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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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책으로는 세번째로 만납니다. 김금희는 제가 안 것보다 일찍 소설가가 됐는데 저는 ‘2016년 제6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으로 알았습니다. 그때는 우수상이고 다음 제7회에는 대상을 받고 그 뒤에 바로 단편소설집이 나와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는 것과 소설을 읽는 건 다릅니다. 두번째 만난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그런대로 만났는데, 첫번째로 만난 소설집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만났습니다. 책 두권 만났으니 이제는 좀 괜찮을까 했지요. 한사람 소설을 여러 권 본다고 잘 아는 건 아니군요. 이번에도 힘들었습니다. 왜 저는 김금희 소설이 힘들까요, 뭐가 저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김금희는 말을 잘할까요. 갑자기 이런 말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 나왔을 때 들었군요. 이번 책 나왔을 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방송 겨우 두번 듣고 그 사람이 말을 잘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그래도 저보다는 잘하겠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라디오 방송에 나오기도 했으니.

 

 여기 실린 소설을 보다보니 김금희가 말을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과 말하는 게 같지는 않겠지만. 요즘은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하니. 이런 말을 하다니. 제목과 소설 어떤 상관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한편 한편 봤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더군요. 제목이 꼭 이야기를 다 나타내지 않기도 하겠지요. 저도 제목과 글이 따로 놀 때 있습니다. 저랑 소설 쓰는 사람은 다르지만. 첫번째 소설 <체스의 모든 것>은 현대문학상 받기도 했군요. 영지와 노아 선배 그리고 국화. 영지 이름은 몇번 안 나왔지만, 거의 영지가 노아 선배와 국화를 바라보는 거예요. 여기에서 체스는 뭘까요. 노아 선배와 국화 두 사람이 체스를 하고 영지는 보기만 해요. 그때 자신은 두 사람과 떨어진 듯 느껴요. 영지는 노아 선배를 조금 좋아하고 노아 선배는 국화를 좋아하는 건가. 겨우 그 정도만 느꼈습니다. 좋아한다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두번째 소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네요. 카페 사장이 카페에서 일하는 은수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된 ‘나’는 가끔 사장한테 은수 이야기를 해요. ‘나’가 은수 이야기를 하면 사장은 ‘나’한테 다음날 늦게 나와도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다른 사람한테 말하다 보면 자신도 관심 갖기도 하겠지요. ‘나’도 사장한테 은수 이야기를 하다 은수한테 마음이 조금 기울었을지도. 그렇다고 어떻게 할 마음은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는 이야기가 이어졌군요. 이렇게 읽어도 될지. 아닐지도 모를 텐데.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이 소설집 제목이기도 하네요. 1인 출판사를 하다가 접은 ‘나’는 스웨덴에서 왔다는 낸내라는 사람이 자기 출판사에서 낸 책을 바꿔달라는 전자편지를 받고 만나요. 낸내는 정말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이 아니었던 걸까요. 저는 그런 거짓말 못할 것 같아서. 낸내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어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어서. ‘나’는 출판사가 잘 안 돼서 그만두고 아내도 교수가 되려 했는데 안 됐어요. 아내 기는 ‘나’가 자기 아버지한테 빌린 돈을 닭갈비로 계산했어요. 아버지가 닭갈비를 팔아서. 이런 모습 보니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한국 소설이니 이런 생각할 수 있겠지요. 지금 한국 사람은 거의 힘들게 살겠습니다.

 

 소설 쓰는 사람은 자기 얘기뿐 아니라 소설로 쓸 만한 걸 늘 생각하겠지요. <레이디>에는 중학교 3학년 아이 정아와 유나가 나오는데, 지금 중학교 3학년이 아니고 김금희가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인 듯해요. 정아는 유나와 친하게 지내고 바닷가로 놀러갔을 때는 더 가까워지려 했는데, 정아가 어른들한테 유나는 노래를 잘한다고 말해서 두 사람 사이는 멀어져요. 그전에 정아는 공부 잘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큰일은 아닌 걸로 멀어졌네요. 정아와 유나는 바로 옆집에 살았는데 그 여름이 지나고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어요. 그럴 수도 있군요. <문상>은 ‘2018년 제8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먼저 만났습니다. 송은 희극배우 아버지 장례식에 가서 자기 할머니 장례식을 떠올렸어요. 할머니를 누구 집에서 맡을지 아버지 형제가 얘기한 날 할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송 아버지와 살기로 했던가. 희극배우 아버지는 형들이 치매 판정을 받고 나라에서 보조금을 받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지 않지만 조금 슬프네요. 자식이 부모를 짐처럼 여기다니. 이런 거 보면 전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희극배우는 송이 사귄 양 이야기도 했군요. 양은 농담으로 다른 나라에 이민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그대로 믿다니. 그래도 송이 한해 만에 양과 전화하고는 마음이 조금 나아진 듯 했어요.

 

 다음 소설 <새 보러 간다>는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야 만났네요. 출판사 편집자 김수정과 블로그에 미술 이야기를 쓰는 윤. 실제 윤 같은 사람 있을 것 같아요. 블로그에 글을 쓰다 책 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잘된 사람이지만 윤은 소설에 나와선지 몰라도 그렇게 잘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알게 되는 사람은 잘된 사람뿐이겠습니다. 책을 내려다 못 낸 사람은 아예 모르겠지요. <모리와 무라>는 잠깐 나오는 개 이름이에요(모리森는 숲이고 무라村는 마을). ‘나’는 온천 여관에서 숙부가 잠꼬대 하는 걸 듣고 어딘가로 머리를 조아린 모습을 보았어요. 숙부는 호텔에서 일해서 단정했던 것 같아요. 숙부는 오래전에 일하던 잡화점에서 사촌이 시계를 훔쳤을 때 시계 훔친 일을 적은 팻말을 목에 걸고 사흘 동안 일하게 했어요. 그 사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 일은 숙부가 죄책감을 갖게 했겠습니다. 그래도 숙부는 오래 살았대요. 무언가를 참아내고. 많은 사람이 그러겠습니다.

 

 마지막 소설 <쇼퍼, 미스터리, 픽션>도 어쩌면 어떻게든 사는 이야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겪는 힘든 일이나 싫은 일 부끄러운 일을 견디고 자신으로. <체스의 모든 것>에서도 그랬던 듯해요. 국화는 부끄러움을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게 어둡지 않으면서도 그늘진 소설이네요. 그런 게 저를 힘들게 했을까요. 그래도 살아갑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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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25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책이 있긴하죠.
남들은 좋다는데 나는 좀 모르겠는...
그럴 땐 전 나와 인연이 없으려니 합니다.
그래도 희선님은 작품 하나 하나에 대한 리뷰를 꼼꼼히 했네요.
대단합니다. 그런데 그런 책도 몇년 뒤에 읽으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오기도 해요. 그래서 책은 생명력이 있다고 하는가 봅니다.
이 책도 몇년 뒤 희선님께 새로운 의미로 다가 올지도 몰라요.
아니면 말구.ㅋㅋ

희선 2020-07-26 01:00   좋아요 1 | URL
책을 보고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보면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보면서 이건 대체 어떻게 쓰지 할 때가 많아요 거기에서 가장 어려운 게 김금희 소설 같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은 잘 보는 듯한데, 저는 잘 못 보는군요 저는 그런 일 많아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른 게 보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기는 하더군요 어떤 건 처음 볼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따라가기 바쁜데 다시 보니 다른 것도 생각하더군요 쓰는 거 생각하기보다 먼저 잘 보려고 해야 할 텐데...


희선
 

 

 

 

 지난번에 친구한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내 말에 그럴 수도 있다 했다. 그 말 아주 고마웠다. 난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다. 그래도 가끔 생각해 본다. 난 어디에 가고 싶을까 하고.

 

 꿈속.

 

 어떤 꿈속이든 가고 싶지는 않다. 꿈속은 벌써 간 건가. 내가 꿈을 꾸는 것이니. 하지만 꿈은 쉽게 사라진다. 꿈속에서는 이건 꿈이구나 할 때도 있고 깨고 나면 꿈은 희미해진다. 깨어서 꿈속에 갈 수는 없을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친구는 뭐라 할까. 꿈속에서 친구를 만나도 좋겠다. 친구도 그 꿈을 꾸고 기억한다면 더 좋겠다. 친구와 난 자주 만나지 않는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친구구나.

 

 지금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친구와 만나기로 한 곳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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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열 지음 / 동그람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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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사람과 살아서 좋을까. 아주 옛날에 개는 사람과 살지 않았겠지. 개뿐 아니라 고양이 그밖에 많은 동물도. 고기를 얻으려고 기른 동물도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사람과 친구가 아닐까 싶어. 개는 다른 동물을 지키거나 모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군. 그런 일을 하는 개여도 친구처럼 지냈을 것 같아. 개는 사람 말을 잘 알아듣고 사람이 마음을 주면 언제까지나 바뀌지 않지. 개와 살아 본 적은 없지만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개와 고양이에서 무엇이 더 좋다 말하기 어려울 듯해. 개와 사는 사람은 개가 좋다 하고 고양이와 사는 사람은 고양이가 좋다 하겠지. 개든 고양이든 마음 붙이면 다 괜찮을 거야.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선지 많은 사람이 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을 그림이나 글로 쓰더군.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도 많겠어. 만화에 나오거나 다른 사람이 기르는 개는 다 얌전하고 좋게 보여. 그건 좋은 모습만 보여줘설까. 개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해도 집안 물건 어지럽힐 듯해. 고양이는 어디에나 발톱을 갈지도 모르고, 개는 뭐든 물어뜯겠군. 개는 가르치면 조금은 알아듣던가. 걷다가 개가 엄청 짖으면 묶여 있어도 무서워. 작은 개든 큰 개든 다. 큰 개가 더 무섭기는 하군. 라디오 방송 중간에 나오는 말 들은 적 있는데, 길에서 개를 만나도 빤히 보지 말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라고 했어. 요즘은 그런 말도 나온다니 재미있군.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개를 기른다는 거겠지.

 

 다른 나라에는 개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가 있던데 한국에도 있을까. 소설에서 보기는 했는데. 내가 못 봤을 뿐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언젠가 인터넷 기사를 보니 개와 산책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대. 개와 산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걷는 게 중요한 거겠지. 일석이조일 듯해. 개가 걷게 하거나 뛰게 하면 사람도 덤으로 운동하는 거지. 개를 기르는 사람은 길에서 만나면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듯해. 여기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 서로의 개 나이를 물었어. 풋코는 나이 들어보이지 않지만 벌써 열다섯살이야. 개 나이로 열다섯살은 아주 많은 거겠지. 풋코가 건강해 보이지만 귀가 안 좋고 눈도 좀 안 좋은가 봐. 그래도 거의 건강하다고 하더군. 풋코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정우열이 풋코와 함께 살 날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 정우열은 풋코와 소리와 함께 살았는데 소리는 먼저 세상을 떠났어. 두 마리에서 한마리가 먼저 떠나다니 마음 아팠겠어. 풋코는 소리가 떠났을 때 어땠을지. 늘 함께 있던 소리가 보이지 않아서 이상했을 거야.

 

 개나 고양이가 함께 가도 괜찮은 카페도 있고, 동물은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더군.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은 동물이 가도 괜찮은 곳을 더 좋아하겠지. 개나 고양이가 없어도 그런 곳에 가면 아무렇지 않게 여겨야겠어. 이제야 말하는데 정우열은 제주도에 살아. 정우열은 개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개를 좋아하지만 함께 살기 어려워 다른 데 보낸 사람도 만나. 개 때문에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군. 풋코가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기는 어렵겠지. 풋코는 예전에 음악소리(오르골)를 들으면 노래했어. 이제는 그런 모습 보기 어려운 듯해. 사람은 누군가와 지낸 날을 생각하기도 하는데, 정우열은 풋코와 함께 한 날을 떠올렸어. 앞으로도 나중에 기억할 일 많이 일어났으면 해. 정우열한테는 풋코와 지내는 하루하루가 무척 소중할 듯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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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22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브이를 통해 개를 보는 걸 좋아해요. 너무 귀엽거든요.
오늘은 티브이로 개털을 자르는 미용사를 보게 됐어요. 어떻게 개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놀라워요. 가위질 소리가 막 나는데도...
가위질이 숙달된 미용사도 놀랍고요. 개의 눈을 찌를 것 같이 눈 가까이에 있는 털도 잘 자르더라고요. 개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희선 2020-07-23 01:52   좋아요 1 | URL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는 개도 얌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미용실에 자주 가다보면 그게 익숙해지겠네요 개를 좋아하지 않으면 개 미용사는 되지 못하겠습니다 개가 사람한테 주는 게 참 많겠지요 그런 걸 아는 사람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자기 개가 아니라 해도 방송으로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 듯합니다 동물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어떤 목숨이든 소중하게 여겨야죠


희선
 

 

 

 

나뭇잎은 바람을 타고 날아갔지

나무에서 멀리멀리

 

바람이 조금 힘을 빼자

나뭇잎은 천천히 내려와

물 위로 내려 앉았어

 

한동안 물 위를 둥둥 떠다니다

나뭇잎은 물속으로 가라앉았어

 

물속에 가라앉은 나뭇잎은

어떻게 됐느냐고

미생물에 분해되고

물속에 녹아들었어

언젠가 그 물은

나무한테 갈 날도 있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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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3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떤, 작가
조영주 지음 / KO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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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기 전에 제목을 정했어. 남은 30쪽 남짓을 봐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어. 끝까지 다 본 지금은 처음 생각과 바뀌지 않았어. 그것보다 다른 제목 생각하기 귀찮아. 내가 그렇지 뭐. 난 이래서 안 되는 거군. 뭔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예전에 한번 말한 적 있는데, 난 책을 보게 되면서 잠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어. 이젠 전문가는 아니어도 그냥 글 쓰고 살고 싶어. 전문가로 글 쓰는 것과 그냥 쓰는 건 다르겠지. 난 책을 보면 써야 한다는 강박증이 여전히 있는데, 작가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한 부담감을 느낄 것 같아. 난 그게 싫은 거군. 잘 쓸 자신도 없고.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 많아.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글 쓰고 실제 작가가 되기도 했겠지. 예전에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게 되려고 열심히 쓰지도 못했어. 쓸 게 없어서. 지금도 쓸 건 없군. 가장 중요한 건 글이지만, 다른 것 때문에도 못했어. 열심히 썼다 해도 안 됐을 텐데 다른 핑계를 대다니. 지금도 난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앞으로도 이렇게 살다 죽겠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무척 애써서 바뀐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어려울 것 같아. 아니 바뀌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좁은 세상에 머물 거야. 사는 건 그렇다 해도 생각은 자유롭게 넓게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듯해. 마음이 괜찮았다가도 안 좋아지기도 하니. 이 말도 여러 번 했군.

 

 지난해에도 같은 작가 책 보고 쓸데없고 재미없는 내 이야기만 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군. 책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이 읽고 싶게 해야 하는데. 《어떤, 작가》는 ‘어떤’으로 나오는 책에서 하나야. 이 책을 내게 된 이야기도 여기 실렸어. 이건 일인출판사에서 나왔어. 난 일인출판사에서는 자기 책만 낼까 했는데 그건 아니더군. 자기 책도 내고 다른 사람 책도 내는 듯해. 이런 일 처음이 아닐 텐데 내가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몰랐겠지. 혼자 하는 출판사라 해도 책을 내야 돈을 벌잖아. 이런 말을 하다니. 요즘은 이런 곳 많군. 동네 작은 책방과 마찬가지로. 조영주와 공출판사 대표 공가희는 우연히 책방에서 여러 번 만나고 이렇게 책도 내게 됐어. 이런 인연도 있는 거지. 이 책이 나와서 난 ‘어떤’으로 나오는 책이 있다는 거 알았어.

 

 사람을 만나는 거 난 무척 힘들어. 조영주는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해도 나보다는 나아 보여. 어쩌면 바리스타 일을 해설지도 모르겠어. 조영주는 한번 만나고 싶다 생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게 다음으로 이어지기도 했어. 우연히 만난 플로리스트는 얼마 뒤 제주도로 가고 책방을 내. 조영주는 제주도에 가서 그곳에 가기도 하고 한해가 됐을 때는 그 책방에서 태어난 날을 축하받기도 했어. 자신이 좋게 본 소설 이야기를 쓴 글에는 그 소설가 아내가 댓글을 쓰기도 했어. 또 어떤 인연이 있더라. 책을 내고 북토크를 했군. 카페 홈즈에서는 잠시 일하고 카페 홈즈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을 배경으로 소설도 썼어. 난 카페 같은 데는 안 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그냥 그렇다고. 책도 집에서 보고 이런 글도 집에서 공책에 볼펜으로 써.

 

 내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야. 예전에는 논이 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보여. 논에 아파트나 높은 건물을 지었어. 내가 이런 걸 아는 건 한 곳에 오래 살아서군. 어쩌다 위층에서 소리가 들린 적 있지만 그런 소리가 오래 들리지는 않았어. 이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야. 층간소음은 아주 괴롭잖아. 그래도 한동안 바깥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내가 우울하기도 했어. 조영주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여러 번 했어. 경기도 남양주로 옮기고도 그런 일이 일어났더군. 그런 때 책이 있는 곳에서 책등을 보다 글을 썼더니 위층에서 들리던 소리가 마음 쓰이지 않았대.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슨 소리가 들리면 다른 데 집중하기 어려워. 요새 가끔 새벽에 바깥에서 음악소리 들릴 때 있어. 차에서 틀어둔 것 같은데, 그런 늦은 시간에 음악을 크게 틀다니. 늦은 시간이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사람은 조금만 조심했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살아. 가끔 난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을 해. 지금도 다르지 않군. 내 세상은 좁아. 경험이나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책을 보고 조금이라도 넓혀야겠어. 자기 세상이 좁으면 또 어때. 이렇게 돌아오고 말다니. 난 늘 그런 것 같아. 좀 나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된다 해도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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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8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9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