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문주희 지음 / 유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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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나온 2022년 10월에 이 책 《편지 쓰는 법》을 샀다. 그때 책을 받고 얇아서 금방 보겠지 했는데, 책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내가 바로 못 본 책이 이것만은 아니구나. 빨리 볼 만한 건 바로 보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볼 거야 하고 미룰 때가 많다. 책을 많이 사지도 않는데. 난 ‘편지 쓰는 법’ 안다(이렇게 말하다니). 아니 편지도 따로 쓰는 법이 있나. 편지 받을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 쓰면 되는데. 편지 쓰기가 익숙한 난 편지 쓰기 어렵게 여기지 않아도 편지를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은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 할지도. 편지 한번도 안 써 본 사람 있겠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소를 거꾸로 쓰는 사람도 있으니. 편지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이 있다는 말 보고 조금 놀랐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많겠다. 난 초등학생도 있다는 휴대전화기 없다. 이 말 몇번째 하는 건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한테도 바로 말할 수 있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편지를 쓴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한테 그러는 건 아니고 주소를 아는 사람한테만 가끔 쓴다. 답장 받는 거 좋기는 하지만, 답장 바라지 않고 쓴다. 이 책에서는 답장 받고 싶으면 그런 말을 쓰라고 하던데. 나야 편지 쓰기 쉽지만 다른 사람은 쉽지 않은 듯하다. 난 편지지뿐 아니라 우표가 있어서 편지 쓰고 싶으면 바로 쓰고 보낸다. 편지 쓰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보다 예전, 컴퓨터를 쓰기 전에는 밤이나 새벽에 쓰기는 했는데,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쓴다. 난 날짜는 써도 시간은 안 썼다. 다음부터는 시간도 쓸까 보다.


 옛날뿐 아니라 19세기나 20세기초까지는 많은 사람이 편지로 마음을 나누었다. 지금도 편지 쓰는 사람 없지는 않겠지만, 많이 줄었다. 옛날에는 편지 많이 썼는데 하는 사람도 있구나. 우편 제도가 없었을 때도 사람들은 편지를 썼다. 그때는 멀리 가는 사람한테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겠지. 따로 편지만 전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건 모르겠다. 우체국, 우체통, 우표가 생긴 것이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벌써 사라질 것 같다니. 우체통이나 편지가 말이다. 편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보통 편지는 잘 가는지 알지 못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더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잘 오고 간 것 같다. 일반 편지도 주소만 잘 쓰면 잘 간다. 가끔 사라지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편지 쓰는 법》을 쓴 문주희는 편지 가게 ‘글월’을 한단다. 처음에 생각한 건 편지 가게가 아니었는데, 편지 가게가 됐단다. 편지를 나타내는 다른 말이 바로 ‘글월’이다. 편지 가게에서는 무엇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서 편지지를 사고 편지를 쓰고 펜팔도 할 수 있는가 보다. 펜팔이지만 그 편지는 받을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 편지도 재미있기는 하겠다. 모르는 사람한테 편지를 쓰니 그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쓸지도. 편지를 보는 게 한사람이어도 하고 싶은 말 다 쓰기는 어렵다. 내가 그렇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말을 쓰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 횡설수설이 되기도. 편지가 말보다는 좀 정리가 되지 않나 싶다. 내가 지금도 편지를 쓰는 건 말을 잘 못해서다. 편지를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편지는 천천히 써도 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쓴다. 받을 사람을 좀 더 생각하고 써야 할 텐데.


 여기에는 편지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만한 글이 담겼다. 편지 보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를 말하다니. 난 편지 쓰면 우체통에 넣는다. 우표를 붙여서 바로 우체통에 넣어도 된다. 요즘은 우체통 보기 어려운가 보다. 우체국 앞에는 꼭 있을 것 같은데 없는 곳도 있는가 보다. 그때는 우체국 안에 들어가서 보내야겠지. 우체통 찾는 지도도 있다니. 난 그런 것과는 멀구나. 집에서 가까운 우체국이 두 곳이고 두 곳 다 우체통이 있다. 편지를 거둬가는 시간이 되기 전에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우체통에는 편지를 거둬가는 시간이 적혀 있다. 예전에는 우체통 속 편지를 거둬가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우체국에서 거둬간다. 지금 우체통이 많이 사라진 건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하겠다. 우체국에서 먼 우체통은 집배원이 거둬가겠다. 편지가 오래 없으면 우체통을 없앤단다. 이제 자기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우체통은 슬프겠다.


 편지는 가는 데 오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도 편지를 쓰는 시간에 들어갈지도. 편지를 나누는 건 마음을 나누는 것과 같다. 그게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겠구나. 지금은 그런 사람 많은 듯하다. 편지를 쓰면 즐거운데. 그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다. 앞으로 가끔이라도 편지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 편지 쓰는 사람이 있어야 편지가 사라지지 않겠지.





*더하는 말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다. 책을 보면서 편지 가게 글월은 아직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보고 소설 《편지 가게 글월》(백승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기한 일이다. 실제 있는 곳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구나. 지금 바로 못 보겠지만, 언젠가 볼지 안 볼지. 이렇게 애매하게 쓰다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안 봐도 괜찮은 마음도 있어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이 편지를 쓰는 이야기도 나오는가 보다.




희선





☆―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어떤 말로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곤란한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날씨, 기억, 일화, 위트를 떠올려 첫 문장 써 보기를 제안합니다. 편지 쓰기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쓰고 싶은 말이 확 늘어날지도 모르고요.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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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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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문주희 지음 / 유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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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이 책을 보고 편지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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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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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우연히 일본 드라마 <육왕>을 재미있게 봤어. 그때 제목 보고 ‘육왕’이 뭔가 했어. 드라마 보면서 육상왕인가 했지. 달리기 하는 사람이 나왔거든. 이 책 《육왕》은 드라마 원작 소설로 일본에서 2016년에 나왔어. 그래서 내가 몇해 전에 드라마를 본 거야. 이케이도 준 소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어. 다 본 건 아니지만. 은행과 동네 공장 그리고 큰 기업하고 하는 싸움, 그런 이야기가 많군. 하나 더 있어. 꿈과 도전이야. 그런 거 생각하기는 쉬워도 이루기는 어려워. 돈과 시간이 드니. 시간보다 돈을 더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한국도 한복을 입고 버선을 신는 사람 많이 줄었어. 한복은 빌려 입거나 버선 안 신을지도. 일본도 일본 전통옷이나 다비라는 일본 버선 신는 사람 그리 많지 않겠지. 일본 버선을 만드는 회사 고하제야는 거의 백년이나 된 오래된 곳이야. 사장 미야자와는 집안 일을 이어 고하제야를 했는데, 갈수록 매출이 줄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았어. 그때 거래 은행원 사카모토가 앞으로를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해. 미야자와도 앞으로를 생각하고 뭔가 새로운 걸 해야겠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 미야자와는 백화점에서 딸이 사다달라는 브랜드 운동화를 사면서 거기 진열된 러닝슈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 회사에서 만드는 지카타비를 떠올렸군. 버선과 신발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러닝슈즈는 달리는 사람 발에 편하고 무게도 가벼워야 좋지. 마라톤은 오랜 시간 달릴 테니 땀도 잘 흡수해야겠어.


 미야자와는 고하제야를 생각하고 러닝슈즈를 만들려고 했어. 예전에 미야자와 아버지도 그 일을 했지만, 잘 안 됐던가 봐. 그때 만든 운동화 이름이 육왕이었어. 그때와 지금은 기술이 다르기도 하지. 잘 생각하면 좋은 러닝슈즈 만들지도 모르지. 미야자와는 이번에 만드는 러닝슈즈 이름을 육왕이라 해. 내가 미야자와 처지였다면 새로운 거 왜 해 그냥 돈 조금 벌지 했을 거야. 그러다 안 되면 문 닫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은 사업하면 안 되겠지. 할 마음도 없어. 여기에는 이케이도 준이 자주 쓰는 게 거의 나와. 그렇다고 재미없지는 않아. 은행원 사람 라이벌 스포츠 용품 회사에 마라톤 선수 이야기도 나와. 쉽지 않아 보이는 걸 해 나가는 모습 소설에서 보면 즐겁지. 하지만 일이 늘 잘 되지는 않아. 당연한가. 어떤 일이든 장애물이 자꾸 나타나고 그걸 하나하나 넘어가야지.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회사는 성적이 좋은 선수하고만 계약하려 하는군. 모기 히로토가 마라톤에서 다치고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신발을 후원해주는 아틀란티스가 계약을 끊어. 그 일은 고하제야에 좋은 기회로 돌아오는군. 고하제야에서 만든 러닝슈즈 육왕을 마라톤 선수 모기한테 후원하게 돼. 그것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군. 육왕을 운동 선수가 신기에 좋게 완성한 게 아니어서. 밑창 소재와 그걸 만들 사람을 찾고 함께 일하게 돼.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 고하제야는 장애물을 여럿이나 넘었군. 사람은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 이케이도 준은 돈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여겨. 그런 게 소설에 나타나기도 해.


 이 소설에 나온 것 같은 육왕이 진짜 있다면 달리기 하는 사람한테 좋겠다 생각했는데 어떨지. 선수가 신는 러닝슈즈는 보통 사람이 신는 것과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해. 선수가 아니어도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도 러닝슈즈 신겠어. 운동선수가 어떤 회사 신발이나 옷을 입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옷이나 신발도 광고가 되겠군. 그것도 이해 관계로만 하면 안 되지. 실제 여기에 나온 아틀란티스와 비슷한 곳 있을지도. 운동 선수를 그저 자기 물건 팔려는 사람으로 여기는 일. 난 선수를 생각하는 고하제야 같은 곳이 더 많기를 바라. 육왕을 신고 모기 선수가 역전 마라톤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고하제야에는 또 시련이 찾아와. 그런 일은 자꾸만 나타나는군. 난 사장 미야자와가 회사를 파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그러지 않았어.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다 없애야 하는 건 아니지. 일본 버선을 백년 동안 만든 회사 고하제야도 마찬가지야. 앞으로 버선이 덜 팔릴지 몰라도 회사가 아주 없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런 거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지도. 일본은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것도 하려는 것 같아. 그런 거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오래 이어온 것에서도 배울 건 많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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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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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소설 보다 봄 2023’은 두꺼웠다. 늘 그러려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구나. 단편소설이 실릴 테니. 《소설 보다 여름 2023》에는 여전히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렸다. 세 작가 다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책 보면서 이번 소설이 두번째인 작가가 있다는 거 알았다. 소설 제목 <전조등>(김기태)은 생각나지만 작가 이름은 잊어버렸다. 소설 제목은 생각나도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읽고 쓴 걸 보니 평범한 ‘나’라는 말이 보였다. 단편소설 기억할 때도 있지만 읽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 보다 여름 2023’ 두번째에 실린 김기태 소설 <롤링 선더 러브>는 시간이 흐르고 떠올릴까. 처음부터 이런 말하면 미안하지만, 이 소설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조맹희 서른일곱살 여성이 나오고 사랑이 하고 싶다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게 된다. 연애 예능 방송인가. 텔레비전 방송에는 별 게 다 있구나. 그런 방송에서 만나고 사귄 사람 끝까지 갈까. 방송이 아닌 데서 만나도 헤어지는구나.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겠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겠다. 그런 거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겠다. 첫눈에 마음에 들어 아주 빠르게 결혼까지 가는 사람도 있겠다.


 첫번째는 공현진 소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다. 제목 보고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하구나.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고 세상이 괜찮을까. 실제 지금도 세상은 멸망해가고 있을지도. 인류는 언제까지 살려나. 대멸종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지. 난 수영 못해서 세상이 물에 잠기면 죽겠다.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을 배운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언젠가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한 걸지도.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반에서 꼴찌였다. 취미로 배우는 곳에서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구나. 그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던가.


 곽주호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사람이 사고로 죽었을 때 그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회사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지. 회사는 사고가 나면 벌금을 내고 다시 기계를 돌린다. 다른 사람도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 주호는 그런 게 잘못됐다 여기고 기계를 멈추어서 일을 쉬어야 했다. 회사는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고 켜두어야 하는 센서를 꺼두고 기계를 돌릴 거다. 주희는 지구를 생각하고 물건을 덜 사려고 하는데, 새로운 걸 배울 때 물건을 많이 산다. 날마다 물건을 버리려고 한다. 그런 거 보니 나도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은 아니고 되기 어렵지만. 왜 희주가 일을 그만둬야 했는지 자세한 건 나오지 않았지만, 주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바로 잊으면 안 된다 했을 것 같다.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주호와 희주가 이상한 게 아닌데.


 마지막 소설 <재와 그들의 밤>(하가람)에서 ‘나’가 말한 추자 씨는 그저 아는 사람인가 했다. 추자 씨는 ‘나’의 엄마였다.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뜻대로 되지 않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쉬려고 집인 울산에 돌아온 것 같다. 그날 산불이 나고 ‘나’와 추자 씨가 함께 살던 아파트가 불에 탈지도 몰랐다. 이 소설 보니 언젠가 동해에 산불 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아파트가 타 버리기를 바랐을까. 그건 아닐 거다. 아니다 생각하고 싶은 건지.


 이 소설은 ‘나’보다 추자 씨와 덕미 씨 이야기가 더 보이기도 한다. ‘나’가 보는 두 사람인가. 추자 씨는 한해 사이에 달라졌다. 그동안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덕미 씨를 만나고 달라진 거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지금은 힘든 거 안 해도 되지. 앞으로 다른 힘든 일을 해야 할지도.




희선





☆―


 곽주호와 문희주는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였다. 선수도 아니고 수영을 배우려는 강습반에 꼴찌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곽주호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가 그 반에서 꼴찌로 여겨진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못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못하는 것이 꼴찌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는 게 아닌가. 곽주호가 등록한 수영 강습반 전단지에는 ‘왕 기초반’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 공현진,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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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下 - 머나먼 길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사유와공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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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왕국 오고다에 오요마가 생겨서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 했다. 우마르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도 거의 오아레 벼를 재배해서 오아레 벼가 병충해를 입으면 먹을 게 없다. 오고다에는 바다가 있기도 해서 오아레 벼를 재배하지 못했다. 오고다 사람은 그런 걸 견딜 수 있을까. 바닷가에서는 오아레 벼를 기르지 못하는 걸. 아이샤와 여러 사람은 오고다 산골 마을 사람한테 다른 작물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다 향사 올람이 오고다 반항 세력 오고다의 새벽한테 잡혀간다. 아이샤는 올람을 구하려고 단서를 찾다가 잡히고 만다. 아이샤와 올람은 오고다에 있는 길람섬에 끌려간다. 거기에서 밀리아 대비를 만난다. 비밀 조직 오고다의 새벽은 밀리아 대비가 만든 거였다. 길람섬에서 아이샤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오아레 벼를 보게 된다.


 지금 사람도 병충해에 세고 기르는 데 어렵지 않은 게 있다면 너도 나도 그 작물을 기르겠지. 농작물은 여러 가지여야 할 텐데. 과일이나 그밖에 것도. 요새는 기후위기로 한국에서 기르는 과일 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언젠가 사과는 없어질지도). 너도 나도 많이 하다 값이 떨어져서 수확하지 못하고 밭을 갈아엎은 거 있지 않던가. 그런 말 언젠가 본 것 같은데. 그것보다 병충해로 모두 없애야 했던가. 조류독감 생각나는구나.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있겠다. 오고다에서 재배한 오아레 벼는 비료 양을 더 줄이고 비료 성분에서 염분이 들어간 풀도 뺐다. 그 벼는 야생에 가까운 거였다. 오요마가 생겨도 죽지 않는 벼도 있었다. 아이샤는 그 오아레 벼가 내는 냄새 소리를 듣고 두려웠다. 오아레 벼는 무언가를 불렀다.


 냄새 소리를 듣는 거 여전히 신기하구나. 실제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지. 거짓말 하는 사람은 바로 알아 낼 것 같다. 《향군》 하권에서는 오고다에서 우마르 제국 몰래 재배한 오아레 벼를 ‘구원의 벼’다 하고 제국과 모든 번왕국에서 재배하게 한다. 그게 더 많이 나온다고 다 바꾸다니. 시간이 흐르고 모든 곳이 ‘구원의 벼’를 길렀다. 구원의 벼는 다른 걸 불러들였다. 엄청난 메뚜기떼였다. 그 메뚜기떼는 처음엔 오요마를 먹고 알을 낳고 며칠 뒤에 부화하고 오아레 벼뿐 아니라 풀이나 나무를 먹고 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런 모습 보면 오싹할 것 같다. 하권 그림에 보이지 않나.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것. 메뚜기라고 해야 할지. 전에는 오요마를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더한 메뚜기떼가 나타났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없애나. 오래전에 나타난 굶주림의 구름은 지금 나타난 메뚜기떼가 아닐까 싶다.


 아이샤는 구원의 벼를 모두 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도 굶어죽는다고 못한다고 하겠지. 제국엔 아무르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을 모두 먹일 만한 식량이 있었다. 그러면 지금 구원의 벼를 모두 태우고 메뚜기떼를 없애는 게 낫겠지. 잠시 힘들다 해도 그때가 지나면 앞으로 괜찮을 테니. 사람은 힘든 일을 겪고 그걸 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시간이 가면 잊는다. 지금은 구원의 벼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모두 태워도 언제 또 오아레 벼 수확량을 늘리려고 할지 모른다. 그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오아레 벼 수확량은 지금만으로도 괜찮다. 사람은 더 많기를 욕심을 가지는구나. 돈을 얻으려고.


 제국 사람과 번왕국을 다스리려고 살아 있는 향군을 만들었다. 올리애는 그게 위험하다 여기고 향군을 사람으로 여기게 하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올리애가 독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지고 아이샤가 모두가 모인 곳에서 자신도 향군이다 말한다. 그렇게 아이샤도 향군이 된다. 다행하게도 아이샤는 지금까지 향군과는 다르게 향군궁에 갇혀 지내지 않았다. 아이샤는 자신처럼 냄새 소리를 듣지 못해도 사람들이 자기 생각으로 살기를 바랐다. 이 책 《향군》을 보면서 사람이 신을 만들어낸 건 신한테 모든 걸 맡기고 그게 잘 안 됐을 때 신을 탓하려고가 아닌가 했다. 오요마가 많이 생기고 오아레 벼를 태울 때 사람들은 지금까지 향군한테 인사하러 다녔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했다.


 이 소설은 판타지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 이야기기도 하다. 누군가한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해도 자기 자신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 한사람 말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한사람이 많은 사람을 따르게도 해야 한다. 이건 오아레 벼 하나에만 의지하지 않는 것과도 비슷하구나. 오아레 벼 하나만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작물도 길러야 한다. 오아레 벼가 위험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거기도 하다. 지구에 사는 생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산다.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지.




희선





☆―


 “내가 보는 것도 그런 세계입니다. 인간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하면 어딘가에 일그러짐이 나타나고, 그것이 돌고 돌아 인간한테 해를 불러들이는 그런 세계지요.”  (《향군》 下권에서,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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