ゴ-ストハント4 死靈遊戱 (角川文庫)
小野不由美 / KADOKAWA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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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4   사령유희

오노 후유미

 

 

 

 

 

 

 천천히였지만 《고스트 헌트》 한권씩 보고 네권째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앞에 세권보다 책을 본 날수는 적다. 다른 때 며칠이나 걸린 건 하루에 책을 본 시간이 얼마 안 돼서다. 처음에는 잘 봐도 갈수록 조금씩 봤다.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사흘째에 많이 봐서 좀 나았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다니. 바로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그랬다. ‘고스트 헌트’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시작하고 두번째는 어느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번 네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앞에 나온 유아사 여자고등학교와는 다르다. 지금 생각하니 갈수록 일이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료쿠료(綠陸)고등학교다.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심령현상조사사무소 소장 나르(시부야 카즈야)는 료쿠료고등학교 교장이 의뢰한 일을 한번 거절했다.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문기사에 나오기도 해서였다. 나르는 대중매체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3학년이지만 학생회장인 야스하라 오사무가 학생들 서명을 들고 일을 의뢰하러 왔을 때는 나르가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스님 타키가와 호쇼 무녀 마츠자키 아야코 영매사 하라 마사코 그리고 엑소시스트 존 브라운도 불러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주 많아서 그랬다. 얼마전에는 어느 교실에 검은색 개가 나타나 학생을 물기도 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모두가 식중독에 걸린 것 같기도 했다. 탈의실에서는 저절로 불이 났다. 불은 12일을 주기로 일어났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지난해 가을쯤부터였다. 지금은 해가 바뀌고 일월말이다. 난 야스하라가 3학년으로 올라간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곧 졸업할 거였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회장이라니. 마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타니야마 마이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으로 나르가 마이네 학교에 갔을 때 만나고 그 인연으로 같이 일하게 됐다. 지난번에 마이한테 초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도 마이 꿈이 도움이 된다. 그렇다 해도 마이는 정말 자신한테 무슨 힘이 있나 하기도 한다. 마이 힘은 나르나 다른 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서 드러나게 됐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료쿠료고등학교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사카우치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사카우치가 남긴 종이에는 ‘나는 개가 아니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카우치가 죽고 나서 학교에서는 괴담이 퍼지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트가 되는 게 꿈이었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썼을 거다 했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터가 되고 싶었을지도.


 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다행이냐면 내가 다닌 학교는 학생한테 공부만 강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분위기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걸 잘 느끼지 못했던 걸지도. 반을 등수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은 꽤 무서워서 숨 죽이고 살았구나. 다른 반보다 학교에 일찍 가고 쉬는 날에도 학교에 가야 했다. 그렇게 해도 공부가 잘 안 됐는데. 예전에도 한번 말했는데, 점심시간에 나오는 학교 방송도 못 들었다. 앞에서는 학교 생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구나. 난 학교 다니는 거 재미없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 없으니 그냥 참고 다녔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냥 공부만 하면 괜찮았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그때 공부가 뭔지, 왜 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입시에 힘을 많이 쏟지 않나. 료쿠료고등학교는 그런 게 꽤 심했다. 엄한 학교였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따르기는 했지만, 다른 데 의지하기도 했다. 그건 ‘오리키리 사마’라고 지난번에 말한 콧쿠리(영혼을 불러서 물어보는 것)와 비슷한 거였다. 료쿠료고등학교 아이들은 숨돌리기로 오리키리를 했다. 그건 학교 전체에 퍼지고 그걸 안 한 아이가 없을 정도였다. 료쿠료고등학교에 영혼, 도깨비불이 많은 건 그 탓인 것 같았다. 그걸 해도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료쿠료고등학교는 영혼이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오래전에 유적(무덤)이었던 곳에 학교를 지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 사카우치 영혼도 학교에 남아 있었다. 마이는 꿈에서 사카우치를 보았다. 사카우치는 아주 많은 도깨비불을 보고 즐거워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아직도 료쿠료고등학교 학생회장인 야스하라는 이번에 새로 나온 사람에서 눈에 띄었다. 야스하라는 대학에 붙었나 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했다. 야스하라가 학생회장이 되고 학교를 바꾸려 애쓰기도 했는데, 사카우치는 죽었다. 이 학교에는 생활지도를 맡은 마쓰야마 선생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상한 일을 겪는 걸 믿지 않았다. 이 학교에 마쓰야마 같은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나서서 학생을 돕는 선생님도 없었다. 야스하라는 오리키리가 어떻게 퍼졌는지 알아 보았다. 그건 1학년과 미술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사카우치는 미술부였다. 오리키리는 콧쿠리와 다르게 누군가를 저주하는 거였다.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걸 했다. 학교를 원망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저주하려는 마음은 없어서 그게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른 영혼은 서로 잡아먹고 고독이라는 게 됐다. 이건 중국에서 전해져 오는 걸로 본래는 벌레끼리 싸우게 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걸로 저주하는 거다.

 

 이번 《고스트 헌트》 4권 보면서는 학교를 많이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만 강요하는. 지금은 더하던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다른 아이를 괴롭히기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못 갔겠지만, 하교에 가게 된다면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넷에서도 따돌린다는 말 들었는데. 아이들이 그러는 걸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다. 부모뿐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한테 마음을 써야 할 거 아닌가. 공부가 다는 아닌데.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하는 일에도 책임은 따르겠지. 그것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모두가 한다고 따라하기보다 그게 뭔지 알아보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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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왠지 살벌(?)하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아주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무서운 이야기도 많이 들리고 힘든것 같더라구요. 입시가 전부는 아닌데...그래도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희선 2021-07-28 01:21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학창시절 즐겁게 지내셨군요 학교가 그렇게 안 좋은 곳은 아니기는 한데, 학교폭력 같은 이야기나 입시만 생각하는 학교도 있어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니 즐겁기도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희선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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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때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적은 없습니다. 한두번쯤 사이가 어색해졌는데 제가 기억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니 제가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 잘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여자 친구끼리 하는 그런 것과는 좀 멀었어요. 비밀 얘기 같은 거 한 적 없습니다. 그런 거 왜 해야 하지 생각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 지금도 어떤 사람이 없는 데서 그 사람 이야기 하는 거 안 좋아해요. 그런 일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제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생각나기는 하는데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와 더 친해지려 했을 때 그곳을 떠나설지도. 소설 같은 데서는 아주 짧은 시간 만난 친구하고 일은 오래 기억하던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많지도 않았지만, 멀어졌다기보다 어느 날 두 친구가 저하고 말 안 한 적 있어요. 이 말은 한번 했는데 또 하는군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시간이 지나고는 다시 말했어요.

 

 이영초롱이라는 이름 참 별나에요. 한번 들으면 쉽게 잊지 않겠습니다. 이영초롱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부모가 하던 일이 망해서 제주 고모 집에 가서 살게 돼요. 동생은 큰아버지 집으로 가고. 영초롱은 육학년 때 똑똑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자신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걸 글로 쓴 걸 보니. 엄마는 그걸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딸과 아들 조금 차별한 걸지도. 아이를 맡아줄 친척이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친척이 없어서 더 안 좋은 곳에 가야 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예요. 제가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소설 제목 ‘복자에게’에서 복자는 영초롱이가 제주도에 가서 만난 친구예요. 제주 고고리섬이군요.

 

 고모가 있다 해도 고모는 거리가 있기도 하죠. 아주 어리지 않다 해도 어릴 때 부모와 떨어져 살면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빈 자리를 복자가 채워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선 고모도 있군요. 고고리섬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인데 복자는 이선 이모라 하고 영초롱은 이선 고모라 했어요. 고모랑 이선 고모가 친하게 지내서 그랬던 건가 봐요. 고모가 아닌 이모였다면 이선 이모가 됐을 것 같네요. 저는 그런 것도 잘 못해요. 잘 모르는 어른한테 이모라 하는 거.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걸 따라야 하는 건 아니겠네요. 그냥 이름을 물어보고 이름을 말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닐 때. 아이는 다른 생각 못하겠습니다. 아이가 어른 이름을 말하면 버릇없다고 할 테니.

 

 누군가 비밀이다 하면 그렇구나 하면 좋을 텐데, 영초롱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사람이 물어본 말에 사실대로 대답했어요. 그 일은 이선 고모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고 복자하고 사이도 멀어지게 합니다. 영초롱은 왜 그랬을까요. 저였다면 복자 말대로 아무 말 안 했을 텐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영초롱처럼 안 했으리라 할 수 없을지도. 시간이 흐르고 영초롱은 판사가 되고 제주에 다시 오게 돼요. 중간 없이 이렇게 말하다니. 그건 이 소설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영초롱이 혼자 공부를 열심히 했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복자하고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영초롱은 이선 고모 일로 복자와 사이가 멀어지고 복자한테 편지를 쓰지만 보내지는 않았어요. 영초롱이 복자한테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지. 그때 바로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고모가 친구한테 편지를 썼지만 답장 받지 못한 것처럼.

 

 영초롱은 복자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재판을 하려고 했을 때 돕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 안 되면 영초롱은 복자한테 미안할 테고, 복자는 영초롱을 원망하고 아주 인연을 끊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영초롱이 판사가 아닌 변호사였다면 달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여성이 판사가 되는 일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고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해녀가 별로 없고 사라진다고 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여기 나온 것처럼 거기 사는 사람만 받아들여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정말인지. 텃새부린다고 하지요. 어디에나 그런 건 없으면 좋을 텐데. 이것도 제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처음에는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진심이 느껴진다면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초롱을 좋아한 고오세도 있는데, 고오세 이야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고오세는 영초롱이 섬을 떠나면서 알려준 주소로 편지를 쓰지만, 영초롱은 거기에 살지 않았어요. 차라리 주소를 알려주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때 고오세는 편지를 써서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제목이 누군가한테 쓰는 편지 같지요. 복자군요. 여기에는 편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고모는 감옥에 있는 친구한테 답장 없는 편지를 쓰고, 영초롱은 복자한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고, 고오세는 받을 주인 없는 편지를 썼네요. 지금 생각하니 세 편지는 슬프군요. 나중에 영초롱이 복자한테 쓴 편지는 꼭 보냈으면 합니다. 복자는 영초롱이 보낸 편지 반가워하겠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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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4 0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판사가 되서 제주도 간 부분에 대한 희선님의 표현이 정말 재미있네요. 희선님 나름의 유머포인트? 🤔 뭔가 비밀의 발설이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었군요. 왠지 아쉽네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쓴 편지는 꼭 보내졌으면 좋겠어요 😊

희선 2021-07-27 01:30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 판사가 되는 건 나오지 않았지만, 왜 제주에 갔는지는 나왔어요 그건 빼먹었네요 영초롱은 말을 잘 한다고 해야 할지 솔직하게 한다고 해야 할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해서 제주도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해서 제주에 가게 되고 어릴 때 친구를 만나서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많이 도와주지 못한다 해도... 나중에 쓴 편지는 복자한테 보냈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24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들도 재밌어요^^
왜 굳이 복자에게 라고 했을까 생각한 책이예요
확 끌리지 않아서..
희선님 리뷰 보니 읽어봐야겠어요 ~♡

희선 2021-07-27 03:02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는 영초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복자는 옛날 느낌이 들기는 하죠 복자가 어렸을 때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게 생각나네요 갑자기 그런 게 생각나다니... 그레이스 님, 언젠가 기회되면 이 책 한번 만나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희선

바람돌이 2021-07-25 0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마음들이 애틋하네요.

희선 2021-07-27 01:34   좋아요 1 | URL
저는 편지 쓰고 보내지 못하면 아쉬울 듯한데, 영초롱은 처음부터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썼네요 다른 사람은 또 다른 편지를 쓰고... 편지 쓰는 게 나와서 저도 편지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희선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꿈꾸는돌 26
김성일 지음 / 돌베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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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보고 싶다고 아주 먼 거리를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만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할 것 같네요. 하지만 그 사람 친구가 위험하다면,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도와주지 못해도 다른 누군가한테 친구를 도와달라고 할 것 같아요. 그게 잘 될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멀리에서 친구가 괜찮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 일 아주 없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먼 거리에 사는 사람과 전화를 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연락이 되지 않아서 그 지역 소방서에 연락해서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 본 적 있는데. 더 늦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먼 거리에 산다 해도 마음이 가까우면 좋을 텐데 싶지만, 거리만큼 멀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한 것 같아요.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이야기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알렉스 또는 앨리스라는 아이가 지구 그것도 쓰레기가 가득한 사막에 사는 여우를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여기에는 《어린 왕자》에서 가져온 것이 많습니다. 알렉스가 읽은 책도 《어린 왕자》군요. 비행사는 슈잉일 테고 장미는 AI 로즈워터. 비행사가 어린 왕자한테 그려준 양은 로봇이군요. ‘어린 왕자’를 모른다 해도 이 책 보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이 책을 보면 ‘어린 왕자’에 관심이 갈지도. 저도 이 책 보니 ‘어린 왕자’ 다시 보고 싶기도 한데, 언젠가 볼지 안 볼지. 게을러서 안 볼지도. 그 이야기는 어릴 때 봐도 괜찮지만, 나이를 먹고 봐도 괜찮겠지요. 제가 다 알고 본 건 아니지만. 예전에 어린 왕자 영화 본 것 같은데, 흑백이었는지. 생각나는 건 없어요. 비행사가 밤하늘을 보자 별이 반짝이고 어린이 웃음 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 그건 어린 왕자가 비행사한테 준 선물이었지요.

 

 세상에 사람이 없지 않지만 알렉스(앨리스)는 어딘가 소행성에 갇혀 지냈어요. 그것도 열네해 동안이나. 지금 열네살이에요. 어린 왕자보다 나이 많을까요. 처음에는 알렉스와 여우가 통신기기 같은 걸로 말하는 건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여우가 할 수 있는 말은 앨리스라는 것밖에 없다고 했는데, 알렉스한테 말을 잘 해서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알렉스는 여우한테 마음으로 말을 한 거였어요. 텔레파시. 어떻게 하다가 알렉스와 여우는 이어졌을지. 그건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알렉스 무의식은 그걸 알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여우가 위험하다고 했을 때 여우를 구하러 지구에 간다고 했겠지요. 여우는 보통 여우가 아니고 사람이 유전자를 조작하고 사람 말을 알아듣게 만들었어요. 그런 동물은 여우만이 아니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고 그런 동물을 없앴습니다. 여우는 달아나서 지구 사막에 숨어 살았어요. 알렉스도 실험체였어요.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이 화성이나 여러 곳에 살아도 초능력 연구는 아직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사람으로 그걸 알려는 건 문제 있을 듯합니다. 동물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비행사인 슈잉은 알렉스를 연구하는 회사와는 다른 곳 사람으로 본래는 알렉스를 찾아서 끌고 가려고 했는데, 사고로 죽음만 기다릴 때 우연히 알렉스와 여우가 말하는 데 끼어들고 도움을 받아요. 슈잉은 알렉스를 만나고 죽은 자기 동생을 떠올리고, 알렉스가 지구로 데려가 달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합니다. 이제와서 자기 일을 해도 큰 뜻은 없으리라고 생각한 거겠지요. 슈잉은 지금까지 알렉스가 갇혀 지낸 걸 안됐다고 여기기도 했어요. 슈잉은 좋은 어른입니다. 이런 사이 처음 보는 건 아닌 듯합니다. 영화에서 자주 봤네요. 슈잉과 알렉스가 지구로 가는 건 그리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가려고 해요. 지구에서도 자신이 사는 곳과 먼 곳에 가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하는데, 우주에서는 더할 듯합니다. 언젠가 먼 앞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지.

 

 알렉스를 가둬두고 연구하던 회사는 벌써 알렉스가 어떻게 지구에 가려는지 다 알고 여객선에서 감시해요. 그동안 슈잉과 알렉스는 알렉스 힘을 잘 쓰려고 훈련해요. 알렉스는 누군가와 마음으로 말하는 것뿐 아니라 공간 같은 것도 만들어 내는가 봐요. 그건 뇌에 어떤 자극을 주는 건지. 책을 보면서 알렉스를 쫓는 사람한테 알렉스와 슈잉이 잡히기 않기를 바랐습니다. 위험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를 잘 넘기고 알렉스 슈잉 그리고 여우 셋은 함께 살게 돼요. 그것도 지구에서. 다행하게도 이야기는 좋게 끝납니다. 셋은 다 외로웠더군요. 그런 셋이 만나고 함께 살게 돼서 다행입니다. 언젠가 어떻게든 헤어진다 해도. 전 꼭 이런 걸 생각하는군요. 지금 좋으면 되는 건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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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2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이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가끔 아쉽더라는 ㅜㅜ 이 책은 왠지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표지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

희선 2021-07-23 23:39   좋아요 1 | URL
그렇겠지요 거리와 상관없이 잘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서로가 애써야 그럴 수 있겠습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수밖에 없을지도... 정말 아쉬운 일이네요 여기에서는 멀리에 있었지만 만나고 함께 살기도 하는군요


희선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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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말을 하게 되고 엄청나게 발전했어. 손으로 연장을 써서 발전하기도 했지만, 말은 더 많은 발전을 가져왔어. 소리 내서 말을 하면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었어. 아주 먼 곳은 다른 걸로 신호를 보냈지만. 소리 내 말을 하면 바로 알아들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서로 다른 말로 알아듣기도 해. 오래전에 사람은 바벨탑을 쌓아 높이 올라가려 했군. 이 이야기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사람은 높은 탑을 쌓으면 신이 된다고 여겼던 걸까. 그런 모습을 본 신은 화가 나서 사람 말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버렸어. 그건 벌이기는 했는데, 사람이 서로 쓰는 말이 다르다고 말 안 했겠어.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겠지만, 시간이 가고는 서로의 말을 알려고 애썼겠지. 지금도 다르지 않군.

 

 서로 다른 말을 써도 마음은 나눌 수 있어. 그게 좋은 마음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 다른 나라 말에서 가장 먼저 쉽게 배우는 말이 안 좋은 말이다고도 하잖아. 그런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지. 안 좋은 말은 좋은 말과는 다른 느낌이 들겠지. 안 좋은 말이 없는 나라 말도 있을까. 알아보면 아주 없지 않을 텐데. 안 좋은 뜻이 없다 해도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듣는 사람은 기분 안 좋겠어. 고운 말을 써야 마음도 고와지지. 고운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해. 거칠고 자신을 안 좋게 여기는 말을 자꾸 들으면 자존감이 아주 낮아질 거야. 자신은 안 좋은 말을 들어도 괜찮다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고운 말 좋은 말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도 높여줘. 그렇겠지.

 

 요즘은 인터넷 SNS를 쓰는 사람이 많아. 나도 인터넷 쓰고 블로그에 글 써. 인터넷에서는 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아선지 안 좋은 말을 더 쉽게 쓰는 것 같더군. 난 얼굴 안 보여도 그런 말 못 쓰겠던데. 그래도 현실보다 말 조금 편하게 해. 말이 아닌 글말이니. 글말에도 마음이 담기면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칼을 품으면 다른 사람 마음을 베고 찌를 거야. 현실에서는 쓰지 못하는 말을 인터넷에 댓글을 써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는가 봐. 그렇게 하면 시원할까. 난 시원해지기보다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은데. 이 말하니 미야베 미유키 소설 《비탄의 문》이 생각나는군. SNS에 안 좋은 말을 한 사람 뒤엔 검은 그림자가 따라다녔어. 안 좋은 말을 자꾸 하면 커지고 그게 사람을 안 좋게 만들었던가. 이번에 내가 본 소설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이야. 이 제목은 SNS 생각나게 하지. 거기에 맞는 이야기는 정해연이 쓴 <리플>이야.

 

 친한 친구여도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도 하겠지. 아니 친구기 때문에 더 지켜야 하는 것도 있는데, 재혁은 친구인 대주 마음을 잘 몰랐어. 어릴 때 자신만 특별하고 다른 사람은 다 별거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재혁이 그랬어. 친구인 대주는 재혁이 말에 기분이 안 좋아졌어. 그러면 그런 걸 말을 하지. 친구가 잘못 생각하면 그게 아니다 말하면 얼마나 좋아. 그런 말 했다가 오히려 안 좋은 말 들으려나. 말을 잘못하면 서로 감정 상하지만 말로 풀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 말하는 걸 그만두지 않아야 해. 말 때문에 전쟁이 나서 인류는 말이나 글말도 하면 안 되는 세상이 올까 봐 무섭군. 최무진이 쓴 <햄릿이 사라진 세상>이 그런 이야기더군.

 

 여기에는 단편 다섯편이 실렸어. 이걸 이제야 말하다니.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과 <별로 말하고 싶지 앟은 기분>(김이환)은 SF야. 김이환 소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에서는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여러 가지 문화를 만들었다는 설정이야. 그런 곳에서 콘트랙트 시티는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은 곳이었어.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온 편리는 차표 때문에 콘트랙트 시티에 잠시 머물러. 편리는 친구 마음을 안 좋게 하는 말을 해서 지금은 말을 안 하기로 했어. 그런 것도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편리도 말해. 말을 잘못해서 다른 사람 마음을 안 좋게 한 걸 깨닫고 뉘우치는 건 좋은 일이야. 그렇다고 해야 할 말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러면 좀 답답하잖아. 난 해야 할 말도 잘 못하지만.

 

 누군가를 놀리는 말을 하고 그냥 장난이야 해도 괜찮을까. 난 그런 거 정말 싫어. 자신은 장난이다 여기는 말이어도 그걸 듣는 사람 기분이 안 좋으면 그만둬야 하잖아. 누군가는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고는 자기한테 똑같은 말해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하더군. 그런 게 어딨나 싶군. 정명섭 소설 <말을 먹는 귀신>에서 성혁이는 자신이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더 많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조영주 소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에는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한 오희선이 나와. 이런, 내 이름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나오다니. 이 이야기 보기 전부터 알았어. 난 여기 나오는 희선과는 달라. 이런 변명을.

 

 희선은 초등학생 때 해환을 괴롭힌 건 잊어버리고 중학생 때 자신이 놀림받은 건 괴로워했어. 세상에는 정말 그런 사람도 있을까. 자신이 한 일은 까맣게 잊다니. 해환은 그런 희선을 앞으로도 만나고 소설에 쓰려고 해. 그게 해환이 하는 복수야. 희선 자신이 해환 소설에 나온 걸 알 날이 올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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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8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이 나온 책을 희선님이 읽으셨군요~! 익명성에 숨어서 막말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실제 생활에서도 그럴까란 의문이 들더라구요. 어차피 말을 하고 싶으면 차가운 말보다는 따뜻한 말을 하는게 그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말로 상처를 준 사람은 언젠가는 그 말로 본인이 상처 받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

희선 2021-07-20 00:03   좋아요 1 | URL
저와 같은 이름이 나온 소설뿐 아니라 동화도 있어요 그건 제목 잊어버렸네요 예전에 보다보니 제 이름이 나와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곳도 있지만, 익명성에 숨는 곳도 있기도 하네요 어떻게 하는 말이든 안 좋은 것보다 새파랑 님 말씀처럼 따듯한 말을 하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그런 사람이 더 많기는 할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1-07-18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한 사람은 그 일을 못 잊어요. 깊은 상처로 남기 때문이지요.
사필귀정. 이 말의 힘을 믿습니다.

희선 2021-07-20 00:13   좋아요 0 | URL
괴롭힌 사람은 잘 잊기도 하는군요 학교 다닐 때 괴롭힘 당한 사람은 자라서도 그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던데...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좋을 텐데 싶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1-07-18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행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이 한 일을 당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전혀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아무리 우겨도 그 말은 모두 쓸데없는 변명일 뿐입니다. 말이라는 것이 아주 고약해서 입밖으로 한 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신 희선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희선 님, 페크 님 모두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희선 2021-07-20 00:18   좋아요 1 | URL
자신이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떨지 생각해 보면, 자신이 한 말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떨지 알지도 모를 텐데... 그나마 자신이 잘못했구나 하는 사람은 다행입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군요 말은 잘 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해도 오해가 생길 수 있군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소나기가 올 때도 있었는데, 며칠 동안은 햇볕이 뜨겁다고 하더군요 며칠일지 이번 주 내내일지... thkang1001 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희선

2021-07-20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2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30
박시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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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한번 볼까 하고 봤습니다. 시인 이름을 모르는 시집은 거의 제목 보고 고르는군요. 그렇게 만난 시집에 담긴 시가 좋을 때도 있고 무슨 말인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땠을까요. 제가 알아들은 건 얼마 안 됩니다. 아니 알아들었다고 여겼을 뿐 알아들은 게 아닐지도. 급하게 시를 봤습니다. 조금 천천히 봐야 하는데. 시인이 시 한편 쓰는 데 시간 많이 걸리겠지요. 무언가 쓸 게 떠오르고, 한번 썼다가 다시 쓰고 고치고 또 고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거나 쓸 게 떠올랐다고 그걸 바로 쓰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자기 마음에서 그게 익기를 기다리겠지요. 그런 게 많으면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가면 그게 싹을 틔울 테니. 싹을 틔우지 않고 말라버리는 것도 있겠습니다.

 

 앞에서는 시집 제목 보고 이 시집 봤다고 했는데, 시인 이름은 먼저 알았어요. 이름만 알았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시집인데 저는 이걸 첫번째로 만났습니다. 다른 시집 제목도 괜찮아 보이던데, 거기 담신 시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시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시를 쓰는 걸까요. 이런 걸 잘 말해줄 수 있는 시인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는 다가오고, 세상이 말하는 걸 받아적는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런 말 가끔 봤습니다. 소설은 거기 나오는 사람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하지요. 그런 거 참 부럽습니다. 시인이나 글쓰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해도. 잘못 말했습니다. 글은 누구나 써도 됩니다. 세상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다. 책읽기든 글쓰기든 안 해도 사는 데는 문제 없어요. 안 하기보다 하는 게 좀 나은 듯해요. 이것도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도. 자신한테 맞는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꿈이 될까

꿈이 되면

함께 걸을 수 있다

너의 잠에 다가가고 싶다

외로운 꿈으로서  (<존재의 흐린 빛>에서, 22쪽)

 

 

 

 처음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시 한편은 아니고 <존재의 흐린 빛>에서 2연입니다. 첫연에서는 개가 될까 해요. 2연에서는 꿈이 되어 누군가의 잠에 다가가고 싶다고 하는군요. 이런 생각도 괜찮네요. 자기 꿈에 누군가 나오기를 바라기도 하는데, 꿈이 되는 게 더 낫겠습니다. ‘외로운 꿈’은 어쩐지 쓸쓸하네요. 꿈이 되어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기분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누구.

 

 

 

생존한다는 건 얼마만큼 토 나오는 것입니까

친애하는 사르트르,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건가요?

 

11월이 곧 떠납니다

떠나는 건 붙잡을 수 없어요

사르트르, 떠나보낸 것들은

무사한가요

 

나는 다만 울고 있습니다  (<디어 장폴 사르트르>에서, 27쪽~28쪽)

 

 

 

 박시하 시인은 갑자기 사르트르한테 말하고 싶어서 편지를 썼어요. 그게 시가 됐네요. 이런 시도 괜찮네요. 박시하 시인은 십일월을 좋아할까요. 십일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오더군요. 십일월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십일월이 가면 십이월이 오고, 십이월은 한해 마지막 달입니다. 끝으로 가는. 떠나는 건 붙잡을 수 없다는 말은 슬픕니다. 떠나는 시간도 잡을 수 없군요. 이 시에서는 마지막 연 ‘나는 다만 울고 있습니다’고 한 말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을 때 있잖아요. 울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박준 산문집 제목과 비슷한 말이군요). 그래도 잠시 울어도 괜찮겠지요.

 

 이 시집에서 마음에 든 시가 아주 없지는 않은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시든 소설이든 그걸 보는 데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아주 다르게 보면 안 될 텐데 싶습니다. 박시하 시인 이름은 기억하겠습니다. 지금 보니 이름이 시 같네요. 이름에 ‘시’가 들어간다고 이런 말을 하다니. 박시하 시인 이름에서 ‘시’가 시(詩)와 같은 뜻이 아닐지도 모를 텐데. 제목에 있는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는 <디어 장폴 사르트르>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사람은 서로 주고받는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거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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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7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보니 저도 무언가 주고 받은 느낌이 드네요. 존재의 흐린 빛에 나온 시구절 정말 좋네요~!! 저도 12월보다는 11월이 주는 느낌이 더 좋더라구요😊

희선 2021-07-18 01:12   좋아요 2 | URL
사람은 다 무언가 주고받겠지요 여기 알라딘에서도 다르지 않네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고 이런저런 마음이나 생각을 주고받는군요 십이월은 마지막 달이어서, 그전달인 십일월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달은 마무리 해야 해서 다른 건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