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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 붉은 손가락
몇달전에 읽었던 백야행을 뒤로한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백야행밖에 보지 않았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많이 나도 모르게 많이 보았던게 문득 떠올랐다.
중학교때 학교 선생님이 자습시간에 보여주셨던 '비밀' 이라는 영화도, 한때 정말 열심히 보았던 일본드라마 '유성의 인연' 도 그의 작품이였던걸 생각하니 정말 오랫동안 알고 있던 작가 처럼 느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참 많다 사실 너무 많아서 백야행 다음으로 바톤을 받을 책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고르고 고른 '붉은 손가락' 60권째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향간에 떠도는걸 뒤늦게 알고는 역시나 '다작(多作)작가' 구나 싶었다
바깥에서 보면 평온한 가족으로 보여도 다들 이래저래 사연을 안고 있는 법이야.
'붉은 손가락'은 현대 사회의 한 가족이 등장한다.
집안일에는 신경을 못쓰는, 어떻게 보면 가장노릇을 못하는 남편 아키오, 무조건 아들을 떠받들고, 중심으로 두는 생활을 하는 아내
모든 일의 결과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고만 하는 아들,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
그 가족 구성원이 겪게 되는 어린 아이의 살인과 사건의비밀을 파헤치는 가가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설은 추리/미스테리물이지만 추리소설에 초점을 두고 볼땐 전에 읽은 백야행의 재미처럼 '뒤쫒아 간다' 라는 재미는 반감되었지만
현 사회의 가족문제를 초점을 둔다면 그 재미를 한층 더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 사회의 문제점들인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인부양의 문제, 가족구성원의 의사소통의 부재 , 부모 자식간의 패륜문제가 여과없이 아키오 가정에서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 또한 추리 소설보다는 그 외형을 빌려서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한번쯤 되새김 할수 있게 작품을 낸것이 아닐까 싶었다.
신문이나 tv에서도 한번쯤은 눈에 들어왔던 기사들이 떠올랐다. 자식이 노부모를 버린 이야기, 삐뚤어진 가족관계로 인한 아이들의 문제들
생각해보면 참 여러 번 화제된 이야기면서도 늘상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사회문제점들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지른 패륜속에서 아키오는 부모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죄를 결국 실토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자식의 패륜에 배신감에 몸서리 쳤을 '어머니'라는 존재는 과연 그 아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아마도 어머니의 마음엔 분명 분노와 배신감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남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한 가족문제를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가형사의 가족사를 통해 근본적 해결점을 말해 주었다.
가가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속, 가족의 붕괴속에서도 분명히 있어야할 가족간의 사랑과 그에 마땅히 가져야할 도리를 말이다.
가가 형사의 말대로 이 세상에 '평범한' 가정이라는 건 없는지도 모른다.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혹은 대충 얼버무리고 뒤로 미루면서 생활이라는 나른한 마비의 흐름에 휩쓸려 하루하루를 쌓아나간다.
그 속에서 문제점은 곪고 곪아 끔찍한 괴물의 모습으로 커나간다. 상식의 선 안에서 살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런 믿음이 사실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읽어나갈수록 화가 치미는 주인공들의 행태,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양윤옥)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