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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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왜 이리 아프고 애틋한 것일까.

우리는 떠난다는 것,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새길 때마다 역설적으로 삶을 떠올린다. 죽음이란 삶을 반추하는 하나의 거울이 아닐까. 남은 나날들을 더욱 뜻깊고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논한다.

일전에 기술한 '당신이 살았던 날들' '남편이 자살했다' 등 떠난 가족을 추억하면서 쓰는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 '참 괜찮은 죽음'은 화자가 다르다. 이 책은 의사가 환자를 돌보면서 그의 가족을 지켜보면서 쓴 책이다. 그런데 괜찮은 죽음이라니? 책을 읽다 보면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환자들 각자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삶을 좋았다 괜찮았다 말할 수 있는 바람이자 다짐과 같은 말이다.

전문적이나 어렵지 않고 간결한 문장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두껍다 여겼던 책이 펼치는 순간 순식간에 넘어간다. 생각보다 속도감이 빠른 편인데, 한 편의 의료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진솔하게 표현된 저자의 삶은 흥분되게 만들었다가 눈물을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읽는 동안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마지막을 덮는 순간 아쉬움까지 남는다.

책을 덮은 뒤 이 정도는 되어야 권위적인 상도 받는구나 싶었다. PEN Ackerley Prize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영국의 작가 단체 PEN에서 수여한 상처럼 보인다. 또한 영국 내 다큐멘터리로까지 제작되었다고 한다.

첫째 해치지 마라

_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서

모든 외과 의사는 자기 안에 작은 공동묘지를 지니고 다닌다. 때때로 찾아가 기도하는 쓰라린 회한의 장소, 그곳에서 의사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설명을 구해야 한다.

르네 르리슈, 외과의 철학 1951

이야기의 시작 전 자리한 하나의 페이지. 사람을 살리면서 죽일 수도 있는 힘이 그들의 가슴에 공동묘지를 지니게 만들었다. 해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스산한 의미를 부여하는 페이지다. 죽음과 삶 경계를 오가는 직업.

외과 의사는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환자에게서 실낱같은 희망까지 빼앗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낙관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희망과 현실 상시의 외줄 타기 중에서

수술이 실패한 환자의 시체가 장기기증자가 된 상황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환자의 최선만을 생각하기에 의미 없는 혹은 더 비참한 삶을 떠올리며 실패를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동시에 실낱같은 희망을 위해 가망 없는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가망 없는 수술을, 희망 없는 치료를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저자의 수업을 보면서, 환자에게 추가적인 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말을 전하며 호스피스로 떠나는 환자를 배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은 때, 의사란 직업은 보람만큼 외로운 직업임을 느끼게 된다.

죽을 만큼 괴로울 때는 내가 환자를 도울 수 있을지 없을지 또는 도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나도 확실히 모를 때다.

우크라이나의 비밀 수술 Ⅱ 중에서

죽기 직전의 사람들을 살려내는 의사의 이야기를 보면 마치 신이나 위대한 존재 같다 느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숭고한 직업. 그래서 사회는 의사라는 직업을 존경하고 어려워 하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보이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의사의 이야기를 읽으면 직업의 차이일 뿐 그들도 고민하고 노력하고 좌절하는 사람이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의 생을 살리는 과정 혹은 그 죽음을 묵도하는 시선에서 더 큰 존경심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가진 이런 의인이 사회에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참 괜찮은 죽음' 이 책을 읽는 모두는 자신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병원의 침실 위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될까. 그리고 지난날을 얘기하며 괜찮은 삶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오늘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며, 보다 잘 살아야겠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0499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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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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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소설이 뜨는 건 사회가 힘들기 때문이라던데, 최근 베스트셀러를 보면 일본과 한국 사회가 힘든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꿈에 대해 물어오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노숙인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선행을 한 우연으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불편한 편의점'까지.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하는 책들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안녕을 선물한다.

2022년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수상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책 역시 삶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책이다. 각박한 세상,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거창한 기적도 아니고 이 책에 나오는 작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마블 카페의 마스터부터 시작해서 손님의 이야기,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로 주인공들은 수건돌리기를 하듯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다시 마블 카페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구성은 삶에서 일으킨 작은 파문이 다시 돌아오는 나비효과를 연상케한다. 잘해보려고 혹은 상대를 걱정해서, 혹은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고군분투 중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실수와 오해는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좋은 인연과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서 쏟아진 커피가 만들어낸 하트와 '성자의 직진'에서 사소한 오해로 만난 친구들이 다시 만나 메리지 블루를 선물하는 이야기까지. 이 사소한 우연과 구원이 우리의 삶에 주는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경치를 보며 좋아하는 것 얘기하기

러브레터 중에서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꿈은 하나같이 소소하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에서의 인정,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코코아를 타주는 것, 상대에게 뜨거운 코코아를 받는 순간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정도다. 개개인 속물적 근성을 바라보자면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로또 당첨, 32평형 아파트 등 현실적인 욕망과 욕구가 넘쳐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어쩜 이렇게 소소하고 따뜻하기만 할까. 읽는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서 숨을 트이게 하는 것은 커다란 집도 많은 돈도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장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경치를 보며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러워 행복해지라고 등을 떠밀어주고 싶다.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되도록 곧은 길을 가려고 해왔고, 남들에게도 그러길 바랐는데……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각 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사소한 실수와 오해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처는 그들을 성장시키거나,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들에게 그런 결과가 만들어진 건 그들이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삶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노력하는 우리의 삶 모두에게 이 우연하고 사소한 구원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기를 바라며, 갑자기 따뜻한 코코아가 먹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ps. 표지에 적힌 권남희 이름 석 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권남희 번역가가 번역한 책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시선이 옮겨진다. 페이지가 넘어간다. 일본 번역가 중 가장 좋아하는 번역가 중 한 분으로 퀄리티는 기대해도 좋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0266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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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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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자살은 한국형 불행의 보고서라 칭하는 책 "가장 외로운 선택"을 읽으며 풍요로운 사회 속에 내몰린 극빈한 청년의 삶을 조명했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실업과 더불어 청년들의 고독사, 사회적 방치로 인한 실업, 저임금, 차별 등 사회적 문제가 자살로 이어졌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삶의 가치를 묻게 된다. 정말 우리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 책은 1800년대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린 윌리엄 제임스의 하버드, 예일대, 브라운대학의 강의와 저널에 실린 내용들을 정리한 책이다. 그는 실용주의 철학을 확립한 철학자로 이 책에서는 다양한 제임스 실용주의 철학이 등장한다.

철학은 양과 관계없이 읽기 쉬운 분야가 아니다. 특히 등장하는 철학들은 고전 철학이라 더 어렵게 느껴졌다. 짧게 나뉜 세 개의 장과 잠언 같은 문장들(저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윌리엄 제임스 명언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명언 제조기), 저자의 통찰과 사색과 저자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생각할 거리들)이 철학의 무거운 주제에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힘과 동기를 부여한다.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어이기도 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믿으려는 의지', '결정론의 딜레마'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하는 것은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쉽지 않은 책이다. 자유의지에 왜 종교가 등장하는지(이 책은 정말 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정말 많이 등장한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저자는 1800년대 사람으로 20세기 실존주의 철학 등장 전 철학자다. (종교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이 세계대전이니, 그전이라면 종교의 권위가 삶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던 때라 보아도 크게 무방하지 않을 것이다.) 실존주의가 등장하기 전 철학자들은 삶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실용주의로 통하는 자유의지의 가치를 통해 신과 믿음 그리고 삶의 가치를 해석한 신박함을 떠올리면 무릎을 치고 감탄하게 된다.(결정론의 딜레마를 보고 양자역학을 떠올렸다. 정말 신박한 논리에 감탄을 하게 된다.)

믿음과 자유의지

결정론과 종교에 대한 편견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이 책은 삶의 가치를 종교와 자유의지의 상호 관계를 빌어 믿음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유의지론자답게 종교적 결정론이 삶을 염세적, 편견으로 이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종교의 딜레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라고 한다면 타인의 죄는 누가의 책임일까? 자살은 정말 개인의 선택일까? 그저 신이 만든 대로 정해진 삶이 아닌가. 이건이 결정론을 비난하는 자유의지론자의 주장이다.

삶을 악몽이라고 여기는 데는 여러가지 근본적인 원인이있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큰 원인은 생각이다. 생각에 빠지면, 자연의 배후에 신이 존재하며 자연은 신의 현현이라고 믿고 싶은 갈망과 자연 현상을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언제나 모순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정론자들은 자유의지란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의 범위를 되묻는다. 인간이 책임질 수 있는 개인의 행동 범위는 제한적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 그것을 책임지는 것이 신이라는 것이 결정론의 주장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누군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도 그것이 틀렸다고 입증할 사람은 없으며, 각자가 자신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고 적는다. 만약 그 결과가 틀렸다면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

저자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무엇을 선택했을 때의 가치와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실용성이다. 종교를 믿는 것도 같은 의미로 설명한다. 이득과 손해를 통해 종교를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삶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에게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믿음에서 기이한다.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믿음이 삶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믿음은 결정론적 삶에 반하지 않는가. 신의 의지에는 반하지 않는가. 저자는 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두지만 세부적인 것을 굳이 결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비어있으나 가능성은 기록되어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 선택한 무수한 우연이라는 자유의지에 따라 각각의 가능성이 기록되고 결과로 이어진다. 자유의지는 신의 의지에 결코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윌리엄 제임스의 이야기다.

용기의 본질이 가능성에 목숨을 거는 것이라면, 심념의 본질은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중에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이 책은 실용주의의 가치와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다. 실용주의적으로 종교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맞는가? 믿는 이득과 믿지 않는 이득으로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종교는 절대적 교리이기 때문에 그 믿음은 논리와 상식, 도덕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 설명한다. 그런 종교에 이익을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맞지 않는듯하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가치를 믿고 행동하는 자유의지에 대한 안내. 종교적 믿음으로 인해 자유의지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설명하는 결정론과 자유의지와 신의 의지를 연결한 해석은 신박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0161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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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잠 시작시인선 427
수피아 지음 / 천년의시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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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은유의 잠 중에서

은유의 잠에 실린 은유의 잠을 읽던 중 이제 당신과 다른 방식의 언어야, 나는 그 문장에 꽂혀버렸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 문장일까. 순간 책이 보고 싶어졌다. 미끄러지는 듯한 문장과 마침점 같이 붙은 단어. 이어진 단어와 연결된 문장은 어디로 데려갈까. 낯설고 이국적인 독특함.

문장은 나무, 시는 거대한 숲이 된다.

단어는 나무가 되었다가 산짐승이 되었다 이내 숲이 된다.

문장과 단어는 행과 연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둥둥, 이 층 코너 쪽방에서 내려다보이는

굴다리 지나 재래시장 맨 끝에 있는 얼음 가게는

남극에서 막 떠밀려 온

커다란 일용직 유빙이에요

가지런히 놓인 단어들 사이에 튀어나온 단어들.

정렬된 문장 속에 정렬되지 않은 단어들.

출판사 책 소개에서는 일상의 질서 속에 포착할 수 없는 사태들이라 표현한다.

시는 다양한 일상을 그린다. 함박눈과 폭설, 비와 뙤약볕, 어딘가 이국적인 섬과 일터, 정경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일탈을 꿈꾸는 듯하다. 의사는 망가진 몸을 고쳐 쓰라 말하고, 나무를 뚫고 나오는 이파리에게 날개가 돋는다 표현한다. 서류에 스테이플러를 찍다가 눈에 박힌 스테이플러 심을 뽑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몰상식, 일탈과 파괴가 반복된다.

틀에 끼워 놓고 나를 거칠게 묘사하는, 연필 한 자루가 있는 저녁

시간을 습작하다

이 책의 제목은 왜 '은유의 잠'일까. 은유는 잠들지 않은 채 날뛰고 있는데 말이다.

큰맘 먹고 눈을 깜빡이며

속눈썹을 휘저어 보지만

가볍고 길고 가느다란 슬픔처럼

지금 잡히지 않는 것이 있다고 치자

여우 속눈썹 중에서

모든 시가 같을 순 없다. 독특한 표현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정적이고 멋스러운 문장으로 쓰였거나, 일부는 평이한 문장으로 일상의 정경을 묘사한 시들도 있다. 나쁜 글이 아님에도, 표현들이 강하고 독특하다 보니 심심해라는 생각을 하고 만다. 독자를 만족시키는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참신한 표현과 매력적인 묘사를 좋아한다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런 표현들을 읽다 보면 뇌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시를 읽으면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는데, 신기한 책이야라고, 몇 번 중얼거렸다. 두고두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참신함이 상투적이 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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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140
남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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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조리는 듯한 문장 매력적인 이야기를 지닌 산문시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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