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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 - 차이와 차별을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생존 가치, DEI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양성과 형평성과 포용성은 살아오며 경험을 통해 왜 그 세 가지가 중요한지 알아온 것 같다. 의외로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일들이 많다. 주위를 돌아봐도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쉽게 평가 절하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왔다. 그들 덕에 타인의 일에 대해 함부로 쉽게 말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이 다가온 것도 어쩌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DEI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와 포용성', '정치와 형평성', '리더십과 다양성', '경영과 포용성', '진화생물학과 포용성', 'DEI를 방해하는 8가지 덫', '진정한 DEI를 위한 10가지 가치'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첫 챕터를 읽으며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 다가간다. '순수'가 의외로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보여왔다는 것도 상기시키게 된다. 지금도 그 상황은 이어지는 게 아닌가도 싶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단일민족'으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차별들을 알게 모르게 보이고 있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할 일이다. '포용'에 대해서도 사전적 의미를 접근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참고로 만나게 되는 '태아'에 대한 내용을 보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미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와 살고 있기에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두 번째 챕터에서 '우리는 단일민족인가?'를 다룬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음을 금방 알게 됩니다. 식민지 시대의 강한 민족적인 의식은 필요했을지 모르겠으나 독립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들 때문에 이제는 그리 반겨지지 않는다. 책에서 드는 삼국시대의 유래들은 많이 접해 왔기에 쉽게 수긍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총, 균, 쇠』를 집에 두고도 아직 읽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드는 것은 내 게으름이 지식을 쌓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글을 보며 현재의 정권이 포용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대 급부의 모습을 보이는 정당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 번째 챕터에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했던 사회가 어떻게 붕괴되고 도태되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로마 제국의 다문화 수용 정책과 그 한계, 미국의 인종 갈등 등을 통해 상생을 추구한 리더와 독전을 선택한 리더의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의 교육, 복지, 채용, 정책 분야로까지 연결되어, 실질적인 평등을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정치가 이를 외면할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소외되고 고통받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네 번째 챕터는 조직 내 다양성이 어떻게 창의성과 성과를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통계나 사례 제시로 끝내지 않고, 다양성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리더십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표면적인 다양성—성별, 인종, 나이—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차이, 경험의 다양성, 배경의 차이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일곱 번째와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DEI를 방해하는 8가지 덫’과 ‘진정한 DEI를 위한 10가지 가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DEI를 저해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에 대한 처방으로 제시된 ‘자아 확장, 역지사지, 경청과 관찰, 여유와 기다림, 호기심가 희의’ 등의 가치는 단지 조직 내 규칙이 아니라 삶의 자세로 삼아야 할 철학임을 강조한다. 따로 한 페이지에 인용한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며 책은 마무리 된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DEI는 특정 집단이나 단체,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내가 마주한 타인의 다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나와 다른 의견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일상의 질문들이 DEI의 출발점이 된다.
이 책은 기업의 HR 담당자나 리더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DEI는 단지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이야기할 때, 그것이 결국 내 삶의 문제로 돌아오리라는 점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일깨운다. 삶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이 시대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같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