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위험한 과학책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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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과학책을 만났는데, 제목이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다. 본래 과학은 위험한 거기는 하다. 화약 만들다가 사고 난 적도 많다니 말이다. 난 과학 잘 모른다. 뭔가 알고 싶어서 과학책 가끔 봐야지 했는데, 별로 못 보고 본 것도 거의 잊어버렸다. 과학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려운 거기도 하다. 재미있다는 생각해서 다행인가. 학교 다닐 때는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했으니. 수학은 과학과 뗄 수 없는 사이다. 과학자가 될 건 아니니 원리 같은 것만 알아도 좀 똑똑하게 보일까. 그건 바라지 않고 몰랐던 걸 알면 재미있지. 사람은 모르는 걸 알고 싶어한다. 그런 마음이 아주 크면 전문가가 되겠다.


 이 ‘아주 위험한 과학책’은 랜들 먼로가 쓴 위험한 과학책 세번째다. 세번째인데 영어 제목은 ‘What If 2’구나. 한국에서는 《위험한 과학책》 《더 위험한 과학책》 《아주 위험한 과학책》으로 나왔다. 두번째 책 영어 제목은 ‘How To’였구나. 랜들 먼로는 웹툰을 그리는 사람이고 물리학을 공부했다. 그림도 그리고 물리학도 잘 안다니 부럽구나. 한국에서 이름 붙인 ‘아주 위험한 과학책’처럼 여기에 실린 물음은 위험해 보인다. 거의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랜들 먼로는 안 된다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한다. 안 좋은 결과도 말해준다. 하면 안 되는 것도. 난 하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지만.


 자동차를 타고 우주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우주에 차가 다니는 길도 없는데 어떻게 가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건 놔두고 생각했다.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서 우주 끝에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제한속도가 없는 도로가 있다 해도. 기름도 많이 들겠다. 그건 어떻게 가져가나. 우주선을 만들어도 우주 끝에는 못 갈 것 같은데. 초능력이 있어서 순간 이동이라도 한다면 갔다 올 수 있을지도. 난 우주 끝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헬리콥터 날개에 매달려 보고 싶은 사람 있을까. 그런 건 생각만 해도 위험해 보이는데. 처음엔 괜찮아도 날개가 돌기 시작하면 튕겨 나갈 거다. 랜들 먼로는 헬리콥터 날개에 손을 고정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헬리콥터 날개에 사람이 매달리면 헬리콥터는 제대로 날지도 못하겠다. 그건 정말 하면 안 되는 거다.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예전에 지구가 돌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이 있었는데, 이번엔 지구가 한번 도는 데 1초 걸리면 어떨까 하는 걸 물어봤다. 하루가 1초라면이구나. 1초 지나고 바로 하루가 지나면 정신 없겠다. 그것보다 피해가 크고 사람은 살기 어렵겠다. 우주에 1초에 한번 도는 별이 있을까. 해를 중심으로 도는 별 신기하다. 서로 부딪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었으니 말이다. 우주 자체가 과학이구나. 물음은 알아도 대답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구나.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면서 봤다. 앞에 나온 두권도 다르지 않았구나. 지구에 10억층 건물 만들 수 있을까. 어린아이가 10억층 짓고 싶다고 했단다. 10억층 짓기 어려워 보인다. 짓는다 해도 지구 밖 우주로 나가야 한다. 그런 기술은 없구나.


 지금 세상에 육식 공룡이 살면 사람은 많이 줄어들까. 티라노사우루스렉스가 하루에 사람을 먹는다면 어른은 반이고 열살 아이는 하나란다. 생각보다 적구나. 두 세사람 그것보다 더 많이 먹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티라노사우루스렉스가 없어서 다행이다. 사람이 아닌 햄버거는 하루에 80개다. 한마리가 아니고 많다면 햄버거 가게가 몇 마리씩 먹이면 되겠지. 그런 돈은 나라에서 줄까. 사람은 땅을 나누고 자기가 주인이다 하는구나. 하늘을 보고 별 주인은 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별 주인을 정한다면 남반구가 많이 갖게 된단다. 북반구에서도 별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남반구에서 더 많이 보이는가 보다.


 만화 <닥터 스톤>에서는 진공관을 넣고 전화기를 만들었다. 기계는 다 사라지고 문명이 없는 곳에서. 그 전화기는 작지 않았다. 등에 짊어져야 했다. 진공관을 넣고 스마트폰 만들 수 있는가 보다. 그건 크기가 아주 컸다. 그냥 전화기 만드는 게 낫겠다. 컴퓨터도 처음에는 컸는데 지금은 작아졌구나. 스마트폰에 들어가게 됐구나. 난 집에서 컴퓨터를 써서 작은 건 없어도 된다. 냉장고 문을 열면 시원한데, 냉장고 문을 열어두면 온도가 올라 간단다. 냉장고 바로 앞은 시원해도 문을 열어두면 냉장고 안은 온도가 올라갈 테니 그걸 식히려고 더 돌아가겠다. 그것 때문에 바깥은 더워지고.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면 안 되겠다. 로마는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그런 로마를 하루에 만들 수 있을까 물어봤다. 세계 사람이 다 한다면. 하지만 세계 사람이 로마에 다 가기는 어렵겠다. 모두가 있으면 좁아서 일을 어떻게 하나. 물음이 재미있었다고 해야겠다.


 난 헤엄 못 치지만 침 속에서 헤엄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침으로 수영장을 채우려면 얼마나 걸릴까 물었다. 이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십 해도 아니고 8345년이다. 그건 이어서 죽 해야 할까. 바다가 있는데 무슨 침인가. 사람이 침을 자꾸 뱉으면 안 좋다. 입 안이 마르면 안 좋다고 들었다. 여기 실린 물음은 거의 하기 어렵고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니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지. 이런저런 생각해 보는 건 괜찮겠다. 그러다 좋은 게 떠오를지도 모르니 말이다. 과학은 상상력도 중요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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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3-16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하루가 1초씩 되면 큰일나요. 지금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걸요.
이 책과 비슷한 제목의 책을 전에 본 것 같았는데, 연작으로 출간된 모양이네요.
어렵지 않은 교양 과학서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희선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4-03-17 00:44   좋아요 1 | URL
본래는 두권과 한권인데 한국에서는 세권을 시리즈로 냈네요 한권이 아주 다르지 않기는 해요 물음에 과학으로 답을 하는 거니... 답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물음이 재미있기도 해요 과학은 상상하고 실제 할 수 있나 없나 해 보는 거겠습니다 이건 할 수 있는 것만, 위험한 건 안 해야죠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삼월 반이 넘게 갔네요


희선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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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즐겨하지는 않아요. 다행이다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운동을 아주 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보통으로 합니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거네요. 아주 못하는 건 아니니 괜찮겠지요(어릴 때 그랬고, 지금은 모르겠어요). 운동 경기 즐겨보지는 않아요. 예전엔 보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운동 경기가 나오는 소설이나 만화 좋아하는 편입니다. 찾아서 보지는 않고 우연히 보면 재미있구나 하는 정도예요. 이런 저 운동 싫어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달리기보다는 걷기가 좋아요. 걷기도 속도를 내면 땀 많이 납니다. 오래 걸으면 다리도 아프죠. 오래 달리기는 힘듭니다. 그런 건 학교 다닐 때만 해 봤네요.


 이번에 만난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미우라 시온)에 달리기가 나와서 앞에서 운동과 달리기를 잠깐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 보니 만화영화 만들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봤지만 벌써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고시엔에서 하는 고등학교 야구 경기가 있고, 어떤 운동이든 전국대회가 있어요. 한국에도 있을까요. 학교 대 학교 경기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운동을 소재로 만화나 소설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야구가 가장 많을지도. 일본 만화나 소설에서 가끔 들은 게 있어요. 그건 역전 마라톤인데, 하코네 역전이군요. 늘 말로만 알았던 하코네 역전 경주를 소설로 만나게 됐습니다. 이건 217.9km를 선수 열 사람이 열 구간을 달리는 거예요.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쳐서 해요. 한사람이 20km 안팎을 달립니다. 20km는 마라톤 반쯤 되겠지만, 쉽지 않겠습니다.


 달리기는 숨이 찹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간세이 대학교 4학년 기요세 하이지는 자신이 사는 치쿠세이소(竹靑 아오타케라고도 하는데 이 말이 더 익숙하네요)에 열번째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하이지가 목욕을 하고 밖에 나오니 누군가 달려가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도둑이다 하면서 쫓았어요. 하이지는 자전거를 타고 자기 앞을 달려간 사람을 뒤따라가요. 그 사람은 간세이 대학교 1학년이 된 구라하라 가케루였어요. 하이지는 가케루가 달리는 걸 보고 치쿠세이소에 들어올 열번째 사람이다 느낍니다. 마침 가케루는 돈도 없고 지낼 곳도 없어서 하이지가 소개한 하숙집 치쿠세이소에 들어가기로 해요. 방은 아홉개인데 거기에 가케루가 들어가고 열 사람이 살게 됐어요. 하나는 좀 넓고 쌍둥이가 썼어요. 가케루라는 이름은 ‘달리다’는 뜻이에요. 하이지는 가케루한테 이름과 딱 맞다는 말을 하기도 해요.


 치쿠세이소라는 말 밑에 쓰인 말은 ‘간세이 대학교 육상경기부 훈련소‘였어요. 치쿠세이소에 사는 사람은 자동으로 육상경기부 사람이 됐어요. 그건 하이지만 알았군요. 가케루가 들어오고 다른 사람도 알게 됐네요. 하이지는 모두를 모이게 하고 다음해 일월에 열리는 하코네 역전 경주에 나가자고 합니다. 가케루는 본래 달리기를 좋아해도 바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어요. 치쿠세이소에 사는 사람은 다 개성이 있더군요. 쌍둥이 조타와 조지를 시작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퀴즈를 아주 좋아하는 킹,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신동으로 알려진 신동, 아프리카에서 일본으로 공부하러 온 무사,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는 니코 짱, 만화를 많이 보는 왕자. 달리기 잘할지 어떨지 모르는데,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이 달리기를 잘할 거다 여겼습니다.


 운동 만화에는 사람 숫자가 아슬아슬한 곳이 나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잘 해 나가기도 하는데 치쿠세이소 사람도 다르지 않군요. 하코네 역전 경주는 열 사람이 나가는데 후보도 없이 딱 열 사람이니. 이 경주는 대학교 육상부가 나가는 거예요. 하이지와 가케루를 빼고 다른 사람은 달리기 잘 하려나 했는데, 하이지가 생각한 대로 다들 잘 해 냈습니다. 만화를 많이 보는 왕자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아졌어요. 가케루는 고등학교를 육상 추천으로 들어가고 장학금도 받았는데, 감독이 스파르타 식으로 하는 게 싫었습니다. 가케루는 하이지와 다른 학교 사람을 만나고 고등학생 때 자신이 감독을 때린 일을 잘못했다 느꼈어요. 운동은 몸뿐 아니라 정신도 단단해야 합니다. 운동 잘 하는 학교는 훈련이 힘들고 여러 가지 힘들더군요.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도 하지요. 꼭 1등 해야 하는 건 아닌데, 공부도 마찬가지네요.


 하이지도 어렸을 때는 육상을 했는데 다리를 다쳤어요. 쉬기도 해야 하는데 훈련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된 듯합니다.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 하나 하나한테 맞게 달리라고 해요. 이런 사람이 육상 감독이 되면 선수는 좋겠네요. 가케루는 하이지를 만나고 달리기를 더 좋아하게 되고 빨리 달리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다른 사람도 달리기 좋아하게 됐어요. 운동한다고 대회에 나가고 좋은 기록을 내야 하는 건 아니죠. 그저 좋아서 운동할 수도 있지요. 하이지는 치쿠세이소 사람한테 그런 걸 느끼게 하고 자신도 달리기가 뭔지 알려고 했군요. 달리기가 뭔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달려봐야 알지. 달리기 하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걸 보다 보니 운동만 즐기는 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기도 다르지 않지요. 음악 연주나 노래 그리고 그림도.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즐겁게 하는 거 괜찮겠지요. 운동이나 예술이 일상이 되면 어때요. 그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그저 즐기는 사람을 낮잡아 볼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저 하고 싶어서 해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전문가는 그런 마음도 가볍다고 생각할지도. 못하면 안 하면 된다고 하면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기 한계를 넘고 싶은 마음 있는데. 어쩐지 이상한 이야기가 됐네요.


 치쿠세이소 주인 집에는 개인 니라도 살아요. 니라도 한 캐릭터 합니다. 세상에는 뭐든 아주 잘 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못한다 해도.




희선





☆―


 기요세는 기본으로 멤버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훈련방침을 꼼꼼히 알려주고 필요한 부분만 조금 조언을 건넸다. 그렇게 해서 저마다의 의욕을 잘 이끌어냈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강요하지 않고, 벌칙도 만들지 않고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집요할 정도로 끈기 있게 가만히 기다린다. 그런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가케루는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132쪽~133쪽)



 사실 니코 짱한테 진정한 불행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죽 달릴 수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면 그냥 즐기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직 어렸고, 그때까지 마냥 육상에 푹 빠져 그것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그때 니코 짱은 선수로 성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쓸데없고 뜻 없다는 생각밖에 갖지 못했다. 니코 짱은 자신한테 실망하고 육상에서 멀어졌다.  (459쪽~4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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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3-07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운동을 못하지만 운동 만화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농구, 배구 등 스포츠 만화를 은근 봤던 것 같습니다. 운동 경기 장면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팀이 단합해가는 과정 등을 볼 때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희선 2024-03-10 01:04   좋아요 1 | URL
실제 운동경기는 운동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경기를 하는지 모르기도 하네요 운동하는 만화나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이 무슨 말 하는지 나오잖아요 경기 할 때도... 팀이 마음을 모으고 함께 힘 내는 거 보는 것도 즐겁죠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도 보이고 누군가는 아주 달라지고... 잘 하면 잘 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런 모습 보는 게 좋네요


희선
 
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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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오면 앞으로는 정리를 해야겠어 하는데, 그런 생각은 잠깐만 해. 정리할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못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내 물건을 정리할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도 민폐 끼치지 않아야지. 그러려면 평소에 정리해야 할 텐데. 게으른 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기도 해. 버려도 괜찮은 것도 있을 텐데. 정리보다 버리기를 잘 해야겠지. 내 물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오래 쌓여서 늘어난 것 같아. 쌓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뤄. 이거 안 좋은 거지. 사람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많은 것보다 적은 게 나을 것 같아. 아니 그건 저마다 다른 거기는 해.


 부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부모님 물건을 정리해야겠지. 가키야 미우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제목 그대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는 이야기야. 한국에서 나온 제목은 이렇지만, 일본에서 나온 제목은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민폐예요(귀찮아요)’야. 본래 제목이 더 솔직하지. 한국과 일본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해. 한국사람보다 일본사람이 시어머니 더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한국소설에 나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많이 못 본 것 같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어려울 것 같아. 잘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


 모토코는 오십대 중반으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시어머니가 살던 집을 정리해야 했어. 업체에 맡기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자신이 하려고 했어. 시어머니 집엔 물건이 아주 많았어. 처음에 모토코는 그걸 언제 다 정리하나 해. 그거 보면서 나도 걱정했군. 집에 이런저런 물건이 많은 걸 보고, 모토코는 위암으로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생각해. 친정어머니는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위암이 발견되고 한해 반 동안 자기 둘레를 정리했대. 그런 걸 생각하고 동생 아내인 미키는 좋은 시어머니를 두었다고 생각했어. 정말 미키는 모토코 어머니를 좋은 시어머니다 생각했을까 했어. 딸과 며느리가 생각하는 건 다르기도 할 거야. 모토코가 시어머니 집을 정리하면서 자꾸 친정어머니가 더 나았다 할 때 좀 안 좋았어. 산 사람을 견주는 것도 안 좋은데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그러다니.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모토코가 시어머니한테 불평하지는 않아. 다행이지. 모토코는 시어머니가 둘레 사람한테 마음 쓴 걸 알게 되기도 해. 바로 옆집 사람이나 자치회 사람한테도. 모토코는 남편과 같이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기도 했어. 어느 날은 자치회 사람이 와서 도와줘서 순식간에 정리했어. 모두 시어머니한테 신세를 졌다고 말했어.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쓸 만한 건 가져가라고 해. 처음에는 모토코 혼자 어떻게 정리하나 했는데, 남편과 시어머니를 알았던 사람이 도와줘서 시어머니 집 정리를 다 끝냈어. 처음엔 집에 여기저기 물건이 많고 어지러운 모습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엔 이사한 것처럼 텅 빈 집이 떠올랐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견주는 건 안 좋은 것 같아. 그저 다른 사람이다 생각해야지. 사람이 다 같지는 않잖아. 사람은 다 좋은 점 안 좋은 점이 있겠지. 모토코는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친정어머니를 잘 몰랐다는 생각도 해. 친정어머니는 자신한테 엄격한 사람으로 남도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어. 그런 사람하고 사는 거 좀 힘들겠어. 자기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고 남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어. 늘 남을 귀찮게 하는 건 안 좋지만,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한테 기대도 괜찮을 텐데. 사람은 다 완벽하지 않고 모자란 점이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이 남긴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을 조금 알기도 하겠어. 모토코도 지금까지 몰랐던 시어머니를 알게 되고 시어머니가 살았을 때 잘할걸 해.


 책을 보는 내내 난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버려야지 했어. 모토코 남편도 어머니 집을 정리하고는 자기 방을 잘 치우게 됐대. 모토코 남편은 처음에는 여러 가지 버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기 방이 좁아져서 물건 그대로 두기 어려웠겠지. 나도 내 방 넓었으면 좋겠는데. 넓은 방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군. 처음에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는데, 앞으로 정리하려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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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04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도 고부 간에 사이가 별로인가 봅니다. 우리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니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확실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관계네요. 유품을 정리하는 건 돌아가신 분을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질 것 같아요. 무척 사랑했다면 너무 힘들지만 또 추억을 떠올리며 울면서 정리할 테고, 사이가 데면데면 별로였다면 귀찮겠죠. 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요.

희선 2024-03-05 00:55   좋아요 1 | URL
예전에 본 소설에서는 누워서 지내는 시어머니를 거의 며느리가 돌봤어요 다른 사람은 거의 안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는 아무것도 안 준다고 했어요 뭔가 작은 거 준다고 했던가 없어도 되는 거였던가 누워서 도움 받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소설이지만 실제 그런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일본도 가부장제 심하죠 한국보다 심해 보이기도 하네요 집안 일도 다 여성이 하고 시어머니 유품 정리도 며느리가 더 많이 하잖아요 아들은 거기 가서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나중에는 버리기로 해요 사람이 살았을 때는 물건이 소중한데, 죽으면 다른 사람한테는 쓰레기가 되다니... 그건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평소에 정리 잘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잘 못합니다

사이 좋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걸 정리하는 사람은 참 힘들겠습니다 세상엔 그런 사이만 있는 게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2024-03-0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5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0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서도 정리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일본과 우리는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았어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3-10 00: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었어요 거기에서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 보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네요 물건이 많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군요 아주 오래된 것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때도 정리해야 할 텐데, 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니... 여전히 정리를 못하는군요

새로운 주는 좀 따듯할 것 같네요 서니데이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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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본 《작가 형사 부스지마》보다 앞에 이야기인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을 봤다. 지금 생각하니 이 책 제목 처음 봤을 때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 이야기가 끝난 건가 했구나. 나중에 이게 부스지마가 작가가 되기 전 이야기다는 걸 알았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시간이 흐르고 그것보다 앞에 이야기 쓸 수도 있겠지. 제목에 형사 부스지마가 있으니 부스지마를 잘 봐야 할 텐데, 부스지마보다 아소 반장이나 신입인 이누카이 하야토를 더 보기도 했다. 이누카이 형사 시리즈를 여러 편 봐서 그런가 보다. 이때 신입이었다니. 누구한테나 신입시절은 있는 거구나. 부스지마는 아소보다 나이가 많았다. 부스지마와 이누카이가 움직였나 본데 여기에서 부스지마는 아소 반장과 함께 다닌다. 반장은 현장에 잘 안 가는데 이누카이가 부스지마한테 안 좋은 걸 배울까 봐 아소가 함께 다녔다. 그런 거 맞겠지. 이누카이는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거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소는 그런 이누카이를 받아들였다. 이누카이는 부스지마와 다르게 독설을 안 해서 그랬을지도.


 여기에는 다섯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불구대천 不俱戴川> <복룡봉추 伏龍鳳雛> <우승열패 優勝劣敗> <간녕사지 奸佞邪智> <자업자득 自業自得>. 다섯가지 이야기에 나온 사건은 다르지만 이어지기도 한다. 사무실이 많은 곳에서 연관없는 사람이 죽임 당하고, 출판사 폭파 사건, 여성을 노린 연쇄 염산 테러, 서른해 전에 일어난 사건 가해자를 죽인 사건. 범인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교수’가 있었다. 범죄를 실행한 사람도 죄가 있겠지만 그걸 하게 부추긴 사람이 더 나쁘지 않은가. 이런 사람 나카야마 시치리 다른 소설에서도 봤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비웃는 숙녀》. 지금 생각나는 건 두 가지다. 앞에서 말한 두 소설에 나온 사람과 여기 나온 교수는 좀 다르기도 하다.


 누군가를 조종하는 사람도 여러 종류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사람은 다 범죄자가 될 씨앗을 가지고 있을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열등감이 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조금만 밀면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겠다. 그걸 자신이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믿기도 하겠지. 여기 나온 범인 공통점은 이거다. 자신이 다른 사람 꾀임에 넘어 갔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세뇌 당하다니. 누군가를 세뇌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하다니. 그 사람도 범인과 다르지 않았다. 왜 자신이 안 좋은 일을 당해야 하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건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인데. 그걸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말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비웃는 숙녀》에 나온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은 피해자였다. 여기 나오는 ‘교수’는 가해자였다. 다른 건 그거구나. 다르다 해도 누군가를 조종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 나쁘기는 해도 차라리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범죄를 저지르는 게 좀 낫겠다. 아니다, 그것도 안 된다. 묻지마 살인 같은 대상 없는 범죄가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왤까. 사람은 모두 특별하다는 말과 사람은 다 평범하다는 말에서 어떤 게 더 나을까. 난 평범하다는 말이 나을 것 같다. 사람은 모두 특별하다는 말을 들어도 차가운 사회에서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 날도 있다. 자신은 특별하고 재능이 있는데 왜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 사람은 다 한가지 정도 잘 하는 게 있을까. 이것도 모르겠다.


 부스지마는 교수가 누군지 알고 심문할 때 교수를 몰아부쳤다. 형사가 그래도 될까 했다. 형사가 용의자를 고문하고 자백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말로 무너뜨리는 것도 문제 아닐까.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해도 증거가 없으면 잡기 어렵겠지. 살인교사는 더 그렇겠다. 그래도 부스지마처럼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나.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소설에서나 죽인다. 현실에서는 어렵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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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3-01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참 예쁘네요. 하지만 내용은 예쁘지 않군요. 사람을 뒤에서 조종해서 나쁜 짓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걸까요.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걸까요. 교수라는 사람 참 나쁘네요.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넘어간 사람들도 참... 그래도 나쁜 짓이라는 걸 알텐데도 저지르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네요. 하지만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자신이 억울하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하면 안 되는 건데... 현실에서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보통 돈이나 권력이 있어서 그닥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또 참담합니다.

희선 2024-03-03 01:44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을 뒤에서 조종하고 죄를 지게 하다니, 그런 걸 즐기는 사람도 있을까요 자신이 조종당한 건데, 그렇게 느끼지 않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그런 거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다른 사람 말에 쉽게 넘어가기도 하겠지요 그런 걸 잘 건드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있을지, 없기를 바라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돈이 힘이 있는 사람은 법망을 잘도 빠져나가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은 일어나네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4-03-01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 형사 부스지마 재밌게 봤었네요 ㅋㅋ이것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군요

희선 2024-03-03 01:45   좋아요 1 | URL
이건 작가가 되기 전 형사이기만 하던 때인데, 다음 이야기도 나왔군요 일본에는... 한국에도 나오겠습니다


희선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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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언제나 용서 받을까. 어떤 잘못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자기 마음이 평화로우려면 용서해야 한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까. 용서하지 않고 복수하려고 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그저 안 보고 사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남이면 그게 어렵지 않을 텐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다 남 아닌가. 난 식구라 해도 남이다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쓸쓸한 건가. 이런 말 하려는 게 아닌데. 부모 자식인데 어떡하느냐고 하는 말 싫다. 부모 자식이어도 남처럼 안 보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쓰다 보니 이 책하고 상관없는 말을 했다.


 야쿠마루 가쿠 소설은 여러 권 만났다. 가끔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는데, 야쿠마루 가쿠가 여러 번 쓴 건 가해자 이야기다. 《천사의 나이프》를 본 지 오래됐는데, 거기에서는 어릴 때 가해자였던 사람이 자기 죄를 생각하고 죄를 갚고 살려는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그뿐 아니라 소년법을 생각하게도 했다. 그러고 보니 소년법 이야기도 했구나. 어릴 때 죄를 짓고 이름을 바꾸고 자라서는 검사인가 변호사인가가 된 사람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잘 생각나지 않는데. 이 책 《어느 도망자의 고백》 날개에 쓰인 야쿠마루 소설 제목을 보니 두권 빼고 다 본 것 같다. 여기에 쓰이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야쿠마루 가쿠 소설 많이 봤구나(새로 나온 다른 소설은 못 봤다).


 이번에 만난 《어느 도망자의 고백》에서 명문대에 다니는 스무살 마가키 쇼타는 여자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문자를 보내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차 사고를 낸다. 마가키 쇼타는 함께 아르바이트 하던 사람과 술을 마셨는데 차를 운전했다. 비도 많이 오는 늦은 밤에 말이다. 비가 오면 운전하기 어려울 텐데, 술까지 마시고 운전하다니. 마가키는 속도까지 냈다. 사람이 차에 치인 걸 알았는데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마가키가 운전하던 차에 치인 사람은 200미터나 차에 끌려가고 죽었다. 마가키는 재판에서도 거짓말을 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했다는 말은 뺐지만. 사람을 죽였는데, 마가키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마가키는 형을 다 마쳤을 때는 자기 죄를 다 갚았다 여긴 것 같다. 잠시 쉬운 길을 가려고도 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자기 죄를 뉘우쳤다 해도 그런 사람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점은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피해자 식구는 생각도 안 하다니. 마가키 차에 치여 죽은 사람은 여든한살인 노리와 기미코였다. 노리와 기미코 남편인 노리와 후미히사는 마가키가 형을 마치면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때 난 복수하려는 건가 했다. 노리와가 녹슨 칼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렇게 여겼는데. 노리와 후미히사가 하려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뻔한 걸 생각하다니.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람은 자기 죄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이런 말 힘들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죄를 지으려 하지 않겠지.


 마가키가 교도소를 나오면 할 일이 있다고 한 노리와 후미히사가 치매로 기억을 잊는 모습을 보니, 내가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이를 먹으면 피할 수 없는 일일까.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그렇다쳐도 기억까지 희미해지면 안 될 텐데.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여러 가지 정리해야 할 텐데 했다. 아직 시간 많아 생각해도 그 시간은 빨리 가 버리겠지. 죄를 짓고 감옥에 갔다 온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는 거다. 죄 안 짓고 사는 게 가장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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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2-26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자기 죄를 마주하는 것인데, 두 책의 서술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흥미로워요.
기억도 그렇지만 죽음도 허무하지요^^

희선 2024-02-26 23:27   좋아요 1 | URL
이 책 본래 제목은 《고해》인데, 어쩌면 이걸 더 생각하고 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 지은 제목을 보고는 마가키가 지은 죄만 생각했으니...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렇게 길게 나오지 않지만... 어떤 죄든 마주해야겠지요 사람은 자기가 지은 죄뿐 아니라 잘못에서도 눈을 돌리기도 하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