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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나와 동갑인 26살인 이스마엘 베아씨가 유니세프 대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심이 갔다. 12살의 소년병이라니.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사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무섭냐 정도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실상 그것이 어떤지 감히 상상도 안가는 그런 현실이다. 사실 그런 참혹한 현실은 외면하고 싶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궁금했다. 과연 어떤 사람일지.
실제 '집으로 가는 길'은 무섭고,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12살의 힙합을 좋아하던 소년이 매일 같이 두려움에 떨고,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고, 실제로 죽이기도 하고... 오히려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도 30만명에 이른다니.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프다.
예전에 부모님과 이야기하면서 전쟁이 닥치면 정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고. 누가 옳고 그름도 생각할 수도, 생각할 틈도 없다고 하셨다. 나 역시 종종 전쟁이 닥치면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면에서, 이스마엘의 선택이, 행동이 잘못 되었다고 결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만든 전쟁이, 그 상황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보기 싫어도, 내 눈에 안 보여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전쟁이 사라지길 바라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요원하기만 한듯 싶다. 항상 내 눈앞의 것만 보고, 짧게 생각하여, 내 일상에 불만만 털어놓는 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만하다.
예전에 누군가 자신의 소원이 세계평화라고 말하면 비웃곤 했다. 뭐야- 할 수 있는게 없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랬던 나의 무관심이 더 나쁜 것이 아니었을까. 이스마엘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현실을 좀 더 알게 되는 것처럼 알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10명이 알게 되어, 1명이라도 그들을 도울 마음을 먹는 다는 것. 그건 엄청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세계를 변화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해야겠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그런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