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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 - 완전 무삭제판, 태원 5월 할인행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마이클 피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야 알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이 감독의 이름이 이 영화하고는 어울릴듯 하면서 어울리지가 않는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 '거미의 계략(La Strategia Del Ragno'70)'이니 '순응자(Il Conformista'71)'의 이글거림이나, 혹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의 느린 파격, 대작 '마지막 황제'에서 보여준 3시간이 넘는 길이 안에 두터운 시공간을 가두는 노련한 솜씨 등을 바라는 건 괜히 노인(감독)에게 부담을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징후는 있었다. 리브 타일러가 나온 '미녀 훔치기(Stealing Beauty'96)' 같은 영화에서도 제한된 공간(마을)에서 흔히 말하는 '무거운 주제 의식'은 괄호 쳐지고, 그냥 여인의 행적을 따라 가는-미녀 감상만으로도 가능한 영화가 있었으니 말이다(물론 이 영화가 가볍고 이해하기 쉬운 영화라는건 아니다).
이 영화 '몽상가들'을 보고 기억에 남은 건.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Eva Green)의 발견이고, 그 여자의 카메라 밖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하나의 온전한 나체였다. 그것이 도발적인 이유는 우리의 시선을 능동적으로 그 여자의 알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듯이 나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여자의 알몸이 우리를 응시하듯 드러난다는 데 있다. 영화 안에서도 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결국 그 여자에게 순응해가듯, 관객의 눈도 똑바로 그 여자를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약간 비켜나간 점에서 '쳐다보기'그 떨림과 긴장감이 이 여자의 나체를 에로티시즘과 다른 느낌으로 우리를 유도하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68 학생 운동의 줄기가 이 영화에 담겨 있고(굵은 줄기는 아니다), 그것에 동떨어지지 않는 세 명의 모습들이 있지만, 서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몽상가들이기 때문이다. 몽상은 그것이 아무리 거창하고 요란해도, 자신을 파국으로 삼을 지언정, 밖으로 당장 전이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창 밖에서 무리들의 행진이 있고, 소음이 들려도 이 협소한 집 안에 가득한 '몽상의 공기'는 그들 세 명이 뿜어낸 것이고, 또 순전히 그들만의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비록 무거운 것들을 다룬다고 해도, 그 방법은 무겁지 않다. 의식 있는 대화나 토론, 마치 영퀴 같은 장난, 박물관에서 줄행랑 등 생각해 볼거리 보다는 시각적인 처리로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즉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젊은 남녀의 싱싱한 (약간 위험해 보이는) '지적 유기체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재능 있는 신예 감독의 데뷔작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베르톨루치라니? 이 감독이 혹시 회춘한 것이 아닐까? 영화 안에도 몽상가들이 있지만, 그들을 만들어내고 가볍게 즐기고 싶은 또 하나의 몽상가는 감독 자신이 아닐까?
내 감상이 너무 주관적이었다면, 나도 몽상에 탓을 돌리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