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고마워

아주 추운 것보다 나아


더위에도 죽고

추위에도 죽겠지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춥길


더위에도

추위에도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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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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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오르는 마음은 뭘까요. 동네 뒷산에 오르는 건 그저 운동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더 높은 산에 오르고 싶다 생각할지. 저는 그런 마음 들었던 적은 없어요. 산에 자주 가지도 않습니다. 거의 안 가는군요. 산에 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잘 다니는 것 같더군요. 그것도 장비를 갖추고.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고 누구도 가지 않은 곳에 가려고 했습니다.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 히말라야가 어디에 있나 했습니다. 이름만 알고 어디 있는지 잘 모릅니다. 파키스탄, 티베트에서 갈 수 있다는 것만 알았습니다. 막연히 중국이랑 가깝던가 했는데 아주 틀린 건 아니었네요.


 유메마쿠라 소설 《신들의 봉우리》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썼나 봅니다. 이 소설을 생각하고 쓰기까지 스무해 걸렸대요. 유메마쿠라 바쿠가 실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여섯번이나 갔다 왔답니다. 뭔가를 써야겠다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했군요. 대단합니다. 예전에 산에 갔다 온 사람 이야기 텔레비전 방송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때보다 덜하네요. 여전히 산에 가는 사람은 있을 것 같습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 한 건 1924년 영국 사람 맬러리와 어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 이 책 보고 알았습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걸 하려는 건 무슨 마음일지. 지금 생각하니 사람은 남극탐험도 하려고 했군요. 히말라야 말하다 남극을 말했네요.


 오래전부터 사람이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 이야기보다 다른 걸 먼저 말하다니. 사람이 자연을 정복한다고 하죠. 높은 산을 오르는 것도.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더군요. 여기에 나온 하부 조지나 후카마치 마코토는 많은 사람이 아닌 혼자 오르려 했지만. 오래전부터 에베레스트에 사람이 다녀서 자연이 안 좋아졌을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있지만 파키스탄 사람은 나무를 베어 연료로 쓴다더군요. 1990년대에 그랬는데, 지금은 어떨지. 그 뒤로도 나무를 벴을지. 지난 2022년에 파키스탄에 엄청나게 비가 왔잖아요. 산에 있던 눈이 녹아서 피해를 입은 곳도 있는데 거기는 어디였는지 잊어버렸습니다. 히말라야 눈도 많이 녹지 않았을지. 파키스탄 사람이 나무를 베는 걸 탓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은 가난해서 다른 연료를 사지 못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지금도 가난한 나라겠습니다. 지구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카마치 마코토는 사진작가로 산악회 사람과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했는데 실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카트만두에 머물렀어요. 후카마치와 에베레스트에 간 사람은 여섯인데 거기에서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후카마치는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어떤 카메라를 보고 그걸 삽니다. 그 카메라 기종은 베스트 포켓 오토그래픽 코닥 스페셜이었어요. 그걸 보고 후카마치는 1924년에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한 맬러리 카메라라는 걸 알았어요. 후카마치는 그 카메라를 도둑맞고 우연히 그곳에서 일본 사람을 만나요. 비카르산(독사)입니다. 비카르산은 파키스탄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으로 하부 조지였어요. 하부 조지는 일본에서 암벽 빙벽을 오르던 클라이머로 맬러리 카메라를 발견한 사람이에요. 하부 조지는 에베레스트 높은 곳까지 오른 거지요.


 카메라가 오래 되었다 해도 그 안에 필름이 있으면 그때 사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맬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사진이 있었을지도. 아쉽게도 필름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그건 없었어요. 후카마치는 일본으로 돌아가 하부 조지를 알아봐요. 하부 조지는 산에 오르는 게 사는 거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걸 먼저 하려 하고 위험한 곳으로 갔습니다. 그것만이 자신을 증명해준다는 듯이. 하부 조지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으로 산소 없이 오르려 했습니다. 후카마치가 하부 조지를 알아 보다 다음에 하부 조지가 할 걸 알아낸 거죠. 후카마치는 그런 하부 조지한테 사로잡혔어요. 아니 어쩌면 후카마치 자신도 그런 거 하고 싶었던 건지도. 저는 그런 마음 잘 모르지만. 한가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 알겠습니다. 산에 미쳤다는 말도 있지요. 하부 조지는 산에 올라야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구보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마음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겠지만.


 지금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 있겠지요. 이젠 그건 나라보다 개인이 하고 싶은 게 됐을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르려면 돈을 내야 한다더군요. 자연을 정복한다 여기지 말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부 조지는 꿈을 이뤘을 것 같아요.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하부 조지는 그걸로도 괜찮다 여기겠지요. 뭔가 하나에 미치는 마음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희선





☆―


 9


 잘 들어.


 쉬지 마.


 쉬면 내가 용서 안 해.


 쉬면 죽는 거야.


 살아 있는 한 쉬지 마.


 쉬지 못해.


 내가,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


 쉬지 않는다.


 다리가 안 움직이면 손으로 걸어.


 손이 안 움직이면 손가락으로 걸어.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이로 눈으로 씹으며 걸어.


 이도 안 되면 눈(目)으로 걸어.


 눈으로 걸어.


 눈으로 가는 거야.


 눈으로 노려보며 걸어.


 눈도 안 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안 된다면 정말로, 이제, 있는 힘을 다했는데 이제 안 된다면 안 된다면 정말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10


 상상해…….  (743쪽~7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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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20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꽤 두껍네요.

희선 2024-02-20 23:46   좋아요 1 | URL
두껍기는 해도 재미있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거 별로 못 썼네요


희선
 




널 생각해

──글





하루 내내는 아니지만

날마다 자주 널 생각해


넌 내 생각 안 하지

네가 날 생각하기는 어렵겠어


난 널 알지만,

넌 날 모르지


내가 널 쓰고 싶어할 뿐이야

뭔가 괜찮은 거 없을까

가끔 모습을 보여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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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기대어

밤하늘을 가르는 밤새


밤새는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네


밤새 친구는

저 멀리 보이는 별이라네


별이 보내는 응원,

밤새는 잘 듣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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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워

사냥하는

밤새


밤새는

낮보다 밤에

세상을 더 잘 보네


나뭇잎밑 들쥐는

벌벌 떨었지


바스락, 탁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작은 움직임도

밤새는 날카롭게 보았어


아, 불쌍한 들쥐

밤새는 이제 한 마리 잡았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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