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관심이 있다지만, 그의 책을 정독하는 걸 달가워하진 않는다. 이유는 물론 쉽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는 건, 여태 텍스트들과는 다른 어떤 이질감인데, 불쾌함, 지루함과는 다른 것이다. 어쩌면, 이건 들뢰즈적인 수사법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텍스트를 읽어가면서 어떤 알갱이가 생기고, 그것이 점점 커지거나 단단해지는 일반적인 과정과는 다른 것인데, 그래서 들뢰즈적이라는 것이다.
괜히 번역탓은 하고 싶지 않다. 번역이 잘 되어 나왔어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앙띠 오이디푸스> 같은 책은 호기심이 생기는데, 절판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재출간은 커녕 개정판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들뢰즈가 쓴 니체에 관한 책 정도는 보는 편인데, <차이와 반복> 같은 책은 왠지 꺼려진다. 이럴 땐, 우회적인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 좋게 차려 놓은 걸 구경하는 것이다.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이 요새 눈에 띈, 구경해야 할 차림 중 하나가 되겠다.
들뢰즈의 <영화>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 책은 구판으로 있는데, 2편을 기다렸는데 그냥 1편에 해당하는 부분만 다시 나온 셈이다. 물론 <시네마 1>, <시네마 2>로 나오긴 했는데, 난 주은우씨의 번역이 더 편하다. 어차피 나중에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두 번역서를 다 번갈아 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 <들뢰즈 개념어 사전>이 나왔다. 칸트, 니체, 헤겔, 마르크스, 라캉 등의 사전은 이미 볼 수 있었는데, 드디어 들뢰즈도 여기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건 들뢰즈 사상의 영향력과 독창성에 따른 것이이라..
지젝과 고진의 책 몇 권이 눈에 띈다.
지젝은 요새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일까? 그러다 또 어떤 기발한 외통수를 공격할지..
가라타니 고진의 책도 오래만에 보인다. 고진의 텍스트는 일정한 리듬과 패턴, 반복과 그 반복을 추스려서 과거의 텍스트를 다시 매만지는 모양새가 보인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화려함과 기발함의 모습을 보긴 어렵다. 하지만 차근차근 정진해 가는 것도 그 안에 무게가 계속 불어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겠다.
지은이가 음악가(작곡가)이기도 하다는데, 이러한 음악적 요소가 인문학에서 어떤 기이한 율동으로 텍스트를 요란하게 할 지 기대하게 만든다. 원래 하나의 책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10년에 걸친 글들을 모은 것이긴 하나, 오히려 이 부분이 책의 표지, 제목과 함께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
긴 시간을 두고 나온 글들이 하나의 악보라는 장(場) 안으로 들어와서 재배열되어 최소한의 질서를 부여받음과 동시에 이질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불협화음!
편안하게 걸을 수 없을 거 같지만, 젊고 지적인 콩나물? 몇 개를 얻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
다시 구조주의를 차근차근 보려는 마음을 먹는다. 구조주의와 기호학을 기본적으로 확실히 해두는 것이 이쪽에서 자라난 사유들의 만개를 어느 정도 바라볼 수 있기에..
<구조주의와 해석학>은 구조주의 개론서는 아니지만, 목차를 보니까 서양 사유의 뿌리에서부터 자라난 흐름에 대한 반성적인 물음이 느껴진다.
인정투쟁이니 물화라는 개념은 이쪽 책들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마주치는 것들이다. 악셀 호네트의 책 제목이기도 한데, 이 사람의 책이 나온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물화>는 꼭 봐야할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왠지..
<-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라는 책을 최근에 발견해서 이 글에 살짝 넣어본다. 영화에 대한 책은 이젠 결국 더 이상 새로운 모양새를 갖추고 독자를 마중하기는 힘든 시점이다. 결국 비슷한 형식 안에서 저자의 '질' 문제로 남는다.
이 책은 그래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독자에게 일방적인 전달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까지 선사한다. 그리고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닌(차례를 참고) 과거와 현대 영화를 아울러서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지루하기 않게 꾸미고 있다.
제대로 한 번 읽어보게 자극하는 셈이다.
그럼 오랜만에 영화 책들을 살펴보자. 영화를 좀 더 능동적으로 보려 한다면, 편집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에 관한 책을 찾아 보곤 했는데, 좀 까다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 카메라(의 시선과 지속)와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터. 최근에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책을 보면서도, 그러한(카메라나 편집) 작은 차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드는 지 새삼 느낀다.
이런 편집에 관한 책 중에서 <눈 깜박할 사이>가 아마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모양이다. 내용이 기대가 되기는 한데, 두께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시네 리테르>는 문학과 겹쳐지는 영화에 관한 책으로 보인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 여기에 관한 책들은 찾아보면 여럿 있다. 우선 잘 읽은 기억이 있는 로버트 스템의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이 우선 생각난다. 시각성을 강조한 <소설과 카메라의 눈>도 있고 <영화와 문학>, 비누아의 <영화와 문학의 서술학> 등등..
책 제목이 얌전하다, 그리고 표지마저 고요히 가려앉은 물빛 분위기를 주기에 눈에 금방 띄지 않은 책, 영화 책을 찾았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새로이 토해 낸 글들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와 연결된 사유, 철학적 끼어듦! 영화의 역사에 맞춰서 그 긴 여정에서 중요한 정거장들을 추려서 하나의 지도(연대기)를 만들었다.
물론, 그러한 책들, 어떤 주제를 향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론들을 묶은 것들이야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모음에서 또 어떤 내적 질서를 부여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책을 곧 손에 넣을텐데, 아마도 내 짐작에, 이 책에선 그 고른 마감질이 느껴진다.
영화를 그냥 가볍게만 보려 한다면, 이 책은 쓸데없는 잘난 척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무겁게, 쉽지 않게 보려는 눈도 있다. 그 눈이 잠시 스크린을 벗어나 검은 텍스트를 원한다면 꽤 유혹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 그 외 눈에 띄는 영화 책들을 대충 뽑았다. 이 중 <영화에 관한 질문들>은 제목은 좀 평범한데, 내용은 고급스러운 책이다. 좀 더 양질의 영화 담론을 구경하고 싶다면 한 번 기웃거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속의 정신장애>는 제목 그대로 영화 속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정신병-정신장애를 꽤 많이 모으고 분류한 책이다. 이 분야에 흥미가 있다면 꽤 도움이 될 듯.
<아방가르드 영화>는 책 제목 그래로다. 워낙 이 분야를 다룬 책들이 희귀해서, 나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고 해야할까? 이와 비슷한 책이 전에 <시각영화>란 제목으로 나왔지만, 현재는 품절 상태다. <신 스터디>도 눈에 띈다. 잘 만들어진 영화의 신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명품 장면의 비법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추가로 영화 책을 몇 권 덧붙이자면-
토마스 엘새서의 <영화 이론>과 카세티의 <현대 영화 이론>이 평범한 제목에 비해 내용이 매우 돋보인다.
특히 엘새서의 <영화 이론>은 기존의 영화 이론서의 진부한 연대기적인 순서를 벗어나 저자의 독창적인 주제를 통해 영화들을 갈무리 하고 있다.
끝으로 몸을 챙기자. 건강, 요가에 대한 책들..
백은선사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분으로 알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도 아직은 찾을 길이 없다. 하지만 왠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구석이 있다.
데이비드 프롤리는 요가와 아유르베다에 관한 책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약간 내용이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요가와 아유르베다를 유기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필요하다면, 당분간 그를 찾아야 할 거 같다.
게오르그 호이에르슈타인은 서양학자로 꽤 유명한 사람이다. 요가에 대해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책의 내용도 상당히 영양가가 높다. 그런데 그의 책이 요새는 대부분 품절인듯 하다. 다시 새로 나오길 기대하면서..
끝을 한 번 더 찍어야 겠다. 이번엔 만화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에 대해선 잘 알진 못하지만, 꽤 유명한 작가인 거 같다. 그림체를 보니 그의 만화를 언젠가 본 거 같다. 그만큼 인상적인 그림이다. 마침 현암사에서 나온 10권짜리 서유기를 읽고 있는 참인데, 서유기의 변형판이라 할 수 있는 <서유요원전>에 관심이 간다. 국내에서 이 시리즈가 계속 번역, 나올 기세다. 그리고 <제과지이>란 책도 재미있을 거 같다.
무서운 것들도 많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