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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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을 누군가한테 다 말하는 사람 있겠지. 난 아니다. 말하고 싶지 않다. 말할 것이 없기도 하구나. 그것보다 내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해설지도. 내가 나를 이해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보다. 어쩌다가 난 이렇게 됐을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살다 보니 이렇게 흘러 온 거겠지. 난 부모, 엄마가 아이를 미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도 자식을 미워하는 부모는 없다고 말하던데, 그건 자신이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었을까. 마지막 이야기 <유급휴가>에 나오는 미리 마음을 다는 아니어도 알 것 같다. 가까운 친구인 현주는 그러지 못했지만.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아닐 때도 있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것도 소설에서 봤구나.


 짧은 소설이 담긴 《애쓰지 않아도》(최은영)에는 이야기가 열네편 담겼다. 친구 이야기가 많아 보이는 느낌이다. <애쓰지 않아도>에서 ‘나’는 엄마가 사이비 공동체에 간 걸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 유나한테만 말했는데, 유나는 그걸 다른 아이한테 말했다. 유나는 왜 그랬을까. ‘나’가 생각한 것처럼 언제나 ‘나’보다 유나가 먼저 다가왔을지. 사람 사이는 참 어렵다. <데비 챙>은 다른 나라에서 만난 친구 이야기구나. 최은영 소설엔 이런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는구나. 이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건 남희가 장만옥을 처음 영화에서 보고 좋아하게 됐다는 말이다. 그걸 보면서 이건 최은영이 경험한 걸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난 그런 일이 한번도 없어서. 누군가를 보고 바로 좋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할까. 작가는 그런 감정도 잘 느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만나고 친구가 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여러 편인 것 같구나. 친구로 보였는데 서로 좋아한 사이도 있는 것 같다. 서로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멀어진 <꿈결>. 다른 나라에서 만난 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못한 <숲의 꿈>. 사람 사이가 멀어지거나 끊기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과 <한남동 옥상 수영장>은 편안해 보이는 사이다. <저녁 산책>에서 해주는 딸인 유리가 자신과 다르게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았으면 했는데, 세상이 그걸 막는 느낌이 든다. 왜 신부는 남자밖에 못 되지. 짧은 이야기도 여러 편이다. <우리가 그네를 타고 나눴던 말>은 이곳이 아닌 평행우주를 말하는구나. 사는 게 좀 더 나은 곳, 죽지 않은 곳. <운동>은 선생님과 중국사람 학생.


 옛날엔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살았는데 하는구나. 이웃과, <호시절>에서 한별은 부모와는 다르게 어린시절이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려웠다. 그 마음 알 것 같기도 하구나. 전라도 사람이어서 멀리 하기도 하다니. 한별은 어른이 되고 영국 사람과 결혼하고 그곳에서 살았는데 은근히 인종차별을 받았다. 한별은 그때서야 어린시절 전라도 사람이어서 이웃들이 멀리하던 사람을 떠올렸다. <손편지>에서는 그땐 왜 몰랐을까 하는 마음이 보이는구나. 관심을 갖고 알려고 해도 몰랐을 것 같다. 상대가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테니. <임보 일기>에선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고양이가 나온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기는 하다. <안녕, 꾸꾸>는 병아리를 기르다 자라서 농장에 보내고는 닭고기를 먹지 않게 된 사람 이야기다. ‘나’가 닭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걸 부모는 놀렸다. 그게 놀릴 일인가.


 여기 담긴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사람이라는 게 슬펐다. 모두 이해받지 못해도 있는 그대로 봐주기는 하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


 일어나서 살아갈 하루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지도 몰랐다.  (<꿈결>에서, 58쪽)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그 모든 사실을 알려준 건 현주였다. 현주와 함께 있을 때면 미리는 안전함을 느꼈다. 현주는 미리에게 미리의 존재 이외의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  (<무급휴가)에서, 220쪽~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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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19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내용도 궁금하지만
제목인 <애쓰지 않아도>가 일단 좋네요.
희선 님 뿐만 아니라 누구나 나를 드러내는 일이 힘들어요.
최은영 작가의 문장을 좋아해서 이 책도 읽어 보겠습니다^^

희선 2024-01-21 03:28   좋아요 1 | URL
애쓰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애써야 하는 것이 있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렇게 해야 한다 생각하는 건지도...

자기 이야기 남한테 쉽게 하기 어렵겠지요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말해도 괜찮은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할지도...


희선

새파랑 2024-01-20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너무 좋았어서 책상 책꽂이에 꺼내놨습니다. 다시 읽으려고 ^^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기도 쉽지 않지만 말할 상대가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거 같아요~~~!!

희선 2024-01-21 03:19   좋아요 1 | URL
정말 그러네요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자기 일을 말하겠습니다 그런 사람 있는 사람 부럽네요 어떤 때는 모르는 사람한테 말할지도... 다시 읽으시려는군요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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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바라보면 눈뿐 아니라 마음에 좋은 게 식물이겠다. 풀과 나무. 요즘은 여러 가지를 그저 바라본다고 해서 불멍 물멍이라 하는데, 풀이나 숲을 봐도 괜찮겠다. 풀멍, 숲멍. 하늘을 보는 하늘멍, 구름멍은. 내가 잘 하는 건 없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기는 하던가. 그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다. 뭐든 할 마음이 들어야 할 텐데. 이 책 《나의 초록 목록》을 보는 데 시간 많이 걸렸다. 책을 보는 시간은 같아도 조금씩 여러 날에 걸쳐서 본 거구나. 초록(草錄)은 풀을 기록한 거고 목록(木錄)은 나무를 기록한 거다. 풀과 나무의 기록이다.


 허태임은 식물분류학자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에서 한국에서 사라져 가는 식물을 지키려고 연구한단다.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건 아니고 식물이나 나무를 찾아다닌다. 그런 일도 있구나 했다. 식물을 분류하고 어떤 게 있고 그걸 지키려는 사람이 있어야 지구를 생각하겠다. 그런 사람은 나라마다 있겠다. 김초엽 소설 《지구 끝 온실》이 생각나는구나. 식물이 나오는 소설이나 책 많을 텐데. 여기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풀이나 나무가 더 많이 나올지도. 이 책을 봤다 해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겠다. 요즘 반려식물이라고 해서 식물을 기르는 사람도 많구나. 난 식물을 잘 기르지 못해서 그저 길에서만 만난다. 그게 편하지 않나.


 한국에도 많은 풀과 나무가 있을 텐데, 개발로 기후변화가 생기고 사라지려는 게 많은 것 같다. 개발은 기후변화로 이어졌구나. 지금도 내가 모르는 지구 여기저기에서는 자연을 죽이는 일이 일어나겠다. 사람은 사람을 죽이고 동물이나 식물도 죽인다. 식물이나 동물이 있어야 사람도 살 텐데. 그런 걸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는 사람 것이 아닐 텐데, 땅주인은 사람이기도 하구나. 본래는 그런 게 없었을 텐데, 누가 그런 개념을 만들고 땅을 갈라 가진 건지. 산 주인도 있지 않나. 그런 걸 팔고 그곳은 개발되는. 거기 살던 동물이나 식물은 살 곳을 잃고 사람은 돈을 가지는구나. 사람은 개발이라는 걸로 사람도 쫓아낸다. 이건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구에 주인이라는 게 있을까. 있다 해도 사람은 아닐 텐데 말이다. 무엇이든 지구에 잠시 왔다가 간다. 그 잠깐 동안 사람은 욕심을 많이 내는구나. 식물에도 동물에도 그리고 지구에 묻힌 자원에도. 그런 건 영원하지 않을 텐데. 오래전 사람은 자연에서 나는 건 끝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게 다시 나타나려면 훨씬 어렵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보다 아주 사라지는 게 더 많겠다. 한국에서도 사라진 풀이나 사라지려는 나무 많다. 식물만은 아니구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도 마찬가지구나. 기후변화는 어느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한테 영향을 미친다. 그걸 생각해야 할 텐데.


 풀과 나무 이야기를 보고 지구를 생각했구나. 이제 제주는 더운 곳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아열대로 바뀌려나. 동물이 북쪽으로 옮겨가듯 식물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구나. 새였던가. 추운 곳에 사는 건 아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어디나 다르지 않을 거다. 걱정스럽다. 생물은 여러 가지여야 한다고 하지 않나. 많은 생물을 죽이는 개발 한 하면 안 될까.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산사태나 물난리가 일어나는 것도 개발 때문이겠다. 자연재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 때문에 일어난 재해가 더 많을 거다. 지구를 더 생각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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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5 0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찜해 둔 도서인데, 리뷰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4-01-16 02:08   좋아요 0 | URL
여기 나온 풀과 나무는 하나도 못 썼다는 생각이... 이 책을 쓴 사람이 개발로 사라지는 풀 나무 같은 걸 써서 그랬나 봅니다


희선
 
피너츠 엽서 - Peanuts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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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거 하만 남았더라고. 다시 나올까, 다시 나오면 좋겠네. 다른 것도 함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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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시인선 158
신용목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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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시간에 온다》는 2021년 8월에 나왔어. 난 9월에 시집을 샀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어. 시집이 나왔을 때 신용목 시인이 라디오 방송에 나왔어. 라디오 방송에 나왔다는 건 기억해도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 그게 2021년이었어.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군. 그동안 이 시집 안 보고 뭐 했나 모르겠어. 예전에 봤다 해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없어. 그동안 여러 시집을 봤다면 시를 좀 더 잘 봤을지. 나도 잘 모르겠군. 신용목 시인 시집은 이번이 두번째야. 시집은 여섯권 나왔는데 난 두권만 봤어. 처음에 본 시집도 어려웠어. 그런데 또 보다니. 그냥.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나무를 떠나온 새, 저 잎들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눈사람.

 그는 구름의 종족이지만,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언제나 몸부터 태어난다.

 드디어, 머리를 굴리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깨어 있었는데,


 봄이 왔다.

 어느 해 바른 식당에서 냉이를 집으려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나는 보고 있었는데, 눈 녹은 비탈 무지갯빛 아지랑이 웃을 때 광대뼈 아래 팬

 네 보조개.


 정오의 태양, 불길을 흉내내며 일렁이는 여름 바다에서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쳐다 보면,


 내 어깨를 짚고 내가 서 있었다. 막 깨어난 내가 나를 깨웠던 나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잘 가, 하고 말했다.


 아주 짧고 슬픈 인사였다.


 -<나를 깨우고 갔다>, 46쪽~47쪽




 잘 모르지만 시 <나를 깨우고 갔다>를 옮겨 써 보았어. 여기 담긴 시에는 눈사람이 가끔 나오고 비도 여러 번 본 것 같아. 2021년 8월엔 날씨가 어땠더라. 다 생각나지는 않아. 여름에 조금 덥다가 가을장마가 빨리 찾아왔던 것 같아. 시집이 8월에 나왔는데 비 이야기도 보여. 신용목 시인은 비가 올 때 시를 생각하고 썼을까. 눈사람은 왜 여러 번 쓴 건지. 시를 봐도 잘 모르겠어. 책이라는 말도 몇 번 봤군. 그리고 구름도. 여러 번 나온 말 적어둘걸 그랬어.




 초인종을 누르고 상자를 남기고 그는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라진다


 상자에는 내가 읽기도 전에 사라지는 메모가

 적혀 있다,


 어둠은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또 어둠이 담겨 가겠지요 상자를 열면 순식간에 신발장 뒤나 싱크대 밑으로 숨어버릴 겁니다

 어느 날 수돗물 속에서 그들의 눈동자가 그림자처럼 스치더라도 부디 젖지 마시길……


 창문 너머로 비가 떨어져 죽고 있다


 물이 되고 있다


 상자를 들이며 나는 상자가 어둠의 외투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집 나온 어둠이 상자를 껴입고

 젖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여기라고,

 생각하면


 나는 불을 켜지 못하고


 내가 비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영영 믿지 못할 것이다 색깔도 형체도 없는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본 것은 빗소리이거나

 비라는 말,


 아아 오오 입을 벌리고

 더 깊은 몸속으로 사라지는 어둠을 끄집어내려고 말을 하고 말을 하고……


 갑자기 침묵이 흐를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밟고 선 내 그림자의 비명이거나

 비명의 파란 눈,

 우리의 이야기처럼 길게 쏟아지는 수돗물을 멍하니 쳐다보는 밤과 초인종 소리는 얇게 펴낸 것처럼 아침이 지나간다


 한번 개봉한 상자는 다시 닫지 마십시오


 문을 열고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상자를 내려놓은 그가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유령 상자>, 64쪽~65쪽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길어. 좀 짧은 것도 있기는 한데. <유령 상자>도 짧지 않지. 어둠이 들어가서 유령 상자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시지만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해. 여기 담긴 시는 거의 그렇군. 그러고 보니 ‘찌개’라는 말도 몇 번 나와. 그건 찌개를 끓이다 썼을지. 음식 하는 시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군. 신용목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들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일상에서 보고 느낀 걸 다르게 썼을지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군.


 시가 다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용목 시집을 봐서 다행이야.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이제야 해낸 느낌이야.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많군. 조금씩 해야 할 텐데. 다른 시집도 만나야 해. 잘 못 보고 제대로 쓰지 못해도 앞으로도 시 볼까 해. 시를 보는 데 정답은 없잖아. 시인이 하는 말 다 알아듣지 못해도 괜찮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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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샵
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지음, 정회성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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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지. 여자 혼자 사업을 하려면 더 힘들어.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이 책 《북샵》 배경인 1959년 작은 바닷가 마을 하드버러에서는 더했을 것 같아. 작은 바닷가 마을이니 거기 사는 사람은 뭔가 문화생활을 할 게 있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그건 책방(서점)은 아니었어. 그런 때 남편이 죽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플로렌스 그린은 하드버러에서 책방을 하려고 했어. 지은 지 500년이나 된 굴 창고가 딸린 올드하우스에서. 올드하우스는 처음에도 이 이름이었을까. 오래 가기를 바라고 지은 이름인지.


 올드하우스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어. 마을 사람은 거기에 책방이 들어서길 바라지 않고 센터, 뚜렷하게 말해서 예술 센터로 삼으려고 했어. 이건 하드버러에서 힘이 있는 사람 가맛 부인이 한 말이야. 올드하우스를 그냥 뒀을 때는 언제고 플로렌스가 올드하우스를 사고 책방을 하려고 하니 그런 말을 하다니. 마을 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가맛 부인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건지. 가맛 부인 말이라면 마을 사람이 다 따를지도 모르겠어. 하드버러는 작은 마을이고 어떤 일이든 다 알기도 하는 곳이야. 그런 곳 별로일 듯해. 한국에는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곳이 있다고 하지. 모두 잘 알면 좋을까. 난 별로야.


 플로렌스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올드하우스를 사. 거기에는 유령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가끔 소리가 났어. 폴터가이스트 현상이야. 사람들은 그걸 래퍼라 했어.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건 건물이 오래돼서인 것 같은데. 1959년엔 유령을 믿는 사람 많았겠지. 영국은 코난 도일이 나고 산 곳이기도 하지. 코난 도일은 심령술에 빠지기도 했다잖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올드하우스를 잘 알아봤다면 건물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플로렌스도 그걸 래퍼로 생각했군. 여러 사람이 별로 반기지 않은 책방이었지만 플로렌스는 꿋꿋하게 책방을 열어. 책방 이름은 ‘올드하우스 서점’이야. 그 집 이름을 그대로 썼군. 지금이라면 좀 더 다른 이름으로 지었을까.


 책방 일은 할 게 많지. 플로렌스를 도와 책방에서 일하는 아이가 있었어. 열살인 크리스틴 기핑이야. 기핑 집에는 아이가 여럿이어서 그렇게 됐어. 옛날에는 어린이가 일을 하기도 했지. 1959년 한국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군. 그때 한국은 전쟁이 끝나고 여섯해가 지났을 때군. 크리스틴은 어렸지만 일을 잘 했어. 플로렌스가 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좋게 여긴 사람도 있었어. 명문가 후손 브런디시였어. 브런디시는 자기 집인 홀트하우스에서 잘 나오지 않았지만. 플로렌스가 책방에 나보코프 소설 《롤리타》를 두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을 들어주기도 해. 그건 편지를 써서 말했어. 작은 마을이니 사람이 적을 텐데 플로렌스는 그 책을 250부나 사. 그렇게 많이 사다니. 책이 좀 팔리기는 했을까. 조금은 팔렸기를.


 이 책 《북샵》은 아주 현실을 말하는 이야기야.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그게 없군. 아니 꼭 그렇지는 않나. 플로렌스는 가맛 부인한테 지고 말아. 올드하우스 땅 보상금이라도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못 받고 가게도 책도 다 잃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했거든. 브런디시는 플로렌스를 도우려 했는데, 가맛 부인은 브런디시가 다른 말을 했다고 해. 플로렌스는 브런디시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하드버러를 떠나. 플로렌스가 하드버러를 떠나도 살아 있으니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지. 그러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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