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어떤 친구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 친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없다. 이번 주 물음도 다 처음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뭐든 말해서 다음을 이어가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아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친구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면 좋겠지. 네가 좋아하는 책이 나온대 같은 거. 그런 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친구가 먼저 알겠다. 재미있는 책은. 이것도 재미있게 여기는 게 다르니 말하기 어렵겠다.


 이 음악 어때 같은 건. 이것도 바로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른다. 난 참 재미없구나. 내가 관심 가진 걸 다른 사람한테 말했을 때 그걸 좋게 여긴 사람은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할 뿐이다. 나도 다르지 않구나.


20240213








259 최근에 흥미를 느낀 일은?




 아쉽게도 관심 가진 일은 하나도 없다.


 또 이런 말이구나. 늘 하는 것에서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책 보고 싶다고 할까. 여러 책을 봐야지 할 때가 있기도 한데, 게을러서 별로 못 본다.


 다시 덜 게으르게 지내려고 해야 할 텐데, 그게 될지 안 될지. 어렵고 힘들구나.


20240214








260 어릴 때 받은 상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다른 상도 받았지만, 개근상. 바보 같아서.


 학교 다닐 때 아파도 안 빠졌다. 어디든 그랬지. 지금은 아프면 쉬라고도 하는구나. 남한테 감기 옮기는 거 안 좋으니 말이다. 예전엔 그런 것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지금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덜 아프고 시간이 가면 낫기를 바란다. 시간이 가면 낫는다. 다행이구나.


20240215








261 지금 옆에 있다면 '고마워.' 하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첫날 이번주 물음에는 다 없다고 말할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이구나.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할 것 같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보내는 편지를 받아주는 사람 다 고맙다. 이월이 오고는 잘 안 썼지만. 하루에 한통이라도 써야지 했는데, 이것도 잘 안 된다. 써야지. 우표를 써야 하니 말이다.


20240216






 참 재미없는 걸 또 이렇게 올리는구나. 한번 한 거니 끝까지 해야지. 내가 이렇다. 어떤 건 하다가 하기 싫으면 그만둔다. 이것도 그만두고 싶은 적 많았는데, 아직도 쓰는구나. 365가 될 때까지 재미없어도 쓰지 뭐. 같은 마음일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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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

바람만 깨어


나뭇잎을 스치고

비닐을 날리고

창을 흔들었어


바람은 어쩐지 쓸쓸했어

깊은 밤엔 반겨주는 이가 없어서


아, 저기 창문이 열렸어

바람아 저기 가 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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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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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소설 보다’가 처음 나왔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이것도 여러 해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참 잘도 간다. 시간 잘 가는 걸 책을 보고 생각하다니. 이렇게 정해진 때 나오는 책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해에 네번이잖은가. 늘 그때 그때 바로 못 보지만. 좀 늦을 뿐이고 보기는 한다. 단편소설 세편이니 마음 편하게 보면 될 텐데, 여전히 그게 잘 안 된다. 언젠가도 이 말 했는데, 이건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아주 안 보는 것보다 조금 낫다고 해야 할까.


 새해, 어느새 지난 2023년 봄에 나온 《소설 보다 : 봄 2023》은 다른 때보다 두껍고 책날개가 없어졌다. 소설가는 셋 다 처음 보는 이름이다. 강보라, 김나현, 예소연. 셋은 모두 2021년에 작가가 되었나 보다. 난 처음 봤지만 누군가는 한번 정도 소설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강보라)이 가장 긴 것 같다. 처음 하는 말이 이런 말이라니. 발리섬 우붓에 간 ‘나(재아)’는 모험을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과 자신은 다르다고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발리에도 인도 같은 계급 제도가 있는가 보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에만 있는지 알았다.


 소설 제목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그림이기도 하다. 앞에서 제목 쓰면서 비슷한 그림 제목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구나. 그림은 소설 마지막에야 나온다. 재아가 우붓에서 만난 호경한테 받은 그림이다. 그 그림 제목은 없었던 것 같다. 뱀과 양배추를 그린 그림이다 했다. 그렇게 별날 것 없는 그림인가. 누군가한테 그림을 선물한다면 좀 멋진 거 하고 싶을 것 같은데. 호경은 왜 그 그림을 골랐을까. 재아한테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나타낸 걸까. 사실 이 소설 잘 모르겠다. 예술을 해도 계급이 있다, 그것보다 사람은 계급이 있다일지. 재아가 발리에 간 건 요가를 하는 사람이 그곳에 와서였다. 누군가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다른 나라에도 가다니 대단하구나.


 두번째 소설 <오늘 할 일>(김나현)에서 ‘오늘 할 일’은 ‘나’와 남편 선일이 일기장에 쓰는 세 가지 계획이다. 선일은 평범한 계획이어도 있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걸 두 사람이 쓰고 서로 보여주다니. 쓰기는 해도 혼자 보면 안 되나. 내가 그런 걸 할 일도 없을 텐데 별 생각을 다했다. ‘나’와 선일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고 집을 샀다. 선일이 두 사람이 돈을 버니 집을 사자고 해서다. 그런 선일이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쉬었다. 다른 일을 알아본다면서 한해 쉬겠다고 했다. 선일이 하겠다고 한 건 웹소설 쓰기다. 선일은 세 가지 일을 하나도 못했다. 글쓰기, 달리기, 장보기였던가. 글을 쓰려고 하니 비행기 소리가 났다. ‘나’와 선일이 산 아파트에서는 낮에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낮에만 들린다고 해도 그런 곳에는 살기 어렵겠다. 내가 사는 곳은 가끔 새벽에 들린다. 그게 오래 들리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어쩐지 소음 문제 같지만 그건 아니다. 선일이 다니던 회사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선일은 거기를 그만뒀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할지. 선일은 피해자일까. 끝까지 안 했다면 나았을걸. 선일은 청소년한테 주는 문화카드를 상사한테 받았다. 그건 신청한 사람이 찾아가지 않고 남은 거였다. 그걸 쓰지 않으면 실적에서 1등이 안 되니 선일한테 쓰라고 했다. 이건 잘못인 거지. 안 찾아갔다면 그냥 둬야 하지 않나. 선일은 그걸 쓰고 그 카드를 신청한 사람한테 돈을 보내줬다. 그 일을 회사에서 알게 되고 선일은 월급이 깎이고 본래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일 실제로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나대로 일이 잘 안 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한다. 씁쓸한 느낌이 들면서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마지막은 예소연 소설 <사랑과 결함>이다. 고모와 ‘나’, ‘나’와 어머니. 고모와 어머니는 ‘나’한테 사랑을 주지만 괴로움도 준다. 어머니는 아니고 고모만 그랬구나. 고모는 열다섯살이나 차이 나는 ‘나’의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돌봤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으니 고모가 거의 부모와 같았구나. 그러고 보니 고모는 ‘나’의 엄마를 올캐보다 며느리처럼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모르겠다. 고모는 외로운 사람이어서 괴팍하기도 했다. 조울증 때문이다 여겨야 할지. 고모는 ‘나’한테 사랑을 주면서 ‘나’가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 걸 안다. ‘나’가 고모 앞에서는 아무리 고모 편을 들어도. 자기 앞에서 좋은 말해도 그게 진심이 아니면 상대는 알지.


 이 소설은 “삶은 기괴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 기괴한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71쪽)’ 같다. 누군가 자신한테 잘해줘도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고, 잘 못해주면 그것도 안 좋겠다. 사랑에는 사랑만 있지 않은 건가. 사랑을 주기만 하고 받을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도. 고모가 사랑을 받으려 했다는 건 아니다. 고모가 불안정했던 건 조울증 때문이구나. 고모도 그것 때문에 괴로웠을 것 같다. ‘나’는 우울증이 덜하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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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름이 나타나서

구름아 반가워, 했어요


구름은 잠시 멈칫 하더니

나도 반가워 하고 글자를 썼어요


뭐라고요

거짓말이라고요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어쩌면 제가

구름을 만난 꿈을 꾼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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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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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학교라는 건 서양에서 건너 온 거겠지.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근대로 들어섰다. 많은 게 일본을 거쳐서 왔구나.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오래전 그대로인 게 많다. 학교 교육도 그렇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마음을 닦고 단련하는 것이기도 할 텐데, 학교에서 배우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시험을 잘 보려는 것뿐이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건 아닐 텐데.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할 텐데, 바뀔 날 올까. 공부가 중요하지만, 도덕 윤리도 중요한데.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하지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가정이나 학교를 작은 사회다 하는데, 가정보다 학교가 좀 크겠다. 집에서는 식구만 보지만, 학교에서는 친구 선배 선생님을 만나니.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를 보니 학교도 폐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만의 법, 규칙으로 돌아가는.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 길지 않고, 아주 안 다니는 것보다는 좀 나을지. 초중고 다 합치면 학교 다니는 기간 길구나.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힘들겠다. 입시, 성적만 생각하지 않기는 한다.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겠지. 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지만. 학교 생활을 하다 뭔가 하나 잘못하면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왜 많은 사람이 몇 사람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건지.


 여기에 나오는 학교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이다. 본래는 여자고등학교였는데 스무해 전부터 남녀공학이 되었다. 남자아이도 다니는 학교지만 여자아이가 더 힘을 가졌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 때문인 듯하다. 대대로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은 ‘유리코 님’이라는 절대 권력을 갖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불행이 찾아온단다. 유리코 님은 단 한사람이 된다. 야사카 유리코는 유리가하라 고등학교 1학년이다. 1학년에는 유리코라는 이름인 아이가 여럿이고, 3학년에 유리코 님이었던 아이가 있었다. 유리코가 여럿이니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런 말 들으면 좀 무섭겠다. 유리코라는 이름이면.


 야사카 유리코는 친구 시마쿠라 미즈키를 따라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들어온 건데.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1학년인 유리코라는 한 아이가 죽임 당하고 그 뒤에도 차례차례 죽임 당한다. 그런 거 보면 진짜 유리코 님이 있고, 유리코 님 힘이 나타났다고 여길까. 학생은 그런 것에 영향 받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코 님은 신인가. 신처럼 여기기는 하는구나. 유리코 친구인 미즈키는 유리코 님을 믿지 않았다. 미즈키는 탐정 같은 아이였다. 축제 날 미즈키는 1학년 유리코 셋을 죽인 범인을 밝혀낸다. 난 범인은 몰랐지만 초대 유리코가 쓴 일기를 보고 알아챈 건 있었다. 그런 게 뭐 중요할까 싶지만.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믿고 싶을까. 유리코 님 말이다. 유리코 님을 믿지 않고 거스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니. 그 전설이 있어서 좋은 사람은 누굴까. 유리코 님이 되는 아이, 유리코 님을 믿는 아이. 유리코 님이 되면 힘이 생긴 것 같겠다.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지만, ‘유리코 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남은 야사카 유리코가 그 유리코 님이 된다. 이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유리코 님을 믿는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구나. 그렇게 한다고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야사카 유리코는 그저 순진한 아이일까. 야사카 유리코 생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사카 유리코가 유리코 님이 되었으니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지는 않겠지. 그것만은 다행이다 여겨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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