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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평점 :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자연과학을 이보다 더한 시적 은유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을 소개하는 디자인이 사실은 좀 별로여서 조금 망설이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책을 소개하는 문장이나 내용 무엇하나 빠짐이 없었기에 기꺼이 이 책을 선택했다. 자연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시적 은유와 상징들.
이 책의 한 문장에 사로잡혀버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책 속에는 이 문장 이상의 문장들이 가득 담겨 있다. 과학서라고 하기에는 인문학적 사유와 철학, 역사, 문학 다양한 소재를 가져오기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 대신 칼비노, 제발트등 다양한 고전들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자연과학 서적에서)
심원의 시간 속에서 보면, 생명이 없는 것들조차 살아난다. 새로운 책임을 선언한다. 눈과 마음에 존재의 쾌활함이 들어온다. 세상은 다시 짜릿할 정도로 활기차다. 얼음이 숨을 쉬고 바위가 물결친다. 산맥이 썰물과 밀물이 되고 돌이 맥동한다. 우리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지구에 산다.
심원의 시간, 이는 지구의 과거로부터 현재를 재구성하는 수단이자 미래를 구축하는 디딤돌이다. 이 시간은 인류 네트워크의 수단이며 앞으로의 세대에게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들을 판단하는 단초가 된다.
지상과 그 아래, 이 이분법적인 공간을 설명하는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다. 심원의 시간이라는 표현처럼 언더랜드는 많은 과거의 시간을 보존하고 있다. 그 흔적을 통해 우리는 조상의 삶을 엿보거나 그로 인한 인류의 진화 그 앞을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도 한다. 또한 언더랜드는 인류의 위험이 담긴 위험 물질을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언더랜드는 땅과 지하의 얘기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훌륭한 길잡이 서적이다.
저 무수한 손바닥 자국처럼 지금 우리의 삶 역시 어느 지하 귀퉁이에 남을지 모른다. 지하를 통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서가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읽는 친구 같은 책들이 있다.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소양, 인문학적 식견까지 이 책은 여러모로 배울 것이 많은 친구라 할 수 있다. 지하라는 기존의 관념을 바꿔주며 생각하지 못했던 인식의 세계를 넓혀주는 식견을 갖춘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큰 행운을 나는 기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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