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가르주나(용수)가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사유의 힘을 보여줬을까? 나가르주나는 너무도 먼 과거의 사람이고, 현재의 언어에 맞게 살리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여태 나가르주나에 대한 연구가 유럽과 일본 등에서 많이 이루어졌지만, 그가 가진 핵력(씨앗의 힘)에 비해선 그 여진이 너무 제한적이다. 어쩌면 나가르주나 복원이라는 것 이상으로, 지나친 시간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간격을 여기에 접근하는 학자들이 메꾸기도 해야 한다. 그건 고루한 해석학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손에선 이루어지기 힘들다. 현재화된 용수의 가능성! 그 빈칸을 채울 수 있는 해석학적 활력을 기대한다.
<회쟁론>
<용수의 사유>는 나가르주나의 특정 텍스트(중론)나 그의 가장 유명한 '공사상'만을 다루지 않았다. 물론, 중관사상, 특히 나카무라 하지메 등의 현대적인 텍스트 접근(연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나카무라 하지메의 책처럼 일대기 형식과 그의 사상을 병렬식으로 꾸민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전 책들과는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용수의 '비판 의식'을 날것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음을 밝힌다. 나가르주나에 의해 촉발되고 다시 그에 의해 변용된 (사상이 아닌) 사유! 어쩌면 철학과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는 사유의 힘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거기다가 서양철학과의 비교도 실려 있으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건, 논문이라서 형식의 자유로움은 약할 수 밖에 없다.
금강경이 좀 더 가벼운 걸음으로 오는 것이 보인다. 한형조 교수의 책 <붓다의 치명적 농담>과 <허접한 꽃들의 축제>는 표지 빛깔 만큼이나 금강경에 대한 정공법과 반항적인 해석을 선 보이는 구성인 듯 하다.
줄리언 제인스의 <의식의 기원>은 아직 보진 못했지만, 책 정보만 보고도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굵직한 몇몇 이론에 기댄 눈치가 아니다. 목차를 보니, 그 전개 과정도 의식을 다루는 책에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순서도와도 사뭇 다르다. 이성과 비이성적 지식이 교차하는 거의 오디세이 수준인데, 마음 단단히 먹고 즐겁게 도전해 볼 만한 텍스트를 만난 기분이다.
존 샌포드의 <융 심리학, 악, 그림자>는 예전에 나온 <융학파 정신분석가가 본 악>과 같은 책이다. 지은이가 특정 종교와 밀접한 거 같긴 하지만, 이 책의 목차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단어들은, 다른 융 심리학 책에서는 얻지 못할 재미를 줄 것만 같다.
미술에 관한, 마구 읽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 보인다. <무의식의 마음을 그린 서양미술>은 책의 기획을 잘 잡은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잘 담아내느냐도 중요하겟지만.. 그 외에 눈에 가장 띄는 책은 <마법, 예술을 탐하다>다. 여기에 안성맞춤인 화가는 히레로니무스 보스일텐데, 당연히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다.
실체에 이른 길!이라니.. 이런 제목을 감히 쓸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로저 펜로즈라면 예의상 고개 한 번 정도는 끄덕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두꺼운, 그리고 왠지 치열한 지적 모험을 감수해야 할 것 같은 이 책을, 언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최근에 나온 재미있을 거 같은 책이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이라.. 마치 여태 서양과학이 보여 준 근본 입자에 대한 집착을 우회적으로 묘사한 듯한 뉘앙스다.
유기적이고, 과정적이란 다소 동양에 기댄 대안적인 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떠돌고 있다. 하지만 그럴듯하게 들리더라도, 그 밑바탕에 촘촘하게 박힐 무언가는 있어야 하겠다.
시집을 최근에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있다. 김용택 시인이 직접 고른 시들의 향연장 같다. 우리나라 시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서양의 네루다나 프로스트의 시도 끼여 있어서 부족하지만 균형미도 있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나중에 보여주기에도 안성맞춤일듯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논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려고 두꺼운 책을 구해서 차근차근 보려던(본게 아니고) 그 때 모습이, 희미하게 스친다. 논리학 책을 완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마치 수식이 없는 과학책이 있듯이, 논리학의 논리학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그러한 재미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책들이 있다.
물론, 터무니 없이 쉬운 (만화와 곁들인) 보나마나한 것들도 있지만,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찌릿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자극적이고 유쾌한 책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 <가짜 논리>는 아마도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끝으로 설명이 필요없는 책! 전에 나왔는데 절판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책 몇 권을 올려본다.
- 알프레드 베스터의 책으로는 <파괴된 사니이>가 유명하다. 이 책, <타이거! 타이거!>는 계속 품절 상태였는데, 최근에 판매중으로 나온다. SF를 좋아한다면, 이 기회에 구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덧붙임- 파괴된 사나이도 드디어 품절 상태에서 벗어났군요. 언제까지 구매가 가능한지 모르지만, 평소 이 책을 찾던 분들이 계시다면 서두르시길..).
<트리스트럼 샌디> 또한 문학(이론)이나 인문학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전설의 책인데, 오랫동안 품절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살아난 책이다. 매우 반가운 귀환이다.
프리고진의 대표작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는 예전에 고려원에서 나온 바 있다. 꽤 오랫동안 절판 상태였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표지도 새롭게 바꿔 나왔다.
복간판인걸 보면, 개정판이 아니라 그 전 번역본과 같은 걸로 보이지만, 시스템 이론이나 신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봐야 할 책으로 역시 반가운 재등장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롤랑 바르트의 독립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르트와 무관한 책은 아니다. 바르트의 책들에서 뽑은 텍스트 모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 책도 절판이었는데, 최근에 잠시 살아난 경우다.
<신화론>이란 책도 다시 판매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리길 바라면서..
조르주 페렉의 문제작 <사물들>도 독특한 소설을 찾는 사람들의 손끝을 간지럽히던 책이다. 한 동안 절판이라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표지와 함께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