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X2 (2disc) : 일반 킵케이스 - 할인행사
프랑소와 오종 감독, 발레리아 브루니 떼데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자극적이지 않고 뚜렷한 스토리 라인이 없는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달콤하지 않은 쿠키 다섯개를 (설탕 없는) 블랙 커피와 함께 먹는 맛, 그런 맛을 즐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잘 되면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을 보내고, 아이도 낳고, 그러다 나이 든 중년이 되어 이런 저런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그 긴 시간을 몇줄로 요약하면 너무도 밋밋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도 상대방이 모르는 순간의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그러한 것들도 건조한 시선으로 그냥 담아내어 버린다.

이런 쿠키를 먹는 경험이 허무를 가져다 주기도 할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자극이 없는 맛에 남다른 맛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여운으로 포장해서 그 후로도 가끔 꺼내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 남녀를 거꾸로 되감아서 바닷가로 옮겨 두고, 음악을 흘려 보내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 음악이 파도처럼 영화를 먹어버린 것 같다. 이젠 해변가 두 남녀의 뒷모습만 어른거린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ost를 찾아 다녔으니까..   음악은 필립 롬비(Philippe Rombi)가 맡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디 히트 DE
로렌스 카스단 감독, 리차드 크레나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팜프파탈은 흑백 고전 영화에서부터 줄곧 영화 속 남자배우를 힘들게하면서 지금까지도 관객에게 어필하는 매혹적인 요소다. 그것이 꼭 '남자의 유혹적인 대상으로서의 여자'라는 겉으로 드러난 설정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욕망이 인간을 이끄는 어떤 과정과 닮음이 있다.

운좋게도 아리땁고 신비감이 있는 여성을 만났다(너무 나이가 많지 않으면 더 운이 좋은거다).

그 여자도 자신에게 호의적이다. 살짝 미소까지 곁들이면서..(처음에는 쌀쌀맞게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 여자의 매혹에 빠진다. 그리고 나서 남자는 비일상적인 일 또는 경험을 한다.

뭔가 댓가가 따른다.

즉 매혹의 범상치 않음에 비례해서 그 안에는 '얼룩'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말 무사히 아무일 없이 거저 그 매혹의 여성을 얻는다면, 그 싱겁기만 하고 달콤한 영화가 무슨 긴장과 매력이 있을까?

다만 남자는 그 얼룩에 미끄러져서 크게 다치던가, 아니면 비틀 비틀 하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자신이 겪었던 그 미스테리한 현실을 씁쓸하고 굳은 표정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팜프파탈에는 '성'은 내재한 채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성적 코드를 시각적으로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이 과거 그러한 영화들과 다른 곁가지를 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가 보아 온 영화들에서 숨가쁜 화면으로 담았던 장면들과 비슷한 것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즉 한 사람의 정체가 벗겨지는 대목에서 말이다. 이 영화에는 그런 현대적 팜프파탈의 원형들이 숨어 있다.

캐서린 터너와 윌리엄 허트의 젊은 모습을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엑소시스트 (1disc) - 할인행사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린다 블레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에 엑소시스트를 아마 여러 번 봤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욕설과 이상한 액체 등이 강한 기억으로 남았을 뿐, 영화 전체를 쭈욱 따라가며 감상한 흔적, 하나의 긴 맥락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감상하는 경험을 가졌다.

이런 심령영화(엑소시즘, 퇴마)의 초기작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서둘지 않는 노련미가 있다. 즉 결정적인걸 어디서 얼만만큼 보여줄지를 절묘하게 골라내고 있다. 그로인해 영화 앞부분이 느슨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 영화가 선 보인 시기가 70년대 초임을 감안한다며, 그리고 이런 영화가 부재한 상황이라면 '충격 효과'를 제대로 달성하기에는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시각적인 면에서도 그렇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충격적인 것은 관객이 예상하는 순간보다 느리게 혹은 너무 빠르게 뭔가를 선사한다는데에 있는 것 같다.  소녀가 악령에 쓰인 걸 관객은 눈치채지만, 영화에서 엄마와 의사들은 기존 상식의 범위 안에서 그것을 해결하려 애쓴다. 뇌 안의 어떤 육체적 원인에서부터 정신병의 여부로. 그래서 첨단 의료 장비를 통해서 그 원인을 찾느라고 헤멘다. 그런 헛다리 짚는 첨단 과학의 행동들을 관객은 답답한 시선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정신과 의사들이 마지못해 권하는 제안이 '주술의식'?이다. 그것이 신빙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간혹 그런걸 믿는 환자들에게 심리적으로 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가짜 믿음엔 가짜가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고 오래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젊은 신부와 소녀가 대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빠르게 이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늙은 메린 신부까지 불러 들인다. 악령에 제대로 씌인, 악령이 장악한 소녀와 두 신부와의 만남. 그리고 엑소시즘이라는 일종의 퇴마의식이 차가운 입김과 함께 시작한다.  

영화 맨 앞부분에 이라크 유적 발굴 현장에서 메린 신부가 악마의 상징물을 발견하고 나서, 그 불길한 조짐이 분명 현실화될것임을 우리는 예상했다. 그 지점이 바로 아주 뒤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루하게 기다렸으니, 그들의 만남에서 불꽃튀는 한판 대결이 있을 법도 한데, 그 무서운 장면들을 대비하면서 호흡 조절을 하는 관객의 바램을 영화는 보조를 맞춰주지 않는다. 잠깐 하는 사이에 메린 신부는 싸늘하게 죽어버렸고, 젊은 신부가 그것을 발견하자 마자 소녀의 악령은 그에게 전이된다. 신부의 얼굴에 악령의 모습이 깜빡일때, (관객이 이게 뭔가? 좀 생각을 더듬기도 전에) 그 신부는 너무나도 빠른 판단과 그 권투로 다져진 운동신경?을 발휘해서 창밖으로 뛰어든다.  그래서 공포를 즐기지도 못하고 공포의 빠른 습격, 그것도 카운터 펀치라기 보다 적절한 잽에 불쾌한 타격을 맞은 꼴이 되버렸다.

바로 그러한 묘한 불일치가 개운하지 않은 맛을 주고, 이 영화가 주는 어둑 어둑한 뒤끝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금에서 보면, 그렇게 강한 시각적 공포를 조장하지 않고서도(물론 그 당시에는 파격일 수 있지만) 뭔가 심리적으로 무거운 공포의 잔상을 남기는지도 모른다. 

덧붙임: 어린 소녀의 아빠는 로마에 있다. 즉 소녀에겐 아빠가 부재하다. 그런데 소녀가 위험에 처했을때, 다른 아빠가 찾아온다. 파더, 바로 신부(Father)다. 아빠가 없는 소녀에게 파더들이 구제하러 오는 것이다. 여기에 담긴 미국 사회에 대한 메타포도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열한 거리 (2disc) : 디지팩
유하 감독, 남궁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 영화제에서 조인성이 남우주연상을 탔다길래, 영화보다는 그의 연기가 궁금해져서 '비열한 거리'를 봤다. 요새 우리나라 영화에서 관객에게 노출되는 폭력 이미지의 강도가 많이 높아졌다, 이 영화도 성격상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거친 흐름을 담고 있지만, 쓸데없이 남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거친 골과 골 사이에는 한 사람의 인간적인 떨림과 70년대 정서가 엿보이는 남녀의 절제된 감정도 따라 흐른다.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의 연애는 대개 가볍게 에피소드식으로 다루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혈관처럼 가늘지만 줄곧 이어진다. 이것이 이 영화를 그냥 한 생각으로 단지 폭력영화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의리 혹은 배신으로 물든 남자들의 그 거친 세계는 더 큰 힘을 가진 자의 명령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개인적 판단이 거의 부재한) 자동 기계'와 닮았다. 그래서 주인공(조인성)은 어떻게 보면 인간적으로 아픔이 많은 여린 남자이지만, 보스의 명령을 실행할 때에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인정사정 없는 기계같은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컨벨트{비열한 거리)에서 벗어난 곳, 즉 가족, 친구, 애인 곁에서는 정과 애정이 수줍게 숨쉬는 한 남자가 된다. 그래서 오래도록 그리워 한 여자 앞에서는 여러 감정의 산란으로 갈등하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기계, 즉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주인공이 폭력과 살인 등 지독한 행동들을 함에도 불구하고 비열함이 이 남자에게 뿜어져 나오지는 않는다. 그 비열한 거리가 그를 그리하게 만든 거처럼 보이게 한다. 그 거리, 그 상황이 이 남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중층적인 인간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속력이 강해 보이던 의리도 비열한 거리의 생리에서는 언제든 배신으로 탈바꿈한다.

유하 감독의 이 영화는 비슷한 색깔을 가진 다른 영화들에 비해 두드러진 독창성이나 개성이 넘실거리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실감이나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게 완성도를 높였다. 과거 '말죽거리 잔혹사'에 비해서도 따로 노는, 엇나간 장면이 많이 줄어들었다. 작품성, 예술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영화들에서 말끔한 느낌을 주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건, 앞으로 더 좋은 영화들이 나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징후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레이닝 데이 - [할인행사]
안톤 후쿠아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마약과에 들어가 형사로서 좀 더 굵게 나아가고 싶은 신참 제이크(에단 호크)를 기다리는 알론조(덴젤 워싱턴)는 그의 피부색처럼 강한 느낌이 난다. 하루 동안 제이크는 이 검은빛 피부의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이 바닥의 냄새와 풍경을 맛봐야 한다.

이 바닥은 무슨 바닥이냐? 알론조의 입장은 이렇다. 큰 줄기로는 그 역시도 마약 범죄에 맞서 그것을 줄이거나 관리하는 거지만, 잔 줄기는 어느정도 융통성을 가지고 눈도 감고 타협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즉, 법원칙대로만 한다고 효과적으로 그러한 일을 수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가령, 큰 것을 물기 위해 작은 것은 그냥 봐주면서 정보도 얻는다거나,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하는 일. 더 나아가 거물 마약범의 돈을 털어 사인을 조작하고 서로 돈을 나눠 갖는 막가는 짓까지 말이다. 물론 알론조가 선택한 이 방법이 단지 일의 효과적인 수행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건지, 그러다 언제부터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도 너무 눈을 감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여튼 이 바닥에서는 통하는 알론조의 아우라에 약간 기세가 눌린 제이크는 '원칙 고수'를 십자가 마냥 가슴에 대고 알론조에 대항한다.  하지만 번번히 알론조의 능변과 극한 상황에 몰리면서 잠시 자신의 자리를 이탈, 조금씩 알론조의 입김에 스며든다. 여기서 기억나는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는 이렇다. 알론조가 제이크에게 소개한 몇몇 어르신들?이 제이크를 보면서 하는 말이 대충 요약하자면, "너는 젊은 시절 알론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즉 알론조도 너처럼 처음에는 법과 정의, 그리고 신념이 가득찬 신참 형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남들보다 더 이 바닥에 적응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했다는 뉘앙스가 아니겠는가?

알론조는 무지막지한 인물은 아니다. 그래도 몇번 기회는 준다. 하지만 제이크가 끝까지 거부한다면 그도 어쩔 수 없이 최종 선택을 할 것이다. 제이크는 어쨌든 댓가를 치러야 하고, 알론조 역시 댓가를 치러야 한다. 각자 자신이 선택한 방법 그 안에는 역시 서로 다른 운명의 순서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실수 혹은 작은 선행이 나중에 한 사람의 큰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건, 다른 영화들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것인데, 늘 신선한 흥미를 준다.

헐리우드 영화는 강하고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영상을 관객들에게 볼거리로 선사하지만, 마무리는 늘 판에 박은듯이 어떤 암묵적인 룰을 따른다. 이 영화는 과연??

 

감독 안톤 후쿠아(Antoine Fuqua)는 흑인인데, 그래서 그런지 흑인 뒷골목의 풍경이나 거기 나름의 팽팽한 힘의 질서를 잘 전달해준다.

덧붙임-스포일러를 노골적으로 안 드러내고 쓰려다보니, 쭈욱 가다 멈춘 느낌이 난다. 그래도 다 말해버리면 앞으로 볼 사람들한테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