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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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에서 방송으로 한 걸 책으로 냈다고 한다.

 책 제목은 방송 제목과 같은 《밤을 걷는 밤》이다.

 그 방송은 연출 없이,

 조명도 대본도 없는 방송이었다고 한다.

 방송은 빈 틈 없이 잘 짜고 조명도 멋져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런 방송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널널하고 느슨한 방송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지금은 많으려나.

 ‘~멍’이라는 걸로. 난 그런 거 본 적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 나온 게 그런 ‘~멍’은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밤에 도시를 걷는다.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에도 뜻밖에 걷기에 좋은 곳 많겠지.

 서울에 산다고 서울을 잘 알지는 못할 거다.

 이건 어느 곳에 살든 마찬가지겠다.

 나도 내가 사는 곳 잘 모른다.

 가는 곳이 같으니, 걷는 곳도 거의 같은 곳이다.

 같은 곳에 간다 해도 다른 길로 가면,

 기분이 조금 다르기도 할 텐데.

 

 

 밤의 거리는 묘하다.

 청각과 후각을 예민하게 깨우는 대신

 시각은 절반쯤 잠재우는 시간.  (57쪽)

 

 

 난 밤에는 잘 걷지 않는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낮에도 별로 걷지 않는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도 차는 타지 않고 어디든 걸어다닌다.

 낮풍경과 밤풍경은 다르다.

 어느 때가 더 좋다 말하기는 어렵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괜찮다.

 꽃냄새는 낮보다 밤에 진하다.

 밤엔 낮보다 습기가 많아서겠지.

 

 유희열이 걷는 서울 거리는 잘 모른다.

 동네 이름 정도는 들어보기는 했지만.

 유희열 자신도 처음 가고,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한다.

 유희열이 모르는 곳에도 가지만,

 잘 아는 곳에도 간다.

 잘 아는 곳이어도 낮과는 다르게 보였겠다.

 

 집에서 밤에 깨어 있기는 좋아하지만,

 어스름이 깔린 때 바깥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랬구나.

 밤이 오면 불을 밝히는 곳이 많지만,

 난 아직 집에 가지 못해 그 불빛을 볼 거 아닌가.

 아주 먼 곳에 갔다가 시간이 늦어서 집에 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구나.

 밤산책은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일 뿐인데,

 멀리에 갔다 집에 오지 못하는 걸 생각하다니.

 

 앞에서 말했듯 난 밤에 밖에 나가는 건 싫어하지만,

 이 책을 보고 유희열이 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밤에 걷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밤 거리를 걷기보다

 그저 밤을 만나러 나간다면.

 유희열도 그런 게 좋았을 거다.

 

 

 상처가 흉터로 아물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가리고 덮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좋은 시간은 좋은 시간대로,

 나쁜 시간은 나쁜 시간대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을 수 있다.  (273쪽)

 

 

 서울에서 옛모습이 남은 곳은 얼마 되지 않겠지.

 그런 곳이 다 예전과 달라지면 아쉬울 거다.

 시간이 흐르면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가도 자료는 남는다.

 그것 또한 기억과 다르지 않다.

 기억보다 역사라 해야겠다.

 

 밤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 밤에 걸으면 풍경을 바라볼지 생각에 빠질지.

 유희열은 바로 앞을 보고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 도시 불빛.

 도시는 밤에도 잠 들지 않는다.

 불빛이 밝은 도시에선 밤에 걸어도 무섭지 않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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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3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산책은 밤에 하는게 좋더라구요. 낮에 산책하면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적당한 어둠이 필요합니다 ^^

희선 2021-06-24 01:37   좋아요 2 | URL
밤에 걸으면 낮과는 다른 느낌이 들겠지요 적당히 어두울 때는 다른 사람도 별로 마음 쓰지 않고 걷겠네요 어두울 때 잘 보이는 건, 별, 달... 요새 별은 잘 안 보이군요 그래도 잘 보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해요


희선
 
미이라 사육법 4
우츠기 카케루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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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 고양이 그밖에 동물하고 다른 생물과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한테나 그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동물을 잡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상상의 동물 같은 이 애들은 서로 정보를 나누고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 사람을 알고 도움을 바랐다. 어렸을 때 타즈키는 소라와 함께 있어서 그런 동물이 타즈키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타즈키는 그런 동물을 보고 도와주려 했는데, 그런 상상의 동물을 잡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타즈키는 혹시 미이가 그런 사람한테 잡혔다가 달아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수집가나 모험가라 하고 수집가는 세계에 있는가 보다. 미이는 이집트에 살았는데 일본에 왔다. 미이가 일본에 오게 된 건 소라 아빠가 집으로 보내서지만. 소라는 미이를 아주 좋아한다.

 

 친구가 친구를 많이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타즈키는 소라 마음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어릴 때부터 타즈키는 소라가 혼자 지내는 걸 알고 자신이 소라네 집에 오거나 소라를 자기 집에 오라고 했다. 어쩐지 타즈키는 소라가 수집가를 모르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럴까. 세상에는 안 좋은 것도 있는데, 그런 것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먼저 그걸 안다면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잘 피할 텐데. 언제나 타즈키가 소라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타즈키는 늘 소라와 가까이 있겠지만, 내가 좀 잘못 본 건가. 모르겠다. 이 책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어두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타즈키가 수집가를 만난 일이 아주 안 좋았던 걸지도. 타즈키 자신이 안 좋은 일을 겪어서 소라는 그런 일 겪지 않기를 바라는 건가 보다. 타즈키는 좋은 친구구나.

 

 두 사람 소라와 타즈키는 상상의 동물인 미이나 코니와 함께 지냈는데, 지난번에 둘과 같은 반 아이 모테기네 집에도 드래곤이 나타났다. 드래곤이지만 아주 크지 않다. 학교에서 모테기가 소라한테 말한 것 같기도 한데, 타즈키는 모테기와 별로 말하지 않았던가 보다. 이번에 드래곤 때문에 친해진다. 모테기는 학교에서 다른 친구한테 드래곤인 이사오(이름 지어줬다)를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타즈키가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라 해서. 소라네 집에 모이자 타즈키가 모테기한테 이사오 이야기는 자신하고 소라한테 하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하면 괜찮다고. 다른 사람은 모르는 걸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좋구나. 미이 코니 이사오 셋도 꽤 친하게 지낸다.

 

 모테기는 이사오한테 글자를 가르쳤다. 그랬더니 이사오가 모테기한테 편지를 썼다. 미이 코니 이사오는 글자도 배울 수 있구나. 사람 말은 알아들어도 말은 못하는데. 말은 더 자란 다음에 할 수 있을까. 소라나 타즈키는 미이와 코니한테 글자 가르칠 생각은 못했는데. 이사오가 미이와 코니한테 글자를 알려주니, 저마다 소라와 타즈키한테 편지를 썼다. 코니는 ‘어떻게 생각해’라 썼다. 기르는 동물은 함께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하는데 미이와 코니는 소라와 타즈키를 닮은 것 같다. 소라는 자기 생각을 잘 나타낸다. 타즈키는 그런 소라를 보고 부끄러운 말을 잘도 한다고 생각했다.

 

 소라는 어딘가 다친 참새를 돌봤다. 그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보다. 어릴 때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다 죽었다. 그때마다 소라는 자신이 참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죽었다고 여기고 무척 슬퍼했다. 타즈키는 소라가 마음 아픈 모습 보고 싶지 않아서, 소라한테 다친 참새를 봐도 모르는 척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어릴 때는 소라가 돌본 참새가 죽었지만, 이번에는 죽지 않았다. 언젠가 코니가 갖다준 약초 달인 게 참새한테 잘 들었다. 참새는 다 나아도 소라네 집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참새가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참새가 떠나는 모습은 소라뿐 아니라 타즈키도 봤다. 타즈키는 마음속으로 다행이다 생각했겠다. 소라가 슬퍼하지 않아서.

 

 이집트에서 소포가 왔다. 소라는 그 안에 든 게 위험할 수도 있다 여겼다. 소라는 다른 사람은 피하게 하고 혼자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 든 건 이집트 모래였다. 미이는 고향 모래를 보고 무척 기뻐했다. 소라는 그 모습을 보고 미이한테 언젠가 이집트에 가자고 한다. 소라와 미이는 이집트에 갈 수 있을까. 이집트에 간다 해도 수집가 만나지 않아야 할 텐데. 수집가는 상상의 동물을 잡아서 뭘 하는 걸까. 그런 이야기 나중에 나올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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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여행
신현아 지음 / 오후의소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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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아홉번째 여행》(신현아)은 제대로 보기 전부터 알았어. 책을 보기 전에 대충 넘겨 봤거든. 글은 얼마 없더라구. 그래도 한번 보고 싶었어. 난 함께 살지 않는 고양이 이야기지만. 며칠전에 길에서 길고양이를 만났어. 여러 마리가 따듯한 볕을 쬐고 앉아 있더라구. 돌아오는 길에 보니 여러 마리에서 겨우 하나만 남았더군. 다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처음에 고양이 보고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내가 가까이 가면 달아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어. 길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면 난 반갑지만, 길고양이는 별로 반갑지 않은가 봐. 좀 아쉽군. 그러니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밖에. 책 속 고양이는 날 봐도 달아나지 않아. 아니 고양이는 아예 나한테 마음 쓰지 않겠어.

 

 흔히 고양이 목숨은 아홉개 있다 하지. 그러면 고양이는 여덟번 죽다 살아나고 아홉번째에는 정말 세상을 떠나는 걸까. ‘아홉번째 여행’은 마지막이라는 뜻이군. 그런 거 생각하니 좀 슬프네. 요새 괜히 슬퍼지기도 했는데. 딱히 고양이를 생각하고 그런 건 아니야. 그런 거 고양이한테 좀 미안하군. 예전에는 길에서 개를 보면 그 개를 불쌍하게 여기기도 했는데(큰 개는 아니고 줄에 묶인 작은 강아지였어), 고양이는 그런 마음 들지 않았어. 그거 참 이상하군. 길고양이를 보고 그 애가 사는 게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길을 다니다 길고양이를 생각하고 둔 고양이 집을 보고 겨울에는 저 안에 들어가면 낫겠다고 생각했어.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길고양이를 생각하고 쉴 곳이나 먹을 걸 놓아 두는 사람도 있어. 다행한 일이야.

 

 여러 고양이는 어딘가로 가. 그렇게 많은 고양이가 한꺼번에 떠나다니. 실제 그런 일 없다고 할 수 없겠지. 한마리만 있었다면 쓸쓸해 보였을 것 같아. 혼자 다니는 고양이가 없지는 않겠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친구와 함께 갈지도. 고양이가 이 세상에 있을 때는 쓸쓸해도 떠날 때는 덜 쓸쓸했으면 해. 이건 내가 사람이어서 하는 생각일지도. 고양이는 혼자여도 그리 쓸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혼자면서 함께가 아닐까. 사람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거야. 고양이를 보면서도 나 자신을 생각하는군. 재미있는 일이야. 고양이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고양이한테도 별로 마음 쓰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고양이도 새끼나 형제 친구를 생각하겠지.

 

 많은 고양이가 떠나고 ‘나는 그곳에 없어’ 하는 말이 나와. 조금 뒤에 ‘나는 어디에나 있어’ 해. 처음에 거기 봤을 때는 고양이 한마리쯤 봤던가. 두번째에는 여기저기 있는 고양이를 봤어. 그걸 보고 아까는 대체 뭘 본 거지 했어. 혹시 처음에는 고양이가 여기저기 숨어 있었을지도. 두번째에는 고양이가 마음 놓고 나온 거지. 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건지도. 여기저기에서 불쑥 나타나는 고양이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 처음에 내가 그림을 대충 봐서 다른 고양이를 못 본 거겠지. 실제 고양이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을 거야. 가끔 따스한 볕을 쬐려고 모습을 나타내는 거겠지. 고양이가 따스한 볕이라도 마음껏 쬐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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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문학과지성 시인선 543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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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잘 생각날 때도 있지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꿈을 꾸다가 잠깐 깨고는 괜찮은 꿈이었어 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면 그 꿈이 생각나지 않기도 해요. 자면서 꿈 잊어버리지 않아야지 하면 정말 잊어버리지 않기도 해요. 꿈은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건지, 생각이 만들어내는 건지. 둘 다일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안 좋은 꿈 꿨어요. 그건 제가 걱정하는 일이었어요. 걱정이 똑같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안 좋은 꿈은 잊고 좋은 꿈만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나 반대가 되는군요. 기억도 다르지 않네요. 전 꿈꾸는 거 좋아해요. 꿈이 생각나면 잠을 깊이 못 잔 거겠지만. 꿈을 이어서 꾼다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그런 일 딱 한번 있었어요. 한동안 학교 다니고 시험 보는 꿈을 꿨는데 이제 그런 꿈 안 꾸는군요. 차라리 그게 나은데. 그 꿈에서 저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문제 못 푼다 해도.

 

 

 

 네가 나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곳들이 궁금해.

 너는 어디에 있는 나를 기억할까.

 너의 상상력은 나를 어디까지,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나를 상상하는 너를 상상하면 나는 네 둘레를 하염없이 맴돌 수 있을까. 너를 상상하는 나를 상상하면 너는 내 꿈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을까.

 너는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한참을.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렸지.

 미안합니다, 너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몹시 부끄러워했어.

 내가 사람 모양을 하고 있구나, 그때 난 생각했지.

 너는 왜 부끄러울까.

 

 그때 너는 다른 시간 속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때 나는 너의 등 뒤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내가 비 모양을 하고 있구나, 그런데 내 모습이 그렇게 변한 걸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 머리 위로 검은 우산이 둥실둥실 떠다니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거의 젖지 않았어.

 그리고 너는 그날 우산도 없이 빗속에서 나를 찾으러 어딜 그렇게 그렇게 쏘다녔을까.

 

 -<의식의 흐름을 따르며>, 20쪽~21쪽

 

 

 

 이 시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걸까요. 꿈속에서 만난 건지. 어쩐지 시가 꿈 같네요. 김행숙 시인 시집은 처음입니다. 이번이 여섯번째 시집인 듯한데. 지금까지 이름도 몰랐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름 아는 작가 있기도 하잖아요. 언젠가 황인찬 시인이 라디오 방송에서 김행숙 시인 시를 읽어줬어요. 이름을 그때 안 건 아니지만, 그걸 들으니 새로 나온 김행숙 시인 시집 한번 보고 싶더군요. 그 시가 담긴 시집을 봐야 했을지도. 한달에 시집 한권 보기는 잘 못합니다. 보려고 사둔 시집은 여러 권인데. 꿈은 알기 어려워요. 자기 꿈이든 남의 꿈이든.

 

 

 

 잘 아는 길이었지만……

 우리가 아는 그 사람처럼

 알다가도 모를 웃음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어요.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눈을 감지 못하는 마음이었어요.

 나는 전달책 K입니다.

 소문자 k입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왜 가는지는 모릅니다.

 오늘따라 나는 울적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이럴 때 나는 내가 불편합니다.

 

 만약 내가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라면

 누군가가 나를 주워 주머니에 숨길 때 그 마음을

 누군가가…… 누군가를 쏘아보며 나를 집어 던질 때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알면 뭐가 달라지나요?

 

 평소에도 나는 나쁜 상상을 즐겨했습니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진짜 같은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의 모든 상상이 비껴가는 곳에서

 나는 나를 재촉했습니다.

 한 명의 내가 채찍을 들고

 한 명의 내가 등을 구부리고

 

 잘 아는 길이었는데

 눈을 감고도 훤히 보이는 길이었는데……

 안개가 걷히자

 거기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두 눈을 활짝 얼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68쪽~69쪽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네요. 길을 잃었다는 말이 나오다니. 이 시 다기 보기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스트레이(stray)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 말 들어본 말인데 무슨 뜻이더라 했습니다. 바로 떠올렸느냐 하면 그러지 못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말하는 걸 듣고서야, ‘맞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스트레이 쉽이 생각났습니다. 이건 어디에 나오는 말일까요. 소세키 소설 《산시로》지요. 하루키도 쓴 적 있던가 했는데 그건 모르겠네요(《양을 쫓는 모험》이 그거던가). 이 시 마지막에서는 시체가 기다렸네요. 나였는데 우리가 되다니. 그건 나와 나일까요. 시체도 자기 자신이 아닐지. 제 마음대로 생각했군요. 아직도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밤에만 꿈을 꿀까요. 잠은 밤에만 자지 않는군요. 낮에 자면 더 이런저런 꿈을 꿀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다 리쿠는 꿈은 바깥에서 온다고 했는데. 전 아침, 낮도 좋지만 밤을 더 좋아해요. 그때 깨어있는 게 좋아요. 다른 사람은 잠들고 조용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이 오기 전에 자야 할 텐데. 잠을 잘 때만 꿈꾸지 않아요. 깨었을 때도 꿈꿔요.

 

 김행숙 시인은 카프카를 좋아하는가 봐요. 카프카나 그레고르 잠자 이야기를 시로 쓰기도 했습니다. 잠자는 성이지만, ‘잠 자’ 하는 말로 봐도 괜찮지 않을지. 이런 말장난을. 카프카가 쓴 소설은 꿈 같지 않나요.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꿈 같군요. 이야기를 쓰는 것뿐 아니라 읽는 것도 꿈으로 들어가는 거네요. 이런 생각하니 멋집니다. 여기 담긴 시는 꿈 같습니다. 현실을 나타내는 말도 있을지 모를 텐데 제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시를 만나는 건 괜찮아도 시를 말하기는 어렵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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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7 0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꿈꾸면 기억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하나도 안나더라구요 ㅜㅜ 이 시들 좋네요~! 하루키의 소설은 <댄스댄스댄스> 아닐까 싶네요. 6구?의 백골이 나오는데 ㅋ

희선 2021-06-18 00:44   좋아요 1 | URL
예전에 꿈을 적었던 적도 있는데, 그때 쓴 거 보니 이런 꿈을 꿨나 하기도 했어요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오래됐지만 기억하는 꿈은 편지를 받고 읽지 못한 거예요 깨고 나니 아쉽더군요 꿈은 덧없기도 해요 사는 것도 그렇다고 하지만... 하루키 소설 《댄스댄스댄스》는 못 봤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못 본 거 더 있군요


희선
 
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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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셰어하우스 플라주》(혼다 데쓰야)를 보면서 무슨 말을 쓸까 먼저 생각했어요. 요새 책을 천천히 봐서 전보다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책을 다 본 다음에 생각해도 괜찮은데, 왜 먼저 어떻게 쓰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더라구요. 집중도 못한 느낌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저랑 다르니 모르는 거군요. 저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알기 어려운 면이나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겠지요. 저는 죄를 짓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마음 잘 모릅니다. 제가 그런 처지가 아니니까요. 아니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네요. 엄청난 잘못은 아닐지라도 작은 잘못은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네요. 겸손해야 할 텐데.

 

 플라주라는 곳은 아래층은 카페 겸 술집이고 위층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 세 들어 사는 곳으로, 여기는 문이 없어요. 세상은 죄 지은 사람한테 엄한 잣대를 댑니다. 죄를 짓고 형을 살고 나와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세상은 그걸 제대로 보지 않지요. 저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번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멀리 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예 모르고 시작하면 괜찮을지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겪어보고 나중에 알게 되면, 예전과 다른 사람이다 여길지도. 그건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사람은 예전 일을 알게 되면 아주 달라지기도 하지요. 죄를 지었던 사람이 다시 죄를 짓는 건 그럴 때가 아닐까 싶어요.

 

 죄를 짓기 전에 한번 생각하면 참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요시무라 다카오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딱 한번 각성제를 하고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카오가 살던 곳에 불이 나고 지낼 곳이 없어져요. 그때 다카오는 이 플라주에 들어가요. 거기에는 다카오까지 여섯 사람이 살았어요. 모두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다카오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됐어요. 어느 날엔가는 예전에 일하던 곳 사람을 만나요. 그 사람은 다카오 때문에 회사에도 피해가 있었다고 말하고 다카오한테 예전에 했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해요. 차갑게 들리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으려다가 참는 건 자신이 죄를 지었을 때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한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카오는 자신 때문에 회사나 회사 사람이 안 좋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분명 한사람 목숨을 빼앗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설령 죄를 지었다 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그 사람이 제대로 갱생했는지 어떤지, 재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그건 또 다른 문제일 터다. 일단 벌을 받은 사람한테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 그 정도는 사회가 보장해 주어도 좋지 않은가. (346쪽~347쪽)

 

 

 앞에 옮긴 말은 셰어하우스 플라주를 만든 준코가 한 생각이에요. 준코 아버지는 잘못해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요. 준코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다른 죄도 무겁기는 하지만 잘못해서 사람을 죽게 하면 그것도 무거운 죄지요. 벌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끝은 아니다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심판할 수 없는 거겠지요. 죄를 뉘우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죄인이다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준코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전과자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했어요. 세상에 플라주 같은 곳이 많다면 좋을 텐데 싶네요.

 

 죄는 한번 지으면 씻기 어려워요. 죄를 지은 사람은 그걸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뿐 아니라 많은 사람 마음도 바뀌어야 하지만. 한번 진 십자가는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제 생각 엄격한 건지도. 그래도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죄를 뉘우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믿어야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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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범죄 경력자의 셰어하우스라니 특이한 내용이네요. 제가 읽고 있는 책이랑 왠지 느낌이 비슷한거 같아 흥미롭네요~!!

희선 2021-06-17 00:00   좋아요 1 | URL
범죄를 지은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방 구하기도 어렵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방을 빌려줘도 나중에 죄를 지었다는 걸 알면 거의 쫓겨나잖아요 여기에는 문이 없는 게 별납니다 어쩌면 다시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1-06-15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혼다 데쓰야 한동안 레이코 형사 시리즈물 독파 했었는데
언젠가 부터 안찾아 읽게 되었네요.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사회, 세상은 죄인을 어떻게 처벌 한후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야 할지 이책 쉽게 읽기 힘든 책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21-06-17 00:05   좋아요 2 | URL
히메카와 레이코, 예전에 일본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 봤어요 그 드라마에 나온 사람이 바로 다케우치 유코였네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생각나서... scott 님 글 보고 알았던 것 같습니다 몇해 전에 다시 그 드라마 만들었더군요 저는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몇 권밖에 못 봤습니다

죄를 지었다 해도 형을 마치면 살아야 할 텐데, 사회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네요 이런 건 앞으로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