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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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나게 절벽을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사고를 낸 사람은 경찰이나 병원에는 연락하지 않고 운전하던 사람을 죽이려 했다. 그걸 보고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죽지 않고 아이가 죽었다. 그런 일을 당하면 복수하고 싶겠지. 마음은 조금 이해가 가지만, 난 실제로 못할 거다. 이건 내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 그럴지도. 내가 겪은 일이 아주 안 좋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고 해도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과 같겠다. 아이를 잃은 부모 마음은 내가 다 알지 못하는 거구나. 누군가를 죽인다고 해서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을 텐데.


 이 소설 《절벽의 밤》에는 이야기가 끝나면 지도와 사진 그림이 나온다. 첫번째는 흐지부지 끝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이야기 다음에 실린 사진은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이야기를 안 보고 사진을 보면 이건 뭔가 싶은 생각이 들겠다. 앞에서도 말했듯 지도 사진 그림을 다 이해한 건 아니다. 마지막만 알았다. 그건 누구나 알 것 같다. 세번째는 짐작만 하고 설마 했다. 이 소설을 옮긴이가 적은 말을 보고 그렇구나 했다. 이번 소설 집중이 안 됐다. 이런 변명을 하다니. 조금이라도 더 집중해서 봤다면 좋았을걸. 소설에 나온 걸 안다고 해서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소설이기에 그래도 괜찮은 걸지도. 소설은 현실보다는 자유롭구나. 난 그러지 못해서 윤리를 벗어나거나 법을 어기는 건 못 쓰겠다. 아니 꼭 그렇지 않으려나.


 일본에는 중국사람이 많이 갔을까. 한국에도 중국사람이 오기도 했구나. 코로나19가 나타났을 때는 중국사람은 못 오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구나.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한국에 온 중국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더니 중국도 한국사람한테 비슷하게 했던가. 이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구나. 잘 하면 한국이 중국과 사이가 좋을지도 모를 텐데 그렇지 않다. 조금 먼 일본과 중국 사이가 더 좋아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면서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도 삐걱거리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나.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역사를 비틀기도 하니. 두번째에는 일본에 사는 중국사람이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커는 초등학생인데 유치원생 때뿐 아니라 초등학생인 지금도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했다. 그래선지 커는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문방구에서 본 걸 살인사건으로 여긴다. 커가 본 건 뭐였을까. 문방구 할머니는 아니지만 실제 사건이 일어나기는 했다. 커는 그 일을 알아서 목숨이 위험해진다.


 다음 이야기에는 신흥종교 십왕환명회 간부가 죽는 일이 일어난다. 그 뒤에 부동산업자가 죽고 형사도 죽는다. 십왕환명회 간부는 왜 죽임 당했을까. 그건 안 나왔구나. 죽임 당했다고 말하다니.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겼다. 모두 그런 건 아니구나. 그 사건을 담당한 신참 형사는 범인을 알아채는데 죽고 만다. 그런 거 보면서 의심한 사람이 있기는 했는데, 정말 그랬을지 몰랐다. 지금은 책을 보고 얼마 안 돼서 범인을 기억해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릴지도. 범인보다 다른 걸 즐겨야 하는 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 죽는 이야기여서. 사람이 죽고 죽임 당하는 걸 보면 꼭 그래야 하나 싶다. 현실에서도 사람이 죽기는 하지만.


 보면 안 되는 유미나게 절벽은 많은 사람이 목숨을 끊은 곳이기도 했다. 유미나게에서 유를 뺀 ‘미나게’는 몸을 던진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죽은 사람 영혼이 산 사람을 불러들이기도 한다고. 유령을 본 사람 있을까. 실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얼마 안 될지도. 그 이야기를 이용해서 누군가를 죽인 사람도 있을 거다. 십왕환명회에서는 죽은 사람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달라고 십왕한테 빌면 이뤄진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은 그런 말에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신흥종교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있겠지. 그런 거 만들지 않으면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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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9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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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비밀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밀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건 판옌중과 우신핑 사이에서구나. 두 사람은 부부다. 판옌중은 변호사고 우신핑은 학원 선생이다. 우신핑은 판옌중과 결혼할 때 자기 부모는 죽고 오빠하고는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날 우신핑이 집에 오지 않고, 판옌중은 우신핑이 일하는 학원에 가서 물어보는데, 우신핑 엄마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는다. 죽었다고 한 엄마가 오다니. 그런 말 들으면 무척 놀랍겠다. 지금까지 알았던 아내는 대체 뭐였나 싶어서. 이런 시작 일본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구나.


 우신핑이 사라진 걸 알기 전에 판옌중은 친구 아들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고 감옥에 가게 생겨서 여자아이 엄마와 돈으로 합의하는 일을 했다. 여자아이 엄마는 그런 일을 여러 번 했다. 여자아이가 만나는 사람을 고소하고 돈을 받는 걸. 그런 말 보니 여자아이 엄마가 딸을 이용해서 돈을 받아내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판옌중이나 친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여기에 그런 일만 나오지는 않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엄마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아이가 자라고 자신을 떠나도 어디까지고 찾아갈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차라리 아이를 버리는 엄마가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엄마라고 해서 다 자기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도 한다. 이런 말로 흐르다니.


 세상에는 아버지와 오빠 조금 멀면 삼촌이나 사촌오빠한테 성추행이나 성폭행 당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일은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나 오빠 삼촌 사촌오빠는 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아이는 어릴 때는 그게 뭔지 모르고 그러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가만히 있겠다. 시간이 흐르고 그게 이상하고 안 좋다는 걸 알게 되고 아무한테도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성격은 아주 어두워진다. 용기를 내고 말해도 그걸 그대로 믿지 않을 거다. 우신핑이 거짓말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래서겠지. 하지만 우신핑과 쑹화이쉬안은 어렸다. 그 뒤 일어날 일은 짐작도 못했다. 정말 용기를 내야 했던 건 쑹화이쉬안이었는데, 쑹화이쉬안이 용기를 냈다면 좀 달랐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았을 거다. 그 마음 이해해야겠구나.


 아내 우신핑이 사라지고 판옌중은 우신핑을 찾다가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알게 된다. 그건 그저 겉으로 드러난 일일 뿐이고 진짜 일어난 일은 우신핑과 쑹화이쉬안밖에 몰랐다. 가해자인 쑹화이구도 알았구나. 자기 잘못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그럴 수도 있을까. 그런 부분 볼 때는 오빠랑 동생이 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건 누구를 말하는 걸까 했다. 우신핑한테도 오빠가 있어서 그랬구나. 어쩌면 그런 일 부모 때문에 일어난 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엄마가 아플 때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고, 그 아이와 함께 살았으니 말이다. 엄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생각나고 아이가 미웠겠지. 그래도 오빠와 동생은 맞는데.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가까운 사이일 때 피해자는 가해자를 아주 내치지 못할지도. 우신핑 친구인 오드리가 그랬다. 어쩐지 싫지만 자신을 도와주는 선생님이니 멀리 하지 못했다.


 사람 마음은 이상하다. 다른 사람한테 기대기보다 홀로 서야 할 텐데. 마음이. 내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닌가. 나도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쓸쓸하다고 다른 사람한테 기대지는 않는다. 이것만은 다행인가. 난 혼자서도 잘 지낸다. 이런 것도 그리 괜찮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친구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곁에 있지는 못한다. 누구나 그렇구나. 살아서 헤어지든 죽어서 헤어지든 어떤 만남이든 끝난다. 서로한테 상처주는 만남이 아니어야 할 텐데. 우신핑과 쑹화이쉬안은 서로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았을 텐데, 마음과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부모 탓이다 해야 할지.


 예전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했다면 좋았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걸 밝혔다 해도 끝은 좋지 않았겠지. 아니 밝혔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한 가정은 무너졌다 할지라도 거기는 본래 안 좋았구나. 식구와는 헤어졌다 해도 친구하고는 나았을 것 같은데.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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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2-25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모가 나쁜 경우도 있어서 가슴이 아프네요. 가장 믿고 의지할 데가 부모인데... 우신핑이나 엄마에게 이용당하는 그 사건의 아이도 안 됐습니다. 어른이 나빠요....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게 참 그렇네요...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12-26 01:23   좋아요 0 | URL
아이가 처음 만나고 믿는 건 부모일 텐데... 부모가 아이를 이용하기도 하다니, 거의 돈... 이런 건 일본 소설에서 자주 봤는데... 어느 나라나 아이를 생각하지 않는 부모 있겠지요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겠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은 거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3-12-26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도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화차와 도가니 광고 문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읽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더라구요. 여러가지 이야기가 복잡하게 섞여서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초반에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주보다는 덜 춥지만, 그래도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희선 2023-12-28 00:02   좋아요 1 | URL
이 책에 그런 광고 글이 있었군요 화차와 도가니라니... 화차는 읽었지만, 도가니는 안 봤군요 왜 그랬는지 알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떤 일은 하나만 일어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겠지요 처음에 일어났을 때 제대로 알려고 하거나 해결하려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해요

낮에는 덜 추워도 겨울이어서 밤엔 좀 춥습니다 서니데이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15) (KCデラックス) 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 (コミック) 29
CLAMP / 講談社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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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15

CLAMP



 




 지난 14권이 아닌 이번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15권이 끝인가 했는데, 한권 더 남았다. 이렇게 끌다니.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바뀌다니. 다음 16권이 정말 마지막이겠지. 그때 또 17권이 마지막이다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15권 특장판에는 책갈피가 있었는데, 책갈피 넣는 것도 줬다. 그거 보고 그걸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 잠깐 했다. 그런 책갈피 있어도 아까워서 안 쓸 테니 안 사는 게 낫다. 책갈피 같은 건 하나나 둘만 있으면 된다. 책갈피는 거의 안 쓰고 읽던 책에는 얇은 종이를 끼워둔다. 예전에 산 책에 하나 있던 것도 안 썼다. 그건 특장판 아니었는데도 줬다. 처음부터 다 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거 하나 만드는 것도 돈 들 테니 어려울지도.






 시작하는 부분 어쩐지 이상했다. 지난 14권에서 세상이 조금 바뀌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사쿠라와 아키호가 쌍둥이가 되었다. 앞부분에 나온 설정은 사쿠라와 아키호는 쌍둥이지만 아키호는 몸이 약해서 그동안 증조할아버지와 살다가 이제부터 사쿠라와 살게 됐다는 거였다. 아빠나 오빠는 그대로였다. 사쿠라 오빠인 토야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집에 오지 않았다. 사쿠라와 아키호가 쌍둥이면 둘 다 좋겠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니 나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토모요와 샤오랑은 사쿠라와 아키호가 쌍둥이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사쿠라와 아키호가 쌍둥이가 되려면 많은 사람 기억을 바꿔야 하는 거구나.


 자신이 마법을 쓰는 걸 사쿠라는 아키호한테 말해야겠다고 한다. 함께 살지 않은 동안 일어난 일도 말하겠다고. 지금 말한 건 나중에 기억할까. 어떨지. 갑자기 사쿠라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아키호와 닮은 릴리에였다. 아키호 엄마겠지. 아키호 엄마 이름 나온 적 있던가. 지금까지 사쿠라 꿈에 나온 건 아키호가 아니고 아키호 엄마였을까. 모르겠다. 아키호였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 그렇게 말하다니. 바꾼 건 아니겠지. 바꾼다 해도 앞뒤가 안 맞는 건 아니기는 하다. 그저 아키호인지 알았는데 릴리에였네 할 뿐이다. 릴리에는 사쿠라한테 지금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알려준다. 지금 세상에는 아키호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고. 지금 릴리에를 만난 일도 사쿠라가 잊는다고 한다. 꿈은 쉽게 잊히기는 하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사쿠라는 아키호한테 마법 이야기를 한다. 릴리에는 사쿠라가 준비한 마법을 쓰라고 했는데, 아키호와 이야기하다 사쿠라는 기억 기록이라는 말과 함께 레코드를 떠올린다. 레코드는 기억을 기록해둔 걸로 거기엔 다시 쓰인 세상이 아닌 세상이 담겨 있었다. 언제 그런 걸 해둔 걸까. 먼저 레코드로 기록해두어서 사쿠라는 예전 일을 알게 된다. 아키호와 함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있다고 여겼다. 지금 카이토가 사라져서 예전 기억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코바토>에도 나온 적 있는데. 사쿠라와 아키호 그리고 샤오랑과 토모요는 유키토 집에 모인다. 거기에는 사쿠라 오빠도 있었다. 영국에 사는 에리얼과 선생님한테도 연락하고 함께 이야기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유키토 집에 모인 사람은 사쿠라 말을 듣고 이상한 느낌이 없다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여겼다. 마법을 알아서구나. 토야는 그걸 진작에 깨달았다. 사쿠라와 상관있는 거겠지 하고 아키호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인형인 척한 케로와 스피넬은 인형이 아니다는 걸 토야한테 말한다. 토야는 그걸 진작에 눈치챘구나. 본래대로 돌아가면 지금 있었던 일은 기억할지. 지금 일 잊어버리면 아쉬울 것 같다. 사쿠라는 샤오랑과 함께 바뀐 세상을 되찾으려고 간다. 아키호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카이토를 찾으러 간다고 해야겠다. 사쿠라는 어쩐지 샤오랑과 함께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만화여도 이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기도 하다. 그림도 잘 봐야 숨겨둔 걸 알려나. 예전에 보고 생각한 게 틀린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카이토는 그저 아키호를 생각하고 금단의 마법을 쓴 걸까. 카이토가 없으면 아키호는 슬플 텐데. 그건 생각하지 못하다니. 아키호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카이토다. 카이토는 다시 돌아오겠지. 모모도 나타나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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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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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치오 슈스케 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을 보니 예전에 본 소설 《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이 생각났다. 그 소설 본래 제목은 《바람 신의 손 風神の手》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본 것도 본래 제목은 《뇌신 雷神(라이진)》이다. 어떤 일이 다른 일을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살다 보면 그런 생각할 때 있기는 하다. 자신이 한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하고.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런 거 생각하면 뭐든 편하게 하기 어렵겠다. 지금 자신이 하는 게 시간이 흐르고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그건 그저 우연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기밖에는 생각나지 않지만.


 여는 이야기에서 사람이 죽는다. 그 일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다. 아빠를 생각하고 딸은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을 뿐인데 그게 밑으로 떨어지고 차창에 부딪친다. 그 차는 아이 엄마를 치고 만다. 언뜻 보면 아이가 한 일 때문에 엄마가 죽은 것 같지만, 이것보다 먼저 아빠가 잘못했다. 어린 딸을 베란다에서 놀게 했으니 말이다. 거긴 발코니인가. 그래도 아빠인 후지와라 유키히토는 딸 유미가 베란다 난간에 둔 엉겅퀴 화분이 떨어져서 아내 에쓰코가 죽었다 여겼다. 누구 잘못이 아니기는 하다. 유키히토는 딸이 바깥에서 놀지 못하는 게 안 돼서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발코니)에서 놀게 했고, 유미는 엉겅퀴가 잘 자라면 아빠가 기뻐할 거다 여기고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았을 뿐이다. 그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거 좀 억지스럽지 않나.


 가장 앞에 나온 이야기를 보면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유키히토 아내인 에쓰코가 밖에서 집에 온 다음, 잊어버리고 사지 못한 걸 다시 사러 간 거다. 그걸 다음날 사러 갔다면 좋았을 거 아닌가. 나라면 그날 못 샀다면 다음날 사거나 조금 쉬었다 나갔을 거다. 사고는 일어났다. 유키히토는 그날 유미가 한 일을 묻어두기로 했다. 열다섯해가 흐르고 누군가 유키히토한테 전화를 하고는 딸이 한 일을 딸한테 말한다면서,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 돈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모르는 척하기 어려울까. 유미는 끝까지 그 일을 모르기는 한다. 모르는 게 나았을지. 유미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유키히토는 자기 잘못은 생각도 안 한 느낌이다. 에쓰코가 없을 때 유미를 베란다에 나가 놀게 한 것과 유미를 혼자 두고 밖에 나간 일 말이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혼자 두면 안 되는데. 이런 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뿐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건 열다섯해 전 일이 아니고, 서른한해 전과 서른해 전에 하타가미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키히토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는 서른한해 전에는 하타가미라는 곳에 살았다. 버섯이 잘 나는 곳으로, 축제가 있기 전날 어머니는 버석국(하타가미에서는 버섯을 버석이라 한다)을 끓이러 신사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가에서 찾았다. 어머니를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어머니는 숨을 거뒀다. 다음해 축제날엔 유키히토와 누나 아사미가 벼락을 맞고 병원에 실려가고, 마을 갑뿌(갑부를 갑뿌라 했다) 넷이 버석국를 먹고 두 사람은 죽고 두 사람은 살았다. 버석국에 독이 든 흰알광대버섯이 들어 있었다. 그 버섯을 유키히토 아버지가 버석국에 넣었다는 말이 있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아버지는 유키히토와 아사미를 데리고 그곳을 떠난다.


 지금 유키히토와 아사미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러 하타가미로 간다. 유미도 함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숨기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 괜찮을까. 난 잘 모르겠다. 어떤 건 그때 아는 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한데. 숨기는 게 나은 일도 있기는 하겠지. 유키히토는 벼락을 맞고 기억이 사라진 걸 말했지만, 누나인 아사미는 그걸 숨겼다. 말 안 한다고 괜찮다고 여기다니. 서른해 전 일도 그렇지만 서른한해 전 일 유키히토와 아사미 엄마한테 일어난 일을 경찰한테 말했다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듬해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때 유키히토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을 경찰에 말했다 해도 가해자는 벌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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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창비시선 464
정다연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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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다가 얇으니 괜찮겠지, 하고 본 게 바로 이 시집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정다연)예요. 정다연 시인은 처음입니다. 두번째 시집이라던데. 한국엔 시인이 많고 제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도 잘 모르지만, 가끔 시집을 만납니다. 보다 보면 괜찮은 시나 제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기도 해요. 하지만 시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네요. 뚜렷하게 말하기는 어렵고 그저 어렴풋이 짐작만 갑니다.


 시를 보다 보니 나뿐 아니라 세계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층간소음도 있고 커피, 공정무역, 테러와 전쟁, 지진. 정다연은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글을 쓰려면 세상에 관심을 갖기는 해야겠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지금은 재난이나 재해를 소비한다고 하는군요. 전쟁이 일어난 소식을 듣고,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했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물가가 오른 걸 걱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서 물가가 오르기도 했답니다. 이제는 세계가 이어져 있기도 하죠.




시가 안 써진다는 이유로 홍콩야자라 하는


셰플레라 화분을 샀다


수건으로 잎을 닦아주면 윤기가 생겨


관상하기에 좋다고, 가게 아주머니가 말해준다


덧붙여서 물과 음지를 좋아한다는 것도


깨지지 않게 품에 안고 가세요


유리문이 닫히고


깨뜨릴까봐, 나는 품에 안고 조심조심 걸어간다


그렇게 하면


뭔가가 써질 것처럼


시가 눈에 보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싶다가


마음을 고친다 시가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가 눈에 보인다면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데 전부를 쓸 것이다


첫날에는 물만 흠뻑주고 삼일을 지켜보기만 하세요


그 말을 몇번이고 곱씹는다


나의 너무 많은 최선이 식물을 괴롭히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조명을 어둡게 한다


나는 그것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셰플레라>, 56쪽~57쪽




 정다연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해 야자나무 셰플레라를 사 왔을까요. 그랬겠지요. 식물을 보면 쓸 게 떠오를지도 몰라서. 시를 생각하고 셰플레라를 사온 일이 시가 되기도 했네요. 뒤에서는 처음 마음과 달라졌습니다. 셰플레라와 거리를 두고 잘 자라기를 바란다고.




축하는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자

슬픔은 슬픔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말하자  (<러프 컷>에서, 63쪽)




슬픔은 혼자서만 하자

넘치는 기쁨으로

홀로 빛나자

내가 내 마음을 미워하는 날에도  (<러프 컷>에서, 64쪽)




 앞에 옮겨 쓴 건 시 <러프 컷>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저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다른 시에도 마음에 드는 부분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하나밖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 만난 시집도 알듯 모를 듯했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았군요. 조금 분위기가 무서운 것도 있었습니다. <이사>. 이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 짐 옮기는 사람이 무섭게 하지 않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여자는 시베리아허스키를 키울 수 없다>도 무서운 시군요. 실제 있었던 일인가봐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정말 여자는 시베리아허스키를 키울 수 없을까요. 남자들이 여자와 함께 있는 시베리아허스키를 총으로 쏴서 죽였답니다. 시베리아허스키는 추운 나라에 사는 개인데, 아프가니스탄은 어떨지(대륙성기후군요. 겨울엔 추운가 봅니다). 한국에서 시베리아허스키를 기르는 사람도 있겠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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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20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셰플레라‘ 시 좋네요 ㅋ 좋아하는게 눈에 보이면 전부를 쓸 거 같다는 문장이 특히 좋습니다 ~!! 거리를 두는게 쉽진 않죠~

시집의 매력은 알듯 모를듯 인거 같습니다~!!

희선 2023-12-21 23:3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도 그걸 다 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보이면 그걸 보기만 한다니... 그럴 것 같네요

시 잘 몰라도 그냥 봅니다 몰라도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희선

2023-12-20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1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