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 - 우리는 왜 강남에 주목하는가
김시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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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강남 불패'의 신화는 여전한 것 같다. 공인중개사를 하기 전부터도 강남은 남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나 나와 상관없는 곳이라 생각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살핀 강남'이라는 띠지의 문구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본 강남은 뭐가 다를까? 


  책은 '강남 이전의 강남', '강남의 탄생', '현대 강남의 세 가지 차원', '강남의 미래' 총 4부로 구성된다. 구성도 구성이지만 머리말에서 솔깃하게 하는 흥미를 던져주더니 프롤로그를 읽으니 더 이 책에 대해 궁금해져 책을 읽어가게 된다. 영등포구에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내게 과거 '강남'이 곧 영등포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게 생소했고, '영동'이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말도 이번에서야 알 수 있었다. 

  1부에서 지금의 강남을 떠올리기 어려운 역사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을축년의 대홍수가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워낙 잠실 일대가 홍수에 취약한 지대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는 몰랐다. 우면산이 무너져 내리던 2011년 정도에는 이미 강남에서 일을 하며 물에 잠기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지대가 낮은 것도 알고 있었다(몇 년 전에도 잠겼었으니). 법조 단지와 꽃마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에는 내가 그 부근에 갈 일이 없었기에... 그나마 코엑스에나 간혹 갔던 기억만 있으니... 대학시절 매주 국립 중앙도서관에 가던 때는 이미 몇 년이 지난 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법조 단지들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 멋있어 보였던 기억도 있는 듯하다. 

  2부를 읽으며 영등포가 강남이던 시절의 지도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은 결혼하시기도 전이었고, 이 동네로 이사 오신 것은 70년대 중반 이후였던 것 같으시니... 영등포구에 양재동이 속해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옆 동네인 여의도에 시청과 법원 지구를 계획했다는 이야기도 솔깃하다. 그랬다면 우리 동네는 진즉에 재개발이 되었을 테고 강남보다 영등포 권역이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뭐 결론적으로 그렇게 안 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니... 잠실도 시절의 모습을 사실 종종 생각하긴 했었다. 현재 봉은사역에서 종합운동장 사이의 천이 결국 과거 섬이었던 시절의 흔적이라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 그동안 강남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았으나 책을 읽으니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3부에서 강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을 다룬다. 이미지나 설명이 없었다면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내용일지 모르겠다. 교통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9호선 신논현까지 개통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뭐 그로 인해 더 견고한 불패 신화의 강남은 이어지고 있음도 생각하게 된다. 뭐 어느 곳은 완급조절이 되겠지만...

  4부에서 강남의 미래를 예상하게 되는데 그건 가봐야 알 일이 아닌가 싶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시간 문제이지만 동네를 겪어 보니 의견이 어느 정도는 잘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으나 내가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뭐 현재의 모습을 그때가 되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 강남인 영등포에 살면서 강남은 아니라고 하고 지냈었는데 나름 가볍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을만한 내용들을 많이 만났다. 강남에 대해 추후 내게 괜찮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면 활용하겠으나 현재의 생활 반경이 더 좋기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듯하다. 

  강남에 대해 아는 게 없었는데 어떻게 탄생되고 현재까지 이어오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강남에 대해 앞으로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면 좋겠으나 실질적 연고지가 아니라 또 잊힐지도 모르겠다. 강남에 대해 관심이 갔던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던 책이라 전하며 강남에 대해 분석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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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들 - 희미한 질문들이 선명한 답으로 바뀌는 순간
김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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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획’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나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다. 나는 기획자를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능력을 가진 전문가로만 여겼다. 이들은 대단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끌고 가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저 그 기획을 따르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돌아보니, 나 역시 어느새 ‘기획’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직업적인 것이든, 일상 속의 일이든 말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행사의 흐름을 구상하고 일정을 조율하거나, 어떤 일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던 순간들. 그것은 분명 작은 기획의 경험들이었다.

  요즘 나는 수동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나의 일을 만들고자 고민 중이다. 그 고민은 구직과 창업의 경계에서, 내가 어떤 삶을 설계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바로 그 시기에 『기획의 말들』이라는 책을 만났다. 김도영 작가가 쓴 이 책은 기획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경험한 문장들, 말들의 힘을 통해 ‘기획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말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말들’,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말들’, ‘작은 기준을 세우는 말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말들’이라는 제목의 파트는 각각 다섯 개의 이야기와 문장을 품고 있다. 총 25개의 말과 이야기 속에서 삶을 다시 기획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파트 1을 읽으며 나는 온전히 새로운 시선을 얻었다기보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내게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경험들, 삶의 방향을 틀게 했던 말들과 기억들이 책 속의 문장들과 겹쳐졌다. 특히 ‘제1연상’이라는 개념은 의미 깊었다.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우리의 사고 흐름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앞으로 내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받아들일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기획은 결국 언어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파트 2에서는 ‘-3년, +3년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는 문장이 특히 깊게 와닿았다. 우리는 자주 과거의 찬란함에 머물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막연하게 꿈꾼다. 그 사이에서 현재는 자주 공허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은 현재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실질적인 기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요즘 나 역시 조급한 마음에 흔들리곤 하지만, 지금의 공부와 준비가 앞으로의 3년을 위한 중요한 기획이라는 점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파트 3에서는 최근 겪었던 일이 겹쳐졌다. 나는 되도록 타인의 일을 쉽게 평가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세상은 종종 다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잘 모르는 일조차 단정하고 평가한다. 내 감정은 차곡차곡 쌓이고, 일정선을 넘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하는 데 이 파트의 문장들이 큰 힘이 되었다. 기획은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나의 경험과 감정을 존중하고 방향을 세우는 과정임을 다시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기획서를 잘 쓰는 법이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 삶을 설계하는 언어, 방향보다 기준을 세우는 마음가짐을 일깨워준다. 

  『기획의 말들』은 기획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고, 내 일을 주체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획은 결국 ‘지금의 나’를 성찰하고,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기획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나처럼 일 때문에 방황하는 이들이나 새로운 기획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인 이들에게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묻고, 새로운 시선을 틔워주는 말들을 만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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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떻게 사고했을까?, 개정판
우젠광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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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다 보니,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 보려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경기는 여전히 어렵고, 예전의 경력들은 지금의 현실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다시 예전의 일들을 되짚어보며 이력서를 쓰고 있지만, ‘나이’라는 벽 앞에서 자꾸 멈칫하게 된다. 시간이 정체된 듯한 느낌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 와중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 그의 두뇌 사용법을 알게 된다면, 나도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총 아홉 가지 사고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리적 사고’, ‘이미지적 사고’, ‘다각도적 사고’, ‘조합적 사고’, ‘단순화 사고’, ‘시스템 사고’,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뇌 학습법’까지. 단순히 뇌를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역사적 천재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사례로 들어 각 사고법의 실제 적용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론적인 설명이 아닌 실천적인 통찰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이미지적 사고’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아니다. 이미지로 사고한다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다빈치는 관찰하고, 그리며, 다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확장해 나갔다.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다각도적 사고’는 특히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지금껏 나는 어떤 문제를 보더라도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다빈치는 마치 무한한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듯, 하나의 사물이나 개념을 다층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단순한 창의력을 넘어서 깊이 있는 통찰로 이어지는 사고법.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적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소개되는 ‘전뇌 학습법’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학습 방식으로, 뇌를 균형 있게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대뇌 활성화 트레이닝’이 실려 있어, 배운 내용을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게 구성된 점도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느낀 가장 큰 울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자신의 사고방식을 꾸준히 훈련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다빈치 역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스스로를 확장해 나갔다. 나 역시 호기심은 많았지만 얕고 넓게만 아는 데서 그쳤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깊이 있는 사고와 훈련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은 단지 창의적인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지금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사람, 변화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더더욱 필요한 책이다. 사고를 바꾸는 것이 결국 삶을 바꾸는 첫걸음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면, 나는 과연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되묻게 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답답하고 막막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생각의 지도를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의 가능성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이들에게, 다빈치의 사고법은 유의미할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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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
제이한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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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나는 관계의 문제를 ‘기술’이나 ‘설득력’에서 찾았다. 말투를 고쳐보고, 말을 더 조리 있게 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상대가 내 말을 오해하거나 방어적으로 굳어버리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 그래,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나 역시 인정받았던 시기를 떠올리면 자존감도 높아졌고, 일의 성과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책은 ‘인정’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흔히 생각하듯 그저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 행동 이면에 있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인정’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바꾸려 한다. 더 성실하게, 더 책임감 있게, 더 배려 깊게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책은 말한다. 사람은 바꾸려 하면 더 완강해지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스스로 변화한다고.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책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인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연인 사이에서 오가는 갈등 속에서 저자는 ‘인정’이라는 단 하나의 도구만으로도 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특히 지각이 잦은 그룹원에게 혼내기보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다가갔을 때, 오히려 상대가 먼저 변화하고 성실해지려 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읽는 내내 나는 과거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렸다. 함께 일했던 후배, 늘 대화가 어긋나던 가족,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운함을 표현하던 친구. 그 순간 나는 ‘정답’을 말하려 했고, ‘조언’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통은 단절됐다. 돌아보면, 나는 인정은커녕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단지 ‘따뜻해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강력한 소통의 기술임을 강조한다. 인정은 감정의 마찰을 줄이고, 방어를 낮추며, 진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소통의 문을 연다. 상대를 설득하려 들기 전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 한마디로 긴장된 공기를 풀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덜 지치고, 덜 상처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느낀 또 하나는, 사실 ‘인정’은 타인을 위한 일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내 안의 불필요한 기대와 통제욕도 함께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나도 조금 자유로워진다. 내가 사람을 바꾸려 애썼던 이유는, 어쩌면 내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인정을 해줬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 반복되는 갈등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관계란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이다. 그 시작은 ‘이해’가 아니라 ‘인정’일지도 모른다. 말없이 손을 잡듯, 먼저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주는 것. 그 한마디가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대화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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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설계자 - 한 시간 만에 100만 달러 매출 ‘제프 워커 신드롬’의 시작 스타트업의 과학 5
제프 워커 지음, 김원호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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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업은 언제나 ‘남의 일’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평범하게 취업하고 일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느덧 나이는 애매해졌고, 이력서에 내세울 만한 경력도 모호해졌다. 취업은 점점 멀어졌고,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그렇다고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창업은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책 띠지의 한 문장. “한국에서도 100퍼센트 통한다.” 그렇게 이 책 『스타트업 설계자』가 내 손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처음엔 감도 잡히지 않았다. 책은 ‘PLF의 비밀’, ‘PLF 진행하기’, ‘PLF 활용하기’, ‘PLF 이후의 삶’이라는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만으로는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읽다 보니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PLF(Product Launch Formula), 말 그대로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내놓는 공식’이다. ‘공식’이라는 단어에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 마케팅 책이나 기법서에 자주 실망해왔기에.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흐름 속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길을 보여줬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품을 다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팔면서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교육, 코칭, 심지어 커뮤니티 운영까지 많은 사업들이 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PLF가 녹아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온라인 강의가 있다고 하자. 예비 수강자들에게 이메일이나 콘텐츠를 통해 ‘기대감’을 형성하고, 무료 강의나 사례를 제공해 신뢰를 쌓는다. 그리고 정식 론칭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구매에 나선다. 이것이 바로 PLF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몇몇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바로 감이 올 것이다. 꼭 이메일이 아니어도 된다. 각자가 운영하고 있는 SNS를 활용해도 충분하다. 핵심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주의할 부분도 있다. 2부에 등장하는 내용에서는 예전에 들었던 유료 마케팅 강의가 떠올랐다. 광고는 분명 화려했지만, 정작 내용은 겉핥기 수준이었다. ‘이건 신입용이지 실무자에게는 별로네’ 싶었던 그 실망감. PLF 또한 ‘껍데기만 있는 것’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가치 있는 콘텐츠와 진심 어린 소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몇 통의 이메일로 수천 달러를 벌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테스트와 고객 피드백, 신뢰 형성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단순한 ‘한 방’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3부와 4부에서는 PLF의 활용과 PLF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상상들이 가능해졌다. 만약 내가 지금 어떤 교육 콘텐츠나 커뮤니티를 기획한다면, 이 방식을 활용해 시드 론칭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완벽한 설계가 필요한 건 아니다. 기본 구조만 갖추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자본이 없는 지금의 내 상황에 오히려 더 적합한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사업’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꼭 공장을 차리거나 거대한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아이디어, 사람들이 기다릴 만한 무언가,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올바른 흐름. 이것만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여전히 불확실한 길이지만, 이 책은 분명히 나에게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문을 보여준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자본 없이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실제로 우리 주변의 수많은 온라인 사업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입증되고 있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막연한 아이디어에 방향과 구조를 부여할 수 있었다. 창업은 여전히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적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감이 잡히는 듯하다. 『스타트업 설계자』, 이제 막 한 발 내딛으려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출발선이 되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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