈는 소설에 남았다. 그것만이라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그 소설 못 봤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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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하나가 지나가면

또 다른 바람이 찾아온다

해마다 오는 봄이 다르 듯

바람은 늘 같지 않다

 

바람은 어딘가에서 목숨을 다하고

새로운 바람으로 태어난다

그곳은 어디일지

이 세상 어딘가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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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죽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다 그 사람 탓이다

 

살았을 때 둘레 사람을

힘들게 하고 괴롭게 했으니

누군가는 무섭게 여겼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서

죽은 사람은 슬플까

 

살았을 때 잘하지

왜 그렇게 살았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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