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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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법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범죄를 저지른 게 미성년자라면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큰 죄를 저질러도 감옥에 갇히지 않는다 정도만 안다. 미성년자는 죄를 지어도 이름이나 얼굴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와도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기도 한다. 소년원에 들어갔다 온 게 꼬리표가 되어 범죄자가 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다. 어릴 때 범죄를 저지르고 자기 죄를 뉘우치고 사는 사람도 있고 다 그만두고 범죄자가 되는 사람도 있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이름을 바꾼 사람과 바꾸지 않은 사람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을 텐데, 그걸 잊고 자신은 죄를 갚았다 생각하는 사람과 언제나 죄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 있겠지. 사람이 다 똑같지 않구나. 미성년자는 바뀔 수 있다고 여기고 특별한 법을 적용할 거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거 다 알고 죄를 저지른다고 하던데. 그런 거 생각하니 무섭다.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가 내려갔다는 말도 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다니.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도 갈수록 심해진다고 들었다. 내가 하는 것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다.


 이 책 제목은 《소년 A 살인사건》인데 본래 제목은 ‘인간 사냥(人間狩り)’이다. 한국에서도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 A 소년 B라 할까. 여기에서는 두 가지 일이 나온다. 하나는 경찰 쪽에서 하는 일로 스무해 전 일어난 ‘고쿠분지 여자아이 살해사건’ 동영상이 다크웹에서 DVD로 거래된 걸 알고 누가 그 동영상을 판 건지 경찰이 수사한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하는 자경단 이야기다. 스무해 전 고쿠분지 여자아이 살해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중학생이었다. 소년 A가 되고 소년 A는 의료소년원에서 지내다 나오고 이름을 바꾸었다. 소년 A는 자신이 여자아이를 죽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경찰에서는 그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그 영상을 바깥에 흘렸다 여기고 그게 누구인지 수사한다. 경찰 안에서 일어난 안 좋은 일이나 부정행위는 감찰계가 맡는가 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다 해도 개인이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해도 될까.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 누군가를 함부로 말하지 않을 텐데. 자경단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에서 카드 회사에서 일하는 에리카는 자신이 나쁜 짓한 사람을 자경단 사이트에 올리고는 뭔가 큰 일을 한 것처럼 느꼈다. 먼저 남한테 거짓말한 사람이 잘못했지만. 자경단 운영자는 야요이라는 여성이었다. 료마라는 아이는 사형집행인이라는 홈페이지에 나쁜 사람이다 여긴 사람 신상을 공개했다. 그 사람을 찾아가 영상을 찍기도 했다.


 경찰 감찰계와 자경단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데, 상관없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기는 한다. 자경단 세 사람 야요이와 에리카 그리고 료마는 스무해 전에 고쿠분지 여자아이 살해사건을 저지른 소년 A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한다. 세 사람은 소년 A가 찍은 동영상을 소년 A 자신이 팔았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런 때 소년 A는 주간지와 인터뷰를 하고 그건 자신이 아니다 했다. 세사람은 소년 A가 갱생했는지 안 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이런 건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걸 텐데. 뭔가 이상한 걸 느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정의가 옳다고만 여기는 사람으로 본 것 같다. 에리카는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구나. 좀 더 하지.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죄를 저지르면 가해자와 가해자 식구 신상뿐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 식구 신상까지 나오는 것 같다. 한국도 그럴까. 인터넷이 좋은 영향도 있지만 어둠도 있구나. 어디나 그런 거겠지만. 인터넷에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았으면 하는데, 이런 거 바라지 못할지도. 죄를 저지른 게 미성년자라 해도 무거운 벌을 주면 안 될까. 사람을 죽였을 때는 말이다. 벌 받는다고 사람이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피해자 식구 마음을 풀어줘야 할 거 아닌가. 그저 범인만 잡으면 끝이라니. 피해자 식구는 어디에서 생각해줘야 할지. 경찰에 그런 부서를 만들면 안 될까. 어려운 문제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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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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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해 전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 일곱은 모두 여성이었다.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품을 쓴 작가도 모두 여성이다. 젊은작가상은 2023년으로 열네번째가 됐다(2024년은 열다섯번째). 내가 소설을 잘 보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거 잘 못한다. 내가 아는 작가도 그리 많지 않구나. 이번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보고 처음 알게 된 작가는 정선임과 함윤이다. 이번에 내가 먼저 읽어 본 소설이 세편 실렸다. 세편은 《소설 보다》에서 봤다. 그걸 보고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하고 이 책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되기도 한다.


 소설을 다 보고 심사평 보면서 나도 심사평 쓴 사람처럼 소설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건 그저 바람일 뿐이겠다.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난 그렇게 못 쓸 거다. 소설을 제대로 읽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쓰겠나. 책을 제대로 읽고 쓰는 일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상 소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에 모험이 들어갔지만, 그리 즐거운 모험은 아닌 듯 보인다. 목경은 즐거웠으려나. 모래 고모는 막내로 “환영받지 못한 딸. 처지는 자식.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살고 무상으로 가사와 돌봄과 간병 노동을 제공하고도 끝까지 용돈 말고 자기 재산을 갖지 못한 사람. (15쪽)”이다 했다. 아이가 많은 집 막내로 태어나면 부모와 형제한테 사랑 받을 것 같은데 다 그런 건 아니구나.


 모래 고모가 집을 나가 오빠 집에 갔을 때는 오빠 부부가 돌보지 않게 된 아이 목경과 무경을 돌보았다. 할머니는 여자한테는 아이를 좋아해야 하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나. 모래 고모는 부모 대신 자신이 조카 목경과 무경을 돌보는 일 싫었을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이번에 소설을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모래 고모가 목경과 무경을 데리고 사냥 갔을 때 어쩌다가 총을 잃어버렸을까다. 총이 작은 것도 아닌데. 모래 고모는 어딘가 비탈이나 높은 데서 무언가에 놀라서 총을 놓친 거였을까. 모래 고모가 산에서 만난 남자들한테 총을 함께 찾아달라고 했는데, 남자들 조금 무서웠다.


 두번째 김멜라 소설 <제 꿈 꾸세요>에서 ‘나’는 자신이 죽으려 했을 때는 죽지 못하고 초코바를 먹다가 그게 목에 걸려 죽고 만다. ‘나’가 죽고 자기 몸에서 나오자 챔버가 찾아오고 ‘나’는 누구 꿈으로 찾아가야 할까 한다. 꿈에 찾아가서 자신이 죽었다는 걸 말해야 하나. 그건 아니겠지. ‘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자신이 나오는 즐거운 꿈을 꾸기를 바란다. 성혜령 소설 <버섯 농장>에서 진화가 남자를 죽인 걸까. 심사평을 보니 그런 말이 있었다. 부모는 언제까지나 자식을 책임져야 할지. 진화가 기진한테 ‘너 이상해’ 하는 말도 이해 못하겠다. 진화가 잘못해서 빚을 졌는데, 기진이 도와주어야 할까(모두 진화 탓은 아니지만, 사람을 잘못 사귄 탓이지). 진화는 기진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진화는 기진을 친구보다 식구에 가깝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써서 무슨 소설인가 싶겠다.


 첫째는 여자든 남자든 부담스럽겠지. 부모와 동생을 챙겨야 할 테니 말이다. <젊은 근희의 행진>(이서수)에서 문희는 그런 책임감이 더 큰 사람 같다.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문희는 동생 근희가 북튜버지만 노출을 하고 악플 받은 걸 알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한테 관심 받기 좋아하는 사람 있기는 할 거다. 그런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문희는 근희가 보낸 편지를 받고 자신이 근희를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도 시간이 지나고 출생신고를 하거나, 앞에 아이가 죽어서 출생신고를 안 하기도 했겠지. 정선임 소설 <요카타>에는 자신보다 네 살 많은 언니 서연화로 살아온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사람으로 살면 자신은 어디에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소설 <자개장의 용도>(함윤이)에서는 증조할머니가 우연히 산 자개장 이야기다. 《나니아 연대기》(C. S. 루이스)는 못 봤지만, 거기에서 옷장을 지나면 다른 세계로 가지 않나. ‘자개장의 용도’에서도 자개장이 어디든 데려다 준다. 그거 보고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하나 했더니, 그때는 평범하게 차를 타야 했다.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처음엔 재미있게 보였는데, ‘나’는 멀리 간다. ‘나’는 돌아올지. 이걸 보면서 난 자개장을 지나 다른 나라에 갈 때는 여권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했다. 현호정 소설 <연필 샌드위치>에는 여성 삼대로 이어지는 거식증이 나온다. ‘나’는 꿈에서 연필 샌드위치를 먹어야 거기를 벗어날 수 있다. 벌 같구나. 연필 샌드위치 생각만 해도 맛없을 것 같다. ‘나’는 다시 음식을 먹겠지. 엄마가 있으니 말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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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3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3-22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니아연대기에서 옷장속에서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래전 동화로 읽었는데, 영화로 나온다고 하니 그 부분이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4-03-23 01:43   좋아요 0 | URL
본 적은 없지만 <나니아 연대기> 벌써 영화 만들지 않았나 했습니다 예전에 만들기는 했더군요 예전에 만들었다고 또 만들지 마라는 법은 없군요 지금 새로 만들면 이것저것 많이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예전이라고 해도 그게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듄>도 오래전에 만든 적 있더군요 그건 잘 안 됐고 합니다 새로 만든 건 많은 사람이 볼 것 같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 어느새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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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번째 젊은작가상을 받은 소설은 다 여성 작가 소설이다. 이번에도 그렇구나. 한번 읽었던 것도 있는데, 다시 봐도 잘 모르겠다. 곧 열다번째가 나오겠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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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엘살바도르 산타아나 이사벨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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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어선지 자도 자도 졸리다. 진한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깰까 하고 <드립백 엘살바도르 산타아나 이사벨>을 내려서 마셨다(진하지는 않았다). 드립백이 편하기는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린다. 원두가루를 재서 내려 마시는 것도 시간 걸리겠지. 커피 마시기 전에 조금 움직여서 졸음이 조금 사라졌다. 다행이지.



 




 살구는 어떻게 먹는 걸까. 먹을 수 있을까. 과일이기는 할 텐데(복숭아랑 비슷한 맛일지). 과일로 먹어본 적은 없다. 다른 걸로도 없는 것 같다. 살구는 잼을 만들고 씨는 약재로 쓰던가. ‘드립백 엘살바도르 산타아나 이사벨’ 에 쓰인 살구는 산미엤지. 마카다미아는 고소한 맛을 내는 거고 사탕수수는 단맛이겠다.


 앞에서 드립백 커피 내리다 잠이 깼다 했는데, 커피를 마시고도 괜찮아졌다. 진작에 마실걸 그랬다. 조금 귀찮아서 참았는데, 졸릴 때는 커피지.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도 좋기는 하겠다. 학교 다닐 때 봄이면 졸렸는데. 봄엔 그런 게 떠오르기도 한다. 새학년이 되고 낯설어서 그랬을지도.


 봄을 많이 느끼게 하는 꽃은 벚꽃이겠다. 벚꽃보다 일찍 피는 꽃도 있는데, 벚꽃이 피어야 꽃이 피었다 하던가. 살구꽃도 비슷한 때 피지 않나.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거의 못 봤나. 내가 예전에 보고 살구나무다 생각한 건 살구나무가 아니었을지도. 인터넷에서 살구꽃을 찾아보니 매화와 아주 비슷해 보였다. 지금 피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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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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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도 책방은 시골에 있어. 사쿠라노마치라는 곳으로 벚나무도 많은 곳일 거야. 봄에 가면 벚꽃이 구름처럼 피어날지도. 그저 시골을 생각했는데 사쿠라노마치는 산골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 이번 책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를 보니. 이것보다 먼저 본 《오후도 서점 이야기》나 《별을 잇는 손》에 산골이라는 말 있었을 텐데 내가 잊어버렸나 봐. 예전에 츠키하라 잇세이가 오후도 책방에 가려고 걸은 길을 그저 평지로만 생각했는데 오르막이고 고개였나 봐. 나무로 둘러싸였으려나. 오후도 책방은 정말 시골에 있군. 그런 곳 오래 살아 남을지. 예술가와 젊은 사람을 사쿠라노마치에 살게 하려고 애쓴다고는 했어.


 지금은 달라졌지만 사쿠라노마치는 여행자가 많이 찾아오기도 하고 마을 사람은 그런 사람을 반겼대. 이곳에 온 사람이 눌러 살게 되기도 했다는군. 그런 사람에서 한사람은 오후도 책방에서 일하는 츠키하라 잇세이겠어. 이번 이야기는 번외편 같은 거래. 현실보다 환상이 더 커. 먼저 나온 두 책에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기는 했어. 첫번째 이야기 <가을 괴담>은 내가 생각한대로였어. 다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유령 저택이라고 하는 곳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그건 누구나 책을 보면 알아챌 거야. 어른은 왜 아이가 어딘가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려고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낼까. 아이는 그런 이야기 들으면 거기에 더 가고 싶어할지도 모를 텐데. 그저 거기 사는 사람이 조용히 살고 싶어하니 가지 마라고 하면 안 될까.


 새아버지한테 학대 받던 도오루는 오후도 책방 주인인 할아버지와 살게 되고 이제는 사쿠라노마치 아이가 됐어. 친구는 후타와 오토야인데 후타가 핼로윈인 시월 마지막 날에 유령이 나온다는 저택에 가 보자고 해. 도오루는 책을 좋아해도 무서운 건 싫어했어. 그래도 친구와 함께 거기에 가고 신기한 경험을 해. 도오루와 후타와 오토야 셋 다. 다른 것보다 난 도오루가 사쿠라노마치에서 친구를 만나고 평안하게 사는 게 좋아 보여. 책도 좋아하고. 유령 저택이라 한 곳도 책과 상관 있었군. 거기에는 도오루가 어릴 때 즐겨보던 동화책이 있었어. 다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도오루와 친구들은 가끔 그 집에 놀러가지 않을까 싶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겠군.


 예전에 츠키하라 잇세이가 일하던 곳은 긴가도 책방이었어. 그곳은 백화점 안에 있는 곳이야. 긴가도 점장 야나기타 로쿠로타와 카리스마 서점원 미카미 나기사는 오후도 책방에 찾아와. 두 사람은 함께 일했는데, 두 사람은 따로따로 오고 야나기타는 잇세이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고 나기사는 오후도 책방에 오는 길이었어. 두 사람이 산길에서 겪은 일이 비슷해서.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이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떠올릴지도 모르지. 야나기타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나기사는 어릴 때 헤어진 아버지를 만났어. 나기사 아버지는 아파서 병원에 있다고 했는데, 나기사가 오후도 책방에 갔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엄마가 전해. 아버지는 떠나는 길에 나기사를 만나러 온 건지도 모르지.


 본래 ‘고개’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있었나 봐. 이제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마지막에서는 SF가 된 느낌이야. 외계인이 나오면 SF 같잖아. 여기에 외계인이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그럴 수도 있지 해야 하나. 외계인과 귀신이 만나기도 해. 유령이 아닌 귀신이다 하니 다른 느낌이군. 영혼이 나으려나. 고양이와 앵무새는 영혼을 봐. 그 영혼은 잇세이를 지켜줘. 따스한 눈으로 지켜봐. 잇세이 아버지와 누나는 죽었지만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어. 여기에서는 이런 말도 하더군. 사람이 혼자다 느껴도 혼자가 아니다고. 이야기는 아주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말도 했어. 고개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건 우주선에서 나오는 여러 에너지 때문이다 말하려고 외계인이 나온 건지도. 우리가 사는 어딘가에는 외계인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살지도 모르지.




희선





☆―


 “도오루, 책을 읽는다는 건 다른 사람 삶을 경험하는 거야.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헤아리고 그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이지. 그건 정말 멋진 일이란다. 마법 같지 않니? 사람은 책 한권을 읽을 때마다 분명 그 책만큼 너그러워진다고 믿어. 사람한테 책이 없다면 자기 삶만 살면서 자신만 생각하는 눈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되지. 하지만 책 한권이 있다면 다른 세상을 보는 눈길과 다른 삶을 헤아리는 영혼을 얻을 수 있단다. 만약 우리 모두가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삶을 경험해 보고, 다른 눈길로 세상을 본다면 사람은 남한테 훨씬 더 너그러워질 거야. 세상은 밝은 눈빛으로 빛나겠지.”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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