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서로 마음을 주고받지

그런 사이가 언제까지나

이어지지는 않아


한쪽은 달라지지 않아도

한쪽이 달라지면

그 사이는 멀어져


아무리 한쪽이 애를 써도

처음으로 돌아가지 못해


본래 마음이란 그런 거지

더 마음이 가는 곳으로 흘러가


흘러가는 건

되돌리지도

막지도

못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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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한 적 있는데, 이젠 그런 생각 안 한다. 지금은 누구나 마음 편하게 글을 써도 된다.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이 보는 건 아니지만. 많지 않아도 아주 없지 않아서 다행인가.


 작가는 아니어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있다. 세상에는 작가가 아니어도 글 잘 쓰는 사람은 많다. 거기에서 잘 쓰는 사람은 작가가 되기도 하던가. 지금은 누구나 쉽게 책을 내는 시대기도 하다. 잘 알려진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지 않아도 자기 이름으로 나온 책이 있으면 기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없어도 된다.


 글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쓴 건 하나도 없다. 일기와 편지를 썼다. 그다음에는 책을 읽고 감상을 썼다. 내가 쓰는 건 서평이 아닌 감상문이다. 그런 거 아주 안 쓸 때도 있었으니 쓰게 된 게 어딘가 싶다. 이건 인터넷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책 읽고 쓰기 전과 쓴 다음에 다른 글을 썼지만 많이 쓰지는 못했다. 가끔 뭔가 떠오르면 썼다. ‘백일 글쓰기’를 해 보라는 책을 보고 나도 해 볼까 하고 백일 동안 썼다. 백일 동안 글을 쓰면 글쓰는 버릇이 든다. 백일이 지나고는 뭔가 써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썼다. 거의 시 비슷한 걸 쓰고 그건 지금도 쓴다.


 이것저것 글을 자꾸 쓰다보면 쓸 게 생각난다고도 하는데 왜 난 늘 없을까. 어쩐지 슬프구나.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시 같지 않은 거라도 쓰니 낫다고 여겨야 할지. 다른 형식으로 쓰려고 해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내가 쓴 게 늘 괜찮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 괜찮은 것도 쓰겠지. 잘 못 써도 써야지 어쩌겠나. 좋은 생각이 샘솟지 않아도 써야겠다.


 가끔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걸 쓰다니. 이런 거 안 쓰고 그냥 쓰면 될 텐데. 그러게 말이다. 이런 건 정말 쓸 게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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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05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작가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시인이시잖아요.
책 내도 될 정도로요.
글쓰기 힘들고 무엇을 쓸 지 떠오르지 않은 건 누구한테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희선 2024-03-06 23:24   좋아요 0 | URL
페넬로페 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는 안 된다 해도 늘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네요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조금 낫겠지요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걸 알게 되는 일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쓸 때는 정리가 되죠 시간이 가면 좀 잊어버리지만... 늘 생각하는 게 사람한테 좋을 거예요


희선
 
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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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면 앞으로는 정리를 해야겠어 하는데, 그런 생각은 잠깐만 해. 정리할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못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내 물건을 정리할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도 민폐 끼치지 않아야지. 그러려면 평소에 정리해야 할 텐데. 게으른 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기도 해. 버려도 괜찮은 것도 있을 텐데. 정리보다 버리기를 잘 해야겠지. 내 물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오래 쌓여서 늘어난 것 같아. 쌓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뤄. 이거 안 좋은 거지. 사람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많은 것보다 적은 게 나을 것 같아. 아니 그건 저마다 다른 거기는 해.


 부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부모님 물건을 정리해야겠지. 가키야 미우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제목 그대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는 이야기야. 한국에서 나온 제목은 이렇지만, 일본에서 나온 제목은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민폐예요(귀찮아요)’야. 본래 제목이 더 솔직하지. 한국과 일본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해.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이 시어머니 더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한국소설에 나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많이 못 본 것 같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어려울 것 같아. 잘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


 모토코는 오십대 중반으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어머니가 살던 집을 정리해야 했어. 업체에 맡기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자신이 하려고 했어. 시어머니 집엔 물건이 아주 많았어. 처음에 모토코는 그걸 언제 다 정리하나 해. 그거 보면서 나도 걱정했군. 집에 이런저런 물건이 많은 걸 보고, 모토코는 위암으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생각해. 친정어머니는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위암이 발견되고 한해 반 동안 자기 둘레를 정리했대. 그런 걸 생각하고 동생 아내인 미키는 좋은 시어머니를 두었다고 생각했어. 정말 미키는 모토코 어머니를 좋은 시어머니다 생각했을까 했어. 딸과 며느리가 생각하는 건 다르기도 할 거야. 모토코가 시어머니 집을 정리하면서 자꾸 친정어머니가 더 나았다 할 때 좀 안 좋았어. 산 사람을 견주는 것도 안 좋은데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그러다니.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모토코가 시어머니한테 불평하지는 않아. 다행이지.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둘레 사람한테 마음 쓴 걸 알게 되기도 해. 바로 옆집 사람이나 자치회 사람한테도. 모토코는 남편과 같이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기도 했어. 어느 날은 자치회 사람이 와서 도와줘서 순식간에 정리했어. 모두 시어머니한테 신세를 졌다고 말했어.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쓸 만한 건 가져가라고 해. 처음에는 모토코 혼자 어떻게 정리하나 했는데, 남편과 시어머니를 알았던 사람이 도와줘서 시어머니 집 정리를 다 끝냈어. 처음엔 집에 여기저기 물건이 많고 어지러운 모습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엔 이사한 것처럼 텅 빈 집이 떠올랐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견주는 건 안 좋은 것 같아. 그저 다른 사람이다 생각해야지. 사람이 다 같지는 않잖아. 사람은 다 좋은 점 안 좋은 점이 있겠지. 모토코는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친정어머니를 잘 몰랐다는 생각도 해. 친정어머니는 자신한테 엄격한 사람으로 남도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어. 그런 사람하고 사는 거 좀 힘들겠어. 자기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고 남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어. 늘 남을 귀찮게 하는 건 안 좋지만,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기대도 괜찮을 텐데. 사람은 다 완벽하지 않고 모자란 점이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이 남긴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을 조금 알기도 하겠어. 모토코도 지금까지 몰랐던 시어머니를 알게 되고 시어머니가 살았을 때 잘할걸 해.


 책을 보는 내내 난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버려야지 했어. 모토코 남편도 어머니 집을 정리하고는 자기 방을 잘 치우게 됐대. 모토코 남편은 처음에는 여러 가지 버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기 방이 좁아져서 물건 그대로 두기 어려웠겠지. 나도 내 방 넓었으면 좋겠는데. 넓은 방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군. 처음에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는데, 앞으로 정리하려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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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04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도 고부 간에 사이가 별로인가 봅니다. 우리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니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확실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네요. 유품을 정리하는 건 돌아가신 분을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것 같아요. 무척 사랑했다면 너무 힘들지만 또 추억을 떠올리며 울면서 정리할 테고, 사이가 데면데면 별로였다면 귀찮겠죠. 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요.

희선 2024-03-05 00:55   좋아요 1 | URL
예전에 본 소설에서는 누워서 지내는 시어머니를 거의 며느리가 돌봤어요 다른 사람은 거의 안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는 아무것도 안 준다고 했어요 뭔가 작은 거 준다고 했던가 없어도 되는 거였던가 누워서 도움 받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소설이지만 실제 그런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일본도 가부장제 심하죠 한국보다 심해 보이기도 하네요 집안 일도 다 여성이 하고 시어머니 유품 정리도 며느리가 더 많이 하잖아요 아들은 거기 가서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나중에는 버리기로 해요 사람이 살았을 때는 물건이 소중한데, 죽으면 다른 사람한테는 쓰레기가 되다니... 그건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평소에 정리 잘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잘 못합니다

사이 좋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걸 정리하는 사람은 참 힘들겠습니다 세상엔 그런 사이만 있는 게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2024-03-0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5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0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서도 정리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일본과 우리는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았어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3-10 00: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었어요 거기에서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 보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네요 물건이 많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군요 아주 오래된 것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때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니... 여전히 정리를 못하는군요

새로운 주는 좀 따듯할 것 같네요 서니데이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강

나도 흘러가고 싶다


바람에 밀려 흘러가는 구름

바람아 나도 밀어줘


강에선 물고기가 헤엄치고

하늘에선 새가 나네


가끔 새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지


새가 물고기를 잡는다고

물고기를 불쌍하다 여기지 마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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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충격에

산산조각 나 버린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있을까


일천개 조각으로 나뉜 그림처럼

시간을 들여 잘 맞추고

붙이면 될 거야


마음은 약해서

잘 부서져도

다시 붙이면 단단해질 거야





*이렇게 썼지만, 마음은 부서지고 자꾸 부서진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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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03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천개 조각으로 나뉘어진 마음을 다 붙이긴 힘들 것 같아요.
그저 붙이다가 떨어진 것은 그냥 두고 또 다른 맘을 가지고 다시 걸어가고~~
그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24-03-04 01:24   좋아요 1 | URL
부서지면 다 붙이기 어렵겠습니다 안 붙으면 어쩔 수 없고 붙는 것과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네요 다른 마음이 좀 더 단단하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을 것 같기도... 더 오래 살아야 그렇게 될지...


희선

새파랑 2024-03-03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부서진건 다시 붙일수 없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부서지게 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희선 2024-03-04 01:25   좋아요 1 | URL
부서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부서지기 전처럼 똑같이 못 붙여도 조금은 붙일 수 있을 거예요 새살이 돋는 것처럼 마음도 새로운 마음이 돋을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