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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리들리 스코트 감독, 올란도 브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리들리 스콧 감독은 코믹에서 공포 영화까지 세련된 솜씨를 보여준다. 물론 여러 장르에서 굵직한 영화들을 만든 큐브릭 감독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약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성향에 있는 것 같다. CF감독에서부터 시작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대중의 눈을 의식하면서도 적당한 타협의 선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절충주의에 가깝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리들리 스콧은 못해서가 아니라 굳이 그렇게까지 모험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블랙 호크 다운]에서 생생한 현대전을,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 시대의 전투장면을 멋지게 그려 낸 경험이 이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대규모 전투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많은 인원이 동원된 거대한 싸움 장면들인데, 질질 끌지 않고 적당한 시각적 흥분도 주면서 잘 담아 낸 거 같다. 이 장면들만으로도 이 영화는 좋은 시각적 재미를 가진다.

올랜드 블룸이 맡은 '발리안'은 큰 야망을 품은, 원대한 기상을 지닌 남성상으로 시작하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거대한 운명에 이끌리는, 그러나 그 운명에 동참하면서 그것을 견딜만한 역량, 역능을 부여받는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계기들을 통해 변화하는 인물을 묘사해 내야 하는데, 블룸의 연기는 다소 여려 보인다. 그래서 어떤 비장미를 느껴야 하는 부분에서도 몰입이 좀 힘든 아쉬움이 있었다.

문명과 종교의 문제가 얽혀 있는 영화이다 보니, 어느 입장에서 풀어나가느냐도 중요하다. 감독은 딱히 어느 편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더 미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에 자연히 초점이 맞춰지기에 서구인의 시선 안에 그려진 쳐들어오는 이슬람이고 살라딘 대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십자군 전쟁'에 대해 이 영화는 큰 뼈대 하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꽤 중층적인 것들이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 이쪽도 저쪽도 어떤 거대한 하나의 힘과 단순한 생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고민들이 나열되어 있고, 거기서 우세한 의견이 결국 힘을 행세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외면한 채, 단순히 적과 적의 싸움으로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어느 정도 그러한 스펙트럼을 담고 있고, 또한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예루살렘을 둘러 싼 거대한 힘의 충돌를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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