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캡터 체리 클리어카드 엽서북 100 (케이스)
CLAMP 그림 / 아르누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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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해 전에 <카드캡터 사쿠라> 만화영화를 봤는데, 그게 거의 스무해 전에 만든 거였다. 스무해(이젠 스무해 넘었지만)가 지나고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 바로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다. 어렸을 때 이 만화나 만화영화 보고 좋아한 사람 많은가 보다. 난 그때 못 봐서 몰랐다. 아니 체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 시간이 흐르고 사쿠라로 만났다. 두번째 건 책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는데, 어쩐지 지금은 마음이 덜한 것 같다. 이건 늘 그렇구나. 원피스 보고도 이런 말한 적 있다.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래도 원피스뿐 아니라 이것도 끝까지 볼까 한다. 만화가 끝날 때까지 내가 살아 있다면. 사람 일은 모르지 않나.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어쩌다가 이런 말로 흘렀는지. 아니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는 곧 끝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021년 시월에 11권이 나온다. 아직 안 샀다. 지금 사도 책은 시월에 온다. 좀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거 이제 익숙해졌다. 일본에서 나온 책을 사면 올 때까지 한주는 걸린다. 앞으로 나올 책은 올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그건 당연하구나.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을 먼저 산 거니. 책이 나오는 날을 지키려고 많은 사람이 애쓰겠다는 생각도 든다. 잘못해서 하루나 이틀 늦은 적 있을까. 아니 어떻게든 맞추었을지도 모르겠다. 단행본은 원고가 있는 거니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주간지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원고가 늦는 것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모습을 잘 그린 만화가 <바쿠만>이다. 이 만화 이야기도 여러 번 한 듯하다. 한번 보고 좋은 건 여러 번 보기도 한다. 내가 다른 건 여러 번 못 봐도 만화영화만은 여러 번 본다. 그렇게 해서 일본말을 익히기도 했구나. 처음 볼 때는 잘 알아듣지 못한 말, 두번째 세번째 자꾸 듣다보면 알아듣는 말이 늘어난다.

 

 얼마전에 백장 짜리 앨리스 엽서(Alice: 100 Postcards from Wonderland)를 하나 더 샀다. 그건 세번째 쓰는 거다. 내가 샀을 때보다 값이 오른 듯했다. 그거 보면서 예전에 조금 쌀 때 살걸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지. 문구점에 가면 편지지뿐 아니라 엽서를 사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문구점에 예쁜 엽서가 거의 오지 않았다. 그게 몇해 전이구나. 그런 엽서는 성탄절에 보냈다. 성탄절에 맞는 엽서를 샀던 거구나. 성탄절 엽서 못 사게 된 뒤에 인터넷 책방에서 파는 엽서을 알게 됐다. 그런 거 가운데서 하나가 바로 앨리스 엽서다. 그걸 사고 나니 다른 엽서는 없을까, 하고 찾아봤다. 예전에 본 인상주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 살까 하고 찾아보니 그건 이제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나올 때 사야 했는데, 비싸서 못 샀다. 백장이 들었으니 하나하나 값을 생각하면 아주 비싼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앨리스 엽서 이야기는 왜 했나 싶겠다. 그걸 사고 난 다음에 이 카드캡터 사쿠라 백장 짜리 엽서를 알았다. 엽서를 생각하다 언젠가 엽서를 사는 사람 블로그를 찾아둔 게 있어서 그걸 봤더니 거기에 이 엽서를 샀다는 말이 있었다. 난 2020년에 이런 게 나온지도 몰랐다.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만화 보니 조금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한국에서 만들었다. 엽서와 여러 가지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마스킹테이프도 샀다. 이 엽서는 좀 얇아서 아쉽다. 예전에 문구점에서 산 엽서도 얇았다. 이건 봉투를 만들어서 보내야겠다. 아직 하나도 안 썼다. 언제 처음 쓸지. 엽서는 만화영화에 나온 장면이 담겼다.

 

 카드캡터 사쿠라 첫번째 이야기에서 두번째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렇기는 해도 만화속 시간은 별로 흐르지 않았는데, 예전 것과 지금 거 많이 다르다. 그건 당연한 건가. 만화도 그 시대에 맞게 그리기도 한다. 사쿠라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었다 해도 현실은 많이 달라졌으니 그걸 반영할 수밖에 없겠다. 초등학생이었던 사쿠라와 중학생인 사쿠라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쿠라가 가진 마법이 세졌다. 처음에 클리어카드를 다른 사람이 사쿠라한테 만들게 하는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사쿠라가 만드는 거였다. 사쿠라가 뭔가를 생각하고 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걸 카드로 만든다. 마법을 카드에 담아둔다고 해야 할까.

 

 엽서보다 만화 이야기 더 한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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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7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사쿠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인기가 있나봐요. 이렇게 엽서북도 나오고 😄

희선 2021-08-28 00:30   좋아요 1 | URL
몇해전에 2기 했어요 책도 새로운 게 나오고... 사쿠라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됐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1-08-27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드캡터 체리 예전에 애니봐서 그런지 엽서나 일러스트도 좋더라구요.
일러스트의 이미지가 밝고 좋은 느낌이예요.
사진 잘 봤습니다. 희선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08-28 00:38   좋아요 2 | URL
얼마전에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편지지랑 여러 가지가 나오는 듯한데 편지지 꽤 비싸더군요 지금 다시 보니 펜(유리펜)세트도 있군요 이 만화를 잡지에 연재하고 스물다섯해 돼서... 한동안 쉬었을 텐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군요

서니데이 님도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1-08-28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9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 온 뒤 세상은

한층 밝고 선명해요

 

비 오고 그친 삶도

한층 밝고 단단해지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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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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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우연히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보았다. 나중에 그 드라마 원작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원작소설은 아직 못 봤다. 작가인 이케이도 준은 은행에서 일한 적이 있단다. 그 경험을 살려서 은행원 이야기인 ‘한자와 나오키’를 썼겠지. 이케이도 준은 그것뿐 아니라 마을 공장 이야기도 썼다. 그것도 드라마만 봤다. <육왕>이다. 이 제목을 보면 이건 무슨 이야긴가 싶다. 달리기 선수한테 중요한 운동화 만드는 이야기다. 단거리 선수한테 맞는 거였던가. 처음 그 공장은 운동화가 아닌 버선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 기술을 살려서 발에 편하고 가벼운 단거리 선수한테 맞는 운동화를 개발했다. 그거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다. 이케이도 준 소설 원작인 드라마 하나 더 봤다. <아키와 아키라>다. 이건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렸다. 은행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책을 보았다. 《변두리 로켓》. 이것도 드라마 만들었다고 한다. 이케이도 준이 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구나.

 

 은행과 마을 공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다. 한자와 나오키 아버지도 나사 만드는 마을 공장을 했던 걸로 안다. 그 나사가 로켓에 쓰인다고 했던가. 작은 공장에서 만든 게 세계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을 가졌다면 자랑스럽겠지. 이케이도 준이 쓰는 이야기에 나오는 공장은 작지만 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터가 돈만 버는 곳이면 괜찮을까. 은행은 돈을 빌려줄 곳이 괜찮으면 잘 빌려주지만 위험하면 모르는 척한다. 한자와 나오키 이야기를 또 하는데, 한자와 나오키는 자기 아버지를 죽게 한 은행에 복수하려고 은행원이 됐지만, 작은 마을 공장한테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자와 나오키’를 보고 은행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 알기도 했다.

 

 쓰쿠다 고헤이는 우주과학 개발기구 연구원으로 일하다 로켓 발사가 잘못된 책임을 지고 그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하던 정밀기계를 만드는 쓰쿠다제작소를 물려받았다. 쓰쿠다제작소가 마을 공장이다. 주로 엔진 부품을 만드는 곳인 것 같다. 쓰쿠다가 사장이 되고 일곱해가 지나고 위기가 찾아온다. 쓰쿠다제작소와 경쟁사기도 한 나카시마공업이 엔진 특허 침해로 고소를 했다. 그 일 때문에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하고, 거래처는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다. 늘 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쓰쿠다제작소는 다른 걸로 나카시마공업을 고소하고 재판에서 이겼다. 재판에서 이겼다 해도 바로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나카시마공업이 고소했을 때 데이코쿠중공업에서 로켓 엔진에 쓰이는 밸브 시스템 특허를 팔라고 하지만 쓰쿠다는 그건 팔 수 없다고 한다. 그때 힘든 때여서 돈에 넘어갈 뻔했다. 여러 사람은 바로 앞만 보았지만 본래 은행원이었던 경리부장 도노무라는 더 앞날을 보았다. 데이코쿠중공업은 작은 마을 공장이어서 돈만 주면 특허를 바로 팔 거다 생각했나 보다. 그런 모습 보니 별로 안 좋았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생각하고 그랬겠지만. 쓰쿠다는 특허받은 걸 쓰게 해주겠다 하려다, 자기 공장에서 밸브 엔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다. 쓰쿠다제작소는 만드는 곳이고 쓰쿠다한테는 꿈도 있었다. 그건 쓰쿠다 자신이 만든 로켓을 쏘아올리는 거였다. 다는 아니어도 로켓 엔진 부품을 만들면 꿈을 이루는 것이겠지. 쓰쿠다는 쓰쿠다제작소를 물려받고 회사나 일하는 사람을 위해 일했는데, 자기 꿈을 생각하게 됐다.

 

 사장이라고 다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데이코쿠중공업도 반기지 않았다.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잘 된다. 이럴 때 소설이니 그렇지 하기도 한다. 아니, 실제 이런 일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일터 사람이 한마음이 되어 꿈을 이루려는 일 말이다. 돈만 생각하고 일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 한 곳만 잘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같은 나라 사람으로 힘을 합쳐 좋은 걸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기에서는 로켓이다. 데이코쿠중공업과 쓰쿠다제작소는 힘을 합쳐서 로켓을 쏘아올렸다. 쓰쿠다는 다음 꿈을 생각했다. 이 이야기도 한권으로 끝나지 않는구나. 뭔가 만들고 잘 되는 이야기는 기분 좋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어려움이 찾아오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겨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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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7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8-26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자와 나오키의 드라마가 대성공이라서 그런지 이케이도 준의 책들은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요.
희선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1-08-27 01:47   좋아요 1 | URL
한자와 나오키도 책이 여러 권이고 이것도 여러 권이군요 드라마 2기 했다고 하는데 그건 못 봤네요 실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꿈을 가지고 그걸 이루려 하는 게 괜찮습니다

서니데이 님 날이 바뀌었네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늘 맑은 날만 이어지면 좋겠지만

가끔은 흐린 날도 괜찮아

분위기 있잖아

먹구름에 뒤덮인 하늘을 봐

아니, 저건 곧 울려는 모습인가

 

하늘아,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울어

네가 울면

미세먼지가 씻기겠지

 

내 눈물은 아무것도 아닌데

하늘 네 눈물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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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5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하늘이 울 것 같아요. 정말 가끔은 흐리고 비오는 날도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1-08-27 01:36   좋아요 1 | URL
이번주에는 내내 비가 오려나 했는데, 어제는 잠깐 비 그쳤습니다 오늘 또 비 온다고 합니다 많이 안 와야 할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1-08-25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눈물은 마음을 씻어 준다고 믿어요. 울고 나면 시원해지잖아요.
우는 게 심리학적으로도 좋을 듯합니다. 참지 말고 울고 싶을 땐 웁시다.^^


희선 2021-08-27 01:38   좋아요 1 | URL
사람은 울고 나면 마음이 좀 시원해지겠지요 눈물과 함께 안 좋은 것도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남 앞에서는 못 울지도 몰라도 혼자 있을 때라도 실컷 울면 괜찮겠지요


희선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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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은 젊은작가상이 열한번째 되는 해였습니다. 열해째에는 열번째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걸 처음부터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난 열번째까지는 해를 넘기지 않고 봤는데, 이번에는 해를 넘겼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먼저 본 소설이 두편이나 있어설지도 모르겠네요. 두 편 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소설 보다’에서 만났습니다. 지난해에는 그것도 별로 못 봤네요. 가을이나 겨울 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는데. 지난해도 그렇고 여전히 책을 빨리 못 봅니다. 아니 책을 오래 못 봅니다. 이 책도 며칠에 걸쳐 봤습니다. 책을 조금 오래 본 날은 겨우 하루고, 세시간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해에 책 하루에 다섯시간 봐야지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 뒤로 그만큼 본 날은 며칠 안 됩니다. 앞으로는 하루에 서너 시간 책 보고 싶은데 지킬 수 있을지.

 

 젊은작가상이나 소설 보다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강화길도 젊은작가상으로 알았던가, 했는데 아니군요. 예전에 악스트에서 먼저 알고 그 소설이 젊은작가상 받았습니다. 강화길은 작가가 되고 올해(2021)로 아홉해째가 됐네요. 젊은작가상은 작가가 되고 열해째까지인 사람한테 준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 나온 걸 들으니, 젊은작가상 대상 받으니 다음에는 김승옥문학상이 마음 쓰인다고 하더군요. 김승옥문학상은 작가가 되고 열해이상된 작가한테 줘요. 작가보다 소설이 먼저일지. 소설가가 상을 생각하고 소설 쓰지는 않겠지만, 상 받으면 기쁠 듯합니다. 자신이 한 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구나 생각할지도. 아니 상 받지 않아도 소설가는 소설 쓰기를 바랍니다. 글쓰는 사람은 글로 상 받는 것보다 언제나 글쓰기를 더 바랄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 실린 소설에서 먼저 본 걸 생각했더니 재미있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두 소설이 처음과 맨 끝에 실렸다는 거예요. 강화길 소설 <음복 飮福>과 장희원 소설 <우리(畜舍)의 환대>. 두 소설에 같은 점 하나 있네요. 제목에 한자를 함께 쓴 겁니다. 예전에 장희원 소설은 한자를 봤는데, 강화길 소설은 이번에 ‘음복(飮福)’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그 말 소설 안에도 나오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쳤나 봅니다. 음복은 제사를 지낸 뒤 모두가 함께 그 음식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말입니다. 어렸을 때 친척 집에서 제사 지낸 적 있는데, 그런 건 하나도 몰랐습니다. 아무도 저한테 그런 걸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사 지내고 음식 먹은 기억은 없습니다. 차례 지내고 아침은 먹었군요. 강화길 소설에서는 결혼하고 얼마 안 된 세나가 남편 정우 할아버지 제사에 가서 지금까지 몰랐던 걸 알게 돼요. 정우는 할머니, 고모 그리고 어머니 사이를 하나도 몰랐습니다. 제사에도 마음 안 써도 됐어요. 이 부분은 저와 다릅니다. 저는 딸이어서 제사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었어요. 이건 이것대로 차별 아닐지. 그렇다 해도 안 가도 돼서 다행이었습니다. 난 안 가도 되는구나 하고. 저는 집안 여자가 모든 걸 세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것도 어느 집이나 같은 건 아닐 듯합니다. 그래도 여성이 더 눈치 잘 보는 건 맞는 듯해요. 어머니는 왜 정우가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랐는지. 그 마음 잘 모르겠네요. 정우가 여러 가지 일을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서였을까요.

 

 이제는 집에서 제사 지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더 많을 듯합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음복’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어지겠습니다. 어머니는 딸한테 네가 나를 이해해야지, 하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한테 그런 말 안 하는 것 같은데. 장희원 소설에서 우리는 동물을 넣는 우리, 축사예요. 영재 부모는 호주에서 공부하는 영재를 만나러 호주에 가서, 집주인인 흑인 노인과 갓 스물이 된 민영이 영재와 산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랍니다. 아니 그런 걱정은 호주에 가기 전부터 했을지도. 감자 샐러드에는 뭐가 들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못 먹는 걸 넣은 건 아니겠지요. 어머니 아버지는 영재가 호주에서 다른 식구를 찾은 것 같았을까요. 그런 느낌도 들었습니다. 영재가 동성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영재는 한국에서 어머니 아버지와 살 때보다 지금 모습이 더 좋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서로 연락 끊고 살지는 않겠지요. 부모는 아직 영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합니다.

 

 좀 알기 어려웠던 건 <다른 세계에서도>(이현석)예요. 낙태죄가 법에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게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듯해요. 지수 마음인가. 그동안 임신중절이 법으로는 안 되는 거였더군요. 법으로 안 된다 해도 그걸 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 법을 만든 사람도 그런다는 거 알았을 것 같은데. 2021년부터는 낙태죄가 없어졌나 봅니다.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산부인과의사뿐 아니라 임신중지를 결정한 사람은 죄책감을 덜 느낄까요. 임신중지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꼭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있겠지요. 그것보다 다른 걸 먼저 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이런 문제 별로 생각 안 해 봤습니다. 낙태죄가 없어진 건 다행입니다.

 

 김초엽 이름은 들어봤지만, 소설은 여기 실린 단편 <인지 공간>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인지 공간은 상상하기 어렵더군요. 외장하드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여기 나오는 곳에는 인류가 그리 많지 않은가 봅니다. 이 소설을 보고 많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한사람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가 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걸 기억하면 좋을지. 한사람 한사람도 중요하지요.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장류진 소설 <연수>에서는 나이 많은 여성을 ‘나’보다 작다고 말하더군요.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희원은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강사가 언제나 자기 앞에 있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가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희원이 누군가의 빛이 될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네요. ‘연수’에서 주연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도움은 받아도 그 사람처럼 살지는 않겠다 생각해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는 말과 비슷하네요. 그래도 한순간은 서로 좋은 사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건 좋게 보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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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24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도 책이네요. 8월에나왔으니, 올해도 나왔거나, 아니면 곧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책들도 좋은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좋아하는 내용을 잘 만나면 더 좋고요.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08-25 00:10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본래 4월에 나오는데 지난해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개정판이 8월에 나왔습니다 2021년 것도 4월에 나왔어요 그것도 샀지만 아직 못 봤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보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1-08-25 00:1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나중에 한번 더 찾아봐야겠어요. 희선님 감사합니다.

희선 2021-08-25 00:3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좋은 밤 보내세요 곧 잘지도 모르겠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