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강수돌.구갑우.김상봉 외 지음 / 레디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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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아이러니..  자기성찰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정부의 탄생은 인민이 극우보수독재세력을 넘어 소위 진보적 성향을 지녔다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려 하지 않은 채 먹고사는 문제와 경쟁의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세운 마몬의 제단이다.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보자면 권력이 독재의 주먹에서 자본의 힘으로 넘어갔고 그 중간에서 이행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한 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세력이었다.  더욱 극단적인 모습의 자본화를 진행시킨 결과가 이명박 정부임은 노무현 정권이후의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보세력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나아갈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은 일정한 시간적 흐름 속에서 미세한 변화만 느껴질 뿐, 대체적으로는 지금껏 들어왔고 그렇다 생각해왔던 이야기들이다.  진보세력의 주장이 지금껏 큰 의미차원에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경화된 사회에서 그들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했는데도 알아듣고 이해해주는 사람 역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읽는 내내 옳고 또 옳은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내용에 있어 새로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런 좋은 이야기들이 왜 일반 서민과 인민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스며들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복지확대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비현실적이라 쉽게 포기해버리는 인민들, 4대강 사업은 분명 대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임이 분명한데 이를 적극 찬성하는 이들은 공사지역인근의 평범한 지역서민들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대체 우리의 인민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기제가 더이상의 사고를 가로막고 있으며, 진보는 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책 안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문으로 시작하여 의문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며, 누군가가 이야기한 진보의 정의가 생각났다.  "진보는 비현실적인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일이다."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내재화시켰기 때문일까?

 

  노무현에 대한 애증역시 곳곳에서 묻어난다.  노무현이 망가뜨린 진보의 길이기에 더욱 비판하고 뛰어넘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싶지만 이 책은 노무현의 유작 <진보의 미래> 서평까지 실으면서 그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다.  물론 현대사에 있어 노무현의 가치는 무게가 만만치 않고 그를 비판하여 뛰어넘어야 하지만, 애초에 그를 뛰어넘어 멀찌감치 갔어야 할 진보의 현위치에서 아직도 그를 의식한다는 것은 진보의 취약한 대중성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며, 그가 대통령시절 벌인 정책들과 행동들 그리고 진보가 제시하는 이상향적인 정책과 대안들 사이에서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비교, 고민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적 분위기에 의한 것이든 자본의 광대한 위력에 의한 것이든 한국이라는 여전한 우경화 사회속에서 진보의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여전히 답답하다.  나 역시 진보를 지지하고 나의 삶 속에서 조금씩이나마 실천하며 살아가려 하고 있지만, 여전한 한계적 상황과 진보세력의 한계적 모습 속에서 과연 해결책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한반도는 정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남과 북의 정권들이 전쟁의 위협까지 유발시켜 체제유지에 골몰하고 있는데, 인민들은 여전히 그 분위기에 불안감만 느끼며 그들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생각이 한없이 가벼워진 이들은 내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차분한 고민보다는 곳곳에서 펼쳐지는 말초적 흥분에 쉽게 동화되어 두뇌의 작동을 스스로 정지시켜버렸다.  그나마 피었던 진보의 싹이 성장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시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질문으로만 존재하는 우리의 고민.  제목에 적힌 진짜세상은 아직 꿈 속의 세상마냥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요원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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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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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른 이들에게 비친 이란의 모습이 단편적이라는 생각에 진정한 자신의 나라, 이란의 모습을 이야기해주고자 이 만화를 그렸다 하였다.  그녀가 보여준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이란은 비록 그녀의 어린시절 자신의 성장과 결부된 이란의 역사이자 사회상이지만, 그 사회가 어떠한 사회이고 어떠한 역사적 상처를 가지고 있는가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만화이다.  동시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저자 그녀는 이란의 가부장과 근본주의자들의 탄압에 반하여 인간의 자유의지를 느끼고 실현시킬 수 있었던 일종의 행운아였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본다.  나에게 저자처럼 외국에 나가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나, 집이 부유하여 비교적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 수 있지는 않았다.  사실 그런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권력의 불의에 반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없었음은 많이 아쉽다.  만화속의 저자처럼,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깨어있는 생각들이,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교류와 만남속에서 비판적이고 진보한 생각을 키울 수 있었는가?  돌이켜보면 부모님들이나 친척들은 하루하루를 먹고사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으며, 사회적 교류와 만남속에는 비판적 정신은 철저히 거세된, 체제에 순응적이고 막 피어나는 천민자본주의의 현혹에 저마다 빠져드는 과정이었으며,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접할 수 없이 철저하게 순응적인 공부기계였을 뿐이었다.  그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차도르를 쓴 펑크소녀가 자유를 갈망하는 해외의 대중음악에 빠져 자신을 표현하고 생각을 넓히고 있을 때, 같은 공간에서 천국문을 열 수 있다는 구리열쇠를 목에 걸고 전쟁의 최전선에서 숭고한 순교를 천명으로 싸우는 소년병의 신세와도 같은 것이었다.  

 

  흑백의 판화와도 같은 그림체는 명암이 단순하고 선이 굵어 얼핏 간단해보이지만, 모든 것을 단순화하면서도 그 속에서 맹백한 강조와 분명한 표현을 이끌어내거나 표정의 섬세함을 그려내는 것은 언뜻 신기해보이기까지 하다.  전체적인 그림체는 김은성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가 생각났다.  선의 스타일이 다르긴 한데 세밀한 선으로 단순하게 그려내지만 풍부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소복이 만화역시 떠올랐다.  만화라는 문화적 표현방식은 재미있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풍부하게 만든다.  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삶을 통해 이란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할 방법으로 채택한 만화라는 방식, 어쩌면 페르세폴리스는 소설로 쓰여졌다면 여느 평범한 경험담이 되어 사장되어버렸을지 모른다.  그만큼 내용과 표현방식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명작이 되어버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저자에게 어릴적부터 성장과 함께 키워온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더욱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저자에게 일말의 부러움과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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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도 행복한 교실 - 독일을 알면 행복한 교육이 보인다 알면 보인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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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겨가며 같은 글들을 무터킨더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때의 느낌을 회상했다.  그것은 신선함에 대한 충격이었다.  요즈음 그분의 블로그에서 교육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책의 뒷부분이 엷어지면서 다가오는 느낌은 당연함이었다.  교육에 대하여 무터킨더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도 당연한 것이었고, 막연하게나마 그렇게들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 당연함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야 하는 것일까.. 
  우리사회에 경쟁은 미덕이다.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함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모두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는 어떤 맹신은 이제 하나의 보편철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하지가 않다.  끊임없는 경쟁의 소용돌이가 돌기 시작한지 수십년이 되었지만, 우리는 점점 더 각박하고 인간미가 없으며, 누군가가 돌려대는 쳇바퀴에 보조를 맞추느라 옆을 돌아볼 새도 없이 열심히 뛰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커녕, 점점 빨라지는 쳇바퀴의 속도에 비례하여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쳇바퀴속에서 미친듯이 뛰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자신이 베팅한 말에 미친듯이 소리지르는 경마장 도박꾼마냥 이성을 잃은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냉정이나 객관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도박이 그러하듯, 미친 경쟁에서 다수자는 낙오하는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함이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이 책은 조용히 그리고 경험을 통해 차분하게 우리가 미쳐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대안을 찾으라 말하지 않고, 어서 제정신으로 돌아와 올바른 길을 걸으라 말한다.  교육의 보편적 취지는 독일이나 한국이나, 어느나라나 같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즐겁지 않고 괴로움만 쌓여간다면, 그건 보편성을 벗어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배움을 통해 즐겁고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만드는 교육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비이성과 잘못된 방향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생각한다.   

  두 아이를 온전히 독일에서 키운, 한국의 자녀교육을 겪어보지 못한 부모의 지극히 개인적 견해라고 폄하하지는 말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천사에서 명결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설령 무터킨더님의 학생시절 경험이 비교의 바탕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책이 우리사회에서 '먹히고'있다는 것은 우리교육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무터킨더님의 부모로서의 소중한 경험이 모인 이 책이 부디 늦은시간까지도 베팅 건 도박의 레이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당장의 해방은 아니더라도,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고 교육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당연하지만 새롭고 신선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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