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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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즐겨하지는 않아요. 다행이다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운동을 아주 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보통으로 합니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거네요. 아주 못하는 건 아니니 괜찮겠지요(어릴 때 그랬고, 지금은 모르겠어요). 운동 경기 즐겨보지는 않아요. 예전엔 보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운동 경기가 나오는 소설이나 만화 좋아하는 편입니다. 찾아서 보지는 않고 우연히 보면 재미있구나 하는 정도예요. 이런 저 운동 싫어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달리기보다는 걷기가 좋아요. 걷기도 속도를 내면 땀 많이 납니다. 오래 걸으면 다리도 아프죠. 오래 달리기는 힘듭니다. 그런 건 학교 다닐 때만 해 봤네요.


 이번에 만난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미우라 시온)에 달리기가 나와서 앞에서 운동과 달리기를 잠깐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 보니 만화영화 만들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봤지만 벌써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고시엔에서 하는 고등학교 야구 경기가 있고, 어떤 운동이든 전국대회가 있어요. 한국에도 있을까요. 학교 대 학교 경기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운동을 소재로 만화나 소설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야구가 가장 많을지도. 일본 만화나 소설에서 가끔 들은 게 있어요. 그건 역전 마라톤인데, 하코네 역전이군요. 늘 말로만 알았던 하코네 역전 경주를 소설로 만나게 됐습니다. 이건 217.9km를 선수 열 사람이 열 구간을 달리는 거예요.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쳐서 해요. 한사람이 20km 안팎을 달립니다. 20km는 마라톤 반쯤 되겠지만, 쉽지 않겠습니다.


 달리기는 숨이 찹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간세이 대학교 4학년 기요세 하이지는 자신이 사는 치쿠세이소(竹靑 아오타케라고도 하는데 이 말이 더 익숙하네요)에 열번째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하이지가 목욕을 하고 밖에 나오니 누군가 달려가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도둑이다 하면서 쫓았어요. 하이지는 자전거를 타고 자기 앞을 달려간 사람을 뒤따라가요. 그 사람은 간세이 대학교 1학년이 된 구라하라 가케루였어요. 하이지는 가케루가 달리는 걸 보고 치쿠세이소에 들어올 열번째 사람이다 느낍니다. 마침 가케루는 돈도 없고 지낼 곳도 없어서 하이지가 소개한 하숙집 치쿠세이소에 들어가기로 해요. 방은 아홉개인데 거기에 가케루가 들어가고 열 사람이 살게 됐어요. 하나는 좀 넓고 쌍둥이가 썼어요. 가케루라는 이름은 ‘달리다’는 뜻이에요. 하이지는 가케루한테 이름과 딱 맞다는 말을 하기도 해요.


 치쿠세이소라는 말 밑에 쓰인 말은 ‘간세이 대학교 육상경기부 훈련소‘였어요. 치쿠세이소에 사는 사람은 자동으로 육상경기부 사람이 됐어요. 그건 하이지만 알았군요. 가케루가 들어오고 다른 사람도 알게 됐네요. 하이지는 모두를 모이게 하고 다음해 일월에 열리는 하코네 역전 경주에 나가자고 합니다. 가케루는 본래 달리기를 좋아해도 바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어요. 치쿠세이소에 사는 사람은 다 개성이 있더군요. 쌍둥이 조타와 조지를 시작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퀴즈를 아주 좋아하는 킹,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신동으로 알려진 신동, 아프리카에서 일본으로 공부하러 온 무사,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는 니코 짱, 만화를 많이 보는 왕자. 달리기 잘할지 어떨지 모르는데,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이 달리기를 잘할 거다 여겼습니다.


 운동 만화에는 사람 숫자가 아슬아슬한 곳이 나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잘 해 나가기도 하는데 치쿠세이소 사람도 다르지 않군요. 하코네 역전 경주는 열 사람이 나가는데 후보도 없이 딱 열 사람이니. 이 경주는 대학교 육상부가 나가는 거예요. 하이지와 가케루를 빼고 다른 사람은 달리기 잘 하려나 했는데, 하이지가 생각한 대로 다들 잘 해 냈습니다. 만화를 많이 보는 왕자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아졌어요. 가케루는 고등학교를 육상 추천으로 들어가고 장학금도 받았는데, 감독이 스파르타 식으로 하는 게 싫었습니다. 가케루는 하이지와 다른 학교 사람을 만나고 고등학생 때 자신이 감독을 때린 일을 잘못했다 느꼈어요. 운동은 몸뿐 아니라 정신도 단단해야 합니다. 운동 잘 하는 학교는 훈련이 힘들고 여러 가지 힘들더군요.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도 하지요. 꼭 1등 해야 하는 건 아닌데, 공부도 마찬가지네요.


 하이지도 어렸을 때는 육상을 했는데 다리를 다쳤어요. 쉬기도 해야 하는데 훈련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된 듯합니다.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 하나 하나한테 맞게 달리라고 해요. 이런 사람이 육상 감독이 되면 선수는 좋겠네요. 가케루는 하이지를 만나고 달리기를 더 좋아하게 되고 빨리 달리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다른 사람도 달리기 좋아하게 됐어요. 운동한다고 대회에 나가고 좋은 기록을 내야 하는 건 아니죠. 그저 좋아서 운동할 수도 있지요.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한테 그런 걸 느끼게 하고 자신도 달리기가 뭔지 알려고 했군요. 달리기가 뭔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달려봐야 알지. 달리기 하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걸 보다 보니 운동만 즐기는 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기도 다르지 않지요. 음악 연주나 노래 그리고 그림도.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즐겁게 하는 거 괜찮겠지요. 운동이나 예술이 일상이 되면 어때요. 그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그저 즐기는 사람을 낮잡아 볼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저 하고 싶어서 해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전문가는 그런 마음도 가볍다고 생각할지도. 못하면 안 하면 된다고 하면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기 한계를 넘고 싶은 마음 있는데. 어쩐지 이상한 이야기가 됐네요.


 치쿠세이소 주인 집에는 개인 니라도 살아요. 니라도 한 캐릭터 합니다. 세상에는 뭐든 아주 잘 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못한다 해도.




희선





☆―


 기요세는 기본으로 멤버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훈련방침을 꼼꼼히 알려주고 필요한 부분만 조금 조언을 건넸다. 그렇게 해서 저마다의 의욕을 잘 이끌어냈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강요하지 않고, 벌칙도 만들지 않고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집요할 정도로 끈기 있게 가만히 기다린다. 그런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가케루는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132쪽~133쪽)



 사실 니코 짱한테 진정한 불행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죽 달릴 수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면 그냥 즐기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직 어렸고, 그때까지 마냥 육상에 푹 빠져 그것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그때 니코 짱은 선수로 성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쓸데없고 뜻 없다는 생각밖에 갖지 못했다. 니코 짱은 자신한테 실망하고 육상에서 멀어졌다.  (459쪽~4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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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3-07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운동을 못하지만 운동 만화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농구, 배구 등 스포츠 만화를 은근 봤던 것 같습니다. 운동 경기 장면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팀이 단합해가는 과정 등을 볼 때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희선 2024-03-10 01:04   좋아요 1 | URL
실제 운동경기는 운동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경기를 하는지 모르기도 하네요 운동하는 만화나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이 무슨 말 하는지 나오잖아요 경기 할 때도... 팀이 마음을 모으고 함께 힘 내는 거 보는 것도 즐겁죠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도 보이고 누군가는 아주 달라지고... 잘 하면 잘 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런 모습 보는 게 좋네요


희선
 
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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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면 앞으로는 정리를 해야겠어 하는데, 그런 생각은 잠깐만 해. 정리할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못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내 물건을 정리할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도 민폐 끼치지 않아야지. 그러려면 평소에 정리해야 할 텐데. 게으른 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기도 해. 버려도 괜찮은 것도 있을 텐데. 정리보다 버리기를 잘 해야겠지. 내 물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오래 쌓여서 늘어난 것 같아. 쌓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뤄. 이거 안 좋은 거지. 사람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많은 것보다 적은 게 나을 것 같아. 아니 그건 저마다 다른 거기는 해.


 부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부모님 물건을 정리해야겠지. 가키야 미우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제목 그대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는 이야기야. 한국에서 나온 제목은 이렇지만, 일본에서 나온 제목은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민폐예요(귀찮아요)’야. 본래 제목이 더 솔직하지. 한국과 일본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해.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이 시어머니 더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한국소설에 나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많이 못 본 것 같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어려울 것 같아. 잘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


 모토코는 오십대 중반으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어머니가 살던 집을 정리해야 했어. 업체에 맡기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자신이 하려고 했어. 시어머니 집엔 물건이 아주 많았어. 처음에 모토코는 그걸 언제 다 정리하나 해. 그거 보면서 나도 걱정했군. 집에 이런저런 물건이 많은 걸 보고, 모토코는 위암으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생각해. 친정어머니는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위암이 발견되고 한해 반 동안 자기 둘레를 정리했대. 그런 걸 생각하고 동생 아내인 미키는 좋은 시어머니를 두었다고 생각했어. 정말 미키는 모토코 어머니를 좋은 시어머니다 생각했을까 했어. 딸과 며느리가 생각하는 건 다르기도 할 거야. 모토코가 시어머니 집을 정리하면서 자꾸 친정어머니가 더 나았다 할 때 좀 안 좋았어. 산 사람을 견주는 것도 안 좋은데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그러다니.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모토코가 시어머니한테 불평하지는 않아. 다행이지.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둘레 사람한테 마음 쓴 걸 알게 되기도 해. 바로 옆집 사람이나 자치회 사람한테도. 모토코는 남편과 같이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기도 했어. 어느 날은 자치회 사람이 와서 도와줘서 순식간에 정리했어. 모두 시어머니한테 신세를 졌다고 말했어.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쓸 만한 건 가져가라고 해. 처음에는 모토코 혼자 어떻게 정리하나 했는데, 남편과 시어머니를 알았던 사람이 도와줘서 시어머니 집 정리를 다 끝냈어. 처음엔 집에 여기저기 물건이 많고 어지러운 모습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엔 이사한 것처럼 텅 빈 집이 떠올랐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견주는 건 안 좋은 것 같아. 그저 다른 사람이다 생각해야지. 사람이 다 같지는 않잖아. 사람은 다 좋은 점 안 좋은 점이 있겠지. 모토코는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친정어머니를 잘 몰랐다는 생각도 해. 친정어머니는 자신한테 엄격한 사람으로 남도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어. 그런 사람하고 사는 거 좀 힘들겠어. 자기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고 남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어. 늘 남을 귀찮게 하는 건 안 좋지만,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기대도 괜찮을 텐데. 사람은 다 완벽하지 않고 모자란 점이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이 남긴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을 조금 알기도 하겠어. 모토코도 지금까지 몰랐던 시어머니를 알게 되고 시어머니가 살았을 때 잘할걸 해.


 책을 보는 내내 난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버려야지 했어. 모토코 남편도 어머니 집을 정리하고는 자기 방을 잘 치우게 됐대. 모토코 남편은 처음에는 여러 가지 버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기 방이 좁아져서 물건 그대로 두기 어려웠겠지. 나도 내 방 넓었으면 좋겠는데. 넓은 방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군. 처음에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는데, 앞으로 정리하려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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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04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도 고부 간에 사이가 별로인가 봅니다. 우리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니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확실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네요. 유품을 정리하는 건 돌아가신 분을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것 같아요. 무척 사랑했다면 너무 힘들지만 또 추억을 떠올리며 울면서 정리할 테고, 사이가 데면데면 별로였다면 귀찮겠죠. 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요.

희선 2024-03-05 00:55   좋아요 1 | URL
예전에 본 소설에서는 누워서 지내는 시어머니를 거의 며느리가 돌봤어요 다른 사람은 거의 안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는 아무것도 안 준다고 했어요 뭔가 작은 거 준다고 했던가 없어도 되는 거였던가 누워서 도움 받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소설이지만 실제 그런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일본도 가부장제 심하죠 한국보다 심해 보이기도 하네요 집안 일도 다 여성이 하고 시어머니 유품 정리도 며느리가 더 많이 하잖아요 아들은 거기 가서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나중에는 버리기로 해요 사람이 살았을 때는 물건이 소중한데, 죽으면 다른 사람한테는 쓰레기가 되다니... 그건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평소에 정리 잘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잘 못합니다

사이 좋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걸 정리하는 사람은 참 힘들겠습니다 세상엔 그런 사이만 있는 게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2024-03-0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5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0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서도 정리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일본과 우리는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았어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3-10 00: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었어요 거기에서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 보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네요 물건이 많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군요 아주 오래된 것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때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니... 여전히 정리를 못하는군요

새로운 주는 좀 따듯할 것 같네요 서니데이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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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본 《작가 형사 부스지마》보다 앞에 이야기인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을 봤다. 지금 생각하니 이 책 제목 처음 봤을 때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 이야기가 끝난 건가 했구나. 나중에 이게 부스지마가 작가가 되기 전 이야기다는 걸 알았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시간이 흐르고 그것보다 앞에 이야기 쓸 수도 있겠지. 제목에 형사 부스지마가 있으니 부스지마를 잘 봐야 할 텐데, 부스지마보다 아소 반장이나 신입인 이누카이 하야토를 더 보기도 했다. 이누카이 형사 시리즈를 여러 편 봐서 그런가 보다. 이때 신입이었다니. 누구한테나 신입시절은 있는 거구나. 부스지마는 아소보다 나이가 많았다. 부스지마와 이누카이가 움직였나 본데 여기에서 부스지마는 아소 반장과 함께 다닌다. 반장은 현장에 잘 안 가는데 이누카이가 부스지마한테 안 좋은 걸 배울까 봐 아소가 함께 다녔다. 그런 거 맞겠지. 이누카이는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거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소는 그런 이누카이를 받아들였다. 이누카이는 부스지마와 다르게 독설을 안 해서 그랬을지도.


 여기에는 다섯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불구대천 不俱戴川> <복룡봉추 伏龍鳳雛> <우승열패 優勝劣敗> <간녕사지 奸佞邪智> <자업자득 自業自得>. 다섯가지 이야기에 나온 사건은 다르지만 이어지기도 한다. 사무실이 많은 곳에서 연관없는 사람이 죽임 당하고, 출판사 폭파 사건, 여성을 노린 연쇄 염산 테러, 서른해 전에 일어난 사건 가해자를 죽인 사건. 범인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교수’가 있었다. 범죄를 실행한 사람도 죄가 있겠지만 그걸 하게 부추긴 사람이 더 나쁘지 않은가. 이런 사람 나카야마 시치리 다른 소설에서도 봤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비웃는 숙녀》. 지금 생각나는 건 두 가지다. 앞에서 말한 두 소설에 나온 사람과 여기 나온 교수는 좀 다르기도 하다.


 누군가를 조종하는 사람도 여러 종류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은 다 범죄자가 될 씨앗을 가지고 있을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열등감이 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조금만 밀면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겠다. 그걸 자신이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믿기도 하겠지. 여기 나온 범인 공통점은 이거다. 자신이 다른 사람 꾀임에 넘어 갔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세뇌 당하다니. 누군가를 세뇌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하다니. 그 사람도 범인과 다르지 않았다. 왜 자신이 안 좋은 일을 당해야 하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건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인데. 그걸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말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비웃는 숙녀》에 나온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은 피해자였다. 여기 나오는 ‘교수’는 가해자였다. 다른 건 그거구나. 다르다 해도 누군가를 조종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 나쁘기는 해도 차라리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범죄를 저지르는 게 좀 낫겠다. 아니다, 그것도 안 된다. 묻지마 살인 같은 대상 없는 범죄가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왤까. 사람은 모두 특별하다는 말과 사람은 다 평범하다는 말에서 어떤 게 더 나을까. 난 평범하다는 말이 나을 것 같다. 사람은 모두 특별하다는 말을 들어도 차가운 사회에서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 날도 있다. 자신은 특별하고 재능이 있는데 왜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 사람은 다 한가지 정도 잘 하는 게 있을까. 이것도 모르겠다.


 부스지마는 교수가 누군지 알고 심문할 때 교수를 몰아부쳤다. 형사가 그래도 될까 했다. 형사가 용의자를 고문하고 자백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말로 무너뜨리는 것도 문제 아닐까.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해도 증거가 없으면 잡기 어렵겠지. 살인교사는 더 그렇겠다. 그래도 부스지마처럼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나.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소설에서나 죽인다. 현실에서는 어렵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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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01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참 예쁘네요. 하지만 내용은 예쁘지 않군요. 사람을 뒤에서 조종해서 나쁜 짓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걸까요.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걸까요. 교수라는 사람 참 나쁘네요.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넘어간 사람들도 참... 그래도 나쁜 짓이라는 걸 알텐데도 저지르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네요. 하지만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자신이 억울하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하면 안 되는 건데... 현실에서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보통 돈이나 권력이 있어서 그닥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또 참담합니다.

희선 2024-03-03 01:44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을 뒤에서 조종하고 죄를 지게 하다니, 그런 걸 즐기는 사람도 있을까요 자신이 조종당한 건데, 그렇게 느끼지 않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그런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다른 사람 말에 쉽게 넘어가기도 하겠지요 그런 걸 잘 건드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있을지, 없기를 바라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돈이 힘이 있는 사람은 법망을 잘도 빠져나가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은 일어나네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4-03-01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 재밌게 봤었네요 ㅋㅋ이것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군요

희선 2024-03-03 01:45   좋아요 1 | URL
이건 작가가 되기 전 형사이기만 하던 때인데, 다음 이야기도 나왔군요 일본에는... 한국에도 나오겠습니다


희선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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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언제나 용서 받을까. 어떤 잘못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자기 마음이 평화로우려면 용서해야 한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까. 용서하지 않고 복수하려고 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그저 안 보고 사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남이면 그게 어렵지 않을 텐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다 남 아닌가. 난 식구라 해도 남이다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쓸쓸한 건가. 이런 말 하려는 게 아닌데. 부모 자식인데 어떡하느냐고 하는 말 싫다. 부모 자식이어도 남처럼 안 보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쓰다 보니 이 책하고 상관없는 말을 했다.


 야쿠마루 가쿠 소설은 여러 권 만났다. 가끔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야쿠마루 가쿠가 여러 번 쓴 건 가해자 이야기다. 《천사의 나이프》를 본 지 오래됐는데, 거기에서는 어릴 때 가해자였던 사람이 자기 죄를 생각하고 죄를 갚고 살려는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그뿐 아니라 소년법을 생각하게도 했다. 그러고 보니 소년법 이야기도 했구나. 어릴 때 죄를 짓고 이름을 바꾸고 자라서는 검사인가 변호사인가가 된 사람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잘 생각나지 않는데. 이 책 《어느 도망자의 고백》 날개에 쓰인 야쿠마루 소설 제목을 보니 두권 빼고 다 본 것 같다. 여기에 쓰이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야쿠마루 가쿠 소설 많이 봤구나(새로 나온 다른 소설은 못 봤다).


 이번에 만난 《어느 도망자의 고백》에서 명문대에 다니는 스무살 마가키 쇼타는 여자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문자를 보내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차 사고를 낸다. 마가키 쇼타는 함께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과 술을 마셨는데 차를 운전했다. 비도 많이 오는 늦은 밤에 말이다. 비가 오면 운전하기 어려울 텐데, 술까지 마시고 운전하다니. 마가키는 속도까지 냈다. 사람이 차에 치인 걸 알았는데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마가키가 운전하던 차에 치인 사람은 200미터나 차에 끌려가고 죽었다. 마가키는 재판에서도 거짓말을 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했다는 말은 뺐지만. 사람을 죽였는데, 마가키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마가키는 형을 다 마쳤을 때는 자기 죄를 다 갚았다 여긴 것 같다. 잠시 쉬운 길을 가려고도 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자기 죄를 뉘우쳤다 해도 그런 사람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점은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피해자 식구는 생각도 안 하다니. 마가키 차에 치여 죽은 사람은 여든한살인 노리와 기미코였다. 노리와 기미코 남편인 노리와 후미히사는 마가키가 형을 마치면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때 난 복수하려는 건가 했다. 노리와가 녹슨 칼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렇게 여겼는데. 노리와 후미히사가 하려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뻔한 걸 생각하다니.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자기 죄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이런 말 힘들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죄를 지으려 하지 않겠지.


 마가키가 교도소를 나오면 할 일이 있다고 한 노리와 후미히사가 치매로 기억을 잊는 모습을 보니, 내가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으면 피할 수 없는 일일까.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그렇다쳐도 기억까지 희미해지면 안 될 텐데.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여러 가지 정리해야 할 텐데 했다. 아직 시간 많아 생각해도 그 시간은 빨리 가 버리겠지.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 온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는 거다. 죄 안 짓고 사는 게 가장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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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2-26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자기 죄를 마주하는 것인데, 두 책의 서술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흥미로워요.
기억도 그렇지만 죽음도 허무하지요^^

희선 2024-02-26 23:27   좋아요 1 | URL
이 책 본래 제목은 《고해》인데, 어쩌면 이걸 더 생각하고 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지은 제목을 보고는 마가키가 지은 죄만 생각했으니...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렇게 길게 나오지 않지만... 어떤 죄든 마주해야겠지요 사람은 자기가 지은 죄뿐 아니라 잘못에서도 눈을 돌리기도 하니...


희선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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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걸어야 했는데, 빨리 걸어서 다리가 아픈 느낌이 듭니다. 다리가 많이 아픈 건 아니고, 빨리 걸어서 다른 생각은 못한 것 같아요. 이런 건 처음이 아닙니다. 늘 그래요. 실제 걸을 때도 둘레 잘 보지 않을지도. 하나도 안 보는 건 아니고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보면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걸 알지도 모를 텐데. 그냥 지나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천천히 자세히 둘러보지 않아서 쓸 게 별로 없는가 봅니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해요. 지난날을 돌아보는 건가. 그러기도 하고 앞으로 일을 생각하기도 하고 볼 일을 마치면 뭘 해야지 하기도 합니다.


 제가 걷는 길은 거의 비슷해요.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에서 백수린은 집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는 길을 잃지 않으려 하고, 다른 나라에선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사는 곳이어도 잘 가지 않는 곳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몇 달 전에 거의 가지 않던 곳에서 길을 헤맸군요. 잘 모르는 길을 걸으면서 이러다 집에 못 가는 거 아닌가 했네요. 한동안 모르는 곳이었지만, 다행하게도 제가 아는 길이 나왔어요. 그저 걸으려고 나간 게 아니어서 잘 모르는 길을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그냥 걷기도 하면 좋을 텐데 여전히 그러지는 못합니다. 볼 일이 있어야 밖에 나가고 걸어요. 그러면서 걷기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어디든 걸어다니니 걷기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요.


 서울 하면 많은 사람과 높은 건물이 먼저 떠오릅니다. 서울 잘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아직 서울에도 옛모습이 남은 곳 많을 텐데. 옛모습이라 해도 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미처 재개발 되지 않은 곳. 그곳 그러니까 백수린이 사는 곳도 재개발 될지 모르지요. 이젠 달동네라는 말 잘 안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수린이 오래된 단독주택에 사는 모습 보니 백수린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소설은 그 집에 살기 전에 쓴 거군요. 그곳은 재개발이 된다는 말이 있었던 곳이었어요. 재개발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해도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겠지요. 서울, 하니 한국은 오래된 걸 그냥 놔두지 않는군요. 건물이 오래되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 튼튼하게 지으면 나을 텐데. 아주 많이 만드는 산업혁명 뒤부터는 튼튼하게 만들지 않게 됐을지도. 집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언덕 위 집이라는 말 좋게 들리지만, 살기에 편하다고 못하겠습니다. 단독주택이니 마당이 있다면 좋을 텐데, 마당은 없다고 합니다. 마당이 있다 해도 콘크리트 바닥이겠군요. 넓지는 않아도 그런 곳 있지 않을지. 제가 집을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없다고 하면 없는가 보다 해야 할 텐데. 백수린은 M 이모가 사는 곳을 알게 되고 자신도 그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 살게 됩니다. 거기가 언덕 위 집이에요. 이모는 친이모는 아니고 백수린 어머니 친구예요. 저는 이모도 엄마 친구와도 친하지 않네요. 백수린도 친하게 지낸 사람은 M 이모뿐이었군요.


 어느 날 백수린이 사는 동네에 예전에 알았던 E 언니가 이사왔어요. 이사온다는 걸 안 건 아니고 이사했다는 말을 듣고 물어보니 같은 동네고 집도 아주 가까웠어요. 그런 거 보니 부럽더군요. 가까이에 친구가 있다고 자주 만날 것 같지는 않지만. 시간이 가면서 백수린은 이웃하고도 알고 지내요. 서울에도 이웃과 이야기 나누고 사는 사람이 있네요.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 텐데. 아파트에 살아도 앞집이나 옆집과는 친하게 지낼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그런 사람 많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백수린 할머니 이야기를 할 때는 소설에서 본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다는 아니어도 소설 속에 백수린 할머니 모습도 조금 있겠습니다.


 여기에는 백수린과 함께 산 개 봉봉이 이야기도 있습니다. 백수린은 어렸을 때는 개를 무서워 했다고 해요. 봉봉이는 달랐습니다. 백수린은 봉봉이가 떠날 때까지 함께 했군요. 그 시간 쉽지는 않았겠습니다. 봉봉이 어릴 때는 괜찮았겠지만, 나이를 먹고 아팠을 때는 백수린 마음도 아팠겠지요. 봉봉이가 건강할 때는 함께 걸었지만, 봉봉이가 인대를 다치고 걷기 어려울 때는 백수린이 안고 걸었어요. 봉봉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백수린은 봉봉이와 걷던 길을 걷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봉봉이 떠올리겠군요. 처음보다 많이 슬프지 않기를.




희선





☆―


 허름한 산동네의 낡고 작은 단독주택에서 사는 게 관리인이 따로 있는 공동주택에서 사는 것보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또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이 집을 무척 좋아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유난히 활달한 고양이들 울음소리,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지는 빗소리. 집에는 유리창이 많아서, 나는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짙어지는 우듬지 색깔과 석양 농도로 계절이 깊어가는 걸 알 수 있다.  (196쪽~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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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2-22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린 작가 단독주택에 사는군요. 저도 단독주택에 사는 게 꿈입니다. 어디든 기회만 되면 재개발을 하려고 하는데 대부분이 돈 때문이겠지요. 사람이 사는 곳이 돈으로 치환되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전세 사기도 그렇고 말이죠. 원수에게나 권한다는 재건축 조합도 그렇구요. 취지는 좋았을텐데 어느 순간부터 그저 돈, 이익이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말씀처럼 처음 지을 때 튼튼하고 안전하게 지으면 좋을텐데… 뭔가 따뜻한 느낌의 책인 것 같아요^^

희선 2024-02-23 00:22   좋아요 1 | URL
단독주택에 살게 되고 이런 책을 쓰기도 했네요 지금도 살겠지요 책이 2022년에 나와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같은 동네에 이사왔을 때는 참 반가웠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백수린 작가가 다른 사람 개를 봐주기도 했어요

백수린 작가가 사는 곳도 재개발 하기를 바라는 사람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나 재개발하고 그건 늘 해요 집이 오래된 곳이 있으니 그런 거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골목이 거의 없어지기도 했지요 그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단독주택은 관리하기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아요 꼬마요정 님 언젠가 단독주택에 사시기를 바랍니다 집짓기부터 하시는 거 아닐지...


희선

페넬로페 2024-02-23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돌아보며 느낌들을 적은 이 에세이집이 저도 좋았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꽤 오랫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나름의 정취가 있어 좋았어요.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생각이 아주 깊은 곳까지 가 있어 역시 작가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희선 2024-02-23 00:39   좋아요 1 | URL
걸을 때 여기저기 잘 보면 좋을 텐데, 볼 만한 게 없네요 겨울엔 더... 제가 사는 곳도 거의 도시니, 그나마 서울보다 덜 복잡합니다 서울은 아주 복잡해서 걸어다니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걸어다니면 괜찮을 듯합니다 멀리에서 봐서 복잡하다 생각하는 거겠네요 어릴 때 단독주택에 사셨군요 여러 가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좋게 보셨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