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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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소질이 있지는 않기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을 접한 것은 미술의 소질이 아니라도 전공인 시를 통해 연결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전도 1년에 많아야 1~2회 관람을 하게 되는데 미술 전시 관람도 그 정도 같다. 그래도 책을 통해 미술이나 사진을 접할 일이 전시회 관람 보다 더 많기에 관심이 이어지는 듯하다. 이번 책은 그런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책이었다. 미술 전시의 관심과 미술관 투어의 작은 호기심. 출사를 너무 다니지 않았던 그동안의 보상심리 같은 것일까?

책은 크게 '국내 전시'와 '해외 전시'로 구분된다. '국내 전시'에서는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 작가를 다루고, '해외 전시'에서는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에드가 드가'를 다룬다. 국내와 해외 각 다섯 명의 작가로 각각 파트의 다섯 챕터를 마련한다. 이 중에서 내게 생소한 이름이 국내 작가에 있다는 게 조금은 미안했다.

박수근 화가의 이름과 작품이 익숙하다는 것은 목차를 통해 알고 그림을 보며 재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참 사랑꾼의 면모도 녹아난다. 그게 아내를 향한 사랑꾼은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이웃을 생각했다니 화가의 작품이 사랑을 받을 수 받게 없는 정서가 작품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쾌대 화가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낯설 이름이었다. 소개를 읽으며 그럴 만도 했던 이유를 알았다. 당시의 화가들은 대체적으로 사랑꾼이 많았던 것 같다. 예술과 부의 상관관계에서 그나마 집안의 덕도 꾸준히 누릴 수는 있었지만 시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으나 다시 한국전쟁으로 문제가 되어 결국 월북을 선택한 화가 이쾌대. 그의 작품을 이 책에서 접하고 그가 한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접하는 시간이었다.

나혜석의 이름은 그림 보다 글로 더 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화상'은 익숙한 것이 분명 본 기억이 있었다. 개척자였으나 지금도 쉽게 통용되기 어려운 스캔들로 사라져간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중섭 부분은 전시를 통해 익숙했고, 책으로도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이중섭이 사랑꾼이었다는 것을 책과 전시를 통해 알게 된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를 보며 당시 화가들은 참 사랑꾼들이었음을 확인한다.

천경자 화가의 그림은 색채가 진했던 기억이 나는데 책을 읽으며 인생에 참 굴곡이 많았고 그랬을 때 화가의 작품 세계는 더 단단해졌던 것 같다.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는 뱀을 그림으로 그리던 화가. 앞선 화가들과 다르게 사랑꾼이었으나 독이 되어버린 사랑이 그녀의 작품을 더 다양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도 싶다.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는 보러 간 기억이 난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진중권 저자의 책 '미학 오디세이'에서 먼저 접했던 기억이다. 그 후 전시가 있어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독특하지만 내게 낯설지 않았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음에도 무시를 당했던 것은 틀을 깨지 못했던 시기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튜브 물감의 발명이 인상주의를 낳았다는데 모네의 관찰력 또한 중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빛에 따라 변하는 것을 이제는 쉽게 배워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았을 테고 현재에도 매일 달라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그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라울 뒤피의 이름은 요트클럽 회원이 가져온 그림 한 장으로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낯선 화가였는데 그의 세일링 요트 그림으로 관심을 갖게 됐으나 거기까지였는데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인상주의에서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후 달라지는 화풍 <겔마 거리의 아틀리에>가 유화라는 것을 알고 여전히 견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어지는 세잔의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그가 마티스와 피카소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과 죽게 된 계기도 그림을 그리다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평범하지 않은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무희의 화가'라 불리는 드가의 작품과 이야기도...

각 화가의 작품들을 접한 후 마지막에 화가와 관련해 가볼 만한 미술관을 소개하는 데 그게 참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이라 여겨진다.

그림을 그리진 못하지만 눈으로 즐길 수는 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고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책이 전해주는 정보나 지식보다 확실한 것은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라는 것을 12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지순례 여행 중 알게 됐다. 그때 접한 엘 그레코의 그림으로 그의 그림은 쉽게 알아보게 됐다. 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작품을 보는 게 작품의 아우라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이 책은 작가들의 작품과 일생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열 곳의 미술관 정보도 전달하고 있다. 가본 곳이 더 적다는 것은 앞으로 가야 할 곳이 많다는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미술관 투어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가까운 곳부터라도 견식을 더 넓혀 가며 작품들을 가까이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까지의 한 번에 두 가지 정보를 다 얻고 싶거나 미술 전시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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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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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츠제럴드와의 인연이 있는 듯하다. 타 출판사의 책도 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엮은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은 구미가 당겼다. 하루키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1Q84였는데 그에 대한 묘한 끌림과 제목의 여운, 표지 디자인이 날 끌어당겼다. 띠지와 별도로 이번에 만들어진 『어느 작가의 오후』 책갈피도 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듯했다. 검색을 통해 이 책이 2019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된 책임을 알게 된다. 번역가로서의 하루키를 접하지는 않았기에 이 책에는 두 작가의 숨결이 녹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다.


  책은 전반부 소설과 후반부 에세이로 구성되고 마지막에 엮은이의 글로 구성된다. 첫 소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읽으며 작가들의 단편은 후일 장편 소설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앞 부분의 소설들이 그리 밝은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도 안타깝게 끝나는데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이 작품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당시에 비해서 지금이 분명 더 풍족한 시기이지만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은 후 상황이 그리 밝지 않은 시기라 하루키는 이 책을 기획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으나 이미 2019년에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지금 시기에 걸맞아 한국에서 출판된 것 같다.

  책의 제목과 같은 「어느 작가의 오후」를 쓸 때 작가의 나이가 현재의 내 나이보다 적었지만 그 고민의 크기는 더 컸을 듯하다.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해야 하며 환자까지 있는 이의 고민이 스며들지 않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설을 보면 성공한 작가의 생활이 마지막에 보이지만 그 오후는 그렇게 부럽게만 다가오진 않는 듯하다. 작가의 바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주위에 문어발식의 부동산 투자로 어려워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금리가 낮고 좋은 시절 너무 많은 욕심으로 생긴 결과가 많겠지만 더 나은 삶을 쫓다 그리된 것이니 뭐라 하긴 어려울 듯하다. 다만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이니... 분명 작가도 뭔가 잘 해보려다 빚을 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소설들을 읽으며 당시에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XX에서 한 달 살기'처럼 '유럽에서 몇 년 살기'가 낯설지 않은 일이었나 싶은 내용들을 보게 된다. 소설에는 하루키의 필체가 녹아있는 듯하다. 얼마 전 읽었던 피츠제럴드의 책과 스타일이 다른 것은 하루키의 문체가 녹아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키가 피츠제럴드의 글을 선별해서 번역한 것들을 엮은 책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엮기만 했다면 이렇게 주목받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소설보다 에세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워낙 소설은 내가 쓸 생각도 잘 하지 않기에 앞으로 잘 써보고 싶은 장르가 에세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됐다. 하루키 역시 자신의 에세이가 피츠제럴드의 에세이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에세이를 읽으며 하루키의 말처럼 치밀하면서 문학적이란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내 나이 또래가 말년이었다니(그만큼 쏟아부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이 피츠제럴드의 말년까지 밝게 비춰주긴 어려웠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여러 이야기가 있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타인의 삶은 그저 스쳐갈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작가였기에 그가 더 관심을 갖고 묻혀 있던 작품들을 잘 번역해서 엮은 책이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쓴 작품이지만 그 작품에서 하루키가 말하는 '절망을 헤치고 나아가려는, 어떻게든 희미한 광명을 움켜쥐려는 긍정적인 의지와 작가로서의 강인한 본능을' 읽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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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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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인 내게 '지식 바리스타의 인문학 에스프레소'라는 부제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더군다나 역사와 관련된 책이라니... 고교 시절 역사 서적들을 즐겨 읽던 내게 여러모로 관심을 끌 내용이 제목에 있었다. SCAE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 자격을 취득한 내게 스페인 외에 가보진 않았지만 유럽 역시 친근했다.


  처음 프롤로그를 보며 폰트가 너무 사악하게 작은 게 아닌가 싶어 넘겨버린다. 책은 '믿음에 얽힌 이야기', '사랑, 그 위험한 역사', '그 남자의 몰락', '담대한 여정의 시작', '쫓겨난 사람들', '레트로의 마력' 총 여섯 파트로 구분되고 각각의 파트에 4가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TAKEOUT 1은 제목부터 종교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게 유럽의 신앙은 낯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사 시간에 종교 전쟁 등을 배운 것이 많았고, 신앙을 갖게 된 후 개인적으로 책을 통해 접한 내용들과 들은 내용들도 있기에... 그리스 신화도 여러 책을 통해 봐왔던 내용이 재정리되어 있었다. 책을 읽다 유고슬라비아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냈던 사실도 알게 된다. 언제부터 크로아티아가 익숙했다고... 사람의 기억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망각은 정말 빠르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이야기는 아는 내용도 있으면서 다르게 알고 있던 정보들을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TAKEOUT 2의 첫 에피소드들은 내가 복학했을 때 과제로 접해야 했던 두 권의 책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두 여자 주인공에 대해 다룬다. 그중 영화 《트로이》가 원작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정확히는 몰랐었는데 하나씩 짚고 넘어가 주니 한 번 정리를 해본다. 두 번째 파트의 '사랑'에 집중한다면 보기 힘든 내용들이 이어지니 두 눈을 크게 뜨고 잘 읽어보면 좋겠다. 사랑을 앞세우지만 그 뒷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TAKEOUT 3를 읽으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자신이 사용하던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한 사보나롤라도 그렇고, 타이타닉과 잠수정 타이탄 호의 비극도...

  TAKEOUT 4는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됐던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부터 저자가 마르코 폴로라 생각했는데 감옥 동기가 구술한 것을 써준 것이었던 『동방견문록』과 관련된 내용. 요트 세일러라 삼각돛의 발명이 지금의 세일링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알았다. 하지만 정확히는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의 바다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엔리케 왕자는 몰랐는데 이제 잊지 말아야겠다. 나 역시 세계사 시간에 영국의 청교도 이주로만 기억하고 있던 미국의 역사. 생각을 해보면 분명 콜럼버스나 다른 앞선 이들이 있을 수 있었음을 너무 주입식으로 익히고 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앞선 이들이 미국을 개척하진 않았고 한정적인 부분에 있었기에 세계사에 크게 노출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뭐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인디언에 대한 부분은 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TAKEOUT 5를 읽으며 성경에 가까워지며 익숙해진 바빌론 유수 외에 아비뇽 유수에 대해 다시 다가갈 기회가 생긴다. 거기에서 메디치가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데 내 기억력의 문제로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바빌론 유수도 책에서 바로 이어지고,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시대적인 배경을 둘러본다. 마지막으로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도 잠깐이나마 훑어보게 된다.

  TAKEOUT 6을 읽으면서는 우리나라에도 한옥마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과연 유럽만큼의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면 또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단기간에 읽기에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차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읽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 읽게 되는 책이었다. 유럽의 역사 문명을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유럽예술문화에 대한 책도 궁금증이 생긴다.

유럽역사문명을 한 권의 책으로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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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1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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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하면 자동반사로 떠오르는 소설 제목이 '이방인'이다. 그러나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의 알베르 카뮈의 책들과 다른 표지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분명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확실한 컬러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며 '카뮈-이방인-부조리'이 키워드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읽기 시작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P.9)


  첫 문장을 읽으며 그래 이 문장이 있다고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인상적인 소설 작품들의 첫 문장으로 내게 각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 밤을 새운 주인공이 아침에 떠올리는 생각을 보며 오래전의 과거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에게 출근의 감정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을 읽으며 살라마노 영감이 개에게 화풀이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다 개를 잃은 후의 모습을 보며 이런 행태들도 결국에 부조리의 현상임을 느끼게 된다. 나야 직접 개를 오래 키우진 않았으나 17년이나 꾸준히 돌보던 형네 개가 있었다. 그만큼 나를 따랐기에 종종 내가 봐주곤 했기에 명절 때가 아니어도 어머니가 형네 집에 가시면 현관문 앞에서 내가 오지 않을까 기다렸다던 녀석을 떠올린다. 내가 기르진 않았으나 그만큼의 정을 주며 지냈기에 그 녀석의 죽음도 슬픔으로 다가왔고, 지금도 형네 집에 가면 생각나는 녀석이기에... 살라마노 영감은 개에게 자신이 길들어 있다고 했는데 표현이 미숙했고, 자신에 대한 불만을 개에게 화풀이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레몽이란 인물은 자신의 부조리는 합리화 시키지만 타인의 부조리는 가만히 넘기지 못하는 인물이었음을... 뫼르소와 마리의 관계도 부조리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하진 않으나 결혼은 할 수 있다. 사랑 없이 결혼도 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내게는 부조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내 사고방식이 제도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지 모르나 마리는 주인공에게 육체적 관계 외에 감정적인 관계의 부분까지 채우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예상치 못한 일로 주인공은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재판이 벌어지고 일어나는 일들은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내용이 아닌가 싶다. 그 내용들이 진정한 부조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다가가는 길에서 왜 소설이 '이방인'이었는지를 알아가는 듯하다. 어쩌면 나 역시 '이방인'은 아닐까도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고전하면 어려운 책이란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잘 읽힌다. 책을 읽으며 접해보진 못한 곳들의 이미지들이 그려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런 글이었기에 알베르 카뮈가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며 '부조리'에 신경이 쓰였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많은 부조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첫 문장의 다음 문장들을 인용하며 알베르 카뮈의 소설에 대한 리뷰를 줄인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p.9)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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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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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문학 작품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를 통해 종종 접해왔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단테의 『신곡』의 이미지가 기초가 되었으나 나고 자란 동양의 문화 영향도 남아 있다. 군대 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사후 세계를 상상했으나 영화 '콘스탄틴'처럼 공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사후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씩은 접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책은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기타 다양한 사후 세계들'로 구성된다. 우리가 가장 사후 세계에 접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아닌가 싶다. 처음 '신화'적 공간 중 중국의 지옥과 고대 그리스의 하데스가 그래도 가장 익숙했다.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두 곳이 나오는데 발할라는 익숙했으나 헬은 낯선 곳이었다.

  두 번째 챕터 '종교'에서는 가톨릭 신자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연옥'을 만난다. 그보다 가톨릭에서 갈라진 다른 종교 중 특히 동방정교회의 '천상의 톨게이트'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이티의 부두교가 아프리카 어느 왕국의 종교와 로마 가톨릭이 신대륙에서 혼합되어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저자의 의도인 '열반'을 비워둔 것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세 번째 챕터 '책'에서는 제대로 본 적 없는 『나니아 연대기』 속 '아슬란의 나라'에 대해 접한다. 영화로도 제대로 안 봤으나 아슬란이 예수님을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기에 아슬란의 나라의 이미지도 천국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역시 단테의 『신곡』의 세 곳은 이 챕터에서도 다 만나볼 수 있다. 기대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속 장소들은 다른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아 그런지 만나볼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가장 흥미롭게 읽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만 남았고, 낯선 작품들 속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네 번째 챕터 '영화'의 세계가 익숙한 것이 역시 책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가장 처음 나오는 곳은 잘 모르기에 영화 <액설런트 어드벤쳐 2>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억이 생생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봤기에 가물거리는 작품들은 다시 봐야 기억이 날 것 같았다.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작품답게 영화 속 사후 세계가 멀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정상일까?

  다섯 번째 챕터 '텔레비전'의 사후 세계들은 해외 작가의 작품이기에 <환상특급>과 <스타트렉>이라는 작품 외에 대부분 낯설다. 제목은 익숙한 <로스트>도... <스타트렉>도 극장판 위주의 기억이 전부라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여섯 번째 챕터에서는 음악과 연극에서, 일곱 번째 챕터에서는 기타 다양한 사후 세계를 다룬다.


  사후 세계의 호기심은 분명 책을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상상의 공간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이제는 내 주위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기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경험하지 않는다면 책 속의 공간들 중 비슷한 곳이 있는지를 모르겠으나 상상력으로라도 사후 세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결국은 죽음으로 헤어짐을 겪게 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슴이 철렁거리던 순간을 떠올린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우리가 그 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확실치 않은 사후 세계를 간접 경험하고자 하는 의욕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죽어봐야 알 수 있는 곳곳이지만 죽음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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