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다 세트 - 전3권
강경옥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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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그 일이 발생한 원인이 있어. 그걸 찾아내면 해결점이 있다고 봐." 

여름도 다 지나갔는데, 뒤늦게 미스터리 심리극이라는 이 만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던 책인데, 우연히 선물 받게 되어 어제 밤에 후다닥 읽었다. 사실, 1권 정도만 보고 잠들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무서워서 결론을 보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이 책의 시작은 먼옛날 조선시대, 한 집안에서 뒷산의 이무기를 잡아죽이며 시작된다. 승천을 하루 앞둔 이무기는 자신을 죽인 가문에 저주를 내리고, 한씨네 가족은 그 이후 대대로 한명이 불의의 사고사를 당하게 된다. 그러한 사고사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피해자는 대대로 1명, 가해자는 대상이 두명이다. 다만 두명 중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현대까지 와서 여주인공 한지나는 자신이 그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보다 그림도 오싹하고 설정도 세련되게 무서웠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간 저주지만, 가까운 사람이 날 죽이려하다니, 남편/아내가 될 수도 있고, 함께 자라온 동생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는 설정 자체가 매우 무서웠다. 함께 생활해온 사람이, 날 가장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날 죽이려들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또한 순정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그림체는 공포물을 그리는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웃기지 않았다. 때때로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에 페이지를 빨리 넘겨야 했을 정도이다.  

"결국 저주를 만든 것이 인간의 의지였다면 행복 역시 인간의 의지라고 생각해.
난 행복해지겠다고 믿고 이겨낼거야." 

공포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적용시킬 수 있는 그런 글귀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 책이었다. 소재도 인상적이었지만 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가장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의심해야하는 주인공. 살면서 사람사이에서 입는 상처와 치유는 정말 크지 않나 싶다.  

사실, 강경옥님의 만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만화 중 이렇게 잘 그린 미스터리 심리극은 오랜만인듯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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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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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때로 이번 경우처럼 아주 드문 확률로 일어나는 우연도 있어. 거기에 어떤 합리적인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봐." P.90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이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지몽'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뜻보면 초자연현상이라고,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사건들을 모아 왔습니다. 왠일이지 항상 이런 사건들과 맞닥뜨리는 우리의 구사나기 형사.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유가와를 찾아가지만, 정말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은 최고입니다. 그리고 구사나기 형사가 들고가는 사건들을 투덜대면서도 받아주는 물리학자 유가와.
 
예지몽에는 총 다섯가지 사건이 들어있습니다. 한밤중 여고생 침실에 잠입한 한 청년. 그는 예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고, 그녀는 그의 '미래의 연인' 이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또다른 사건에서는 아파트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한 소녀가 자살사건을 이미 보았다고, 예지몽을 꾸었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얼핏 보면 폴터가이스트, 예지몽 등 정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법한 사건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 뒤에는 항상 유가와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합리적인 설명'이 뒷받침 됩니다. 그 트릭과 반전은 모두 흥미롭고 과학적입니다. 그리고 그 '합리적 설명'과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인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함께 숨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유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무차별 살인, 잔인함을 위한 사건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유라던지, (어쩔 수 없더라도 사건은 일어나면 안되지만요) 항상 그의 작품 속 범인들, 사건 속에는 '측은지심'이 드는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악을 위한 악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인해 차갑고 단순할 수 있는 트릭들이 훨씬 복잡 다단해지고, 또 따뜻해진다고 생각됩니다.
 
"말다툼 끝에 꼭지가 돌아서 죽이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지. 살인이란 게 너무도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보니 일반인이 실행하려면 광기라든지 충동이라든지 그런 비일상적인 정신 상태가 필요한 것 아닐까?" P.86
 
P.S. 사실 한참 책이 안 읽힐 때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단편집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오히려 장편의 호흡이 어려울 때 딱 좋은 그런 단편집이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짧지만 충실한 단편들을 즐겨보고 싶을 때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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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날들 -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시간
김신회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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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어야 여행이다. 실수해야 여행이다. 평소 '내 것'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지내던 습관 따위, 길 위에선 조금이나마 버려보는 거다. P.44

그렇게 바쁠 일도 없고, 회사 일도 제법 익숙해졌고, 분명 보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보통의 나날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일상이 지루해지자 뭔가 자꾸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이 책 내가 그렇게 꿈꾸던 여행을 가고선, 가장 보통의 날들을 이야기 한다. 

처음에는 다른 무엇보다 예쁘장한 표지에 반해버렸다. 예쁜 스쿠터 한대... 그리고 우편 소인처럼 찍힌 제목.  

책을 덮었을 때는 마치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책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었는데, 그 추억을 모두 잊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그 추억들이 나에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쿄, 홍콩, 파리... 모두가 사랑할만한 도시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복작대며 부대꼈던 사람들. 때론 일상을 그립게 만들고, 때론 일상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고 고마웠던 기억들. 우리 모두가 꿈꾸고 또 해봤을 법한 여행이었다. 때론 부지런히 보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고, 때론 한없이 방안에서 늘어져서 뒹굴대기도 하고... 그런 그녀의 여행이 부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그녀의 솔직한 모습들이 나에게 여행하는 기분을 더 들게 하기도 했다. 

포기하기 싫어 전전긍긍하고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갔다. 그러다 보니 결국 주위에서 듣는 말이라고는 "열심히 산다"가 고작인, 빠듯한 인생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그게 당연한 일상이라 믿고 살았다. 또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서울에선 모두가 그렇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노력 없이도, 뭔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없이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5년만의 방콕 여행은 알려주었다. P.220-221

이 부분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정말...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면서 사는지... 물론 우리가 하는 일 모두가 중요하지만 때론 너무나도 사소할 수 있다는 것을 자꾸 까먹는지, 왜 나는 없고, 나를 삼켜버리려 하는지. 그런 일상들에 우리는 자꾸 지쳐만 간다. 이 책에서 저자의 가장 보통의 날들이 멋질 수 있는 이유는 진짜 소중한 가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숨가쁘게 달려가는 일상 속에서도 분명 웃음과 여유가 숨겨져 있을텐데- 우리의 여행이 다른 이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다른 여행자 눈에는 멋져보일 수 있을텐데-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나의 '가장 보통의 날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녀의 감정이 나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지긋지긋해 보이는 일상에도 웃음이 있고, 행복이 있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소중한 이야기가 쌓여간다는 걸. 어느새 턱까지 차오른 한숨도 결국 맥주 한잔과 삼켜버려야 한다는 걸.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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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백신영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 내 생애 마지막 영어 공부법
고수민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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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 책을 통해 자기의 필요에 맞게, 원하는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재미있어 보이는 표지와 흥미로울 법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혀 끌리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외국 생활을 했던 통에, 영어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부를 한다면 그냥 머리박고 해라!!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해왔기에 이러한 ~~ 방법론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니 '고급'영어 습득에 대한 팁도 있고, 다른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한 방법과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어 책을 펼쳤다.  

'내 생애 마지막 영어 공부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여러가지 영어 공부법 팁을 책 한권으로 풀어낸 책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뜻인지부터, 토플, 토익 고득점자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 듣기, 말하기, 쓰기 모든 방면에서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해야하는 노력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실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영어를 습득했기에 남다른 경험담도 흥미로웠다.  

만약,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고 있다면 이 책은 제법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공부에 대한 커다란 방향제시부터 구체적인 영어 습득법까지 하나 하나 잘 설명을 해준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독자층이라고 할만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잘 집어내었다.  

이 책을 통해 영어 공부 자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공부 방법 혹은 공부 방향은 잡아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에게 필요성이 아무래도 떨어졌기에 조금 지루하게 읽어내려갔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제법 도움이 될법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방법 등은 사람에 따라 맞는 사람이 있고, 안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에 적절하게 자기에게 맞추어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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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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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으로 읽은 건 그의 에세이. 그리고 그 에세이는 작가로서 내가 품었던 그에 대한 기대와 소망들을 실망시켰더랬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는 소설가이고, 그의 소설로 내가 상상한 이미지를 작가에게는 강요해서는 안되기에... 죄가 미운거지 사람이 미운게 아니듯, 소설과 소설가를 별개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소설을 통해, 역시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 해피데이는 여섯 가정의 여섯 남녀를 다루고 있다. Sunny Day,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은 각각 다른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Sunny Day에서는 옥션에 빠진 가정주부를, 우리 집에 놀러오렴은 아내가 나가자마자 남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방을 꾸며놓고 사는 마사하루를,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은 젊은 알바생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정주부를, 아내와 현미밥은 로하스에 빠진 아내와 이웃을 비웃는 소설가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최근에 정말 책 읽는게 힘들정도로 한권을 제대로 못 읽어내었는데,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한참 우울할 때 밝은 이야기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 그가 쓴 에세이에서 가벼움이 좀 많이 느껴져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그런 가벼움이 그의 소설의 힘인게 맞긴 맞나보다. 각 단편에서 조금씩 이야기가 꼬여 가는 기분이 들다가 어느 순간 확~ 체증이 풀리는 그런 결말. 킬킬킬 웃으면서 안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독서였다. 또한 오쿠다 히데오가 던지는 단순한 한마디 한마디가 고개를 또 끄덕이게 한다. 

인생이란 모름지기 보람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난다. P.208

최근들어 정말 인생에 보람이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사실 확 끌어당기는 책도 없었고, 그렇다고 취미랍시고 시작했던 춤이나, 베이킹이나 비용 들이기 싫다는 이유로 뜨뜻미지근했다. 그저 생기는 스케쥴을 급급하여 쫓아다니기 일쑤였고,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늘어지면, 그게 보람차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건 그냥 지친 것 뿐이었다. 남들에게 맞추어 하루를 보내고 지쳤던 거였다. 

나를 칭찬하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에 열중하는 그런 것이 내게 필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했다. 집 사려고 모아놓은 돈으로 이것저것 자신이 원하는 걸 지르는 마사하루나, 옥션의 칭찬 한마디에 목을 매는 노리코 모두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역시 사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아니, 우리 모두가 비슷하다고 말해주어 안심 시키는게 바로 오쿠다 히데오 작품의 매력 아닐까? 

우울하고, 불행하게만 느껴지는 내 인생에서도 해피데이를 만들어줄 뭔가 반짝이는 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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