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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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 책을 처음 보고 열해 넘은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이어오다니. 미야베 미유키가 쓴 에도 시대 이야기는 다 봤다(2023년 8월에 나온 건 아직 못 봤다). 현대 이야기도 몇 권 빼고 다 봤다. 모두 몇 권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나온 책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는 여전히 소설을 쓴다. 이 책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기타기타 사건부’ 두번째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가 예순이 되고 이 이야기 첫번째를 썼다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루키도 일흔이 넘었으니. 미야베 미유키는 예순이 넘었다. 지금 예순은 옛날과 다르기는 하지만, 숫자가 그리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베 미유키가 건강하게 소설 쓰기를 바란다. 이건 마지막에 말해야 했는데.


 기타기타 사건부는 기타이치와 기타지 이름에서 따 온 거다. 기타이치는 오캇피키 센키치 대장이 어릴 때 거둔 아이로 센키치 대장이 죽고 문고상을 이어서 하게 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문고상은 다른 사람이 하고 기타이치는 독립했다. 문고는 책이 아니고 종이로 만든 상자로 책이나 종이를 담아두는 거다. 기타이치를 도와주는 사람은 많다.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와 마쓰바 하녀 오미쓰. 마쓰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기타이치가 파는 문고 상자에 붙일 그림을 그려주는 무사 쓰바키야마 에이카와 여러 사람. 기타이치가 에이카를 만나는 모습이 나올 것 같다 했는데 이번에 만났다. 삼남이라 했는데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보다. 언젠가 나올지.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지헤에. 지헤에는 오래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 기타이치가 해결할지. 목욕탕 앞에 쓰러졌다가 목욕탕 노인을 도와 목욕탕 물을 끓이는 일을 하는 기타지. 기타지는 닌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기타지 아버지가 따랐다는 노점상 숙부는 예전에 본 《맏물 이야기》에 잠깐 나온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맞는가 보다. 그때 나온 모시치 대장 이야기도 잠깐 나오고 이번엔 마사고로 대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뭐든 외우는 짱구.


 앞에서 여러 사람 이야기를 했구나. 조금 놀란 건 짱구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거다. 유미노스케도 나이를 먹었겠구나 했다.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미노스케는 학자가 되었단다. 시간 차이가 있었다니. 이런 거 조금 재미있구나. 시간이 흐르고 센키치 대장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센키치 대장이 안 좋은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센키치 대장은 오캇피키가 없어도 되기를 바랐다. 오캇피키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더 많고 힘을 이용해서 힘 없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는 것 같다.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니겠지. 이번에 나온 일에서는 도시락 가게 세 식구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는데, 의심이 가는 사람을 잡고 고문으로 자백을 받았다. 자백을 받았으니 그 일은 해결됐다 여겼다. 그런 건 고치기 어려운 걸 거다. 제대로 알아보고 범인을 잡아야 할 텐데, 짐작으로 니가 범인이지 하다니. 옛날엔 그런 일이 많았고, 지금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캇피키 자리는 자신이 물려주고 싶은 사람한테 물려줄 수 있는가 보다. 센키치 대장은 자기 밑에 있는 사람한테 오캇피키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에 실망하고 다른 사람은 거의 떠나고 기타이치는 남아서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를 돕는다. 돕기보다 기타이치가 도움을 받던가. 기타이치는 문고를 팔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알아내기도 했다. 그런 거 보면서 탐정 같다고 생각했는데, 미야베 미유키가 쓰려는 게 바로 그런 거였다는 말을 보았다.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그림을 받은 사람은 정말 아이를 가졌는데, 어떤 사람 아이가 죽는다. 아기가 죽고 시간이 흐른 뒤 아기를 점지해 주는 그림을 봤더니 그림이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정말 그림에 아기를 점지해 주는 힘이 있고, 반대로 아기를 죽게 하는 힘이 있을까. 지금이라면 그런 말 믿지 않겠지. 에도 시대에는 믿었다.


 사람은 자신이 살려고 남을 덫에 빠뜨리기도 한다. 꼭 그런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도. 자기보다 잘 되는 사람을 보기 싫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는 딱히 범인을 잡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도 좋을 사람이 없기는 했다. <짱구 머리 속에 든 것>과 <인어의 독>은 이어지는 이야기다. 여기 실린 이야기는 다 이어졌다. 도시락 가게 세 식구한테 독을 먹여 죽였을지도 모르는 오렌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처음엔 사이코패스인가 했는데, 소시오패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오렌은 남의 것을 탐내고 부러워하고 자기 것이 되지 않으면 부수는 사람이다. 소시오패스하고도 다를까. 날 때부터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은 있을 거다. 오렌이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둘레에 오렌한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뒤에는 지금까지 나온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대 소설 정리가 나온다.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와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미야베 미유키가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로 쓰겠다고 했단다. 이런 말 보니 쓸쓸하구나. 시간이 흘러서 잊어버린 것도 있지만, 에도 시대 소설을 죽 봐서 기타기타 사건부에 조금 나오는 사람 이야기가 반가웠다. 짱구는 앞으로도 나온다고 한다.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이헤에 아내는 스물여덟해 전에 누군가한테 끌려가고 죽임 당했다. 기타이치는 그 일을 풀까. 난 기타이치가 오캇피키보다 지금처럼 탐정 같은 걸 하고 문고도 팔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고, 기타이치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구나.




희선





☆―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든 것이 온통 거짓말로 포장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해야만 할 절박한 이유가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라는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 ‘이랬으면 좋겠는데’ 하는 바람이 말로 드러난 것일 뿐이야.


 센치키 대장 말이 기타이치 뇌리를 스쳤다. 언제 들은 이야기였을까.


 ─그러므로 거짓말하는 자를 경멸해서는 안 돼.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니까 누구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꾸짖거나 화내거나 훈계하거나 오라에 묶어 끌고 갈 때라도 상대를 경멸해서는 안 된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 130쪽)



 “대장은 말이야, 처음부터 오캇피키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고 있었어.”


 ─이런 모호한 자들이 방범 공무를 담당하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


 “범죄를 저지른 켕기는 이력을 가진 자들은 뒷골목 세계에 밝기 마련인데, 그 점을 보고 부교쇼 나리가 푼돈으로 그런 자를 고용하면서 시작된 것이 오캇피키였다.”


 시작부터 백주에 떳떳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독으로 독을 잡고 뱀이 다니는 길은 뱀이 안다고 하지. 편리하니까. 어느새 요긴하게 쓰이게 되었어. 하지만 기타이치, 에도 마치가 언제까지나 이런 위태로운 체제에 의지하고 있다가는 갈수록 토대부터 썩고 머지않아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기 어려운 곳이 돼 버릴 거다.”


 센키치 대장은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


 “짓테를 믿고 푼돈을 우려내거나 술과 음식을 갈취하거나 여자를 차지하려고 하는 썩어빠진 오캇피키는, 이렇게 썩었으니까 오캇피키가 될 수 있었다고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물론 틀린 얘기도 아니니 대꾸할 말이 없지.”


 그런 체제를 토대를 바꿔 나가야 해─.  (<인어의 독>에서, 281쪽~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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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1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미야베월드 에도시대 시리즈인데, 다른 책과 디자인이 조금 다르네요.
그 시리즈는 많아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다 모으진 못했어요.
에도시대는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희선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 금방 가는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2-13 23:40   좋아요 1 | URL
이건 새로운 시리즈에서 두번째군요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다른 에도 시대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나오기도 하니... 그러고 보니 미시마야 변조괴담하고 얼간이 그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만난 일도 한번 있었네요 그때도 짱구였던 것 같기도...

설이 지나갔네요 시간이 가니 당연한 거군요 아직 이월인데 꽤 따듯해졌습니다 예전 이월은 추웠는데... 언제 이월인지...

서니데이 님 좋은 밤 시간 보내세요


희선
 
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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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경찰만의 법 같은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느 조직이나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경찰 안에서는 거기에 따라야 하더군요. 그런 걸 하지 않고 삐져 나간 형사가 나오는 소설을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본 《라이언 블루》도 그런 이야기일까 했는데, 제 생각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뭔가 이것저것 복잡해서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혹시 했는데, 그게 맞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야 하면서 봤다고 할까. 소설을 보다보면 그런 건 누구나 알 겁니다. 소설가는 소설 속에 어떤 실마리를 담기도 하니. 그게 그렇게 좋은 게 아니기도 했어요. 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한번 생각한 적 있으면서 실제 그런 말을 보고는 정말이야 했습니다. 이런 걸 처음부터 말하다니.


 시골은 폐쇄성이 있기도 하겠지요. 거기에 경찰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서 힘을 쓰는 건 그곳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죠. 지역 유지 지토세. 야쿠자도 상관이 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그곳에 사는 사람 안전을 더 생각해야 하는데, 시시오이초 파출소는 지토세 개인의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집안에서 하려는 걸 돕는. 힘이 있기에 아무도 거역하지 못하는. 지토세 집안에 찍히면 그곳에서 살기 어렵습니다. 거기에서 살던 나가하라 신스케 누나는 지토세 장남과 결혼을 시키려 했는데, 누나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 일로 나가하라 집안은 시시오이초에 살기가 좀 안 좋아졌어요. 비가 많이 온 날 누나 부부가 산사태로 죽고 조카만 남았습니다. 나가하라는 조카와 어머니를 돌보려고 경찰이 되고 시시오이초로 돌아와요. 하지만 그 나가하라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나가하라와 경찰학교에서 같은 반이었고, 이곳 시시오이초 출신인 사와노보리 요지는 아버지가 쓰러져서 아버지를 돌본다는 핑계로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요지가 정말 하려던 건 나가하라가 사라진 일을 밝히려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아버지를 아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요. 요지는 고등학생 때 야구를 잘하는 학교에 가고 고시엔에도 나갔지만, 거기에서 별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고향을 떠났어요. 떠났다기보다 고향에서 달아났지요. 그런 일은 한번 정도 있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작은 마을이니 여러 가지 안 좋은 말을 듣고 마을 유지인 지토세 집안하고도 별로 안 좋아진 듯합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마을 유지도 힘을 쓰지 못할 텐데, 사람은 늘 지배 받으면 거기에 익숙해지고 힘을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저도 누군가와 힘을 합치는 거 못했을 거예요.


 요지가 이곳에 오고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모리 집에 불이 나고 집주인인 모리가 죽습니다. 사건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야쿠자 두목인 가나이가 죽임 당해요. 요지는 두 사람과 나가하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해요. 그러다 파출소 선배인 아키미쓰 다이고가 마을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 모인 곳에 요지를 데리고 가요. 거기에서 나온 건 지역 개발입니다. 개발을 둘러싼 여러 사람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런 것도 있지요. 개발에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으로 나뉘지만, 둘 다 다르지 않게 보였어요. 반대하는 쪽은 자기들한테 이익이 오게 하려는 거였지요. 경찰은 별로 힘도 없고, 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힘든 사람을 도우려고 경찰이 된 사람도 있을 텐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큰 힘을 누르려는 힘을 가지려고 다른 걸 눈 감아도 되는지.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면 자신을 죽여라 하는 말을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거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제가 이러네요. 달걀로 바위치기는 쉽지 않죠. 달걀로 바위를 치면 달걀이 깨지고 말지만, 자꾸 치면 달걀로 물들겠네요. 이건 그런 이야기기도 하군요. 이제야 시작된. 언제 바라는 걸 이룰지. 그 시간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앞으로는 뒷길이 아닌 앞길로 가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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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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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이런저런 소설이 나오는구나. 경장편도 있고, 이번에 본 이유리 소설 《모든 것들의 세계》는 자음과모음에서 내는 트리플 시리즈로 열다섯번째다. 어느새 열다섯번째가 됐구나. 이걸 알기는 했지만, 앞에 건 하나도 안 봤다. 여기엔 소설이 세 편 담겼다. 세 편이 아주 상관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단편소설 세 편 같은 느낌도 든다. 이것보다 더 많이 담긴 것보다 세 편이 보기에 마음 편할지도.


 이유리 소설에는 귀신이 나오기도 하고 사람이 죽고 식물이 되고 동물이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환상이 나온다고 해도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니다. 첫번째 <모든 것들의 세계>는 여기 나오는 게임 이름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고양미는 귀신이다. 부모가 고양미와 천주안이라는 사람과 영혼 결혼을 시켰다.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모르는 사람끼리 영혼 결혼을 시키다니. 고양미는 귀신으로 잘 살아가는 듯했다. 천주안은 귀신이 되고 얼마 안 돼서 불안해 보였다. 고양미는 천주안을 도와주기도 한다. 고양미는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을 많이 도왔다. 귀신이 되고서도 그러다니. 귀신은 누군가 기억해줘야 이 세상에 있었다. 고양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게임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천주안은 동성 애인이. 양미는 천주안이 애인을 찾아가게 도와주고 애인이 천주안을 잊는 걸 언젠가 잘 받아들이고 떠나기를 바란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자기 마음을 다 알게 해주는 게 있다면 그걸 누군가한테 줄 수 있을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도 <마음소라>에 나온 양고미와 안도일과 같은 나이였다면 비슷했을까. 아니 난 그러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내 마음을 다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마음소라는 이차성징이 나타날 때쯤 나타난다고 한다. 신기한 거구나. 그걸 누군가한테 주는 건 자기 마음을 주는 것과 같았다. 양고미는 도일이 준 마음소라를 받는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면 주고받아야겠지. 고미는 받는 것에 익숙했고 도일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 그런 사이가 오래 가지는 않겠다. 두 사람은 일곱해 사귀고 헤어진다.


 고미와 도일은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어느 날 도일 아내가 고미한테 도일 마음소라를 돌려달라고 한다. 다른 사람한테 준 마음소라를 들을 수 있는 건 첫번째 사람뿐이다. 도일과 도일 아내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가 보다. 도일 아내는 도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고미한테 도일 마음소라를 들어봐달라고 한다. 고미는 자신이 들은 것과 다른 말을 한다.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렇게 넘겼지만, 앞으로 도일과 도일 아내가 어떻게 살지는 모른다. 다시 마음을 나누면 좋을 텐데. 도일은 고미한테 마음소라를 주고 자기 마음을 다 잊어버린 건지. 그건 아닐 텐데.


 마지막 이야기 <페어리 코인>에는 요정이 나온다. 전세 사기를 당한 ‘나’와 우진은 자신들이 당한 걸 복수하겠다면서, 친구와 요정으로 사기를 치려고 한다. 사기 당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한테. 요정은 ‘나’ 고조모가 만나고 돈을 버는 데 이용하지 마라 했는데. 뉴스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실제 전세 사기 당한 사람이 많은가 보다. 그런 거 보면 사람 믿기 어렵다. ‘나’와 우진도 그랬다. 그러다 친구가 우진을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다행이라면 전세 사기를 친 집주인 딸이 미안하다고 한 거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실제로도 그런 사람 있으면 좋겠다. ‘나’와 우진이 요정을 이용해 사기 치는 걸 그만두기를 바란다. 마음속에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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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06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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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영매탐정 조즈카》를 보면서 실제 영매가 있고 영혼을 자기 몸에 들어오게 하고 영혼이 하는 말을 듣는가 보다 했다. 이건 책 설정이 그런가 했다는 거다. 오노 후유미 소설 《고스트 헌트》처럼. 《고스트 헌트》는 말 그대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고스트 헌터나 신부, 영매, 무녀, 스님, 음양사가 함께 그 일을 해결하는 거다. 거기에서는 실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초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다. 유령을 기계로 알아 보기도 한다. 이것도 그런 소설인가 했는데, 마지막 네번째에서 바뀐다. 이건 앞으로 소설을 볼 사람이 알면 김빠지려나. 이 책 이야기는 쓰기 쉽지 않겠다. 책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게 더 나을 테니 말이다. 난 알아도 괜찮다. 책을 보다가 알아채는 것도 괜찮다. 세번째 이야기 <여고생 연쇄 교살 사건> 다음에 나온 인터루드Ⅲ을 보고 알아챘다. 이때 안 건 범인이기는 하다. 나보다 더 빨리 알아챈 사람도 있을까. 있을지도.


 소설가 고게쓰 시로는 대학동아리 후배 구라모치 유이카가 자신과 함께 영매를 만나러 가달라고 해서 함께 간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영매인 조즈카 히스이다. 히스이는 쿼터로 눈동자 색이 비취색이다. 그건 좀 부러울지도. 뭔가 멋지잖아. 구라모치는 친구와 점을 보러 갔다 온 뒤 꿈에 우는 여자가 나타나서 영매를 만나러 갔다. 고게쓰는 영매를 믿지 않았는데, 조즈카 히스이가 여러 가지를 알아맞히고 고게쓰가 소설가라는 것도 알아맞히자 히스이를 믿었다. 히스이가 구라모치 집에 한번 가 본다고 해서 고게쓰도 함께 가기로 한다. 세 사람이 만나기로 한 날 구라모치가 나오지 않았다. 고게쓰와 히스이는 구라모치 집으로 간다. 구라모치는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


 경찰이 영매 말을 믿을까. 믿지 않겠지. 히스이는 영시를 하고는 고게쓰한테 범인이 여성이라고 한다. 이때 바로 범인이 누군지는 몰랐다(난 누군지 알았지만 그건 그저 짐작이구나). 히스이가 구라모치 영혼을 부르기도 해서 고게쓰가 알아낸다. 히스이가 신비한 힘으로 알아낸 걸 고게쓰가 증거를 찾는다고 해야겠다. 두번째 <수경장 살인>이나 세번째 <여고생 연쇄 교살 사건>에서도 히스이 힘으로 고게쓰는 범인을 알게 된다. 누가 범인이라는 심증이 있다 해도 증거가 없으면 잡지 못한다. 경찰은 그런 증거를 찾기도 하는구나. 심증만으로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면 안 될 텐데, 그런 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증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구나. 여기에는 그런 건 없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진짜 그런 일이 있다면 사람을 죽이는 범죄가 사라질지. 그건 모르겠다. 영혼이 있는지 어떻게 아나.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추리소설가 고게쓰 시로와 영매 조즈카 히스이는 멋진 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걸 재미있게 봐도 괜찮다. 그것만 나왔다면 이건 좀 가벼운 소설이 됐을 것 같기도 하다. 말 그대로 라이트 노벨.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런 게 있다 해도 소설 끝까지 보기를 바란다. 나처럼 세번째 이야기 다음에 나오는 인터루드Ⅲ을 보고, 이건 뭔가 할지도. 거기에서 모른다 해도 다음 네번째 이야기를 보면 알 거다. 앞에 이야기는 뒷이야기를 하려는 복선이었다는 걸. 찾아보니 일본에서 이걸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나 보다. 영상으로 만들기에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앞에 나온 이야기가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기는 해도 실제 사건은 일어났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지. 막을 수 있는 사건이 있기는 했는데. 한사람이라도 살린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사람은 왜 사람을 죽이는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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ラスプ-チンの庭 刑事犬養?人 (角川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KADOKAWA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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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의 정원

나카야마 시치리



 




 지금 의료는 무척 좋아졌다. 그런 한편 여전히 고치기 어렵고 고치지 못하는 병도 있다. 사람은 나고 자라고 살다 나이 들고 병들고 죽는데. 병이 들지 않아도 나이를 먹으면 힘이 빠지고 목숨이 다하면 죽는다. 병에는 왜 걸리는지 모르는 것도 있고, 유전이나 환경 때문에 생기는 것도 있다. 지금 사람은 편하게 살기는 해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많은 병이 스트레스에서 오기는 할 거다. 잘 먹고 운동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별로 안 아플지도.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에 마음 안 쓸 수 없다. 모두가 명상이나 수행하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것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죽으면 다 끝이기는 한데. 살았을 때 여러 가지에 얽매이는 건지. 사람은 참 슬프다.


 이 소설 《라스푸틴의 정원》은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에서 의료와 상관 있는 사건을 맡을 때가 많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에서 여섯번째다. 하나는 단편이었는데, 나머지 다섯편에는 제목에 사람 이름이 들어간다.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이야기에는 음악가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는구나. 이누카이가 나오는 이야기에는 의료와 상관 있는 사람 이름이 나오던가 했는데 그게 그렇지도 않다. 살인마 잭, 동화에 나오는 하멜른, 죽음의 의사 잭 케보디언을 나타내는 닥터 데스, 성경에 나오는 카인 이번엔 러시아 정교회 수도사인 라스푸틴이다. 라스푸틴은 수도사지만 황태자가 걸린 혈우병을 고치고 왕궁에 들어가고 정치를 했단다. 라스푸틴은 재정 러시아가 막을 내리게 한 사람이기도 하단다. 라스푸틴이라는 이름에 푸틴이 들어가서 푸틴을 생각하기도 했구나. 좀 단순한 생각이구나.


 이누카이한테는 신부전으로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딸이 있다. 이누카이가 의료와 상관 있는 사건을 맡는 건 그것 때문일까. 난 사야카가 고등학생쯤 되려나 했는데, 중학생 나이인가 보다. 열다섯살. 학교에 다닌다면 중학교 3학년인가 보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사야카는 병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사야카와 같은 병동에 있던 아이 쇼노 유키는 집에서 요양치료 한다면서 병원에서 나갔다. 그 유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누카이와 사야카는 유키 장례식에 간다. 일본 장례식은 서양식과 비슷하기도 해서 관에 든 사람과 인사하는 시간이 있다. 이누카이와 사야카는 죽은 유키를 보고 목 밑으로 멍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누카이는 장례식장에 형사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챈다. 유키는 병으로 죽었다 했는데.


 아이 몸에 멍이 있으면 부모가 학대한 건 아닌가 의심하겠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부검의도 병으로 죽었다고 하고 멍은 심하지 않아서 다른 말은 없었다. 이누카이가 유키 부모한테 물으니 유키 몸에 생긴 멍을 처음 본다고 했다. 이누카이는 그 말을 의심하면서도 더 따지지 못했다. 얼마 뒤 공원에서 여자가 목을 매달고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여성은 시노미야 이쿠미로 췌장암 말기였다. 이쿠미 몸에도 유키와 같은 멍이 있었다. 여기까지 보고 《닥터 데스의 유산》에 나온 것과 비슷하다 느꼈다. 아픈 사람도 비슷한 느낌이다. 병원에서 치료해도 낫지 않고 돈이 많이 들고 괴롭기만 한 게. 두 집 사람은 죽는 게 아닌, 다른 치료법에 기대를 가졌다. 두 사람 공통점은 내추럴리라는 자연치료를 내세우는 단체 회원이라는 거였다. 거기에서 하는 건 나무 막대기에 약초를 스며들게 하고 그걸로 몸을 누르는 거다. 그런 걸로 정말 사람 병이 나을까.


 내추럴 대표인 오다 호스이는 어쩐지 승려 같은 모습이었다. 홈페이지에서는 오다 호스이를 신처럼 써두었다. 키가 크고 몸이 다부진 오다를 보고 이누카이와 함께 다니는 형사 다카치호 아스카는 라스푸틴을 떠올렸다. 이누카이와 다카치호는 내추럴리에서 하는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딱히 오다를 잡아갈 구실이 없었다. 있다면 경력을 속인 것과 문서 위조 정도, 그것도 작은 죄는 아니지만. 아이돌과 정치가도 내추럴리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이 내추럴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주재인 오다 호스이가 방송에 나올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일은 없었다. 오다 호스이는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내추럴리는 민간 의료기관보다 신흥종교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다 호스이를 교주로 여기는. 하지만 조금 달랐다. 오다가 죽었으니 말이다. 오다는 코카인 중독자기도 했다.


 신흥종교나 가짜 의료로 여러 사람 돈을 빼앗는 이야기 같기도 하구나. 치료한다면서 돈을 많이 받기는 했다. 내추럴리를 만든 사람은 어릴 때 아버지가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었다. ALS는 루게릭병일 거다. 이건 지금도 치료법이 없지 않나. 아버지는 병으로 죽고 어머니는 아버지 치료비를 벌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아버지가 죽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 의사나 병원이 원망스럽겠다. 그렇다고 다른 치료법을 아는 것도 아닌데. 사람 몸은 아프면 자연치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약을 먹어야 낫는 것도 있다. 병원 치료에 지친 사람은 다른 치료법에 매달리고 싶기도 할 거다. 이름이 잘 알려진 아이돌이 그걸로 병이 나았다고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겠다. 그 사람은 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늦게 나타난 게 아닌까 싶기도 하다.


 지금 의료가 아닌 다른 치료법을 찾으려는 사람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게 종교 같아지기도 하다니. 사이비 종교에는 수혈 받으면 안 된다는 것도 있다. 그런 걸 만든 사람은 자기 목숨이 위험해져도 정말 수혈 받지 않을까. 코로나19 감염된 사람이 아주 많이 늘어났을 때 신천지교회가 드러났다. 그 교회가 내가 사는 곳에도 있다는 거 알고 조금 놀랐다. 얼마 전에는 그 교회 사람이 나눠주는 광고 종이도 받았다. 예전엔 여호와의 증인인 사람이 보이기도 했는데. 교회 사람도 뭔가를 나눠준다. 그런 거 보고 교회에 가는 사람 있을까.


 난 병원에 가는 거 안 좋아한다. 병원에 간다고 다 낫는 것도 아니고. 어떤 병은 늘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병원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리지 않기를. 지금 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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