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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ㅣ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난 어떤 사정이 있든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생각한다. 처음부터 이런 말로 시작하면 왜 이런 소설을 보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난 어쩌다 이런 소설을 보게 됐을까. 내가 알고 싶은 건 누군가를 죽이게 된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죄를 없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를 짓게 되는 건 어떤 때일까. 본래부터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남을 때리고 돈을 빼앗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그런 사람이 여기에도 나오는구나. 동네 불량배로 부모를 믿고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여성을 마음대로 하려 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린다. 그런 사람을 신고해도 경찰은 잠깐 잡아두기만 하고 쉽게 풀어준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니 바로 풀어주겠지. 그런 사람은 나중에 자신을 경찰에 잡혀가게 하다니 하면서 복수할 거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자기 몸을 지키려다 큰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중국은 워낙 넓고 사람도 많고 사는 것도 한국하고는 많이 다를 듯하다. 아니 비슷한 곳이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중국 사람도 휴대전화 쓰고 거리에는 CCTV도 많겠지. 소설에 그런 게 나와서 중국에도 CCTV가 있구나 했다. 좋은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으니. 이 소설에 나오는 때가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하고 아주 똑같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누구나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말도 있으니. 그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범인을 잡기 어려웠다고 해도 괜찮을까. 경찰이 하는 일은 적지 않을 거다. 일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사건은 자꾸 일어나고 쉽게 범인을 잡지 못하면 질질 끌다가 피해자만 힘들게 하겠지. 중국만 그렇지는 않겠다. 어느 나라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많을 거다. 그렇게 해서 일어나는 범죄도 있을 듯하다. 이건 여기 나오는 이야기라 해야겠구나.
추리, 범죄 소설을 많이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런 걸 알게 된 건 이제 열해가 조금 넘었으니. 그래도 어느새 열해가 넘었구나. 일본소설을 많이 만났다. 중국소설은 거의 처음이다. 중국 소설을 하나도 안 본 건 아니지만, 본 게 얼마 안 돼서 중국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도 알려고 하면 북한보다는 쉽게 알 텐데. 중국도 한국 사람이 알아야 할 곳이기는 하구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도 많겠지. 한때 사드 때문에 좀 안 좋기도 했지만. 중국 사람도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볼 듯하다. 인터넷 책방에서 일본소설이 중국말로 나온 거 보기도 했다. 책을 다 보기 전에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 말을 조금 봤다. 그걸 안 봤다면 좀 나았으려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을 생각하게 한다는 말이다. 작가도 2012년에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주 똑같지는 않다. 법의학자였던 사람이 젊은이 두 사람이 저지른 범죄 증거를 없앴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꽤 예전에 읽어서 많이 잊어버렸지만, 죄를 저지른 사람 사정이 안됐다고 생각한 사람이 증거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서는 두 사람이 죄를 저지른 걸 안됐다 생각한 것 말고 다른 생각도 있었다.
세해 전부터 청시라는 곳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이번이 다섯번째였다. 범인은 피해자를 줄넘기 줄로 목졸라 죽이고 그 줄을 버려뒀다. 거기에는 지문이 있었는데, 지문으로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범인은 피해자 입에 리췬 담배를 물리고 ‘나를 잡아주십시오’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두고 갔다. 다섯번째에서는 ‘본지인’이라는 글자도 있었다. 지문이 있어서 범인을 바로 잡을 것 같지만, 청시가 그리 좁지 않아 모든 사람 지문을 다 대조해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섯번째 사건 뒤,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동네 불량배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다. 깡패가 죽은 곳에 있던 맥주캔에 묻은 지문이 연쇄 살인에서 나온 지문과 같았다. 그래서 경찰은 시간이 걸려도 청시에 사는 사람 지문을 채취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경찰 자오톄민뿐 아니라 수학자인 옌랑이 나온다. 옌랑은 본래 경찰이었는데, 예전에 범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증거를 만들어 내서 경찰을 그만둬야 했다. 범인한테 동정을 하다니. 그런데도 자오톄민은 옌랑을 찾아가 도움을 바란다. 쯔진천은 옌랑과 자오톄민이 나오는 소설을 더 썼나 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물리학자를 나오게 했는데, 여기에는 수학자가 나오다니. 수학자는 방정식을 풀 듯 범인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원 5차 이상의 방정식은 거꾸로 풀어야 한다. 답을 먼저 정해두고 다른 건 맞춰보는 식이다. 옌랑은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나고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바로 경찰이 그 사람을 잡은 건 아니다. 답으로 증거를 찾아야 하니 말이다. 아니 증거보다 자백일까.
앞에서 말했듯 난 어떤 사정이 있든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생각한다. 아무리 죄가 있다 해도 말이다. 내가 범인 처지가 아니니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순간에 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자신이 당한 걸 갚아주고 싶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기는 힘들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딱 좋은 답은 없다. 경찰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때리고 집안에서 식구를 때리는 사람을 오래 가둬두지는 못한다. 경찰이라고 범인을 잡고 싶지 않은 건 아닐 거다. 경찰이 해결해주지 않아서 자신이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거나 그 사람을 찾도록 이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이 그런 거였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죽여서 경찰을 움직이게 하다니.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는 사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아주 많지 않을 듯하다.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사회가 죄를 짓게 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그런 사회 만들기 무척 어렵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