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엽서책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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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하기에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이 모지스군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예요. 한국에도 늦은 나이에 그림 그린 사람 있겠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글을 쓴 사람도 있겠네요. 나이보다 하려는 마음이 중요하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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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0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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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열권 보기 마음 먹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내가 조금 게으르게 지내는 때 《혼불》을 봐서 이 책 열권 다 보는 데 시간 많이 걸렸다. 책은 모두 열권이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최명희 작가는 이걸 얼마나 쓰려고 했던 걸까. 이 ‘혼불’을 빨리 못 본 건 이야기가 앞으로 가지 않아서다. 이야기가 앞으로 가야 다음에는 어떻게 되려나 하고 쉬지 않고 볼 텐데. 이건 핑계인가. 지난 《혼불》 9권에서는 사천왕 이야기를 참 길게도 했다. 마지막 《혼불》 10권, 5부 거기에는 사람들이도 그리 다르지 않다. 아니 마지막 권은 ‘거기 사람들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제목 보고 ‘거기’는 어디일까 했는데, 거기는 만주인 듯하다. 강모와 강태가 간 곳이기도 하다.


 만주로 간 강모와 강태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온 건 아니지만,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9권에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강모는 학교 전주고보에 다닐 때 역사를 가르쳐 준 역사 선생 심진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 심진학이 만주 봉천에 왔다. 강모가 먼저 심진학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강태도 함께. 심진학은 강모보다 강태를 편하게 여겼다. 심진학이 역사 선생 아닌가. 조선에서 역사를 가르쳐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게 얼마나 싫었을까. 심진학은 조선에서 독서회를 만들고 제대로 역사를 알리려다 경찰에 잡히고 고문 당하고 만주로 떠나왔다. 여러 학생과 학교를 바꾸려다 그렇게 됐구나. 심진학은 만주로 오기 쉽지 않았을 거다. 심진학은 만주로 오고 조선족 이민실록을 써 봐야겠다 생각했다.


 여기에 발해 이야기가 나온다. 고구려에서 발해가 된. 발해는 고구려 사람과 말갈 사람이 만든 나라였다. 신분제도가 있었던 발해에서는 말갈족이 거의 백성이었다. 발해는 이백삼십 년 이어지다 겨우 스무날 만에 망했단다. 한나라가 겨우 이십일 만에 망하다니. 그건 말갈족 백성이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마음 쓰지 않아서였다고. 백성이 살고 싶은 나라여야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오면 싸우지. 후발해가 나타난 적도 있는데 그 나라는 여러 달 버텼단다. 후발해는 육십년 이어졌다고. 가끔 발해 땅도 한국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데. 거기가 바로 만주구나.


 조선시대에 만주로 끌려간 사람도 많았다. 정묘, 병자호란 때. 고향으로 돌아오려면 돈을 내야 했다. 그런 돈 내주는 사람은 양반뿐이었겠지. 만주 어딘가에는 박씨 마을이 있었다. 조선 선조 때 그곳에 끌려간 사람으로 박씨라는 성을 그대로 이어서 살았다. 말은 중국말을 쓰지만, 여성은 전족을 하지 않고 친척과 결혼하지 않았다. 이거 정말일까. 고려 사람이 러시아쪽에 가고 그걸 잊지 않고 산 사람도 있지 않나. 카레이스키던가. 박씨 마을은 지금도 있을지. 조선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남과 북으로 나뉘고 조선에 돌아오지 못하고 만주에 살던 사람은 조선족이 되었다. 이제 조선족은 조선과 아주 상관없는 사람일까.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려고 일본 사람을 조선에 오게 하고 조선 사람은 만주로 내쫓기도 한 것 같다. 만주에 가면 잘산다는 거짓말로. 멕시코, 하와이도 다를 거 없었다.


 이 ‘혼불’을 보면서 최명희는 백제를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원이나 전주가 옛날에는 백제 땅이기는 했지만. 조선을 세운 이성계도 전주 이씨고 백제 사람이다 여겼구나. 역사란 이긴 사람 처지에서 쓴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맞는 말 같다. 이걸 쓰다가 하나 깨달았다. 일본이 조선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고 잘해줬다면 지금 한국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나라를 다스릴 때도 민심, 곧 백성 마음을 얻어야 한다. 발해도 말갈족 사람을 대우해주지 않아 망했다. 가난하게 살아도 자기 나라가 있는 게 낫겠다. 나라가 거기 사는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나라를 살기 좋게 만들려면 그 나라에 사는 한사람 한사람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정치 하는 사람이 없어도 안 되겠지만, 그 사람들이 좀 더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을 생각하면 좋겠다. 정치가는 자기들만 생각하는 것 같다.


 봉천에서 강모는 부서방을 만난다. 매안에 있을 때 강모는 부서방을 몰랐다. 부서방은 강모 할머니 청암부인한테 은혜를 입었다 여겼다. 강모를 청암부인처럼 여겼다. 강모는 부서방한테 강실이가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던가 보다. 강모와 강태는 부서방을 만나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았다. 부서방은 만주로 올 때 고생하고 영구 농장에 갔다가 죽을 것 같아서 달아났다. 그곳은 농사 지을 만한 땅이 아니었다. 조선 사람을 그런 곳에 살게 하다니. 매안과 거멍굴 이야기는 마지막에 조금 나왔다. 강실이는 여전히 옹구네 집에 누워 있고, 강태 아버지 기표는 만주로 떠났나 보다. 강실이 아버지 기응은 강실이가 가기로 한 절에 갔다가 강실이가 거기에 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효원은 강실이가 살아 있기만을 바랐다.


 소설이 끝이 나지 않아 아쉽구나. 매안 이씨 집안은 기울어 가고 강모는 종손이 무거워 달아나고. 아내인 효원은 생각하지 않고 강실이만 생각하다니. 오유키는 강모와 함께 있다 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강실이는 몸을 추스르기는 할지. 몸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한데, 강실이 마음은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끝은 나지 않았지만, 《혼불》 다 만났구나.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는 괜찮아지고 누군가는 힘들게 살겠다.




희선





☆―


 심진학은 말했다.


 “오늘은 일본이 우리를 잠시 친 것 같지만, 우리를 지렁이로 폄하해서 군화발로 무참히 짓밟겠지만, 우리는 짓뭉개진 오욕에도 결단코 죽지 않을 것이네. 밟은 그 발보다 오래 살아서, 우리 이름 우리 혼을 이어갈 것이다. 개한테 물리어도 생살은 돋아나듯이.”


 가슴에 꽃심이 있으니. 피고, 지고, 다시 피어.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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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9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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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하소설에서 하나인 《혼불》을 읽기로 하고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 만난 건 《혼불》 9권으로 ‘5부 거기서는 사람들이’다. ‘혼불’은 열권이고 5부까지다. 아쉽게도 작가가 소설을 끝내지 못했다. 책이 열권이니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오겠지 했는데, 9권인데도 이야기는 별로 나아가지 않았다. 매안 이씨 집안이 저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조금 기울기는 했다. 시간이 더 가면 무너지겠지. 그 일은 못 보겠다. 그저 상상해야겠구나. 벌써 세상은 달라졌다. 여전히 옛날을 사는 매안 이씨 집안. 이씨 집안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종손 집안과 친척인 강호는 지난번에 이기채한테 노비를 자유롭게 해주라 했다. 이번에도 강호가 나와서 강호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가 했는데, 강호는 절 호성암에 간다. 거기에서 종이꽃을 만드는 스님 도환을 만난다. 호성암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고문 받고 사람이 아주 달라진 이두석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두현 이두석은 형제로 두 사람은 조선을 생각했다. 형인 이두현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버텨서 경찰(순사)한테 자주 끌려가고 맞았다. 이번에는 절에 숨었다. 동생 두석은 일본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다 잡히고 고문 당했다. 이제 예전과 같지 않은데도 일본은 두석을 감시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하다 잡히고 고문 받고 그 뒤에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 많을 거다. 그 고문하는 게 나중에도 남았구나.


 호성암 스님인 도환은 강호한테 불교 사천왕 신앙을 말한다. 불교에는 십계가 있단다. 이 말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기도 한데. 사천왕이라는 것도 있구나. 여기에서 말하는 거 보니 아주 모르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단한 사람 넷을 사천왕이다 하는 게 불교에서 온 거구나. 난 절에 가서 제대로 본 적 없다. 불상은 알아도 사천왕 잘 몰랐다. 이번에 잘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사천왕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있단다. 조금 다르다고 한다. 사천왕은 다 다르다고 했다. 한사람이 만들어도 다 다를 텐데.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니 다를 수밖에 없겠다. 조선은 불교를 억압하기도 했다. 사천왕은 임진왜란 때 거의 타고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남은 곳은 아주 적었다. 조선이 불교를 풀어준 건 조선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승병이 일어나서다. 그때 사천왕을 복원했단다.



 “부디 제가 친견하온 사천왕 각 존위께서 이번 법회로 청정도량인 사찰을 지키고 보호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옹호하시듯, 우리 국토 삼천리 금수강산과 배달겨레 조선민족 만백성 하나 하나를 엄히 수호해 주셨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강호는 도환을 보고 바로 서 두 손을 모으며 축수한다.


 이를 받아 도환이 정중하게 합장한다.


 아아, 사천왕의 위력으로 우리가 이 어둠의 질곡을 벗을 수만 있다면. 백이라도, 천이라도, 더 많이라도, 강토의 동·남·서·북 앉은 자리 선 자리 방위마다, 영험하신 존엄상을 우뚝우뚝 세워 날마다 도량을 개설하련만.  (203쪽)



 기도하고 법회를 열어서 나라가 좋아진다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지. 강호는 사천왕이 조선이 독립하는 데 힘을 빌려주기를 바랐다. 그건 강호만 생각한 게 아니구나. 스님 도환도 다르지 않았다. 사천왕 이야기에서 단군왕검 이야기까지 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강호는 도환이 하는 말을 즐겁게 들었는데, 난 강호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구나. 사천왕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사람 일은 사람이 해야지. 사람이 약해서 무언가에 기대는 거겠다. 그걸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강호는 한 사천왕 발밑에 있는 음녀를 보고 강실이를 떠올렸다. 강호가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를 아는 건 아닐 것 같은데.


 강실이는 어떻게 되려나. 오류골댁은 부엌에서 밥을 짓다 강실이를 생각했다. 불을 지필 때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될 텐데. 불똥이 치마에 튀고 불길을 잡지 못하게 됐다. 강실이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강실이는 옹구네가 자신을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가. 효원도 강실이 걱정을 했다. 효원이 친정 어머니가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줘서 읽어봤는데, 거기엔 강실이 이야기가 없었다. 이제 곧 강실이가 안행사에 가지 못했다는 걸 알겠구나. 황아장수는 아예 오지 않았다. 강실이는 혼자서라도 떠나려고 옹구네한테 차표를 사다 달라고 했다. 그 말을 옹구네가 들어줄 리 없지. 옹구네는 또 다른 일도 꾸몄다. 강태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부적을 우례한테 주었다. 그 부적은 백단이가 해준 거다. 그런 거 들키고 우례가 매 맞으면 어떡하려고. 부적에 정말 힘이 있을까. 무언가 모르는 힘이 움직이는 건 사람 마음이 아닐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말이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일본이 조선 사람을 징병하게 됐을 때 강모와 강태가 여기 없는 걸 다행이다 여겼다. 기표는 만주에 갈지, 그 모습이 나올지.




희선





☆―


 (스님이 절에 속한 일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해 놓는다는 것이, 곧 불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나를 위하여 하는 일이 되는구나. 큰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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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5 1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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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2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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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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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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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엽서북 : the FRAME 책밥 엽서북 시리즈
김소라 지음 / 책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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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가 담긴 엽서책이다. 하나 하나 뜯어서 쓰고 여러 권 사기도 했다. 여전히 팔고 있구나. 다른 꽃그림도 살까 하다가 이것만 샀다. 어딘가에 가고 그곳을 그림으로 담으면 오래 기억할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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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온두라스 SHG EP 코판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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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이름이 길기도 하다. 새로 나온 거 맞겠지. 난 산미 조금 느끼기도 했는데, 분명한지 모르겠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도 느낀 것 같다. 맨 위에 있는 게 고양이를 단순하게 그린 걸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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