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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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나온 걸 알았을 때는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다 생각하는 책 다는 아니지만 보게 되는 것도 있어요. 이 책도 그런 책에서 한권이에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첫번째 이야기면서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작은마음동호회>를 봤어요. 저도 마음이 작기는 합니다. 작은마음동호회가 글 쓰고 책 만드는 엄마 모임이라는 걸 알고 조금 아쉬웠어요. 그것보다 처음부터 나는 저 안에 들어갈 수 없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 담긴 소설에 이런 이야기 얼마나 있으려나 하고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그 뒤로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가 제 처지와 가깝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은 겪을 수도 있겠지 했어요. <작은마음동호회>도 그렇게 보면 될 것을. 앞에서도 말했듯 저는 마음이 작습니다. 그래도 책 봅니다. 이 세상에 나온 책 가운데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해요.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해야지 어쩌겠어요. 본래 소설은 다른 사람을 알려고 보는 것이잖아요.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것도 있지만.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보다 남편이나 아이를 먼저 생각하겠지요. 남편이나 아이도 소중하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좋겠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많이 참지 않기를. 옛날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런 사람이 더 많겠지요. 지금 생각하니 윤이형 책 여러 권 만났네요. 장편보다 짧은 건 그런대로 봤는데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네요. <승혜와 미오>는 동성인 두 사람이 사귀고 함께 살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더군요. 지금은 동성애를 아주 안 좋게 보지는 않지만 식구한테 말하지 못하고 일터에도 알리기 어렵겠지요. 승혜와 미오는 조금 성격이 달라요. 그것 때문에 서로 섭섭한 마음을 가져요. 이런 일은 이성 사이에서도 일어나겠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기에 빠르게 서로한테 빠져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그걸 안 좋게 여기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승혜와 미오는 아직 괜찮은 듯합니다. 승혜는 미오와 이런저런 말을 하려고 해요.

 

 둘레에서 보기 어려워도 몸과 마음이 달라 힘들어하는 사람 있겠지요. <마흔셋>에서는 재경 동생이 성전환 수술을 해요. 어머니는 암으로 죽고, 죽기 전에 재윤이 수술하려 한다는 걸 알아요. 본래 재경은 언니였는데 이젠 누나가 되고 동생 재윤을 받아들여요. 몸과 마음이 다른 것도 참 힘들 것 같아요. 성전환 수술 위험하기도 하니 식구는 안 하기를 바랄 것 같지만, 당사자는 다르겠지요. 재윤은 본래 자기 모습을 찾았다고 여기고 살겠군요. <이웃의 선한 사람>에서는 ‘나’가 차 사고를 당할 뻔한 자기 아이를 구해준 스물여덟살 남자한테 빚을 갚지 못해 화를 내기도 해요. 남자는 앞날을 볼 수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해요. 그것보다 ‘나’가 남자를 처음 봤을 때 남자는 그네를 타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어요. 나중에 ‘나’의 아이 연두를 구해준 게 놀이터에서 만난 남자라는 걸 알고 또 다른 걸 알게 돼요. 남자는 ‘나’가 밤에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나’한테 식초를 부은 사람이었어요. 그 일 때문에 ‘나’는 남자가 일부러 연두한테 사고가 나게 꾸민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웃의 선한 사람이 정말 착할까요. 나쁜 마음으로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지는 않겠지요. 이 이야기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 그게 이웃의 선한 사람 때문일 수도 있다 말하는 듯했어요. 그런 일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다음 이야기는 판타지 같습니다. 용과 용기사가 나오거든요. 생각하는 용과 무언가를 만드는 용이라 해야겠군요. 용은 싸움과 번식 두 가지만 했는데 생각하는 용이 나타났어요. 그것도 둘이나. 용이 나오는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생각(의심)하고 살라고 말하는 거겠지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생각할 시간을 잘 만들지 못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생각하라는 말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이야기 <님프들>에서 준이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였다가 친구였다 남편이었다 아들이었다 해요. 그 준은 죽었어요. 아마 민은 준이 죽어서 준을 여러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살려고. 마지막을 보면 준은 아들 같기도 해요. 민은 아이를 잃은 엄마일지도.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에서는 어느 날 섬광이 비치고 많은 사람, 거의 남자가 무언가한테 끌려가고 갇혀 살아요. 그렇게 많은 남자를 가둔 무언가는 그걸 사랑이라 해요. 사랑한다고 상대를 가두면 안 될 텐데. 혹시 그건 남자가 여자한테 했던 거였을까요.

 

 윤이형 소설 보는데 구병모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구병모가 쓴 글이 책 맨 뒤에 있어설지도. <수아>는 SF 같네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로봇의 반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아’는 로봇 이름이고 뒤에는 번호가 붙어요. 사람은 로봇이 사람 말을 잘 듣기를 바라는군요. 그러면서 쉽게 버리기도 하지요. 이건 동물도 다르지 않군요. <역사>는 짧은 이야긴데 무얼까 싶네요. 제가 느낀 건 괴롭다 해도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번에 좀 높은 고개를 넘은 듯도 합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넘었다는 것만 기뻐해야겠습니다.

 

 

 

*미처하지못한말

 

 다 쓰고 나니 한편 안 썼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다른 것도 그렇게 잘 읽어냈다고 하기 어려운데. <피클>을 잊어버린 건 할 말이 없어서였을지도. 이 소설 보는데 한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예전에 <악스트>에서 만났다는 게 생각났어요. 잡지사에서 일하던 유정이 편집장한테 성폭력 당했다고 한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잘 모르겠어요. 선배인 선우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후배 유정이 일을 그만두고 자신한테 그런 말을 쓴 전자편지를 받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요.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믿었다고 생각하더군요.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선우는 그 말을 믿기로 해요. 여성이 여성의 적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여성이 마음을 모아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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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23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와 통화 중에 여자의 적은 여자였군, 하는 말을 했답니다.
그래도 동지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2020-10-25 23:5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여자의 적이 여자일 때도 있지만, 같은 여자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많겠지요 여자끼리 서로 도울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젠 캘로니타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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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있었던 걸 잊으면 무척 쓸쓸할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잊어야 서로한테 좋다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겨울왕국> 원작은 어떨지, 이건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쓴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끝은 같지 않을지. 겨울왕국은 두번째 영화가 나왔군요. 영화는 못 봤지만 노래는 많이 들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틀어줬어요. 영화는 안 봐도 영화음악은 가끔 듣기도 했군요. 영화에 음악은 빼놓을 수 없기도 하지요. 영상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 더 좋겠네요. 이 책 보는데 자꾸 생각났어요. ‘Let it go’가 첫번째 노래죠. 두번째는 ‘Into the Unknown’ 노랫말은 하나도 모릅니다. 영화하고 상관있을지.

 

 엘사는 아렌델 공주로 언젠가 여왕이 될 거였어요. 안나는 빵집 딸로 산에 있는 하몽에 살고 언젠가 아렌델에 가서 살겠다고 꿈꿨어요. 엘사와 안나가 떨어져 살았지만 둘이 형제라는 건 바로 알겠지요. 엘사와 안나 그리고 백성은 그 일을 다 잊었군요. 왕과 왕비 그리고 안나를 기르는 부모만 그 일을 알았어요. 엘사가 열여덟 안나가 열다섯일 때 왕과 왕비는 먼 곳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엘사는 부모를 다 잃고 안나는 두 달에 한번 만나던 프레야 이모를 잃었습니다. 왕비는 자신을 안나 엄마 친구인 프레야라 하고 그동안 안나를 만나러 왔어요. 엘사는 슬픔에 빠지고 그때부터 마법을 쓰게 됐어요. 손을 뻗으면 둘레가 얼고 눈이 내렸어요. 엘사는 그 일을 다른 사람한테 숨기려고 자기 방에만 있다가 눈사람 올라프를 만들어냈어요. 올라프는 엘사와 안나가 어렸을 때 만든 눈사람이었어요.

 

 누군가 두 사람한테 비밀을 말해주고 그랬단 말이야 하는 건 아니더군요. 엘사와 안나는 자기 힘으로 서로를 기억해야 했어요. 어릴 때 엘사와 안나가 놀다가 엘사가 안나를 도우려다 잘못해서 마법을 안나한테 맞추어서 안나는 얼어버렸어요. 왕과 왕비는 안나 마법을 풀려고 트롤을 찾아갔어요. 트롤은 안나 기억을 없애야 한다고 했어요. 엘사는 안나가 자신이 마법을 쓰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랐어요. 트롤과 엘사 마법이 부딪치고 다른 일이 일어났지요. 엘사는 마법을 잊고 안나는 엘사 곁에 있지 못하게 됐어요. 안나가 엘사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안나 몸이 얼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둘은 따로 살게 됐지요. 그나마 시간이 흐르고 둘이 서로를 기억해내면 저주가 풀린다고 했는데,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서 엘사 마음은 슬픔에 차고 그 마음에 마법이 반응했어요. 세해가 흐르고 엘사는 대관식 날 온 나라를 얼려버려요. 엘사는 안나를 기억해 내고 찾으려고 했군요.

 

 세해가 흐르고 안나는 열여덟살이 됐습니다. 안나는 여름에 갑자기 눈이 내리고 나라가 얼어붙자 왕궁이 있는 아렌델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엘사 공주를 도와야 한다고. 안나는 아렌델에 가고 눈사람 올라프를 만나고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지만 바로 다 돌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안나는 엘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걸 피붙이는 못 속인다고도 하지요. 백성이나 궁전 사람은 엘사가 마법을 쓰는 걸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기도 했어요. 마법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는 그러겠지요. 그나마 부모는 엘사가 가진 마법을 재능이라 여겼어요. 안나도 다르지 않았겠군요.

 

 이런 이야기는 좋게 끝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동안 떨어져 살아서 서로 쓸쓸했던 엘사와 안나는 서로를 떠올리고 다시 만난 걸 무척 좋아했어요. 바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잠시 시련이 닥치기도 했어요. 엘사와 안나뿐 아니라 궁전 사람과 백성도 아렌델에 공주가 둘이라는 걸 기억해내요. 엘사는 마법을 조절해서 얼음을 녹였어요. 크리스토프나 순록 스벤 그리고 별로 괜찮지 않은 한스 왕자 이야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한스 왕자는 엘사나 안나를 자신이 힘을 가지는 데 이용할 상대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온 세상이 얼음에 갇혔다 돌아오고 엘사와 안나가 다시 만나서 다행입니다. 엘사나 안나는 친한 친구가 없었는데 둘이 서로한테 좋은 친구가 되겠군요. 그런 점 부럽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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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20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끝이 좋게 끝나야 좋더라고요. 슬프게 끝나면 오래 기억에 남을 순 있어도 찜찜한 마음이 남게 돼서요. 저도 음악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어요. 얼음으로 소재를 삼았다는 게 참신합니다. 마법도 그렇고요.
희선 님은 내용 정리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이야기 읽다 보면 어느 새 끝이 나고 맙니다. 400쪽이던데 글자는 작지 않나요? 저는 요즘 작은 글자를 싫어합니다.ㅋ

희선 2020-10-21 02:47   좋아요 1 | URL
지금 생각하니 앞에서 슬픈 일을 겪으면 나중에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늘 슬프고 힘든 사람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 이야기도 있군요 그런 이야기는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여기에서는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다른 사람과는 다른 거였나 봐요 그런 사람이 많다면 반대로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게 이상할 텐데, 그런 이야기도 있어요 만화지만... 글자 크기 그렇게 작지 않았어요


희선
 
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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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만나게 됐다. 이 책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 꼭 그렇지 않겠구나. 내가 예전에 한번 보고 싶다 생각한 걸 잊어버렸다 해도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을 것 같다. 달빛을 마신 아이가 나온다니. 달을 자주 못 보지만 어쩌다 한번 보면 반갑다. 가끔 달은 낮에도 보이는구나. 요즘 별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달은 잘 보인다. 지구와 가까이 있어서 그렇구나. 달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한다. 실제 달에는 대기도 없고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지만. 예전에 달에 간 사람이 있지만 아직도 사람이 마음대로 가기 어렵다.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다니.

 

 한해에 한번 보호령에서는 가장 어린 아기를 마녀한테 바쳐야 했다. 마녀한테 아기를 바쳐야 나머지 사람이 한해를 별일 없이 지낸다고 믿었다. 그런 일은 거의 오백년이나 이어졌다. 보통 사람은 마녀가 있다 여겼는데 장로는 마녀가 없다고 여겼다. 그래도 희생제 날을 지켰다. 장로는 사람들을 지배하려 했다. 장로 뒤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니. 그건 책을 보면서 알게 됐다. 숲속 분화구 옆에는 마녀가 산다. 마녀 잰은 습지 괴물 글럭과 작은 용 피리언과 살았는데, 잰은 한해에 한번 숲에서 아이를 구했다. 사람들이 희생제 날이라 하는 걸 잰은 별아이 날이라 했다. 같은 날을 이렇게 다르게 말하다니. 잰은 그저 사람이 한해에 한번 아이를 버린다고만 생각했다. 그건 다 보호령을 덮은 슬픔의 구름 때문이었다.

 

 마녀 잰은 한 아이한테 잘못해서 달빛을 먹였다. 아이한테 별빛은 괜찮아도 달빛은 안 좋았다. 달빛이 아이한테 마법을 걸어서다. 처음에 잰은 그 아이한테 마음이 갔다. 그래서 다른 때처럼 바로 자유도시에 가지 않고 멀리 돌아갔다. 멀리 돌아가니 시간이 걸리고 나이 많은 잰은 지쳐서 정신이 없었겠지. 잰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루나라 하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루나는 마녀 잰과 늪 괴물 글럭 그리고 작은 용 피리언과 함께 살게 된다. 루나가 자라자 루나한테서 마법이 흘러나왔다. 잰은 그걸 골칫거리로 여기고, 루나한테 마법을 제대로 가르치려고 오래전에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간다. 거기에서 잰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잘못 기억하는 일로 실제 마녀는 용과 함께 화산을 잠재우려 했는데, 사람들은 마녀가 용과 화산을 터뜨렸다고 기억했다. 용과 함께 화산으로 들어간 건 잰 스승이었다. 스승은 잰한테 자기 이야기를 기억하고 알리라 했는데, 젠은 그걸 까맣게 잊었다. 루나도 잰과 비슷하게 됐다. 루나는 마법과 상관있는 건 기억하지 못했지만. 잰은 차라리 그게 더 잘됐다 여기고 루나한테는 처음부터 마법이 없었다고 생각하게 하려 했다.

 

 잰과 루나 글럭 피리언이 사는 것과 보호령 사람 이야기도 나온다. 보호령에서 왜 아기를 마녀한테 바쳐야 하느냐고 생각한 사람은 견습 장로 앤테인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아기를 바치라는 말을 따랐다. 루나 엄마는 루나를 빼앗기고 슬퍼해서 탑에 갇혔다. 아기를 주려고 하지 않는 걸 보고 사람들은 루나 엄마가 미쳤다고 여겼다. 자기 아이를 빼앗기면 슬프고 마음이 멀쩡하지 않을 텐데. 앤테인은 희생제 날이면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장로가 되지 못하고 견습 장로도 그만두었다. 그래도 앤테인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목수가 되었다. 앤테인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다. 하지만 자기 아이가 희생제 날 뽑히게 생겼다. 예전에 앤테인은 마녀와 이야기 하면 된다 여겼는데, 잰은 앤테인과 말하지 않았다. 자유도시 사람하고는 말했는데, 그건 다른 것 때문이었을지도. 앤테인은 마녀를 죽이면 앞으로 아이를 바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숲으로 간다. 그런 앤테인을 죽이려고 이그나시아 수녀 원장이 뒤를 쫓았다. 장로 뒤에 있었던 게 바로 슬픔을 먹는 수녀 원장 이그나시아였다.

 

 오래전 일어난 일을 잰은 잊고 루나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그나시아도 그랬을지도. 잰과 이그나시아는 슬픈 기억을 잊은 걸지도. 사람은 모두 나면 언젠가 죽는다. 자기 둘레 사람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프겠지. 잰은 그걸 잊으려 했다. 이그나시아도 슬픔을 심장에 가두고는 다른 사람 슬픔을 먹었다. 어쩌면 마법을 가진 사람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다 슬픔을 모르는 척하고 남의 슬픔을 먹게 되는 걸지도. 그게 이그나시아였을지도. 기억을 잊으면 안 될 텐데. 그게 슬픈 일이라 할지라도. 루나가 열세살에 가까워지자 루나가 잊은 기억이 돌아왔다. 루나 기억에 빠졌던 부분이 채워졌다. 루나는 이상하게 여긴 것들을 이제는 알게 됐다. 그리고 곧 할머니(잰)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오백년 전에 화산이 터졌을 때 잰은 스승이 용과 함께 화산을 잠재운 걸 잊었지만, 루나는 그러지 않았다. 루나한테는 엄마와 잰이 있어서였을지도. 이번에 옛날처럼 화산이 터졌는데, 루나와 엄마와 잰이 함께 보호령 사람들을 구했다. 보호령 사람들은 예전에 잃은 식구를 만나기도 했다.

 

 보호령을 뒤덮은 슬픔은 걷혔다. 이그나시아가 보호령을 떠나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앤테인이나 앤테인 아내 에신이 다르게 생각해서는 아닐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기보다 어딘가에 묻어가는 걸 편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보호령 사람은 한사람만 희생하면 나머지는 괜찮다고 여기고 지금까지 가장 어린 아기를 바쳤다. 모두가 살려고 해야지, 한사람이라고 작게 여기다니. 슬픈 기억이라 해도 잊지 않아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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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사람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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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과일을 제철에만 먹지 않지. 그래도 귤만은 겨울에 먹어야 할 것 같아. 겨울이 아닌 때도 귤 나오던가. 난 겨울이 아닌 때 귤 먹어본 적 없어. 귤은 따듯한 곳에서 자라지. 한국에서 겨울에도 따듯한 곳은 제주도야. 하지만 겨울이 와도 꼭 춥지 않기도 하군. 그건 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기후가 바뀌어서지.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귤농사 잘될까. 아직은 괜찮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난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제주도에서는 레몬도 나오지 않을까. 레몬은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그거 알아. 레몬이 시기는 해도 그 나라에서 파는 건 익은 다음에 따서 많이 시지 않대. 귤만큼 달지 않아도 조금 단 레몬도 괜찮을 것 같아.

 

 내가 먹어 본 건 보통 귤이지만 제주도에는 한라봉이라는 것도 있지. 그건 한국에서만 나는 걸까. 귤을 조금 다르게 만든 건지. 잘 모르면서 말했군. 어쨌든 한라봉은 귤보다 더 달고 맛있다고 들었어. 겨울에도 먹을 과일이 있어서 다행이지. 비닐하우스에서 기른 딸기도 나오는 듯하지만. 난 그런 건 거의 안 먹어. 사 먹지 않는 거군. 귤은 누구나 편하게 사 먹지. 그리 비싸지 않으니. 예전에는 달랐을까. 언제부턴가 겨울이 오면 라디오 방송에서 틀어주는 노래가 있는데 그거 알아. 그건 재주소년 노래 <귤>이야(아직 겨울 아니지만 며칠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어). 겨울에는 급식에 귤이 나오기도 하는가 봐. 제주도 학교에서는 귤이 꼭 나올 것 같군. 그 귤을 보고 벌써 겨울이 왔구나 생각하기도 하겠지.

 

 이 책을 그리고 쓴 사람은 제주도에서 태어났대. 겨울이 오면 집으로 가서 귤을 땄어. 여기에는 그런 모습이 담겼어. 말은 제주도말이어서 다 알아듣기 힘들어. 그래도 괜찮아. 무슨 말인지 쓰여 있어. 제주 사투리도 많이 사라졌다던데 여전히 사투리 쓰는 사람도 있는가 봐. 제주도말이라 해야 할까. 오래전에 제주도는 나라기도 했잖아. 탐라국이라고. 제주도를 다른 말로 탐라라 하지. 제주에서 안 좋은 일 일어난 적도 있군.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많이 죽임 당한 일. 그것도 같은 나라 사람한테. 그걸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조선시대에 제주는 유배지기도 했어. 많은 사람을 보낸 건 아닐까. 생각나는 사람은 김정희밖에 없다니. 죄인도 제주도에 보냈던가. 예전에 드라마에서 그런 모습 본 것 같아.

 

 여러 사람이 귤을 따려고 모이고 이야기하는 모습 정겨워. 갑자기 학교 다닐 때 배운 품앗이라는 게 생각나기도 하는군.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그런 거 하지 않을까. 귤농사 짓는 사람 집을 돌아가면서 귤 따기. 귤꽃은 못 봤는데 귤꽃 핀 모습 예쁠 것 같아. 귤이 열리고 자라면 귤나무에는 노란 등이 달려. 그걸 다 따면 풀색잎만 남아. 귤을 구워먹기도 하는가 봐. 그건 여기에서 봤어. 바로 딴 귤은 구우면 맛있을지도. 귤은 따듯한 데 두면 더 달게 되던가.

 

 추운 겨울에는 귤 많이 먹고 면역력 높여. 비타민C는 면역력 높이는 데 도움 주겠지. 맛 좋고 몸에 좋은 귤이군. 귤이 들어갈 때쯤에는 봄이 오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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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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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D의 살인사건 다음에 나오는 말 ‘실로 무서운 것’이 무얼까 했다. 우타노 쇼고가 처음에 쓴 글을 보고 여기 담긴 소설이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지금 시대에 맞게 썼다는 걸 알았다. 우타노 쇼고는 어릴 때부터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봤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가 추리소설을 썼을 때 다른 소설가도 있었겠지만. 난 에도가와 란포와 같은 때 추리소설을 쓴 사람을 거의 모른다. 에도가와 란포가 요코미조 세이시한테 추리소설을 써 보라 말했다는 건 안다.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을 거다. 에도가와 란포 소설보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조금 더 많이 본 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는 거의 이름만 알고 2019년에 단편 중편이 담긴 걸 만났다. 거기에서 본 건 여기에는 없다. <천장 위 산책자> 이야기는 <음울한 짐승의 환희>에 나오는구나.

 

 내가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별로 못 만났지만, 에도가와 란포한테 영향 받은 소설가 책은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추리, 미스터리 많이 본 사람보다 여전히 적지만). 많은 일본 소설가가 에도가와 란포한테 영향 받았겠지. 그리고 마쓰모토 세이초도. 란포와 세이초 비슷한 점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다니기 좋아하는 거. 란포는 글이 잘 쓰이지 않으면 여기저기 다녔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를 많이 생각나게 하는 건 오래된 만화 <명탐정 코난>이다. 에도가와 코난은 에도가와 란포와 코난 도일 이름을 합친 거다. 코난인 쿠도 신이치는 홈즈를 더 좋아하던가. 란포 소설도 읽었겠지. 코난은 이것저것 아는 거 많다. 란포가 코난을 알았다면 참 기뻐했을 것 같다. 코난 이야기는 전에도 했던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인간 의자>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오시에 : 꽃, 새, 인물 모양 판지를 여러 빛깔 헝겊으로 감싸 솜으로 높낮이 효과를 주어 판자에 붙이는 전통 공예품) 이야기는 조금 봤다. 우타노 쇼고는 <인간? 의자!>와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로 썼다. 사람이 의자에 들어가는 건 <검은 도마뱀>에도 나오기는 한다. ‘인간 의자’에 나오는 건 다른 의자구나. 사람이 의자(1인용 소파)에 들어가게 의자를 개조해서 그 안에 들어가는 건데, 인간? 의자!에도 그런 게 나올까 하면서 봤다. 여기에서는 말뿐이었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걸 믿고 큰일을 저지르고 만다. 책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말이 나와서 조금 신기했다. 그건 뭐라 해야 할까. 누구나 책을 보면서 그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복수하려고 오랜 시간을 들이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이야기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이야기>는 조금 상상이 되지 않나. 그렇기는 해도 지금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여기에서는 그걸 어떻게 나타냈을까. 어떤 복제 인공지능이 스마트폰 화면에 보였다. 인공지능 자체가 스마트폰 안에 든 건 아닌 듯했다. 첨단과학이 나오면서 환상도 나온다. 이걸 보면서 나도 스마트폰과 다니는 사람 이야기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밖에 못했다. 그때 바로 썼다면 좋았을지. 이걸 보다보니 <나츠메 우인장>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건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에 영향 받았을까. 나츠메 우인장에서는 요괴가 그림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닌다. 그 요괴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이 그림속에 들어갔다 여겼다. 그 사람이 정말 그림속에 들어갔는지 그저 그 사람을 그린 그림일 뿐인지 그건 모른다. 난 이런 쪽이 더 좋은데. 스마트폰에도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갔으려나 했다. 우타노 쇼고는 인공지능을 썼구나.

 

 책 제목이기도 한 <D의 살인, 실로 무서운 것은>에는 무서운 초등학생이 나온다. 무섭다고 하다니. 그만큼 그 아이가 상처받아서 친구라 여긴 사람(어른)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겠지. 그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밖에 말하지 않다니. 어쩐지 요즘 어린이는 똑똑하고 무섭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만 있지 않겠지. 그래야 할 텐데. <‘오세이 등장’을 읽는 남자>는 이상 소설 <날개>가 생각나게 했다. 아니 이건 에도가와 란포 소설 <오세이 등장>이 그랬다. 폐병 걸린 남편과 다른 사람을 만나는 아내라는 게. 우타노 쇼고가 쓴 소설에서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편과 아내가 나오고, 남편은 치매를 앓는 아내 아버지를 돌봤다. 그렇다고 좋은 남편이냐 하면 아니다. 남편인 타로는 장인이 죽기를 바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이 먼저 의류함에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가고 뚜껑을 닫으려 할 때, 난 마음속으로 타로가 저기에 들어가면 갇히겠구나 했다. 실제 그렇게 된다. 그래도 한번 살 기회가 있었는데 놓치고 만다.

 

 소설이 시작하기 전에 짧게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소개한다. 그것과 비슷한 것도 있고 조금 달라 보이는 것도 있다. <붉은 방은 어떻게 바뀌었는가?>는 연극으로 많은 사람을 속이는데 비극으로 끝난다. 본래는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음울한 짐승의 환희>는 망상을 즐기던 사람이 그걸 깨어버려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비인간스런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암호풀이구나. 그걸 하는 사람은 즐거웠겠지만 그건 듣는 사람은 그저 그래 보였다. 아니 그래도 잠시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구나. 우타노 쇼고가 쓴 소설을 보니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 소설을 만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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