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의 거장들
스테파노 G. 카수 외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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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미술에 대해 극히 얕은 지식을 자랑한다. 남들이 다 아는 화가를 조금 아는 정도이고, 미술 전시회는 아무리 좋은 전시회가 와도 멀다는 이유로 안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방문하는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는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한 때는 그런 내가 남들 의식해서 괜히 그런 '척'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에 괴롭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림에 대해 나처럼 쥐꼬리만큼만 알고 있어도, 하루 밥벌이에 바빠 감성 따위는 사라져버렸어도, 좋은 작품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감동은 받기도 한다. (모든 좋은 작품 앞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작품은 다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 그런 '척'에서 벗어나보려면 미술책도 좀 더 읽고, 상식도 좀 쌓고 하면 좋을텐데, 번듯한 미술책 한권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끔 진짜 좋아하는 화가가 생겨 그 사람 책을 사놓고선 내용은 안 읽고, 그림만 보기도 했다. 왠지 미술 공부! 하면 딱딱하게 느껴져서 인걸까.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유럽 미술의 거장들]! 이 책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 2~5점을 턱하니 박아놓고 작품에 대한 설명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 누가 어떻게 되었고 줄줄줄.... 긴 이야기는 없다. 물론 화가에 대해 반페이지, 길게는 한페이지 정도 설명이 있다. 반드시 알아야 될 이야기들을 압축해놓고, 그림을 큼직하니 박아놓았다. 맨들맨들한 종이질부터 크기까지 왠만한 미술 전시관 부럽지 않다.  

책을 쭉 훑다보니, 눈에 익은 화가들이 보인다. 뭐 워낙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이런 분들을 빼놓고서라도 렘브란트 전시회에서 봤던, 귀여운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던 브뢰헬, 스페인 출장을 갔다가 처음 접한 엘 그레코,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접했던 그림들도 눈에 띄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그림을 보았다면 아는 것도 있어서 좀 더 주의 깊게 보았을테지만, 무지한 상태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그림들을 찾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치 미술관에 가서 실제 그림을 보는듯한 그림들이 아닌가 싶다. 작품에 대한 짧은 설명은 흡사 가이드와 함께 하는 미술관 투어 같다. 앞서도 말했듯 아는 게 없어도 좋은 그림 앞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커다란 미술관 속에서 자신의 그림을 한 점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마음이 심란할 때 한참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을 한 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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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 전2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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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는 일을 더 이상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오랜만에 손에 든 로맨스 소설. 한 때는 참 많이도 읽었는데, 요즘은 뜸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가볍게 읽기 좋아 찾곤 한다. 이번에 찾은 책은 [1%의 어떤 것] 드라마의 원작자로 유명한 현고운 작가의 신작, [인연 만들기]. 추석에 집에 내려가는 길에 1권을 다 읽고, 올라오는 기차역에서 2권을 사서 마저 읽었다. 사실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아닌데, 왠지 궁금해져서...  

무엇보다 이 책은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생긋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예쁘게 씌여진 제목. 달달한 로맨스 소설다운 표지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여우 같이 웃고 있는 여자도 단순히 예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연 만들기 세트의 여주인공들은 예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당당히 자기 일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그런 여성들이었다.  

[인연 만들기]의 주인공은 상은과 효은, 두 자매이다. 첫번째는 언니 상은의 이야기가, 두번째는 동생 효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우선 상은은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던 중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뼛속까지 토종 한국인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정혼자가 있는 한국에 1년동안 지내러 가게 된다. 한국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정혼자 여준 역시 그녀를 썩 반기지는 않는 상황에서 어른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협력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상은과 달리 효은은 반쯤 자신의 의지대로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언니보다 훨씬 빼어난 미모와 영리함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운명을 만나게 되고, 그 운명을 길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인연 만들기] 역시 그저 그런 뻔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은 신경도 안쓰고, 자신의 이익만 알고, 여자는 물건처럼 여기는 재벌집 남자들, 예쁘고 똑똑하고 한 성격하는 여자 주인공. 현실에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순한 구성에 뻔한 캐릭터들에 왠지 모르게 푹 빠져들어 2~3시간은 순식간에 흘려보낼 만큼, 이야기 흐름이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저런 말은 아마 절대 안할거야!!' 라고 외치며 손발이 오그라들더라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뻔한 스토리내에서도 여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쟁취하는 당당함에 왠지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대리만족까지 확실히 보장해준다.  

[인연 만들기]는 앞으로 탤런트 유진을 여주인공으로 드라마화 된다고 한다. 드라마도 책처럼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길 기대해본다.  

앞일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참 우습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훗날 생각해보면 지금의 불행은 어느 날의 행운일 수 있고, 어제의 사연은 오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도 지금의 선택이 문제가 될지, 행운이 될지, 아니면 불행의 전조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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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을 리뷰해주세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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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한 표지. 너무 깊이 생각한 것일까. 책을 펼치자 담담한 어투로 아버지를 맞이하는 루마를 표현한 '길들지 않은 땅'으로 시작한다.  

길들지 않은 땅으로 시작하여 이 책은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 애인사이와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소 색다른 그녀의 이력 때문인지, 각각의 단편소설들에는 그녀의 경험이 투영되어있다. 특히 맨 앞의 '길들지 않은 땅'은 더더욱 그러하다. 뒷편의 이야기로 갈수록 그녀의 상황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분명 이런 사건들을 관찰 하고 경험할 수 있었던 그녀의 생각들이 녹아들어있지 않나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담담한 어투로 시작된 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 이면에 숨겨진 비밀들을 나타내, 그들의 관계, 화해를 그려낸다. 가족처럼 지내며 삼촌이라 부르던 한 남자를 남몰래 사랑한 엄마의 갈등 그리고 이를 딸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엄마의 모습이 다뤄지기도 하고, 결혼생활을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작소설 헤마와 코쉭 어렸을 적 알게 된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담담한 작가의 어투로 인해 초반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지만, 갈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작가의 제목 짓는 센스. 뭔가 담백하면서도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각 단편들의 제목에 확 끌렸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겉보기에 완벽한 관계 안에서도 얼마나 또 수많은 어둠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래도 작가는 그러한 오해와 잘못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나와 분명 많이 다른데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비슷하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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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리뷰해주세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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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던데, 이 사랑 역시 대단한 사랑이다. 그 어느 사랑이 대단하지 않겠냐만은,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은 두꺼운 책 두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독특한 사랑이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즐거울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항상 시간여행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나는 시간여행자 당사자가 되었지, 시간여행자를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기다리는 사람, 시간여행자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헨리는 시간여행자이다. 그는 유전자 문제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한다 그리고 시간여행을 할 때는 그는 오직 그 혼자만 여행한다. 걸치고 있던 옷, 읽던 책 그 무엇도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 그는 이런 연유로 항상 벌거벗고 새로운 곳에 떨어지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급급하다. 생각만해도 끔찍하게만 여겨지는 시간여행 같지만, 그는 이 여행을 통해 그의 사랑, 클레어의 어린시절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어리디 어린 클레어. 그녀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녀 역시 자신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다소 독특하지만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사랑. 1권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나게 되는 클레어와 헨리에 빠져 순식간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자라는 특성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부분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혹시 복선이 아닐까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내려 갔다.   

시간여행이란 독특하고 과학적인 주제를 서정적으로,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나가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한쪽면만 쳐다보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난 사랑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헨리와 사랑에 빠진 클레어가 이해가 되었다. 좋으나 싫으나 항상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 자연스럽게 그가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해야할 아픔과 기다림이 빤히 보이더라도.  

한동안 책이 안 읽혔는데, 이 책은 시간을 들여 조금 천천히 읽어나갔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못본 부분이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던 책이다. 오랜만에 읽은 묵직한 사랑이야기, 이번 가을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P.S. 곧 있으면 영화도 개봉한다니 너무 기대가 된다.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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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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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이 소중하다고는 느낀다. 그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참고로 삼으려고, 옛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자기가 받았던 애정을 떠올려보려 해도 캄캄한 공간이 펼쳐질 뿐 이었다. 어디를 보고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다 향기를 머금은 한밤의 숲. P.226-7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과연 주인공들에게 밝은 빛은 찾아오는 것일까.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처음 만난 미우라 시온의 신작은 전작과는 달리 경쾌한 리듬은 깡그리 지워버린 듯 했다. 그저 눅눅하고, 한정없는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어두운 면은 숨겨져있고 평화로운듯 보이는 섬마을. 어느날 거대한 쓰나미가 그 마을을 덮치고 어린 미카, 노부유키, 다스쿠, 다스쿠에게 폭력을 휘두른 다스쿠의 아버지인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마지막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야마나카가 살아남는다. 그런 혼란 속에서 노부유키는 또다른 폭력을 저지르게 되고, 그러한 사실을 미카, 노부유키, 다스쿠는 마음에 품고 섬에서 벗어나 살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듯했던 이들은 서로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섬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던 폭력 역시 그들을 다시 찾아온다.  

멀쩡하게 살아가는 노부유키와 화려한 삶을 선택한 미카. 자신들이 꿈꿔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걸어가게 되고, 독자들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을 찾은 폭력으로 인해 그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책은 폭력과 폭력이 물려 더 어두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혀 다른 결말을 보고,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상당히 고민되었다. 폭력은 결국 폭력으로 해결되는 것인걸까. 경쾌한 소설을 썼던 작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왜 이렇게 어두워진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낸내 결말을 보기 위해 이 책을 멈출 수 없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어두컴커해졌었다. 한참 책도 읽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왜 이 책을 놓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에서도 무서운 폭력의 현장을 목격하고, 과연 이 사태를 어찌해야하나 막막한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이라면 그 폭력의 끝을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폭력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기에 새로운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어느쪽이든 이 책은 어둡지만,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전혀 다른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작가 미우라 시온의 힘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다음은 또 어떤 작품일까 기대된다.  

환생이라는 게 정말로 있따면, 그것은 사후에 일어나는게 아니라 한 번의 생안에서 변절을 가리킬 것이다. 빈 구멍 주위를 맴도는 새로운 생이 사직되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달리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몸은 아직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미카 역시 나를 잊지 않았다. 나를 부르고, 원하고 있다. 어두침침한 환생 이후의 생활에 전생의 빛이 비쳐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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