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에 목숨 있는 건 언젠가는 죽는다. 그게 이치고 우주 법칙이겠지. 지구도 그렇고 끝없을 것 같은 우주도 끝이 있고 영원하지 않다. 사람이 사는 시간보다 더 길게 남을 뿐이다.
지구도 사람 하나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우주를 생각하면 사람은 티끌이구나. 티끌 하나가 세상, 우주에서 사라진다고 무슨 영향이 있을까. 덧없구나. 덧없다 해도 사람 삶은 가볍지 않다. 내가 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평소에 죽음을 생각하느냐고 하면, 아니다. 책에서 죽음을 보면 생각한다. 그것도 내 죽음이 아닌 다른 사람 죽음일지도. 가까운 사람이 죽고 자신만 남으면 아주아주 마음이 아프겠지. 그런 생각은 드는데 내 죽음은 뜻밖에 담담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죽는 걸 생각하면 무서웠던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난 혼자 살다 죽겠지. 내가 죽으면 누가 바로 알면 좋을 텐데.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 뒤처리를 해줘야 한다니.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있었던 흔적도 저절로 사라지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은 없구나. 사는 동안 정리를 잘 해야 할 텐데 싶다. 마음은 해야지 하면서 안 한다. 언제 죽어도 괜찮게 늘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어쩐지 그러면 죽음이 더 빨리 다가올 것 같지 않나. 내가 정리를 잘 못하는 건 그래선가. 그럴지도.
어딘가 아픈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픈 데 없다. 아주아주 건강하다. 이러면서 어딘가 조금 아프면 안 좋은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기도. 아픈 데 없는 사람이 갑자기 죽기도 하지 않던가. 그게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프지 않다가 어느 날 떠나기. 무척 아파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얼마나 살면 이 정도면 됐다 생각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오래 살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도 막상 죽음이 찾아오면 더 살고 싶다 할지도. 난 어딘가 아프거나 사고로 죽기보다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곧 죽음이 다가오겠구나 하는 걸 느낄 것 같기도 하다. 나이를 더 먹으면. 그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죽을지도. 갑자기 죽어도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큰 바람일지도.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괜찮지만, 그것보다 먼저 정리를 해야겠다. 이 말 여러 번 했구나. 창피하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