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고양이
한혜연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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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고양이랑 같이 살지 않지만, 고양이랑 같이 사는 사람 조금 부러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는 게 고양이잖아. 이건 고양이한테 가진 환상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가까이 있지 않고 멀리 있으면 그런 환상도 가지잖아. 그래도 고양이가 위로가 되는 건 맞지. 어때. 그건 개도 식물도 그렇다고. 그렇겠지. 사람을 위로해 주는 건 고양이만이 아니겠어. 누군가는 맛있는 걸 먹어도 기분 좋아지겠어. 맛있는 거, 이 책 제목이 ‘빵 굽는 고양이’잖아. 고양이와 빵이 나와. 언젠가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을 식빵처럼 그린 거 봤는데, 그런 모습을 식빵 굽는다고 하더군. 이런 말은 고양이와 같이 사는 집사라면 다 알겠어. 먹지 못하겠지만 귀여운 고양이 식빵이겠어.

 

 고양이는 한마리만 있어도 그렇게 쓸쓸하게 여기지 않겠지. 동물은 자기 영역 같은 걸 만들어 두려고도 하잖아. 처음부터 여러 마리는 괜찮아도 나중에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살게 하려면 먼저 살던 고양이가 그걸 싫어할 때도 있는 것 같아. 시간이 가면 서로 익숙해지기도 하겠지만. 처음부터 큰 고양이가 작은 고양이를 돌볼 때도 있겠지. 사람이 다 다르듯 고양이도 다 다를 거야. 개는 같이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도 하는데, 고양이는 어떨까. 사람과 살면서 그 사람을 조금 닮기도 할까. 조금은 닮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멋대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알았어, 알았어.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자신이 사람인 듯 살겠지. 한마리는 그래도 여러 마리는 다를 것 같아. 여기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나와. 한치 두치 꽁치. 마지막은 삼치라고도 해. 막내여서 꽁치군. 한치가 오징어 닮았다는 거 이거 보고 알았어. 한치는 한치 냄새를 맡고 사람을 따라왔어. 그렇게 만나기도 하는군. 난 그런 고양이 연도 없는 듯해. 우연히 고양이를 만나고 함께 사는 사람도 부러워. 길러야지 하고 어딘가에서 사거나 얻어오는 것보다 나은 것 같잖아.

 

 

 

 길에서 만난

 

 

 

 사람은 고정미야. 계약직 일을 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자 더는 그 회사에 다니지 못하게 돼. 그날 정미는 작은 사과를 사오고 집에서 애플타르트를 만들어. 정미는 가끔 빵을 만드는가 봐. 아니 요즘은 그런 사람 많더군. 난 아니지만. 난 음식 못해. 고양이는 비닐 소리가 들리면 달려오고 비닐봉투에 들어가기도 하잖아. 꽁치가 그래. 고양이는 상자에 들어가는 것도 아주 좋아해. 뭐가 좋은 걸까. 어린이도 그런 거 좋아하던가. 어딘가에 들어가는 거.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정미는 일자리 찾다가 국비 지원으로 제과제빵 학원에 다녀. 전문으로 그걸 배우게 된 거지. 본래 빵을 만들어서 제과제빵 학원에서 배우는 거 어렵지 않았겠어. 바로 마음에 드는 일자리 구하지 못해도 제과제빵 자격증 따면 그쪽 일해도 되겠어.

 

 다른 친구가 연락해서 만나기도 했는데. 거기에 정미와 헤어진 남자친구가 오고 태어난 날이라면서 케이크를 사오라고 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해도 만나면 어색할 것 같은데. 정미는 자기가 만든 케이크 가지고 가. 그런 걸 만들다니. 다른 거 못해도 케이크 만드는 거 알면 좋을 것 같아. 요즘은 케이크 빵만 만들어서 파는 것 같기도 해. 그저 생각만 해야지. 다 하고 치우려면 귀찮잖아. 정미와 헤어진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고, 그 여자친구한테는 자신이 복숭아 알레르기라는 걸 말하지 않았나 봐. 먹는 거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힘들겠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걸로 죽는 추리소설을 봐서 이런 생각을 했군. 뭐든 편하게 먹는 것도 참 다행한 일이야. 별거 아니지만 고맙게 여겨야 하는 일이군. 싫어해서 안 먹는 것도 있겠지만. 나도 몸에 안 맞는 거 있군. 알코올. 알레르기 같은 건 아니지만 잘 안 맞아. 싫어하기도 해. 나한테 안 맞는 거 그거 말고도 있는 것 같아. 거의 안 먹는 거니 상관없군. 차 종류에는 마시면 어지러운 거 있더라고.

 

 정미한테는 마음먹으면 바로 그걸 하는 언니가 있어. 언니는 정미와 같이 카페를 해 보자고 해. 정미는 엄마한테 돈을 갚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돈을 다시 빌리기로 해. 그때는 엄마가 좋아하는 상투과자를 만들어 가. 안에 팥이 든 그 과자 상투과자군. 난 이름 몰랐어. 나도 그거 좋아하는 편인데. 정미는 빵과 과자를 맡고 언니는 커피를 맡으면 괜찮겠지. 한국에 카페 많은 것 같은데 정미와 언니가 하는 곳 잘됐으면 해. 한치 두치 꽁치와도 오래 함께 살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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櫻風堂ものがたり (單行本(ソフトカバ-))
村山 早紀 / PHP硏究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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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본래는 그냥 ‘오후도 이야기’다)

무라야마 사키

 

 

 

 

 

 

 몇해 전에 산 책을 이제야 만났다. 그런 일 처음이 아니구나.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산 일본에서 나온 단행본이다. 단행본은 비싸서 거의 문고를 샀는데, 이 책을 알았을 때 단행본으로 사고 싶었다(지금은 문고 나왔다). 문고나 단행본이나 다를 건 없을 텐데, 처음이어서 바로 읽지 못했다. 책은 예전보다 조금만 읽게 됐다. 하루에 두 시간 본 날이 많았다. 네 시간 본 날은 겨우 하루다. 요새, 아니 몇달 동안 이 모양이다. 좀 우울해서. 우울하면 더 책을 보면 좋을 텐데 잠자는 게 영. 이 말 몇달째 하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책을 부지런하게 볼지. 책 덜 보면 다른 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구나. 뭐든 이어져 있는지 하나를 조금 하면 다른 것도 별로 안 한다. 반대로 하나를 많이 하면 다른 것도 많이 한다. 책 읽고 쓰기나 글쓰기 편지 쓰기는 아주 다른 게 아니기는 하다.

 

 내가 이 책을 산 건 한국에 나오지 않거나 빨리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내 생각과 다르게 한국에도 이 책이 나왔다(그건 벌써 읽고 썼구나. 사실은 이걸 먼저 보고 그걸 나중에 봤다). 얼마 뒤에 그것 때문에 더 못 본 것 같다. 이 작가는 소설을 많이 썼는데 한국에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거 생각하고 바로 안 나오겠지 한 건데. 이 책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일본 서점상 후보였다. 그때 일등한 건 온다 리쿠 소설 《꿀벌과 천둥》이다. 그 책을 알고 《츠바키 문구점》을 알고 이 책을 알았던가. <츠바키 문구점>은 드라마 보고 알았던가. 드라마 보고 책을 찾아보고 그때 일본 서점대상 후보였다는 걸 알고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가. 아니 그것보다 먼저 어떤 분 블로그에서 이 책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 블로그가 가장 먼저였는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이 책을 진작에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지금은 어느 나라나 책방이 줄어들겠지. 내가 사는 곳에도 책방 별로 없다. 책방이 집에서 멀기도 해서 잘 안 간다. 그 책방과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은 가끔 가겠지. 그래야 할 텐데. 사월에는 책방 하나가 문을 닫기도 했다. 거기에 잘 가지 않았지만 조금 아쉬웠다. 한국은 책방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할까. 출판사에서 책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서울에 있는 책방에만 다닐까, 지방 책방에도 갈까. 그러고 보니 출판사와 책방,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는 다 일본소설이나 만화였다. 일본은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문가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잘 알고 자신이 맡은 곳 책을 어떻게 하면 손님한테 알릴지 생각한다. 그건 소설이어서 더 그렇게 나온 건지.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소설이라 해도 실제 어떤지 알아보고 쓸 거다. 책방에서 어떤 책을 찾을 때 잘 모른다고 하면 그것도 모르다니 하는 생각을 하기도. 책방에서 일한다고 거기 있는 책을 다 아는 건 아닐 텐데.

 

 책 제목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인데 츠키하라 잇세이가 먼저 일한 ‘긴가도 서점’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긴가도 하면 뭔가 싶은데, 이건 은하당銀河堂이다. 백화점이 호시노여서 그럴지도. 호시노는 사람 성이지만, 호시(星)는 별이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철이(테츠로) 성이 바로 호시노다. 츠키하라 잇세이는 긴가도에서 아르바이트에서 직원으로 열해쯤 일했다. 잇세이는 문고를 맡았는데 점장은 잇세이를 ‘보물 찾는 츠키하라’라 했다. 어느 날 잇세이는 긴가도에서 책을 훔친 중학생을 쫓아간다. 그 아이는 백화점을 나가 차에 치인다. 그 일로 잇세이나 긴가도를 안 좋게 말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잇세이가 잘못한 걸까. 그건 아닐 텐데. 좀 더 빨리 그 애를 잡았다면 좋았을걸. 그 아이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고 돈을 빼앗겼다. 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책을 훔쳐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그 아이는 괴롭힘 당해서 괴롭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훔쳐야 해서 괴로웠다. 누군가한테 들키거나 거기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괴롭힘 당하는 건 선생님이나 부모한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그런 말하기 쉽지 않겠지. 말해서 더 나빠지기도 하니. 그 아이가 이제는 괜찮기를 바란다.

 

 잇세이는 잇세이대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나마 아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잇세이는 혼자고 누군가와 깊이 사귀지 않았다. 그건 어린 시절 일 때문이다. 아무도 잇세이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그래도 인터넷에서 잇세이는 책 이야기를 몇 사람과 주고받았다. 거기에서 한사람이 바로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오래된 책방 오후도 주인이다. 잇세이가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다가 오후도 책방에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잇세이는 옆방 노인이 맡긴 앵무새 선장과 살았는데 오후도 책방에는 함께 가기로 한다. 앵무새가 잇세이한테 말하는 것도 나오는데 꼭 잇세이 마음을 알고 하는 것 같았다. 앵무새는 어떤 마음으로 잇세이한테 말한 건지. 잇세이가 오후도 책방에 가겠다고 주인한테 메일을 보냈다. 잇세이는 오후도 주인이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잇세이가 사쿠라노마치에 가려고 한 날 오후도 주인이 자신은 병원에 있다고 한다.

 

 책방 일을 그만둔 잇세이, 몸이 아파 책방을 열지 못하는 책방 주인. 책방 주인한테는 손자가 있었다. 손자를 생각하면 일을 아주 그만둘 수 없었다. 그것보다 작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 문을 닫고 싶지 않았다. 잇세이는 자신이 다시는 책방에서 일할 수 없다고 여겼는데 오후도 책방을 맡아서 해달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잠시 망설이다 잇세이는 오후도 책방을 맡기로 한다. 오후도 책방에 혼자 있던 토오루를 보고 더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에도 갈 곳 없던 어릴 적 자신이 떠올라서 말이다. 토오루가 혼자 있었던 건 아니구나. 새끼 고양이도 함께 있었다. 새끼 고양이가 세상을 보는 것도 잠시 나오는데 어쩐지 슬펐다. 새끼 고양이가 토오루를 만나고 거기에 잇세이와 앵무새 선장이 가서 다행이다.

 

 조금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마음 따스해지는 이야기다. 잇세이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할 때 다음에 나올 책 단 시게히코가 쓴 《4월의 물고기》를 많은 사람한테 알리려 했다. 책이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잇세이가 긴가도를 그만두고 그 일을 긴가도에서 일하는 사람이 힘을 모아서 한다. 잇세이는 그 책을 오후도 책방에 놓는다. 책 한권을 생각하고 이런저런 걸 하는 거 대단해 보인다. 그 소설을 쓴 작가도 무척 기뻐했다. 한국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자신이 밀고 싶은 책 있으면 그걸 나타내기도 할까. 요즘은 남다른 책방이 많기는 하다. 책과 그리고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 즐겁게 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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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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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그런 바른 생활은 하지 않지만, 해 뜨는 아침과 해 지는 밤이 있어서 다행이야(과학은 지구가 스스로 돌아서 그렇다고 하겠지). 어제, 내일이라 하지만 우리가 만나고 사는 건 언제나 오늘이야. 지나간 날을 떠올리고 다가올 날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겠지. 사람이 지금만 생각하지는 않잖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면 지금이나 앞날보다 지난 날이 더 생각나. 그거 참 신기하지. 그런 게 아니어도 어느 날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 생각나기도 하잖아. 그건 나만 그럴까. 난 좋은 것보다 아쉬운 게 더 많이 떠오르기도 해. 덜 아쉬워하고 살고 싶은데 잘 안 돼. 가끔 난 어떤 걸 빨리 깨닫고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데, 나태주 시인은 일찍 깨닫지 않고 모르는 게 더 많은 게 즐겁다고 하더군. 이것도 맞는 말이야.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크잖아.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2>, 128쪽

 

 

 

 다른 시도 많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옮긴 건 ‘시2’야. 앞에는 거의 사랑을 말하는 시던데. 여기에는 그런 시가 많아. 앞에는 ‘시’라는 시도 있어. 그걸 보니 시인이 시에서 ‘너’라 하는 게 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 좋아하는 대상이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몇번 말했을 텐데 난 사랑하고 좀 멀어. 사랑이 한가지는 아니지만. 난 사랑이라는 말 잘 못 써. 지금 여러 번 쓰고 이런 말해서 믿기 어려울지도. 그런 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듯해.

 

 시는 줍는 것이군. 난 잘 못 줍는 것 같아. 나도 잘 줍고 싶어. 그러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잘 못 보는 걸 보려 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나태주도 그런 말을 했어.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길이다 하고 가면 가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잊혔을 때 그 길을 가 본대. 언젠가 인터넷 검색어에 ‘나태주’가 있어서 난 시인을 생각했는데, 그 나태주는 시인이 아니었어. 시인과 이름이 같은 가수가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야. 왜 이런 말을 한 건지, 그냥 생각나서. 어쩌면 가수 나태주를 찾다가 시인 나태주를 알게 되는 일이 있을지도.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안부>, 104쪽

 

 

 

 오래 만나지 못하고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기도 어렵지. 반대로 오래 연락이 없다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해. 내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이 같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친구한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보는 거 괜찮겠어. 아니 나도 잘 모르겠어. 연락하지 않은 동안 친구한테 큰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 그냥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만 하는 게 나을 듯해. 이런 생각하니 이 시에서 잘 있다는 말이 고맙다는 말 잘 알겠어.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에서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224쪽

 

 

 

 이 시를 옮겨 써 보니 시인은 마음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보다 오랜 시간을 살고 이런저런 걸 겪고 그렇게 됐겠지. 난 언제쯤 괜찮아질지 모르겠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은 단다해지지 않을 것 같아. 그러고는 단단하지 않으면 어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 뭐든 하고 싶을 때 해야 아쉽지 않을 텐데. 그건 좋은 것일 때일 것 같아. 이 시에서 말하는 건 안 좋을 때가 아닐까. 그런 때는 참고 넘겨야 하지. 그러지 않으면 잘못하거나 다른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할지도 모르잖아.

 

 난 이번에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으로 처음 봤는데, 요새는 책에 시나 좋은 글을 바로 옮겨쓰게 하는 책이 많이 나오더군. 난 책에 뭐 쓰는 거 안 좋아하는데. 공책에 조금 옮겨 썼어. 여기에 옮긴 시. 다른 사람이 쓴 시나 글을 옮겨 쓰면 그걸 쓴 사람 마음을 조금은 알까. 내가 그런 거 생각하면서 했는지 그냥 했는지. 그냥 한 것 같아. 앞으로는 좀 생각해 봐야겠어. 시든 소설이든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을 보면 공책에 적어둬야겠어. 그렇게 적어둔 걸 가끔 보면 더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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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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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 작품이 담긴 것도 다르지 않지만 책 한권에 여러 사람 소설이 담겼을 때는 더 제목 짓기 어렵다. 김승옥문학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듯했다(나만 잘 몰랐나). 문학동네로 온 게 잘된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김승옥문학상은 김승옥이 작가가 되고 쉰해가 된 걸 기념해서 2013년에 KBS순천방송국에서 만든 상이다. 그때는 신인이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응모했던 듯하다. 문학동네로 오고는 작가가 되고 열해이상 된 사람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단다. 이름을 가리고 소설을 읽게 했다는데, 한번 어딘가에 발표한 거니 읽어본 적 있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소설가나 평론가가 문학잡지를 다 읽는 건 아니겠지만. 이름 모르게 하는 데 뜻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이름을 알고 소설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조금 다를 것 같기는 하다. 이번에 대상은 윤성희 소설 <어느 밤>이고 다른 소설가도 다 여성이다. 이름 보고 다 아는 작가다 했다. 예전에 조금 짧게 쓴 글에도 이번에 쓴 말과 비슷한 말을 썼구나.

 

 한국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다. 이 말부터 하다니. 여기 담긴 소설에서 알듯 말듯한 소설은 <운내>(최은미)다. 잘 모르는 걸 가장 먼저 말했다. 먼 친척인 두 여자아이가 열세살쯤에 마음연마원 같은 데서 잠시 같이 지낸다. 산주님이나 어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거기에 보냈던 걸까. 승미는 자신은 나쁜 피를 가졌다고 하고 ‘나’한테는 가끔 ㅌ읏이 찾아왔다. 초성만 쓰여 알기 어려운 말도 있다. 산주님은 산주인 이라는 말인 듯하다. 한국에도 실제 이런 수상한 수련원이 있겠지. 난 수상해 보였는데. 동생을 생각하던 어른이 한 말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나’와 승미는 무슨 일을 저지른다. 승미는 어떻게 된 건지, 죽은 건지. 엄마와 승미 엄마가 연락을 끊었다는 걸 보면. 두 아이 이야기뿐 아니라 산주님 이야기도 생각해 볼만하다.

 

 대상을 받은 <어느 밤>(윤성희)은 나이 든 여자가 놀이터에 있던 킥보드를 훔치고 밤마다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자신을 돌아본 게 그때만은 아니었겠지만, 넘어지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니 더 생각난 건지도. 자기 이름, 공사장에서 다치고는 술 마시고 엄마를 때린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엄마와 동생이 자신만 두고 떠나버린 일. 엄마는 이상한 종교에 빠졌다. 여자 남편은 예전에는 다정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욕을 한다. 사람은 왜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될까. 세상이 자신한테 잘못했다 여겨설까. 자신이 잘못한 건 생각하지 않다니. 킥보드 타다가 넘어진 여자를 발견하는 청년도 참 안됐다. 고등학교 3학년 동생과 같은 방을 써서 밤에는 독서실에 있었다. 어릴 때 여동생이 차 사고로 죽고는 사는 게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게 지금도 그런 거겠지. 그래도 이야기 조금 따스하기도 하다. 얼음 땡 놀이를 말하는 것은. 움직이지 못할 때를 얼음이라 하고 땡을 해줄 사람이 나타난다고. 청년은 넘어진 여자한테 119 차가 오면 땡을 해주겠다고 하고, 여자는 청년한테 이제 땡이니 집으로 들어가라 한다.

 

 일흔두살은 뭔가 있을까. 권여선 소설 <하늘 높이 아름답게>에서는 마리아가 일흔두살에 죽고, 황정은 소설 <파묘>에서는 이순일이 일흔두살이다. 마리아는 좀 잘사는 집 막내로 태어났지만, 딸이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몰래 공부하고 독일로 가는 간호사가 되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암이라는 것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죽었다. 성당 사람은 마리아 이야기를 하고 베르타는 그런 걸 들으면서 자신도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여긴다. 마리아가 살았다면 모를까 죽고 없는데 마리아 아들이나 손녀한테 마음 쓸까. 친아들도 친손녀도 아니면 더하겠지. 잠시 안됐다 말해도 그때가 지나면 잊을 거다. <파묘>는 어쩐지 슬프다. 왜 슬플까. 이순일이 그동안 친정이라 여긴 할아버지 무덤을 없애설지. 그것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부모가 일찍 죽은 이순일을 여섯살 때부터 기르고 열여섯에 떠나 보낸 일이 슬펐다. 이순일이 결혼할 때는 할아버지가 먼 길을 찾아왔다. 사람이 죽으면 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순일이 할아버지를 잊지 않았으니 괜찮다.

 

 남은 소설은 세 편이구나. <어쩌면 스무 번>(편혜영)은 좀 무섭다. 괜찮으리라고 여긴 보안업체 사람이 거의 협박을 하다니. 부부는 그런 벌을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걸까. 아내 아버지가 치매여서 시골로 이사왔다. 아내는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모셨지만 지금은 약을 먹이고 자게 한다.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남편은 옥수수밭에서 달을 보고 앞으로 저 달을 스무 번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 <환한 나무 꼭대기>(조해진)는 조용하고 쓸쓸하다. 강희를 다 알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강희가 마음 편안하게 살았으면 싶다. <마지막 이기성>(김금희)을 보면서는 또 <너무 한낮의 연애>를 생각했다. 다르지만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이야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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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썰록
김성희 외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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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많겠지. 예전에 한번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산 사람은 다 어떻게 됐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도 본 적 있다. 그 드라마는 본 지 좀 됐다. 좀비와 뱀파이어는 한번 죽고 다시 살아난다는 건 같지만 다르다. 뱀파이어는 피만 먹고, 좀비는 피뿐 아니라 산 사람을 먹는구나. 먹는 게 달라서 다른 걸까. 좀비나 뱀파이어 이야기가 자주 나오면 사회가 어떻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떻다’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 좋은 건 아니겠지(경제가 안 좋다고 했던가). 이야기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상관있을 때도 있지만, 그런 소설로 말하고 싶은 게 있기도 하겠지. 이 책은 좀비와 고전을 재미있게 보라고 쓴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 황순원 소설 <소나기>를 차무진은 <피, 소나기>로 썼다. 죽은 여자아이가 돌아왔다. 예전과 다른 여자아이였는데도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예전과 똑같이 대했다. 그러면서도 여자아이가 예전처럼 이야기 하기를 바랐다. 여자아이는 죽었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남자아이는 무덤에서 나온 여자아이를 시귀라 했다. 여자아이는 무덤을 파고 나왔을까. 그렇겠지. 이건 조금 무서웠다. 사람이 아닌 다른 게 된 여자아이가 아니고. 여자아이를 잡아다 묶어놓고 다시 죽이려는 사람들 모습이. 여자아이 하나만 그래서 그렇게 했구나. 죽었다 살아나고 산 사람을 잡아 먹으려는 게 많았다면 사람들은 벌써 달아났을 텐데. 아니 달아나지 못하고 그 사람들도 시귀(좀비)가 됐을까. 여자아이는 한번 더 죽는다. 남자아이는 더 슬펐을지도.

 

 처음에 마지막에 실린 걸 말했구나. 첫번째 <관동별곡>과 두번째 <만복사 저포기>는 잘 모른다. <관동별곡>이야 제목은 들어봤지만. 이건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말해도 될지도. 조금 웃기기도 하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되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괜찮았다. 정철이 정말 여기 나오는 정 대감 같았을지. 작가는 다르다고 했구나. <관동행 : GAMA TO GWANDONG>(김성희)은 정 대감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임금한테 인사하고 한양에서 강원도로 떠나면서 좀비를 만나는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걸귀라 한다. 정 대감은 걸귀가 나타나면 재채기를 하고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근데 그게 도움이 됐다. 정 대감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다니. 앞에서는 정 대감을 쓸모없는 양반이라 말하기도 했다. 걸귀를 물리치는 건 김치였다. 이것도 재미있구나. 걸귀를 물리치는 김치에는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

 

 두번째 ‘만복사 저포기’는 <만복사 좀비기>(정명섭)라는 제목으로 썼다. 본래 소설에서도 양생이 주사위로 부처와 내기를 하는가 보다. ‘만복사 좀비기’에서 양생은 어머니하고만 살았는데, 왜구가 쳐들어 와서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숨어 있었다. 어머니는 죽었나 보다. 왜구가 쳐들어 온 것도 큰일인데 병까지 퍼졌다. 양생은 구덩이에서 나오고 병에 걸린 사람을 피해 만복사로 간다. 양생은 겨우 그곳에 있게 된다. 거기에 있으면서도 양생은 부처한테 혼인할 아가씨를 보내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양생이 혼인하기를 바랐다. 양생은 자신이 혼인하면 어머니한테 효도한다고 생각했겠지. 신기하게도 그곳에 아가씨가 나타난다. 절 스님과 다른 사람은 아가씨를 쫓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양생은 안 된다고 한다. 그 뒤 양생과 아가씨가 혼인하고 잘살았다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이 이야기 제목은 ‘만복사 좀비기’다. 뒤에는 반전이 기다린다. 그걸 보면 다 놀랄 거다.

 

 예전에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에 나온 옥희를 개그 소재로 쓰기도 했는데. 전건우는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로 썼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생각 안 나도 내용은 대충 안다. 전건우는 어머니를 다르게 그렸다. 사랑손님과 함께 아픈 아버지를 죽이는 걸로. 어머니는 우물에 약을 넣고 마을 사람도 잘 안 되기를 바랐다. 어쩐지 무섭구나. 그 약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옥희와 함께 집을 떠난다. <운수 좋은 날>(조영주)에는 현진건이 쓴 ‘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를 끌던 김 첨지가 나온다. 김 첨지는 옛날 사람인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김 첨지, 이제는 김 씨로 좀비였다. 그것도 채소만 먹는. 김 씨는 차를 운전했다. 자기 차를 서울까지 김 씨한테 운전해달라고 하는 소설가 해환도 좀비가 되고 만다. 김 씨는 짧기는 해도 말 잘 한다. 좀비라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어슬렁거리기만 하지 않을지도. 어쩌면 ‘운수 좋은 날‘ 세계에서는 좀비가 되면 더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는지도. 이런 생각도 재미있구나.

 

 고전을 좀비 이야기로 썼다는 걸 알았을 때 김동인 소설 <감자>도 그렇게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죽은 복녀가 좀비가 되고 자신을 죽게 한 남편과 왕 서방과 한의사를 죽이는. 복수하는 좀비는 못 본 것 같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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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25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티브이를 통해 옛 영화로 봤는데 재밌더군요. 옥희, 이름을 보니 생각나요. 귀엽죠.
좀비와 고전의 결합! 어떨까요?

희선 2020-11-26 01:32   좋아요 1 | URL
예전 사람은 말투가 달랐죠 지금 들으면 참 이상하고 재미있지만 그때는 그게 보통이었겠습니다 지금 말투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습니다 이런저런 상상이 재미있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