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끌고 다녀
무게는 나가지 않는데
자꾸만 늘어져
날 따라다니는 게 싫은 걸까
어느 날엔 그림자가 날 따라오지 않았어
난 그림자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지
그림자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내게 다가왔어
난 아무 말 않고 다시 걸었어
그림자가 가끔 멈춰서기도 하지만
날 아주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희선
한사람만 생각하는
바뀌지 않는 마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멋진 사람이 보여도
눈을 돌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
바라기 어려운 마음이어도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네
내 마음도 바뀌는데
미안해
주룩주룩주룩
쏴아아아아
빗소리는 어떻게 나타내야 할까
투두둑 투두둑
이제 떨어지는 비
더 쏟아지기 전에 피해야지
번쩍, 우르르 쾅쾅
빛이 먼저일까
소리가 먼저일까
천둥 번개라 하지
번개가 먼저겠어
여전히 비가 와
깊은 밤엔
깊은 잠에 빠지고
깊고 깊은 꿈을 꿔요
깊고 깊은 꿈은
다른 삶이 되고
길고 긴 시간이 흘러요
날이 밝아오면
영혼은 조금씩 꿈속에서 빠져 나와요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아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요
꿈속 자신은
어디선가 사는
다른 자신일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얼굴을 몰라도
얼굴이 달라도
꿈속에선 누군지 잘 알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꿈에 나오기도 해
꿈은 그런 거긴 해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내 꿈에 놀러온 걸까
모두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