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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ㅣ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이지마 나미 - life
누군가 나를 위해서 해주는 요리를 먹는게 나는 참 좋았다. 위해서 만든 요리는 보이지는 않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서 인지, 참 맛있다.
심지어 내가 잘 먹지 못하는 요리라도 나는 참 고맙다. 어느날, 매끼니 나를 챙겨주던 엄마의 뒷 모습을 보다가
문득 5월 8일이 근처에 다가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버이날' 1년에 1번이자 그리 챙김 받지 못했던 엄마가 너무나 작아지던 그날.
이벤트나 생일, 그리고 빨간숫자가 적힌 날에도 제때 챙기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은 역시나 매번 어버이날을 잊고 지냈던게
새삼 돌이켜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젠 지나가버렸지만 사춘기때부터 거의 매일을 엄마와 다투었다.
사소한 의견차이를 넘어 간섭하는 엄마에게 못할 말도 참 많이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텅 비는 느낌을 받았다.
'요번 어버이날은 무언가 준비하자' 라고 결론이 났지만, 무얼 준비해야할지 캄캄했다 그저 선물 달랑 준비하고 끝내면
어버이날의 의미가 변색될것 같은 불안함까지도 들었다.
어느새 5월달이 코앞으로 다가왔을때 나는 이이지마 나미의 life 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예전부터 마냥 좋았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에세이가 담긴 책이라는 노란 문구가 눈에 띄었고 첫장을 펼쳐 드는것 또한
시간 문제였다. 이 책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포함한 '요리레시피책인데, 그것도 아주 잘나고, 휘황찬란한 자태를 뽐내는
요리레시피 따위가 아닌 소소하고 투박한 식탁음식들의 레시피들이다. 한가지, 나를 웃게 만들었던 이 레시피들은
저마다 그들만의 사연들이 있는 음식들이라는 것. 이이지마 나미의 쿠킹 포인트는 그런 주제들을 짧막한 문장으로 이야기기하는데
그 순간들이 상상이 된다는 점은 역시나 눈앞에 보이는 음식사진때문일까? 싶었다
엄마표 카레가 불만이였던 아빠의 큼직한 고기가 들어간 카레,
자취하는 여학생의 집들이 음식으로 만든 오므라이스, 삶은지 좀 되었지만 자식을 위한 아빠표 스파게티!!
이이지마 나미의 life는 이런 이야기를 뜻한거구나 싶었다 그저 단순한 요리책이였다면 life라는 문구는
너무나 거창해서 몸둘바를 못했겠지만 이이지마 나미의 책제목으로 life가 딱 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소한 일상, 그리고 추억속의 음식들을 보다 따뜻하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토이 시게사토의 오하기 지킴이 라는 에세이를 읽다가 그런생각이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다들 잊어도 옛 기억속 오하기를
기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던 오하기 지킴이는 본래의 목적이였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카레라이스와 카르마 보다 더 인상 깊었다
물론,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것 같은 요시모토 바나나만의 특유의 문체로 쓰여진 카레라이스와 카르마 또한 동그라미를 주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이지마 나미의 life는 첫 요리책이였는데 요즘 요리책들은 다 이런가? 싶은 환상에 젖어버렸다.
아마도, 이이지마의 나미의 책이 또 다시 발간된다면 나는 또 볼것이다.
life의 책장을 넘기면서 여러 레시피를 살펴 보았다. 여러 음식들중 가장 눈에 띄인 영양밥.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인다는 설정의 쿠킹 포인트.조촐한 한끼식사라도 가족이 모여 웃으면서 식사해보는 순간을 상상했다.
매끼니를 챙겨주던 엄마의 투박하지만 정말 따뜻했던 밥보다는 못하겠지만
이번 어버이날에는 꼭 한번 내 손으로 만든 영양밥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