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신현림 동시 놀이터
신현림 글.그림 / 살림어린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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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린다거나 글을 써 본 다거나 하는 것으로 창의력을 키워 나가는 수업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주면 정말 좋다고 하여 나도 아이들이 어릴적에 클래식을 틀어 주고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게 하기도 하고 자주 음악을 들려 주곤 했다.그래서였는지 음악에 대한 감각이 조금 남달랐다. 그렇다면 그림을 보고 글을 써 본다면 어떨까? 그것도 동시를 말이다. 시가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을 글을 쓰듯 써 보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그림이 아니라 해학과 풍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우리 '옛그림' 이라면 어떨까.


시인 신현림,그녀는 오래전에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티비 프로를 보고는 <해질녁에 아픈 사람> 을 읽어 봤다.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에 담던 그녀,그리고 포토에세이를 써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던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나오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녀라면 능히 해낼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생 딸을 둔 그녀, 딸아이의 눈높이에서 때론 어른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보며 써낸 동시는 읽다보니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남이 하기전에 먼저 생각해 낸다는 것이 대견하다.


옛그림 들로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심사정의 <하마선인도> 이암의 <모견도> 김홍도의 <서당> <씨름> 신윤복의 <단오도> <미인도> 등 조선시대 그림들이 등장을 했다. 우린 그저 그림의 제목과 그림풀이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이렇게 동시를 쓸 생각을 못했으니 읽다보면 재밌기도 하고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하고 그림을 이렇게 쉽게 풀어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듯이 '옛그림' 을 보는 눈이 모두 다를 수 있다.그것도 조선시대도 아니고 세상이 한참 변한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에 대한 풀이나 해석보다는 이런 방법이 더 쉽고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보고는, 숨기 좋은 곳을 찾다가 - 방에서도 졸려/ 학교에서도 졸려/ 온종일 졸리고 졸려// 엄마 잔소리에/ 머리가 찰흙 뭉치같이 부들부들/ 팔다리가 후들후들// 숨기에 좋은 곳을 찾다가/ 그나마 물가에 엎드리니/ 마음이 편안해지네/ 향기로운 산 공기에/ 엄청 기분이 좋네// 바위 위에서 여유롭게 엎드려 물을 바라보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해 놓았다.그림의 뜻이야 다르지만 이렇게 써 놓으니 그 또한 그런것 같다.


이암의 <모견도> 어미개가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이 참 한가롭고 여유있어 보인다.포근하게 엄마품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젖을 찾기도 하는 그림은, 나도 강아지면 좋겠어 - 나도 강아지면 좋겠어// 숙제도 시험도 없이/ 아무 걱정도 없이/ 따사로운 엄마 등에 폴짝 뛰어들어/ 복슬복슬한 털에 묻혀/ 잠만 자고 얼마나 좋을까? 보슬보슬 비 내리듯/ 부슬부슬 오는 잠 속에/ 파묻히고 싶어// 새끼들만 어미 품을 찾아들까? 정말 어른들도 힘들면 부모의 품을 그리워 한다. 숙제 걱정도 없고 아무 근심이 없어 보이는 새끼 강아지들,그런 강아지들의 여롭고 한가로움이 무척 부러운듯 한 표현이다.이런 그림 하나를 제시하고 아이들에게 동시를 써보라고 하면 각양각색의 글이 나올 듯 하다.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어른들 보다 더 창의성이 있으니 재밌는 글들이 많이 나올 듯 하다.


옛그림들과 동시가 있다면 뒷부분에는 조선시대 대표 회화 이야기가 나온다. 본격적인 그림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창의력을 키웠다면 이젠 정말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옛 그림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림을 보고 내 마음을 표현했다면 그 그림이 갖는 시대적이나 그외 이야기들을 한번씩 읽으며 그림과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디저털 시대 아이들에게 우리 옛 그림이 아나로그 식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며 어른들에게는 상상력의 폭을 좀더 넓혀주지 않았나싶다.참 신선한 발상이었다고 본다.그녀의 톡톡 튀는 삶이 이 책에 많이 녹아나지 않았나 싶고 아이의 눈높이서 본다면 창의적인 일들이 무긍무진함을 나태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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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꼬마 니콜라 6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 윤경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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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여름방학' 하면 친척집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생각을 했어다. 외가집으로 시작해서 고모네 작은집 그렇게 있을만큼씩 있다가 집에 와 여름방학 숙제를 마무리 하면 또한 사촌들이나 그외 친척들이 또 그렇게 우리집을 한바퀴 걸쳐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외가집, 외가집은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살고 있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나를 제일 이뻐하셔서 집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모두 심어 놓고 과실들은 모두 내차지였다. 포도나무밑에 들어가면 그 포도를 다 따먹어도 자두나무의 자두를 모두 따 먹어도 할아버지는 늘 흐뭇한 표정으로 날 보시곤 하셨다. 그리곤 늘 날 데리고 개천으로 천렵을 다니시고는 잡아 온 물고기나 그외 것들은 매운탕을 맛이게 끓여 막걸리와 함께 하시곤 하셨다. 그러니 여름방학은 외갓집 가는 맛에 늘 기다려지곤 했다.지금은 모두 추억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되어도 학원에 다니느라 부모보다 더 바쁘다. 우리 아이들 또한 방학에 어디 여행을 가려면 녀석들 학원 방학에 맞추어 하기휴가를 낼 정도였다. 먼저 학원에 언제 방학기간인지 묻고는 여름휴가를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등학생, 두녀석 모두 기숙사에 있으니 우리 나름 휴가를 즐길 수도 있는데 그 또한 때가 때인지라 휴가를 포기했다. 녀석들이 쉬는 기간에 그저 집에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집에 온다고 함께 할 수 있을지.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한다. 여름방학도 여름휴가 아이들이 어릴 때 이야기다 중학교나 그외 조금 더 크면 함께 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다.그리고 왠만큼 크면 '엄마 아빠나 가세요.' 라는 말을 먼저 듣게 된다.


그런데 추억을 되새겨 볼 깜찍하고 기발한 '니콜라와 친구들' 의 이야기를 읽으니 재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니콜라 아빠' 의 입장에서 보면 어른이라는 위치가 참 눈물겹도록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린이의 관점에서와 어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어린이의 관점에서는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아이들은 튀어 나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정형화된 틀에 절대 아이들은 갇혀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띠' 같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통제해야만 하는 어른들 또한 불쌍하기 짝이없다.푹 쉬려고 했는데 처음 시작부터 삐그덕이다. 모든 결정권은 아빠, 아니다. '엄마'다. 남편들이 결정해 보았자 제대로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귀찮아 해서인지 집안일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니 마지막 결정권은 '엄마에게' 있다. 아빠가 결정한 휴가지 식구들 맘에 들까? 아니 니콜라의 맘에 들까? 절대 아니다. 그러니 엄마가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한 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남편들이여 반성해야 한다. 좀더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시기를.'블레즈 아저씨는 이곳으로 오자고 한 건 자기가 아니었다며, 자기 인생에서 생각이란 걸 해 본 건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소리쳤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나 혼자 여행을 가고 여름방학이나 여름휴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지금 그 시간이라는 것이다. 가서 편히 쉬려고 했는데 아이들 때문에 혹은 음식 때문에 맘에 들지 않은 것들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그러니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 니콜라의 아빠는 편히 쉬고 싶었을 뿐인데 휴가지로 간 곳은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니 아들 니콜라도 힘든데 그와 비슷한 청개구리들이 너무도 많다. 선텐오일 하나를 바르려고 해도 공이 와서 얼굴을 때리질 않나 다른 것을 하고 놀라고 하였더니 모래에 구멍을 너무 크게 파 놓아 그 구멍을 혼자 메꾸어야 하질 않나 쉬려고 했는데 더 힘들다. 그러다 강한 자외선에 화상까지 입게 되기도 한다. 이건 휴가가 아니라 지옥이다. 하지만 아이들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가 넘치고 비가 와도 놀고 싶을 뿐이다. 통제불능.그렇다고 어른들은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유치하게 서로 잘났다고 하질 않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잊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루하루 힘든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지만,니콜라에겐 여름방학이지만 시간은 흘러 집에 가려면 아쉽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 흠이다.


반면 해마다 아들 니콜라 때문에 힘든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모는 어떨까? 이번에는 여름휴가가 아니라 '여름캠프' 에 니콜라만 보내기로 한다. 아무렴 어떨까 또래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너무 좋다. 하지만 그곳에도 각약각색의 친구들이 있다. 자신처럼 엄마 아빠에게 가겠다고 울며 떼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투정을 하기도 하고 한참 어린 친구들이 있다. 그래도 모두와 함께 어울려 재밌게 한달간 캠프생활을 하면서 왠지 모르게 어린이에서 소년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매미가 허물을 벗고 진정한 매미로 거듭나듯이 니콜라 역시 여름방학과 여름캠프를 지나 소년이 되어간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 그 자체였던 니콜라, 옆집 소녀의 남자친구 이야기가 거슬리게 들린다. 뭐야 벌써 사춘기가 온건가...


삽화가 '장 자크 상페' 의 프로필을 읽다보니 그 또한 재밌는 인생을 살아 온 듯 하다. 삽화를 그려야 할 운명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작가 '르네 고시니'를 만나 진정한 삽화가가 된다. 아니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된다. 그러니 그의 삽화는 더욱 빛을 발할 수 밖에. 상페의 삽화도 재밌고 고시니의 글도 참 재밌다. 관찰력이 대단한 듯 하다. 어린이와 어른의 일상 속에서 재미와 웃음을 찾아 내기도 하고 사소한 것들을 재밌게 엮어 내는 능력을 가진 듯 하다. 웃고 넘기지만 웃고나면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뭔가 껄꺼름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아빠들은 밖에서 일에만 묻혀 지냈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을 보라고 하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해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였다. 오분에서 십분을 넘기지 못하고 화를 낸다.바꾸어 생각하면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엄마 입장은 어떨까? 그저 집에 오면 쉬려고 하고 누우면 자려고 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너무도 잘 그려져 있다.하지만 엄마들은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집안 일에 육아까지 척척 만능으로 해낸다. 이 글에서도 엄마와의 부딫힘이 아니라 꼬마 니콜라와 아빠의 부딫힘이 대다수다. 아빠 또한 니콜라나 똑같다. 그러니 엄마들이 읽으면,아니 여자들이 읽으면 공감백배 할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좀더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작은 것을 생각해도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무심히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대화도 아이들은 싸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운 날,개구장이 꼬마 니콜라 때문에 지난 추억과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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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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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전작인 번역서 <엄마에게 가는 길>에서부터 <스페인 너는 자유다> <태양의 여행자>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를 읽으며 그녀 혹시 여행작가가 아닌 진짜 작가로 전역하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정말 맞았다. 첫 장편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는 그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라면 그녀의 여정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 녹아나 있다는 것을 알것이다. 커피와 탱고에 남다른 액착을 보였는데 이 소설에 녹아나 있고 스페인및 그녀가 여행하였던 곳들은 이 소설속에 멋지게 부활하여 꼭 여행소설을 읽는 기분도 든다. 그렇다고 로맨스만 있는 소설일까 아니다 추리소설격이기도 하다. 그림에 대한 남다른 박식함을 드너랬으니 예술소설도 한 몫을 한다.그렇다면 그녀의 첫 장편소설은 너무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합격점,아니 그녀는 어디에 이런 끼를 감추고 있었는지 김탁환님의 말처럼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어요?' 했던 그녀 '이 여잔 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는 영혼이었어' 라는 말이 딱이다.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그리고 아젠 완전한 작가로 변신한 그녀의 꿈, 도대체 그 끝은 어딘인지 어디에 그 많은 열정이 숨어 있는 것인지 알고싶다.

작가가 되고 싶은 장미 7년간 꿈을 키워 오고 있지만 대필작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리칠 수 없는 '미끼' 가 걸려 들었다. 이작품을 끝내면 그녀의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것,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 일을 성사시켜야지.그렇게 하여 하게 된 '최정희 화가의 자서전 대필' 최정희 그녀는 아버지가 대기업 총수이며 그녀는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한 화가이다.그런데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일년전에 죽었다. 그런데 그녀에겐 파리의 애인 '테오' 가 있었다. 둘은 어떤 사랑을 나누었을까? 장미 그녀의 임무는 그들의 사랑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최정희,레아와 테오의 사랑을 찾아 멋지게 대필작가로 성공하고 그녀의 작품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삐그덕이다. 리옹역 트랑블루에서 시간이 남아 지체하며 디저트도 먹고 지체하다가가 아뿔싸 가방이 바뀌고 말았다. 자신의 운명이 담긴 레아에 대한 자료가 담긴 가방이 바뀐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방을 열어 간신히 가방 주인에 대한 단서를 잡고 그가 의사라는 것과 사는 곳을 알게 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는 장미,하지만 자신의 가방은 이미 다른 곳으로 보내진 뒤란다. 어쩌란 말인가.책임을 느낀 의사 로베르는 함께 가방을 찾아 주겠다며 그녀의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된다. 한편 테오는 자신의 꿈을 찾아 파리에 와 밑바닥 생활을 하며 꿈을 키운다. 그러다 레아를 만나게 되고 둘은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나이차와 문화적 차이가 있었지만 열렬히 사랑했던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레아와 테오의 사랑과 로베르와 장미의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 네사람이 엮어내는 인생과 사랑 그리고 꿈을 찾아 가는 열정, 그들은 어찌보면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꿈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들은 다른 길을 원한다. 레아 역시나 사업에만 딸의 모든 것을 이용하려는 아버지, 로베르 역시나 자신의 뚯과는 다르게 선택하게 된 '의사' 였지만 아프리카에서 회의에 빠졌다가 장미를 보고는 확실하게 자신의 꿈을 굳힌다. 테오 역시나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파리에 왔다가 레아도 만나고 꿈도 이루게 된다. 레아와 테오의 사랑의 여정을 좇아 가던 중이었던 로베르와 장미 역시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 '파리에서는 누구나 사랑을 하고 프로방스에선 누구나 꽃을 밟는다.' 라는 부제처럼 파리에서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하게 되고 '미모자' 꽃을 찾아 나섰던 그들은 꽃과 함께 사랑을 이룬다.

소설은 끝이 보이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사랑과 그림이 얽혀있고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얽혀 있어 때론 여행서처럼 때론 예술서처럼 그리고 사랑을 꿈 꾼다면 로맨스로 읽으면 된다. 하지만 난 추리소설을 좋아해서인지 '레오와 테오' 를 찾아가는 여정이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인생의 폭풍은 원래 갑자기 몰아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뜻밖의 사건에서 비롯되는 그런 일들은 보통의 경우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어 그냥 단념하게 되는데 드물게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구요.' 간간이 쓰인 문장들을 읽다보면 그녀가 세상에 아니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론 자신에게도 말을 한다. ' 아가씨는 용감하니까 아마도 잘 해낼 것이오. 아, 그 악마의 이름은 '두려움' 이 라오.그럼 행운을 빌겠소. 언제나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처음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두려움이 컸을까, 그 두려움을 이겨내라는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가 아닐까. 그리고 전작에서 탱고에 대한 애정이 두었던 것을 끌어낸다. '탱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상대를 이해하는 겁니다.누가 되었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먼저 느껴보세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보세요. 귀에 대고 말을 속삭이는 대신 가슴으로 대화해보세요. 온르은 아무런 동작도 배우지 않을 겁니다. 단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어 네 발로 함께 걷는 연습만 할 거에요.탱고는 사랑과 같아요...'

그렇다면 그녀는 이 소설에 대하여 뭐라고 하고 싶었을까? '소설이란 건 어차피 다 자전적이란 말도 있어요. 그 여자가 결국은 나일지도 모르죠. 온 세상을 다 둘러보면서 멋지게 살고 잎은데 그럴 수 없게 하는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원래 백 퍼센트 창작이란 건 없다잖아요. 어딘가에서 보고 듣고 읽고 어떤 방법으로든 머릿속에 입력된 것이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것일 뿐. 난, 어쩜 내 얘기가 하고 싶은 건지도 몰라요.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고...'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그녀 안에 내재된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쩜 이 소설을 통해 '배설' 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레아일 수도 있고 혹은 테오일수도 있고 어떤 때는 로베르일수도 있으면 혹은 작가를 꿈꾸는 장미일 수도 있는 그녀 손미나, '자네에겐 젊음, 열정,미래가 다 있잖아. 용기를 내보게.막상 걸음을 떼고 나면 두려울 것이 없는 게 인생이더군. 사랑... 참 흔한 거 같지만 정말 소중한 감정은 평생 한 번 느낄까 말까 한 거지.그런 거라면 놓치지 말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녀 어쩌면 새로운 열정과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안에 내재된 열정이 너무 많아 숨기지 못하고 배설해야 하는 그녀,'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아니라 그녀가 미모자를 아주 멋지고 아름답게 그려냈다.이 소설을 읽고나니 그녀 앞으로 쏟아낼 이야기들이 더 많을 듯 하다. 레오와 테오의 사랑을 이어주었듯이 로베르와 장미의 사랑을 이루어 주었다면 다음엔 누구일까,아니 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 기대된다.'막상 걸음을 떼고 나면 두려움 것이 없는게 인생이더군' 이라는 말처럼 이제 그녀 소설에 첫 걸음을 떼었으니 이젠 그 길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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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무게
애니타 슈리브 지음, 조한나 옮김 / 북캐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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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괜히 '무게'가 느껴진다. 100년의 살인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사진기자 진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로 교묘하게 엮어 가면서 완벽한 한 벌의 옷이 되는 소설이다. 100년 뉴햄프셔 해안 근처에 있는 스머티노즈 섬에서 있었던 끔찍한 살인사건, 두 여자가 끔찍하게 살해 당하고 한여자는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인자는 면식범인 그들과 함께 지냈던 남자. 뭔가 냄새가 풍기는 듯 하다.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일까. 아님 다른 이유의 살인사건일까? 교수형을 당한 루이스 와그너가 정말 돈을 훔치기 위하여 두여자를 살해하고 한 여자는 그곳에서 살아 남은 것일까?

사진기자인 진은 시인이며 대학교수인 남편 토마스와 딸 발리 그리고 남편의 동생인 리치와 애인 애덜린은 요트여행을 그 섬으로 떠난다. 이야기는 그 섬에서 있었던 살인사건과 진의 이야기가 얽혀가면서 점점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면서 진 부부와 리치와 애덜린의 사이도 교묘하게 엮이어든다. 그렇다면 교수형을 당한 루이스가 진범일까? 진은 살해현장에서 살아 남은 목격자 마렌에 촛점을 맞추어 나간다.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진 자신 또한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며 시인인 남편을 어떻게 만났고 그들이 어떤 결혼생활을 했는지, 마렌 또한 어떤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었는지 세세히 나오면서 그녀는 원하지 않은 남자와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여 이 섬 스머티노즈에 와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은 캐런과 아넷은 누구일까? 다름아닌 캐런은 마렌보다 열살이 넘게 차이나는 언니이고 아넷은 두살 위 오빠 에번의 아내였던 것이다. 언니와 올케가 죽은 것이다. 그 현장에서 마렌 그녀만 살아 남은 것이다.그 섬의 도서관에 갔다가 '살인사건' 에 대한 자료를 보던 그녀, 그 자료들을 몰래 가져오게 되고 마렌의 이야기는 점점 베일을 벗게 된다.한편 요트여행을 온 그들에겐 아무 일이 없을까.무언가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애덜린과 남편 토마스의 눈빛이 이상하다. 둘이 수상하다. 그리고 자신은 자꾸 리치의 스킨쉽을 거부하지 않게 되고,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토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는,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일까.토마스의 비밀과도 같은 과거 이야기를 알고 있는 자신인데.

마렌은 오빠 에번과 친구처럼 지내다 이상한 감정의 교류를 느낀다. 선을 넘어서듯 둘의 사이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상해지고 그런 오빠의 곁을 떠나는 방법으로 선택한 길이 존과의 결혼이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섬에 갇혀 살게 되었다. 하지만 오빠오 언니인 캐런도 그녀를 찾아 모여들게 되고 그녀의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과거 누적되었던 감정들이 겉잡을 수 없이 부풀려지고 억눌렸던 감정들은 그 끝을 알 수 없게 작용을 한다. 한 핏줄이면서 남보다 더한 악한 감정을 지나고 살았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마렌이 섬에 갇혀 살지 않았다면 다른 식구들이 그녀를 찾아 모여들지 않았다면 그 섬에서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텐데.어쩌면 매듭처럼 꼬인 감정의 고리를 서로 풀지 못해서 그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진 또한 남편과 애덜린 사이를 의심하면서 그와 같은 아픔을 겪게 된다. 자신이 남편과 애덜린 사이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살인사건에서 살아 남은 마렌과 그 살인사건을 좇아 섬에 가게 된 사진기자 진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심과 내면세계가 비슷하게 맞아 들어간다. 서로에게 풀지 못했던 감정의 뒤끝, 그 결과는 정말 잔인하고 큰 아픔이다. 사람을 믿는 다는 것,거짓이 아닌 진실로 받아 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알게 되기도 하지만 마렌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녀를 믿어주지 못했던 캐런,언니이면서 동생인 그녀를 그렇게 쥐구멍으로 몰아갔어야 했을까. 시작은 정말 작게 시작한 감정의 매듭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 겉잡을 수 없는 결과로 치닫게 되는 비극적인 두 사건은 진과 마렌 두 여자의 내면을 잘 그려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한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지 하다가 점점 집중하게 되면서 끔찍한 '살인사건' 이 주가 아닌 '인간의 내면세계'가 주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이란 정말 무섭다. 살인도 부르고 말이다. 진이 애덜린을 리치의 애인으로 넓게 받아 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렌 또한 아넷을 올케로 받아 들였다면 아니 이야기 속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캐런이 좀더 폭넓게 동생들을 감싸주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자신안에 키웠던 '악의 감정' 을 발전시켜 종국에는 자신을 죽이는 화살이 되게 만들었다.

정말 여자가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더 무섭게 변할 수 있을까.
자신의 진실을 대변하는 방법으로 '살인' 을 선택했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마렌은 어쩌면 '피해망상' 에 시달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왜 그런 삶을 선택받아야 했는가.오빠를 사랑해야 하고 아기도 가질 수 없는 자궁이 되었으며 대도시가 아닌 섬에 갇혀 사는 신세. 오빠와 언니가 모이기 전까지는 그녀 나름 잘 살고 있었다. 건드리지 않았다면 상처는 그저 안에서 곪았을텐데 캐런이 그 상처를 건드려 밖으로 터뜨려 놓은 것이다. 그녀를 이해해주기 보다는 보이는 상황만 판단하고 그녀를 나쁘게 몰아가려던 친언니 캐런, 그리고 오빠의 아내 아넷까지 없다면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물에 갇혀 '물의 무게' 에 눌려 살았던 지난 날을 그녀들은 모른다. 그녀는 그저 살고자 했을 뿐인데 모든것들은 '삶의 무게' 로 그녀를 무겁게 내리눌렀다.가슴안에 품은 진실 또한 그녀가 죽기 전에는 '진실을 왜곡한 무게' 로 그녀의 삶을 옥죄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풀어내 놓아야만 가벼워질 수 있다.'리치, 결혼이란 건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인것 같아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똑같이 생활할 수 있을까요. 사랑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시간일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니까요.' 결혼이란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겟지만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는 마지막에 가서도 제 짝이 맞지 않게 된다.모두에게 시간이 약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녀들의 삶은 가슴 아프다. 엉킨 매듭을 풀지 못하고 비극으로 치달은 삶이 비단 그녀들 자신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며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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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바람 그리고 사막 - 미국 서부 횡단 김영주의 '길 위의' 여행 1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여기까지 온 나의 여행길이 스쳐갔다. 햇살이 있었다. 비와 바람도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음침한 구름도 있었다. 인생과 꼭 닮았다.' 가족이나 일 그외 모든 것을 등지고 여자 혼자 미국 서부 횡단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도전정신을 가지지 않고서는 실천에 옮기기 힘든 여행인 듯 하다. 그곳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완만한 곳도 아닌 정말 광활한 사막이라면.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못 갈 곳은 없겠지만 지역이 지역이고 다른 곳보다 조금은 힘든 곳이라 생각되는데 왜 그토록 그곳에 가고 싶었을까? 지금 가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까봐.

글에서 다른 어떤 말보다 제일 와 닿는 말은 '여행은 인생과 꼭 닮았다' 라는 말이다. 언제 어떤 어려움과 맞부딫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진 혼자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험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텐데 얼마간은 후배 M과 함께 였지만 그나머지 시간은 혼자서 비와 바람과 태양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혼자서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인생고 무엇이 다를까? 희로애락이 있는 인생처럼 여행도 그와 꼭 같은 것 같다. 태양이 있으면 비가 있고 바람이 있고 뜻하지 않은 인디오들을 만날 수 있고 교통사고를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천만 순간 순간들이 모여 있지만 '길' 이 있어 떠나고 싶은, 떠야만 할 것 같은 여행, 그런 여행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듯 하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려고 해도 이것은 내려 놓고 저것을 내려 놓고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나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그렇기에 그 험한 여행후 이런 멋진 여행기도 덤으로 얻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면 인생도 여행도 정말 도전이다. 도전해서 안될 것이 없다. 하지 용기가 없어 하지 않을 뿐이지 도전한다면 어디쯤엔가는 가서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나도 사막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다른 여행은 그리 부럽지 않은데 티비 테마여행에서도 보면 '사막여행' 이 제일 부럽다. 왜,내가 가지 못할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들은 그 여행을 지금 하고 있기에.다른 사막과 달리 그녀가 보여주고 있고 밟고 온 사막은 '화이트샌드' 이다. 붉은 모래사막도 정말 멋지던데 화이트샌드는 꼭 바다처럼 정말 멋졌다. 그곳에 나란히 찍혀 있는 그녀의 발자욱,도전을 시도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흔적이고 증표다.길에서 어떤 힘든 여정이 있었다고 해도 그 모래사막에서는 모든것들이 다 씻겨 나갈 수 있을 듯 하다.

여자 혼자의 장거리 여행은 자살행위다.
왜 여자는 이런 여행을 떠나면 안될까? 왜 모두가 안된다고 어렵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그녀는 멋지게 해냈다. 아니 그녀의 도전정신이 해냈다. 세찬 비바람에 앞이 보이지 않아도 혼자서 능숙하게 운전을 하며 낯선 길을 찾아 목적지를 향하였고 새롭게 만난 그곳에서 자신을 내려 놓고 여유를 부리며 쉴 줄도 알았다. 정말 어찌보면 글과 글속에는 그녀가 다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겠지만 그녀가 끄집어 낸 글마져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모두가 '자살행위' 라고 하는 일을 이루어냈기 때문일까, 그녀가 이루어낸 것보다 먼저 그런 여행을 꿈꾸고 떠났다는 것부터 부럽다. '캐리조조를 떠나 서쪽으로 방향을 튼 우리는 뉴멕시코의 굵은 허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야생의 기운이 거친 땅을 에워 싸고 있다. 소들소들 솟아난 풀과 제멋대로 나뒹구는 돌멩이. 저 멀리에는 황금색의 낯은 언덕이 파도처럼 굽이친다. 하늘은 너무 넓고 땅은 너무 크다. 사람은 너무 없고 길은 너무 적적하다. 지평선의 끝이 열브스름한 빛을 띤다. 마치 그뒤에 망당대해라도 펼쳐질 것 같다.' 영화를 보다보면 광활한 대지에 있는 길, 그 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망망대해와도 같은 그 길을 달리는 차. 그렇게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길을 혼자 운전하며 달리다보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게 된다.주유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숙박시설이 없다면 길을 잘못들었다면... 위험이란 어느 곳에나 도사리고 있는데 기분만 즐길 수 없는 처지임을 알면서도 그시간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인생에 한번 해볼까 말까한 여행이며 인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것들 그리고 한번 달려볼까 말까한 길, 모든 것들은 두번이 아닌 정말 한번뿐일 수 있기 때문에 더 값지고 아름답고 힘들지만 즐길 수 있으리라.어찌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만 기대하며 읽고 보겠는가,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글과 사진으로 전해지는 그 힘겨움도 여행후엔 모두가 값진 것들, 그 모든 값진 것들이 그녀의 잔잔하면서도 깔끔한 글에 모두 녹아나 있다.한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있는 '노란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것들이 새로운 세상이 반겨주듯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담긴 사진으로 글로 만족을 시켜준다. 이번 여름을 휴가를 물려서인가 더 설레이고 부럽기만 한 미국 서부 횡단 여행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 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처럼 작가의 SUV 차량 뒷자석에 여유롭게 편승해 밖을 내다보듯 나 또한 여유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그녀가 틀어주는 노래를 들어가며 황량한 길과 벌판을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이상향' 을 만날 것만 같은,화이트샌드를 지나면 꼭 나올것만 같은 망망대해를 본 듯한 느낌은, 그곳에서 어쩌면 잊었던 자신과 더욱 친밀하게 만나지 않았을까.자신의 내부를 좀더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자연에 비하면 정말 나약하고 한 점 모래보다 작은 인간, 자신을 보며 더 많은 자신감과 열정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니였을까.트레킹 여행도 좋고 섬여행도 좋고 하지만 이 책을 보다보니 때론 음악으로 때론 책 속 문장으로 때론 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렇게 그녀의 여행은 '로드뮤비'가 되지 않았나.이 책을 읽고나니 그녀의 다른 책들을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음 여행책이 기다려진다.나도 가방을 싸서 빨리 떠나고 싶다.어디론가.사막은 되지 못하겠지만 가까운 바다라도 떠날 수 있도록 가방을 싸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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