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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Zeppelin - Coda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 노래 / 워너뮤직(WEA) / 1982년 1월
평점 :
품절


'군더더기'라는 말은 대개 부정적으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태생은 그러하다. 그러나 용의 비늘이 떨어진 것이니, 일상의 가치에서 비교할 것은 못된다. 왜냐하면 그 용이 바로 레드제플린이기 때문이다.

기존 앨범에 담기지 못한 곡들로 만들어진 앨범이라 동일한 시간 안에 깃든 통일성은 약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격차나는 시간의 얼룩이 묘한 재미를 준다. 즉 제플린의 여러 시간이 한 공간(앨범)에 놓이는 오컬트적인 현상이 아닌가?(제플린 멤버들의 신비주의 지향성에 비추어 본다면 더 흥미롭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의도가 아니라 해산 이후의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 앨범에서는 블루스에 기반한 거친 입자의 힘이 느껴지는 곡들이 있다. 'We`re Gonna Groove', 'I Can`t Quit You Baby', 'Wearing And Tearing' 등인데 거의 초기 앨범 시기에 만들어진 곡이라 짐작된다. 이색적인 곡은 'Poor Tom'인데, 다소 느리고 흥겨운 리듬으로 진행하지만 애잔함이 깃들어 있다. 'Bonzo`s Montreaux'은 존 본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곡이자 자료가 될 거 같다. 2집의 '모비딕(Moby Dick)'과 함께 그의 드럼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모비딕이 심도가 있는 장편 고전영화 같다면, Bonzo`s  Montreaux는 여러 빛깔의 다채로운 때려부수기가 흥겹게 펼쳐진다(영화로 치자면 고다르 정도). 전자가 음(내려앉음)에 가깝다면 후자는 양(발산)의 느낌이 난다.

제플린의 군더더기, 부스러기로 모은 앨범이지만, 그 예정되지 않은 만남이 주는 앙상블은 탄탄한 긴장감으로 얽혀 있지 않은 엇박의 소란스러움이 담겨 있다. 그러하기에 제플린 매니아들에게는 제플린이라는 거대한 용을 경험하고 나서, 마치 후식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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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Zeppelin - BBC Sessions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워너뮤직(WEA)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레드제플린(Led Zeppelin)의 라이브는 밴드가 활동할 당시 [The Song Remains The Same'76] 말고는 정식으로 나온 것이 없다(이것도 영화? 제작의 부산물이기에, 순수 라이브 앨범으로 보기 어렵다) . 따라서 매니아들은 부틀렉에 의존해서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런데 제플린이 해산하고 20여년이나 지나서 그러한 결핍을 해소할 만한 앨범이 나왔다. 바로  두 장짜리 [BBC Sessions]이 그것이다.


[The Song Remains The Same]에는 스튜디오 앨범과 다른 대가다운 여유와 노련미가 묻어나는 연주가 있다면, 이번 앨범은 제플린 초창기의 야생성과 함께 원곡에 충실한 라이브를 들려 준다.  녹음 당시가 70년대 초이고, BBC 방송국이라는 소박한 공연 무대를 감안해야만, 깔끔하지 못한 녹음상태와 많은 관중들에 둘러 쌓여 형성되는 두터운 현장 분위기가 없음이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여기서 우리는 '제플린의 날것'을 만나볼 수 있다(날것이 아닌듯한 곡도 있는데, 가령 'What Is And What Should Never Be'는 라이브를 고스란히 옮겼다기 보다는 그 후에 약간 손을 본 느낌이 난다).

이 앨범에서는 질주하는 하드락의 모범이 담긴 'Communication Breakdown'의 여러 버전과 지금은 익숙하지만 'Dazed and Confused'와 ' Whole lotta love'의 즉흥성이 느껴지는 늘리기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곡은 'Stairway To Heaven' 라이브이다. 물론 이 곡은 손쉽게 구해 들을 수 있는 곡이지만, 원곡에 가깝게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 고음의 보컬을 재현해 낸 라이브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렵다.  

최근에 [How The West Was Won] 등 제플린의 라이브 음원들이 공개되어 우리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플린 초기의 순수한 야생성을 맛볼 수 있는 건 또 다른 즐거운 행운이다. 그것이 이 앨범 [BBC Sessions]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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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Theater - Octavarium
드림 씨어터 (Dream Theater) 노래 / 워너뮤직(WEA)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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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어터의 이번 앨범은 숫자 '8'의 상징이 여러겹의 힘으로 음악은 물론 음악 외적인 것까지 퍼져있다. 뭐 앨범명에서부터 8집이면서 8곡을 담고 있다는 거, 그리고  'Octavarium Animation'에서 8각 미로와 그 안에서 멤버들이 갑자기 문어(Octopus)로 변신해 8개의 다리 혹은 팔로 연주하는 재미난 애니메이션 등 등 말이다.

앨범에 들어 있는 곡은 대체적으로 속도와 힘이 다소곳해졌다고 해야하나? 드림씨어터 특유의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색깔은 약해졌다. 'Another Day'와 'Anna Lee'같은 곡을 좋아한다면, 이번 앨범은 어느 정도 만족을 줄 거 같다. 반면에 촘촘하고 긴장된 사운드의 진행을 선호한다면, 약간 허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메가데스풍의 인트로로 시작하는 첫 곡 'The Root Of All Evil'에서는 보컬이 밀고 당기는 듯한 맛을 내준다. 'The Answer Lies Within'은 서정미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Anna Lee'와 비슷하다. 독특한 기계음같은 빗소리로 시작하는 'I Walk Beside You'는 세련미와 복고적인 느낌이 공존하는데, 금방 귀에 익숙해지는 곡이다. 'Panic Attack'은 이 앨범에서 그나마 공격적인 진행을 보여주는 곡으로 뒤로 갈수록 섹시해지는 보컬과 기괴하게 흐드러지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끝부분은 만화 효과음 같이 괴상한 데, 다음 곡 'Never Enough'과 연속성을 가진다. 퀸스라이크(Queensryche)의 앨범 'Operation: Mindcrime'의 분위기가 언뜻 나는 인트로를 가진 'Sacrificed Sons'은 다시 느릿하면서도 애잔한 보컬로 이어진다. 10분이 조금 넘는 곡인데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 이 앨범의 끝곡인 8번째 곡 'Octavarium'은 24분의 대곡으로 톤이 퇴색된듯한 몽환적인 음이 곡선을 그리면서 3-4분 동안 서서히 진행한다. 그러다가 고조된 음이 마치 불꽃놀이하듯 터지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데, 펜드래곤(Pendragon)의  'Am I Really Losing You'의 후반부 인상적인 기타음과 비슷함이 엿보인다. 이 곡도 역시 중반 이후에 속도와 강도가 전환되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특히 후반부 나레이션에 이어지는 빠르게 증폭되는 부분은 마치 레드제플린의 'Achilles Last Stand'의 급박한 드럼 연주를 연상케 한다. 이어서 마무리는 다시 서정미가 깃든 웅장함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

새로운 실험성과 의욕보다는 '숨 고르기'같이 힘을 살짝 뺀 앨범으로 보인다. 이것은 드림씨어터 밴드의 앞날의 어떤 징후가 담겨 있다고 과장되게 해석할 수도 있다. 즉 드림씨어터는 어느 정도 그들이 드러내고픈 걸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드림씨어터라는 자리가 어색하면 프로젝트 밴드 Liquid Tension Experiment나 전 키보디스트 케빈 무어(크로마키)와 함께 O.S.I. 등에서 또 다른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그런식으로 몇몇 멤버는 드림씨어터에 대한 결핍을 나름데로 밖에서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드림씨어터 자체의 결핍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2-3장 앨범을 내고 해산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주요 멤버의 교체라든가..  꿈의극장 그 안에서 펼쳐진 촘촘한 환각의 연주들, 그 꿈을 깨우러 아침이 다가오는 소리가, 메시지가 이 앨범 귀퉁이에 담겨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튼 이번 앨범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8 '의 상징성이 여러모로 드리워진 실험적인 컨셉을 가졌지만, 실제 음악은 그렇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앨범이다. 이것 자체도 대단히 실험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드림씨어터의 앨범이 아니라면 이 앨범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림씨어터의 앨범이기에 과거 다른 앨범들이 발산하는 무거운  광휘에 맞서 이 앨범이 다소 수그러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까칠하지 않은 좀 나긋해진 드림씨어터를 원한다면 부담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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