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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베스트셀러 - 나에게서 시작하는 특별한 글쓰기 수업
루타 서페티스 지음, 이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8월
평점 :
나보다 남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던 때가 많았다. 내 자존심은 버리면서 타인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그렇다고 특별한 무엇을 이뤄내진 못한 것 같다. 여러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정작 경제적으로는 그 자격들을 활용할 수 있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일을 하려 하면 어떤 일들은 나이에 걸리고, 어떤 일은 깜냥이 되지 않았는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전공이었던 글을 쓰는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주업으로 글을 써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는 게 그래도 내게 위안을 주기에 계속 써 나갔던 게 아닐까? 이 책은 그런 내게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글쓰기 책 같아 읽게 됐다.
책은 아홉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내가 과거 좋은 평을 받았던 글들도 내 얘기를 노랫말이나 시로 적었던 글들이었다. 하지만 긴 글로 내 이야기를 풀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긴 글을 쓰기에는 내 호흡이 달렸고,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플롯, 인물 설정, 보이스, 관점, 배경, 대화문, 자료 조사, 수정 및 피드백, 용기 등의 부분들을 읽으며 다시 글쓰기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플롯도 복학해서 많이 듣던 것들이었기에 낯설지 않았으나 내 이야기에서 찾아보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연습하기에서는 나에 대한 플롯을 찾아보기 위한 내용들이 있어 그 시절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도 한다. 공교롭게도 전 코스를 걷지는 않았으나 저자의 '숨겨진 이야기 발굴하기'에서 만난 '산티아고 순례길'은 12년 전의 기억을 회상케 했다.
'인물 설정'에서 가볍게 만나게 되는 칼 융의 12가지 원형은 내가 흥미를 가지게 되는 분야였고, 그와 관련해 미국 작가 캐롤라인 미스는 70개가 넘는 원형을 제시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갈색 챕터 시절의 이야기와 과거사를 통해 내가 단순하게 생각했기에 잘 만들지 못했던 캐릭터에 대한 부분도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보이스'는 그동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생각했으나 운문 글에서는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관점'은 글쓰기뿐 아니라 살아가며 더 신경이 쓰이게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배경'은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도 스토리 구성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었기에 그 책에서 읽었던 내용도 떠올리게 한다.
'대화문'은 과거 소설을 쓸 때 내가 취약한 부분이었음도 떠올린다. 어쩌면 대화문 때문에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료 조사' 파트는 그리 길지 않으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수정 및 피드백'은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겪어야 하는 부분이자 이것 때문에 쓰지 못하는 이들도 꽤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 '용기'는 내게는 앞선 파트의 연장선이 됐던 것 같다.
책의 크기나 두께는 다른 글쓰기 책들에 비해 그리 크거나 적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나' 외의 것에서 글감을 찾아오던 이들에게 '나'에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나'에 대해 쓸 것들이 많았으며 오히려 내 기억들이라 바깥 것에 관한 내용보다 긴밀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각 파트별 연습하기와 숨겨진 이야기 발굴하기는 해당 파트를 읽고서도 막막한 이들에게 저자가 던져주는 마중물 같은 내용들이었다 생각한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써봐야 할지 모르겠는 이들과 잘 알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