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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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두살 어른이라 볼 수 없는 나이다.그렇다고 열세살을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나이엔 부모밑에서 투정이나 부리고 사춘기 그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면서 하나의 자아로 독립하려고 발버등치느라 어른들과 부딪히고 방문을 걸어 잠그는 나이,하지만 로버트는 달랐다. 그의 열두살은 어른이 되기 위하여 준비하는 해였다면 열세살은 비로소 어른이 된 해라고 할 수 있다. 왜일까? 그의 곁에서 늘 든든한 버팀목처럼 자리하고 있던 아버지의 존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땅의 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땅이 아버지를 소유하던 날, 로버트는 어른이 되었다.

학교에서 교우와 작은 트러블로 인해 수업을 빼 먹고 집으로 향하던 로버트는 이웃집 테너 아저씨의 든든한 행주치마가 새끼를 낳는 장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송아지는 엉덩이에 끼어 나오지 못하고 어미도 힘들어 하고 있다.로버트는 당장 바지를 벗어 송아지와 어미를 구하고자 있는 힘을 다해 온 몸이 피어 이물질로 범벅이 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아지의 탄생을 도와준다. 그리고 어미의 목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아 그것까지 뽑아 내려고 하다가 심한 상처를 입고 정신까지 잃게 된다. 어떻게 되었을까? 송아지도 물론 건강하고 어미소도 건강하다.그런데 한마리가 아니라 쌍둥이를 낳았단다. 자신의 팔은 비록 꿰매야 했지만.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열두살의 로버트가 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미속의 목숨도 건졌으니 이웃집 테너 아저씨는 고마움의 답례로 이쁜 새끼 돼지 한마리를 준다. 이름은 '핑키' 애완돼지처럼 로버트와 하나가 되어 잘 커나가는 핑키, 하지만 로버트의 집은 가난하다. 아버지가 농장일을 하고 돼지 잡는 일까지 하는데도 늘 살림은 어렵다. 그런 집에 핑키는 무럭무럭 자라서 새끼를 잘 나아주어야 한다.

로버트는 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몸에서 나는 돼지 잡은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바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일에서 최고나 마찬가지처럼 모든 분들이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인정해주신다. 아버지는 농부로 늘 셰이커 교인으로의 정해진 법칙과도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며 진실되게 사신다. 남보다 더한 욕심도 부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취하고 사는 삶처럼 진실되게 하시는 분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돼지 잡은 냄새가 나면 좀 어떤가. 핑키도 잘 커가도 이웃집 테너 아저씨네 황소들도 잘 커나가서 '러틀랜드' 에도 가서 신나는 경험과 구경을 하고 온다. 하지만 가난한 삶을 위해서는 핑키가 새끼를 많이 나아 주어야 하는데 핑키는 테너아저씨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새끼를 가지지 못하고 아빠는 겨울에 사슴 한마리도 잡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 겹친다. 거기에 아버지는 얼마 살지 못할것 같다는 말을 소년에게 해준다. 자신이 없는 공간을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아버지는 소년을 가르쳐 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는 겨울에 핑키를 잡게 되고 소년은 아버지와 함게 자신의 첫번째 소유물이었던 '핑키' 를 잡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 임을 깨닫고 감정을 억제하지만 아버지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억제한 감정의 봇물을 터뜨린다. 그리고 아버지께 감사한다. 아버진 겨울을 그렇게 이겨내고 봄이 오고 더 많은 삶을 지탱하지 못하고 돌아가신다. 그리고 소년은 비로소 아버지가 없는 공간에서 어른이 되어 아버지의 장례를 도맡아 치르고 농장일을 한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하여 어른이 된 소년, 그리고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소년은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 소원이다. 늘 셰이커 교본처럼 움직이고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가 가난하다고 느꼈지만 아버지의 장례식 때 함께 일하던 분들은 아버지보다 더 못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은 가난하지 않음을 느낀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아던 아버지와 삶,'필요하다고 모두 다 사는 건 아니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다 해서 다 따라 할 필요는 없어.네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 겉보다는 속이 중요하단 말이다.' 라는 말을 해주시던 아버지, '언젠가 아빠는 나무가 세 번 따듯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무를 자를 때와 나무를 운반할 때, 그리고 그것을 태울 때다.' 꼭 필요할 때만 그리고 농부였기에 '뿌린만큼 거두는 진실된 삶' 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실천하며 사신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 배운 그 삶을 어른이 된 소년은 이어 나가려 한다.

'농부보다 훌륭한 사람? 농부보다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니? 가축을 돌보고 곡식을 기르는 사람보다 훌륭한 사람은 없단다. 우리 농부가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린다구,우리 역할은 신의 창조물을 돌보는 일이야. 이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 평생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맹이었어도 누구보다 '진실' 에 귀 기울이고 '진실'되게 살고자 노력한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였던 아버지, '아빠, 하루종일 돼지를 잡고 난 뒤에도 그 옷을 입고 있는게 싫지 않으세요? '태워서 묻어 버리고 싶단다.' 하지만 자신도 무척 싫었지만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서는 싫어도 그 일을 접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평생 그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것이다. 자신의 땅과 농장을 소유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겨우 자신이 누울 자리만 가진 마지막 부분에서는 목울대가 '컥' 막히는 것처럼 눈물이 흘러 내렸다. 부모란 다 그런 것이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은 부서져도 돌보지 않고 그렇게 황소처럼 일을 해도 자식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더 많이 배우고 더 가진 삶을 살기는 바라는 것이 부모인 것이다.

열세살 소년이 받아 들이기엔 너무 힘든 현실인 듯 한데 소년은 덤덤하게 아버지가 계실 때처럼 그렇게 묵묵히 자신이 늘 하던 일을,아니 아버지와 함께 하던 일을 찾아서 한다. 아버지의 부재에 마냥 손을 놓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가르쳐준대로 하여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 소원인 소년은 아버지가 된것처럼 어른스럽게 아버지의 부재를 메꾸어 나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은 아버지와 함께 하던 인부들이 모두 모인 자리라 역으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 되고 말았으며 소년이 어른이 된 날이기도 하다. 소년의 마지막 말이 명치 끝에 와서 막힌다. '안녕히 주무세요,아빠. 아빠랑 보낸 지난 13년간은 정말 행복했어요.' 슬픔도 슬퍼하지 못하고 담담히 흘려 버려야 하는 소년의 그 마음이 내게로 전이된 듯 하다. 아버지는 비록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였지만 '로버트' 라는 한 알의 밀알은 제대로 싹을 틔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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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프로젝트 2 - 자궁경부암, 위암, 대장암 편 암 희망 프로젝트 2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엮음, 박지훈 그림, 이수겸 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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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젠 특별한 병도 아니다. 나와 먼 병도 아니다. 누구나에게 올 수 있고 현대인이라면 '암' 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서도 '나만은 아니었으면 하는 병' 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친정아버지를 폐암으로 보내 드렸기에 내게 이 책은 그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는 그런 책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만화로 된 책이지만 암에 걸린 사람들의 환자나 가족들의 마음과 의사의 입장에서 이해가 편하게 잘 된 책인 듯 하다.

친정아버지는 09년에 폐에 작은 무언가가 보인다고 하여, 조금 일찍 발견된 케이스다. 하지만 그 위치가 너무도 안좋았다. 심장근처 혈관가까이 있어 손을 델 수 없다고 했다. 암은 혈관을 타고 전이되기 때문에 손을 데면 바로 전이될 수 있는 아주 나쁜 경우의 수와 마주친 것이다. 발견은 일찍 했기에 2기 행운이었지만 어떻게 손을 델 수 없음이 마지막을 선고하듯 아무것도 못하고 주저 앉게 만들었다. 부모님께는 비밀에 부치고 자식들끼리 아버지의 마지막까지 미리 상의를 해야만 했다. 그런 아버지 앞에서 웃으면서 아무병도 아닌 듯 행세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스스로 잘 해 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마음은 편안하게 해 드린 것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한편으로는 알려 드리지 않음이 아니 모르실거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모두 알고 가심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마지막까지 '암' 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가시기 두달 전, 병원에 일주일 입원을 하시어 폐가 아닌 다른 곳에도 전이가 된 듯 하여 '기관지내시경' 및 그외 검사들을 했다. 그 시간을 내가 모두 하였기에 글을 읽어 나가는 동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아버지도 생각나고 그 시간들도 생각나고...정말 암이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병이다. 아니 친구다. 때론 살살 달래가면서 함께 해야 하기도 하고 때론 거칠게 대항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렇게 해도 안에 있는 동안은 늘 함께 해야하니 환자도 보호자도 인내가 필요한데 금전적인 이유에서 혹은 다른 이유로 흐트러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환자들은 '왜 내게만 이런 고통이..' 하는데 병원에 가보면 더한 사람들도 많고 정말 '암' 이란 결코 떼어놓지 못하는 친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야기도 많다. 우리도 아버지를 겪으며 '암에 좋다더라..' 하는 민간요법을 쓰기도 하고 희망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병원에 의지했다. 수술을 하신것도 아니고 그저 약에만 의존했기에 지켜보는 보호자 입장에서 너무 가슴 아팠는데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젠 흔한 병이면서 누구나에게 닥칠 수 있는 병이 암이다.

병이란 미리 예방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하고 미리 검사를 해서 찾아 낼 수 있다면 찾아 내어 처치를 해야만 한다. 무지로 병을 키우면 본인도 고생이고 가족도 고생이다. 병에 대하여 알았을 때는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기에 미리미리 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병이 암인지도 모른다. 그런 암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자궁경부암,위암,대장암에 대하여 의학적이면서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해 놓았다. 만화라고 하여 쉽게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사실감과 생생함이 넘친다. 어느 병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으면 그 병에 걸린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이야기 속에도 유기자 또한 암병동을 드나들며 암에 대하여 취재를 하며 자신 또한 암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성이다. 우리도 흔히 그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오류에 빠져 걱정하기 보다는 미리 병원을 찾아 체크해 보는 것은 어떤지.아픔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할 때 이겨낼 수 있는 것이고 힘이 더 커지고 희망도 더 커지는 것이다. 혼자서 끙끙 앓다 보면 병만 더 키우는 꼴이 된다. 치유할 수 있고 나을 수 있는 희망으로 암에 대처하고 암을 이겨내기 위하여 쉽게 쉽게 읽어 볼 수 있는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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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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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분명히 배웠고 읽어 보았을터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오신화>는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이기도 하며 다시 한번 각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최초' 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했는데 지금 읽어도 그리 껄끄럽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서갑집후' 로 나뉘어 있다. 이승과 저승의 삶이 한데 어우러지기도 하고 인간계와 선계가 어우러지는가 하면 혹은 염라국과 혹은 용궁과도 모든 세계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작가의 현실이 잘 녹아 있다고 하는데 그가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과 적절하게 부합하지 못함이 작품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인가 이야기의 끝은 '일장춘몽' 처럼 자고 일어나니 흩어져 없어진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취유부벽정기에 이런 귀절이 나온다. '아스라이 생각해 보니 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생시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그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모든 이야기들이 꿈인 듯 생시인 듯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간 시간처럼 느껴진다.

만복사저포기...남원에 사는 양생은 만복사에 가서 부처님과 저포놀이로 내기를 한다. 따지고 보면 부처님과 내기를 했다기 보다는 혼자서 놀이를 한 것인데 부처님전 앞에서 했으니 그리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이 염원을 하고 바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자 그녀와 정을 통하게 된다. '오늘 저는 부처님과 저포 놀이를 할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음식을 장만해서 공양을 드리고,만약 부처님께서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고 싶은 제 소원을 이루어주시는 겁니다.' 어찌보면 부처님전에서 무지막지 했지만 그래도 이쁜 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 여인이 다름 아닌 이승의 여인이 아닌 저승의 여인,하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시를 통해 정을 나눈다. 작가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찌되었든간에 현실감이 없는 사랑은 여인의 한을 풀어주고는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런 이야기로 종결이 나고 만다.

이생규장전도 만복사저포기처럼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그와 비슷하게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로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시로 서로의 마음을 통하는 그들의 사랑, 그리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정인마져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마지막 사랑을 나누듯 현실에서 사라져 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왜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는 없을까. 아니 이승의 사랑은 이승의 사랑과 연결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처음부터 이루지 못할 대상인 저승의 여인과의 만남이다. 그렇게 연결된 사랑은 짧지만 일장춘몽과 같은 시간을 겪고는 사라져 버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는 아날로그식 '연시' 가 등장을 하니 맛이 새롭다. 문명의 이기에 사라져 버린 손글씨로 쓴 손편지나 연서등을 오래전 이야기처럼 잊고 있었다면 아련함을 아니 좀더 정적인 면을 아름다운 시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떤가.모든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고 비극이라면 소설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시들은 진정한 그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조금 현실감이 없지만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길,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느껴본다.문득 소설을 읽다 여고시절 작품을 무척인 재밌게 읽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래전 시간인데 갑자기 어제일처럼 생각난 것은...읽어야 함을 느끼면서도 자의든 타의든 이제서라도 작품을 만나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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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백범일지
김구 지음, 도진순 엮음 / 돌베개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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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소원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라고 말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또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야? '나의 소원은 우리 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라고 말한 백범 김구선생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그의 일생이 보여주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총망라 한 책이라 볼 수 있다. 그가 자신의 후대에게 말해주기 위하여 오십세가 넘은 나이에 쓴 자서전을 좀더 쉽게 풀어 놓은 책이라 그런지 다른 책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와 맞물린 사건 인물 역사의 이야기들이 사진과 지도 등으로 좀더 다양한 면에서 보여 주고 있어 그의 생을 좀더 멀티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한인물만 드러낸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격동기의 역사와 인물들이 얽혀 있어 그 시대의 역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역사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기에 이 책이 아니 다른 책으로 그를 읽으려 했는데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가 고등학교 딸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는 나도 우연히 펼쳐 들었다가 읽게 되었다. 언젠가 느낌표 책으로도 선정이 되고 아이들 수행평가 책으로 많이 이용되는 책인 듯 한데 그만큰 격동기의 우리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람으로 자신이 평가하는 것보다 남이 그리고 후손이 생각하는 평가치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가 이 책을 발행하는 데 동의한 것은, 잘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못난 사람이지만 민족의 한 분자로 살아간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층민 백정과 평민의 범부를 의미하는 백범白凡이라는 내 호가 이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일 민족의 독립운동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이 있다면,그만한 것은 대한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한사람이라면 누구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책을 읽다보니 대단하다. 아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하다. 뜻이 있고 생각이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패기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일들이 많다. 어찌보면 남보다 더 용기가 뛰어났던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누구'나 자신의 목숨을 내 놓으면서까지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뼛속까지 '나라와 국민' 이 박혀 있는 듯 하다. 양반이었지만 선조의 잘못으로 양반임을 숨기고 고향에서 멀리 해주땅으로 숨어 들어 양반들 틈에서 치욕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 억눌린 삶에서부터 그의 불의의 보면 못 참는 성격이 형성이 된 듯 하기도 하다. 어찌 한가지만으로 인성이 형성되었을까 만은 정말 범부로서 감히 품지 못하는 생각들이 그에겐 그득한 듯 하다. 시대가 영웅을 낳은 것일까.

양반이었지만 양반임을 숨기고 상놈으로 궁핍하고 굶주린 삶 속에서도 배우고자 하던 욕심을 버리지 않고 교육을 받고 있는 자가 아닌 없는 자의 편에 서서 아니 옳은 일에 뜻을 두고 움직인 그,그의 스승인 고선생을 만나 일생의 가야할 길이 더욱 굳건하게 정해지고 또 그렇게 움직이며 살지 않았을까.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에 '치하포 사건' 으로 일본인을 죽여 왕비를 시해한 그들에게 일개 백성으로 복수를 하 듯 떳떳하게 자신의 행동을 감추지 않고 드너내 놓고 응당 자신의 죄에 합당하는 댓가를 치른 것에서부터 그의 질곡의 인생은 시작인 듯 하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마저 놓는다면 가히 대장부로다.' '마음 좋은 사람' 되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 김창수,그가 가는 길엔 늘 사건이 따르고 사람이 따른다. 낭중지추라 했다. 감추려 해도 뛰어난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는 법,범부 속에 숨으려 해도 늘 모든 사람 위에 우뚝 드러난 사람 백범은 자신의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백성과 나라를 위해 움직이느라 평민으로 해야 할 결혼마져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늦은 나이에 그래도 뜻이 맞아 연을 맺었지만 그 또한 긴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늘 '어머니' 라는 존재가 우뚝 서 있어 그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의 인생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머니' 또한 대단한 인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자식이 저지르는 일을 올바르다 생각하고 늘 자식편에 서서 자식의 뒷바라지를 했던 든든한 버팀목,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더욱 그가 소신것 행동하며 나라를 위해 아니 독립을 위해 한 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삶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썼기에 더욱 특이할 만하고 와 닿는다. 부풀려지거나 거짓됨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듯 자신의 삶을 남겨 놓았기에 좀더 그의 인간적인 면에서 '백범 김구' 라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았을까.책 속에는 '상권과 하권' 이 함께 존재한다. 그의 젊은 시절이야기가 상권이라 하면 후반부의 생과 그의 소원등에 관한 이야기는 하권으로 나뉘어 좀더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와 사진등으로 다가오며 '격동기의 역사와 한인물의 역사' 가 얽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격동기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맞물려 역사와 함께 일생을 보낸 김구,그의 첫번째 소원도 두번째 소원도 세번째 소원도 '대한 독립' 이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독립된 나라에서 그의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잘살고 있는지 질문을 하는 듯 하여 뜨끔하며 읽었다.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무명지를 자르진 못해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한 목숨 내 놓진 못해도 내 자신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도록 올바르게 살아가야함을 느끼며 다음엔 다른 책으로 그를 만나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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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용감했던 17일 - 대한민국 1%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도전과 열정의 키워드 생각이 자라는 나무 22
한국로체청소년원정대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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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있는 아이들이 산을 오른다는 힘든 일이다. 아니 일반인들도 산을 잘 타거나 좋아하지 않으면,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산행은 힘들다. 그것도 텐트도 없이 비박까지 해야 한다면 아이들이 견디어낼까? 불가능하다고 본 일들을 그들은 '가능' 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의 산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단결력과 협동심 그리고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감동으로 히말라야 6천미터가 넘는 임자체까지 올랐다.정말 대단하다. 그 길은 모두에게 선택된 길이 아니다. 인내하고 할 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고난의 길이다.


그들이 선택된 것부터 정말 대단하다. 100:1의 경쟁률속에서 20명의 선택된 청소년들,사는 곳도 물론 나이도 다 다르다. 그들이 산을 탔던 경험이 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한발짝 한발짝 새롭게 시작하여 이루어낸 성공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나 또한 그 또래의 딸들이 있기에 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면서 '내 아이라면 이겨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 늘 공부만 하였기에 병약하여 이런저런 약을 달고 사는 아이들,뒷산에 가자고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로 가지 않으려 하고 산에 가야할 이유를,아니 힘들게 고생하기를 싫어한다. 우리 아니 뿐만이 아니라 요즘의 아이들이 그렇다. 그런데 편하게 지낸던 부모의 품을 벗어나 혼자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낯선이들과 어울려 하나가 되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맘도 있었겠지만 끝까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잘 참아주며 서로 협동하여 이루어 냈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값지다.

20명의 로체청소년원정단 한 명 한 명은 바로 내아이나 마찬가지다. 밖에서 밥 한번 제대로 지어보지도 않았으며 늘 해주는 것만 받아 먹던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물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생활하며 맨바닥에서 자리라곤,아니 몸에 땀냄새가 밸 정도로 씻지도 못하면서 몇 날 며칠을 있으라면 과연 참아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아이들의 시작부터 쫒아 가다보니 정말 가슴 뭉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보듬어 주고 싶기도 하고 1차 2차 훈련이 거듭될때마다 한 뼘 한 뻠 몰라보게 성장하는 듯 하여 나름 뿌듯했다. 우리 아이들은 교실안에 갇혀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제도 속에서 '경쟁' 이라는 것만 배우고 또 그렇게 습득하여 그 이외 세상을 잘 모르고 반항심이 많다. 그런 아이들이 낯설음의 경계를 허물고 점점 하나로 똘똘 뭉쳐가며 '사회' 를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는,좀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아쉬움도 가지게 되었다.그들이 느끼는 '산행전과 후' 는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을 것이다. 호연지기는 물론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 그리고 자세가 달렸을텐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단단해져서 다시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첫 시작은 그들도 불만이 많았다. 어떻게 나뭇잎으로 설거지를 하고 밥도 없이 끼니를 나고 낯선 잠자리에서,아니 맨땅에서까지 잘까?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나약하고 허약하던 그들은 산을 오르고 동료와 함께 하면서 하나는 나약하지만 함께 뭉치면 단단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부모의 그늘에서 편하게 자라던 아이들,공부하라는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을텐데 나가서 하지 않던 낯선 것과의 만남에서 공부가 제일 쉬운것이라는 것을, 부모님의 그늘이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만으로도 값진데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으니 얼마나 '용감한 산행' 이었나.친구 우정 가능성 자신감, 그리고 세상을 보는 한 뼘 더 성숙한 눈을 가지고 그들이 앞으로 보게 될 세상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변모한 세상일 것이다. 아니 그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은 무언가 다른 세상일 것이다.

프로그램도 참 잘 짜여진 듯 하다. 아이들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애우와의 산행및 문화교류등 좀더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 큰 그릇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이 정말 잘 된 일인 듯 하다. 솔직한 그들의 체험담으로 통하여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게 아니라 내 가까이 있는 것이 행복이다' 라는 말처럼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듬 것들이 행복인데 자신만 그걸 모르고 있다는 우둔함을 다시 한번 어린 친구들의 솔직한 글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인내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던 그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그들의 히말라야원정기에서 보게 된다.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아니 노력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거나 그 근사치까지 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자신안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냐가 문제인 듯 하다. 열정과 인내가 없이 중간에서 포기했다면 임자체 그곳에 오를 수 있었을까. 고산병도 고소공포증도 열정앞에서는 아니 인내하는 노력앞에서는 아이젠으로 밟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길이 결코 나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서로 손을 잡아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서로에게 손이 되어주면서 나 또한 누군가에게 필요한 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들은 세상을 배운 것이다.


'더이상 못하겠어요..할 수 있어요' 로 바뀌기까지는 무척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순간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지만 자신감을 갖기엔 오랜 훈련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루어냈다. 학교안 세상만 보던 아이들이 교실밖 학교밖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산행을 통해,히말라야 원정까지 이루어내며 배워가는 성장과정은 정말 감동이다. '지난 훈련 때 후미에 쳐졌던 대원들이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선두로 나서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사이 우리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자신도 모르게 단단해져 가는 자신감과 정신적 육체적 강단함이 너무도 좋다. 아니 내 아이도 꼭 한번 참가 시키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이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이란 없구나.도전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그들이 도전도 해보기전에 '난 산행 못해..동네산도 못 오르는데 히말라야를 어떻게 올라..못해 못해..' 하고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이 감동이 있었을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도전의식과 흐트러짐없이 모두가 하나로 단결했던 협동심 그리고 서로를 챙겨는 우정과 배려등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그들을 히말라야 임자체 정상까지 서게 만든 듯 하다. 정말 대견스럽다. 자신의 키만한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모습도 기특하고 야간산행에도 힘들어 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는 의지력도 모든 것 하나 애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그들이 어린 청소년들이라 포기도 더 쉬웠을텐데 끝까지 누구하나 포기하지 않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 정말 장하다. 이런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꿈나무들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꼭 딸들에게도 한번씩 기회가 되면 읽어보게 해 주고 싶은 책이며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읽고 보는 것도 힘든데 직접 체험한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그리고 언젠가는 나 또한 기회가 된다면 히말라야 그곳에 가서 하늘의 별가루를 만나고 싶은 생각을 가져보며 자연을 더욱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을 한번더 느끼며 인생이나 산행이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노력의 소중함을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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