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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런던 브리지가 부서졌네, 부서졌네, 부서졌네. 런던 브리지가 부서졌네, 멋진 아가씨.”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게 머더구스의 전매특허인 것 같더군. 감각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 같아. 노래하기 좋게 운율이 잘 맞고, 왠지 재미있기도 하지만.”
머더구스를 아시나요? 위의 말처럼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동시/동요와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한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부터 많은 머더구스가 추리소설의 소재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있습니다. 백마산장 살인사건은 밀실, 암호 등과 같이 추리소설이라면 갖춰야할 소재들을 두루 갖춘 소설입니다.
1년 전 오빠의 죽음의 진실을 찾아, 두 여대생은 함께 머더구스 팬션으로 향합니다. 바로 오빠가 죽은 곳이죠. 매년 그 곳을 찾아 모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들은 진실을 찾아가고 그러던 중 그 곳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3년 연속 사람이 죽었어요. 게다가 똑같은 시기에.”
“우연이라면 무서운 일이죠.” “아니요.” 마코토가 형사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우연이 아닌 경우가 무서운 일입니다.”
머더구스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에 얽힌 암호문 풀기와 사건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읽는 내내 저 역시 이리저리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추리는 그닥 들어맞진 않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단순한 추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우리 현실의 아픈 점을 곳곳에서 찝어내고, 또 사건을 해결한 뒤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더 큰 매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간혹 뒷이야기에 너무 치중해서, 추리 자체가 불가능한 추리소설도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건과 배경을 적절히 비중을 주어, 추리는 추리대로, 뒷이야기는 그 뒷이야기대로 매력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머더구스에는 의미가 없을 리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영국인에게 머더구스는 생활의 일부분 같은 거니까요. 나는 분명히 주장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좀처럼 관심이 없네요. 무관심, 이것도 현대병이지요.”
상당히 오래 전 작품임에도 여전히 흥미진진한 백마산장 살인사건. 여름이 시작되고 한참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질 때 손에 든 작품이어 기대가 컸는데,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올 여름 너무 끔찍하지도 무섭지도 않은 추리소설 한권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