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우스
정다겸 지음, 송재정 극본 / 양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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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본 것도 아니었고, 책이 정말 한글자도 안 읽힌지 3개월째였다.

읽고 있는 거라곤 수십번은 되풀이해서 읽은 만화 '서플리' 정도.

그러다가 짧고, 작은 책을 억지로 펼쳐들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커피도 좋아하고, 작가도 좋아하고, 딱 부러지고 차가운 남자 주인공도 좋고.

나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밀조밀 잘 조합해 놓은 소설이었다.

 

완벽주의자이자 인기작가인 진수는 출판사 대표 은영과 십년지기 친구이다.

이 둘은 친구로, 동료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는데,

그 와중에 뭔가 어설퍼도 한참 어설픈 승연이 진수의 비서로 들어오게 된다.

은영과도 잘 될 것 같고, 승연과도 잘 될 것 같은 진수.

사실, 결말을 보고 뭔가 좀 쌩뚱 맞은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처럼 두근두근한 감정놀음도,

뭔가 이렇다할 사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눈이 맞아버렸단 말야?! 이런 느낌이었다.

 

유치하기도 하고, 뭔가 엉성한 전개라고 생각하면서도

딱딱 떨어지게 차갑고 확실한 주인공인 대박 작가 이진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런 선배나 상사가 있으면 옆에서 좀 보고 배울 법한데.

 

선생님은 어차피 저한테 돈을 주는데 안 부려먹으세요? 어차피 생긴 비선데...

아깝지 않으세요? 누가 커피 타주고 연필 깎아주면 편하잖아요.

안 편한데요. 나한테 못 맞추니까. 내가 보기보다 좀 까다로워요.

맞추라고 하시면 어떻게든 맞출텐데.

맞출 수 없어요.

왜요?

왜라... 음 아마추어한테 뭘 기대해요? 애초에 기대를 하면 안되지.

저한테 뭘 제대로 시켜보신 것도 없잖아요.

저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 할 수 있어요!

처음에 다 보여줬잖아요. 그날 보니까, 좀 많이 심하게 아마추어던데...?

전달이 되나? 지금 마인드를 말하는 거예요. 마인드가 아마추어라고.

 

회사생활 6년차에 나름 업무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야근도 제법한다고 자부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 할 수록 잘 모르겠고.

나의 마인드 역시 승연과 다름 없는 아.마.추.어.인 것 같기만 하다.

아아아... 진수 작가도 나름대로 힘든 일도 있고,

지치는 일도 있고, 삶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을테지만,

그렇게 크게 벗어나는 일 없이 뭔가 안정적으로 나름의 완벽을 추구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 연필을 거의 비슷하게 깎았는데 내가 안 쓰는 건 줄 알아?

왜 커피를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계속 퇴짜 맞는걸까?

거의 비슷해서야. 거의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아야 된다고.

 

대충 비슷한 온도가 아니라 정확한 물의 온도.

대충 비슷한 커피가 아니라 반드시 슈마트라 만델린.

로스팅은 5일을 넘지 않은 것.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정도. 드립퍼에 넣는 원두의 양.

여과지의 브랜드. 그리고 물을 붓는 유속과 절차

모두 대충 비슷한게 아니라 매일 정확히 일치할 것. 뭐 느껴지는 것 없어?

 

나는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을 확인하는 거야.

그렇게 확인한 결과물이 매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맛을 내는 커피고.

맞출 수 없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길 바라.

커피를 만드는 마음이 자기와 내가 달라서 그런 거니까.

 

진수처럼 그렇게 매일매일 확실하고 똑같은 게 내 삶에 있는 걸까.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지켜서 그렇게 만들어 내는 것.

매일매일은 커녕 일주일마다 하는 일도 없는데.

그래서 내 사는 모습이 이렇게 답이 없는 건가.

 

분명 로맨스 소설로 생각하고 읽었건만 로맨스보다는 삶에 대한 자세

그리고 일과 연애의 경계 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은영, 승연 둘다 일로 진수를 만났고, 또 끝까지 일로 그와 부딪히는데,

과연 그러한 관계는 맞는 것인지.

어느 쪽이 더 맞는 선택을 했고, 더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물론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이 책의 결말을 보면 결국 커피도, 사랑도, 일도 모든 건 균형인가 싶다.

결국 은영도, 진수도 그 균형을 찾아가게 되니깐.

도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내 인생의 균형점을 찾게 되려나.

모처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커피를 마신듯 쓰디쓴 입맛만 다시게 된다.

 

이제와서 진수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낀다는 건,

자신이 피땀 흘려 겨우 올려놓은,

이 탄탄하고 아름다운 집의 대들보를 손수 빠개는 일이었다.

그럴수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가자. 이대로가 좋다.

그제야 아무것도 서운하지 않고, 아무것도 억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철저한 비즈니스적 관계가 되어야 하며,

다른 감정이 섞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우리가 오랜 친구이며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는

인간적 동지인 것도 맞긴 하지만

성관계가 가능한 남녀 사이에 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그렇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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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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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프랑스 소설가 중 좋아하는 작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턱하니 기억나는 작가는 단 둘. 아멜리 노통브와 기욤 뮈소 정도.

그런 나의 목록에 한 명이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바로, 마르크 레비.

 

최근에 후배에게 읽지도 않은 책인 '행복한 프랑스 책방'을 권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마르크 레비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휴가 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겠다고 큰 소릴 치면서 그의 책을 모두 사들인 다음,

자기가 읽고 나서 나에게 한 권씩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바로 그 두번째 책입니다.

 

사실 오래 전 나는 이 영화를 친구와 보았습니다. 한참 우울해져있을 때였기에

그저 밝은 분위기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실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 책 역시 읽는 내내 새로웠고, 이런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 그 영화만큼 이 책은 힘든 내게 비현실적인 것도 가치 있다고...

이렇게 인생은 행복한 거라고... 일깨워준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잘 나가던 의사 로렌은 여행을 떠나던 길에 사고를 당하고,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새로운 입주자 아더가 세들어 오게 됩니다.

아더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 욕실에서 그녀를 발견하게 되고...

그 누구도 그녀를 볼수도, 들을 수도, 만질수도 없었는데,

아더가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전혀 믿기지 않을 법한 그녀의 이야기를 아더는 믿게되고, 그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Et si c'etait vrai...'

직역을 하면...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라는 뜻이예요. (아주 직역입니다)

그리고 사실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들었던 책입니다. 물론 '천국같은'이라는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책 내용을 생각하면 원제가 훨씬 맞는 것 같아요. 직역을 안하고 의역을 한다면... 더더욱.

 

마르크 레비의 책을 읽는 내내 한 생각은 그가 참 여성스러운 글을 쓴다고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 공감도 많이 하고,

무덤덤해진 마음이 조금쯤 움직인단 느낌을 받곤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여성 캐릭터에는 참 많이 공이 들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의 소피가 그러했고,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로렌도, 그리고 아더의 엄마도...

모두들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싶습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지금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일에 치여 하찮게 여기는 감성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봐, 누구도 행복의 집 주인은 아냐. 간간이 임대 계약을 하고 세입자가 되는 행운을 잡을 따름이지.

아주 착실하게 돈을 치러야 한다구. 아니면 곧바로 쫓겨나는 거야." P.120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감정을 죽이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까먹고 있었나봅니다. 대금을 착실하게 치르지 않고 있었나 봐요.

그에 비해 희망도 없어 보이는 사랑에 로렌과 아더는 최선을 다 합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미래도 생각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 합니다.

 

"따지고 계산하는 동안, 찬성할 것과 반대할 것을 분석하는 동안,

삶이 흘러가며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야." P.116

 

읽는 내내,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따지지 않던 그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어느덧 따지고 계산해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내 삶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천국처럼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인데,

인생 전체에 대한 이야기... 그러한 감상으로 흘러가 버렸네요.

어느날 저에게도 이렇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달콤하고 천국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따지고 계산하는 버릇도 좀 버리고, 행복을 잡기 위해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사랑은 경이로운 감각을 지녔어. 받으려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

사랑할 수 있으려면 우선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내 아들아, 항상 너의 본능을 믿고, 너의 의식과 감정에 충실하고, 네 삶을 직시하면서 살아.

하나밖에 없는 삶이란다. 너는 이제부터 너 자신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거야.

의연하게 행동하고 사랑하고. P.202

  

P.S. 후배덕분에 저도 드물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저에게 후배가 이 책의 후속이라며 '그대를 다시 만나기'라는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언젠가 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주르륵.... 그의 이야기를 늘어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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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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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합니다. 감자탕집 언니들, 11월엔 제발 한 달에 이틀이라도 꼭 쉬세요. 언니들은 원래 '곰과'라서 미련하다고, 그래서 자기 것도 못 챙겨 먹는다고 하셨죠. 그래도 이렇게 살면 나중에 복받지 않겠냐고 하셨죠. 그러면서도 몸이 아파서, 집안 살림이 엉망이라서, 한 달이 너무 길어서 괴롭다고 하셨죠. 3개월 째 못 쉬었다며 서로 위로하는 언니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쉬세요. 언니들은 휴일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봤자 한 달에 두번이잖아요." P.80 

매일 매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 같았다. 어떻게든 이 놈의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사람 신경을 긁는 부장도 딱 질색이었고, 일도 나만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출장도 교육도 휴가도 잘만 챙겨먹는데, 나만 미련스럽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하루하루가 계속 되고 있었다.  

모처럼의 주말,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보았다. 구질구질한 현실이 싫어서 소설도 해피엔딩, 영화는 단연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어쩌면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이라는 말에 내가 속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장, 두장 넘긴 이 책 속에는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의 삶이 들어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도 나는 나에게 커피를 건네주는 언니를, 고기를 잘라주는 아줌마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이 가게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부러웠을 뿐이다. 이렇게나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되네- 곳곳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전단지를 보고도 저 시간 일하고 저 정도 받으면 괜찮은거 아냐?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말했다. 괜찮지 않다고... 

이 책은 주간으로 출판되는 한겨레 21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취재를 하고 쓴 기사들을 묶은 책이다. 갈비집과 감자탕집의 언니로, 공장 컨베이어 밸트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로, 우리가 주말을 즐기는 마트의 고기 판매원으로, 마지막으로 우리가 포용해야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으로 들어갔다. 이 책에서 읽은 마트의 노동자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쾌적한 삶에서 편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서서 보이지 않는 사람인듯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손님들은 마치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의 존재가 완전히 무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마트 노동은 '투명 노동' 이었다. P.145 

이 중 그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 아팠다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내용이 충실했고, 절절했다. 한 때 기자를 꿈꾸던 나였는데, 내가 기자라면 쓰고 싶었던 바로 그런 기사였다.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누구나 잘 모르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그런 기사고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아마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이냐고? 이 책을 쓴 기자들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에 대한 답은 그저 열어놓았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 책을 읽은 모든 이들이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오갔다. 개인적으로 힘들기에 이 책을 펼쳤는데, 이 책은 나의 개인적인 고민 따위는... 조용히 한구석으로 미뤄놓을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이 책에서 벗어나 내 삶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도, 잠깐이라도 지금 내가 있는 이 곳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 이 책이, 잠시나마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할 기회를 준 이 책이 진심으로 고맙다.  

그대들에게는 삶인 고단한 노동을 잠시만 경험하고 떠나서 미안합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필요할 땐 놔두고 그렇지 않으면 기를 쓰고 붙잡아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그런 편협한 민족국가의 국민이어서 미안합니다. 그대들의 아픔은 여전한데, 타카핀 박힌 내 엄지손가락의 상처는 다 나아서 미안합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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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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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방법만을 알고 있는 학생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만 하는 자신만의 이유, 그것도 필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부의 보편적인 속성이다. P.86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번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기억이 없다. 대학 입학 때 조금 열심히 공부하긴 했지만 정말 잘 갖춰진 환경에서 주어진 대로 따라했을 뿐이지 내가 뭔가에 목말라서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그런 조마조마함에 마음을 졸였을 따름이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부지런히 남들이 인정하고 닦아놓은 길을 밟아 지금까지 왔다. 나름 서울 명문대를 거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직장까지...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괴로워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기에, 저렇게 공부를 하고 싶다고 외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어떤 어려움을 이겼기에 저 자리에 섰는지, 혹시 그의 삶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렵게 살아온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한 작가의 노력이 중점적인 내용이지만, 내게 더 인상적인 부분들은 도대체 왜 보통 사람들이 작가처럼 성공하지 못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저자가 틈틈이 던지는 힌트였다.  저자는 어렸을 적 부모님이 헤어지고, 가난한 살림살이 속에서 삐뚤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는 할머니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색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시킨 어머니의 힘으로 다시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다른 길로 방향을 잡았다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위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서울대'를 버리고, 고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만,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발 하나를 걸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힘들 때마다 공부가 아닌 그 다른 것으로 도망치게 된다.  P.143  

 

없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저자는 하루만이라도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 책 제목을 지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정작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할 때에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와서야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할텐데... 나는 자꾸 발을 걸쳐놓은 다른 것 때문에 현실을 피하려고 하고, 그나마 시작하더라도 '참지'를 못해서 실패하곤 한다.   

 

그나마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내 갈길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아직 나의 고민이 끝나려면 멀었지만 적어도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걸쳐져 있는 발은 슬슬 빼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저자처럼 열심히 하면 나도 다른 무언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언제 내가 저자처럼 용기를 내고 시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열심히 한번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공부해야할 것이 산더미 같았다. 웬만한 것들은 다 몰랐으니까. 그러나 참고 꾸준히 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 방법이 아니라 '참을성'이다. 많은 학생들이 '참는' 이 단계에서 실패한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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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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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통곡한다."

누쿠이 도쿠로의 책들이 줄줄이 출판되었는데, 그 두께감과 어두움에 질려 한동안 읽을 생각을 못했었다. 그나마, 최근에 나온 '우행록'이 좀 얇고 읽어내려가기 덜 힘들 것 같아 읽었고, 용기를 얻어 누쿠이 도쿠로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통곡'에 도전하게 되었다.

우행록을 읽었을 때도 느꼈는데, 누쿠이 도쿠로의 책은 의외로 자극적인 내용이 없다. 유괴, 살인 이라는 사건 자체들은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이를 굳이 자극적으로 세세히 풀어내어 설명하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그래서 처음 시작이 의외로 조금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 책은 소녀 연쇄 유괴 살인사건을 뒤쫓는 '사에키 경사'와 사건 경과 그리고 딸을 잃고 신흥종교에 빠져드는 '마쓰모토'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처음에는 이 둘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여러가지 연관성을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 

추리소설로서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소설있었지만,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반전도 깜짝 놀라긴 했지만, 뭐랄까- 정말 충격인걸? 이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제목과 사건을 통해 겪는 사람들의 상실감과 괴로움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찰들의 맘음을,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매스컴의 모습들... 지나치기 쉬운 곳곳에 사람들의 통곡이 느껴진다. 

우행록과 마찬가지로 충격이나 자극은 덜 했지만,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일본 추리소설이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만큼 초반에 느낄 수 있던 충격은 느끼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때 충분히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건이 아닌 사람들과 사회에 중점을 맞춘 작품으로 더욱 돋보이는 누쿠이 도쿠로. 증후군 시리즈로 본격적으로 사회파 추리소설가로 돌아섰다고 하던데... 그의 증후군 시리즈는 또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하다. 두께도 만만치 않은 증후군 시리즈에 이제는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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