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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평점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열구.
내가 대학에 들어가기 무렵,한창 대학 입시에 여념이 없을 그시간에 일본의 방송사 nhk 채널의 방송을 우연찮게 시청 할수 있었다
일본의 방송이기에 우리말 해설은 커녕, 자막또한 없었지만 "甲子園(갑자원)" 이라 말하는 일본 해설위원과,
여기저기 교복을 입은 채로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과, 무엇보다 공을 시구하는 선수들의 얼굴은 아직 앳되보였던 점에
누가 코시엔이라 말해주지 않아도 내 앞에 보이는 이 경기가 코시엔이라는걸 직감했다.
탕- 하는 굵직하고 둔탁한 마찰음속에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저 멀리 2루타로 기록되며 시원스럽게 뻗어나갔다.
끝내기 안타, 1점 차이로 쫒고 쫒던 추격전은 한 타자의 안타로 종료되며 관중속의 환호와 격려를 받으며
승자는 웃었고, 패자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분노로 얼굴이 눈물로 범벅 되어버렸다.
나는 당시의 승리한 선수들보다는 단 1점때문에 코시엔의 계단을 밟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던 나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너무나 인상깊었던 탓인지 오늘날 우연찮게 보았던 코시엔 경기를 계기로 프로야구와 일본의 야구 만화를 즐겨보거나 밤 늦게 경기 재방송을 챙겨볼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라는 책 또한 고교야구를 주제로 삼았기에 덜컥 손이 갔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이책에 호기심이 닿아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2년전의 코시엔 경기와 같은 청소년 드라마풍의 책이길 바랬다.
노아웃 만루 상황의 투수의 모습이라던가, 3루타성 타구를 멋지게 공중 캐치하는 야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허나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의 주인공은 내가 상상했던 고교야구의 에이스완 달랐다. 열구의 주인공 요지는 20년전 슈코고교의 에이스 투수이자, 코시엔 지역 예선의 연승을 달렸던 경력이 있지만 실상 느린 공 빠르기와 팀 실력과 말도 안되는 천운으로 연승을 이룬것이였다.
단 한번의 승리만 이루면 코시엔에 닿을 수 있던 슈코 고교에게 있어, 항상 응원의 소리를 아끼 않던 자와옹에 있어 예시치 못한 사건으로
경기 출전이 백지화 되버린 이후 요지는 도망치듯이 스오를 떠나 도쿄로, 그리고 20년이 지나 다시금 스오로 오게되었다.
20년 만의 스오에 돌아온 요지는 모교의 무급 코치로서, 한때 매니저였던 쿄코의 아들 고타이의 캐치볼 파트너로서 계속해서 도망쳐 왔던 오사무와 쿄코에 대한 배신감과 슬픔을 다시금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과, 20년전 고교구아로서 경기의 패가 아닌 현재의 가메와 진노 그리고 요지에게 있는 '어른들의 사정'에서 아직까지 지기만 하는 일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통해 많은걸 느끼게 해주었다
본디 내가 상상했던 고교야구 소설과 달랐지만 사실상 야구소설을 넘어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인생이 대한 휴먼 스토리로서 '지는 것' 또한 값진 경험이자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시작이라 말하는것 같았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를 읽는 내내 전해왔던 인생과 청춘에 대한 벅찬 감동은 내 나이가 요지나 쿄코처럼 아저씨, 아줌마라고 불릴 무렵에 또 다시 찾아올것 같다.
도망치는 것이나 지는 것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야구가 아니어도 학창 시절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코산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