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은여성 대상으로 전쟁이었다. 『페미사이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제로서의 16~17세기 잉글랜드 마녀광풍>에서 매리앤 헤스터는 마녀로 고발당한 사람들이 거의 모두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한다. 





마녀광풍은 고발당한 사람들 절대 다수가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여성 대한 폭력이었다. 명의 남성이나 남성 집단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폭행을 가하는 강간과 달리, 마녀광풍에서 남성 폭력이 구현된 방식은 더욱 복잡하다. 마녀광풍의 핵심 요소였던 법률 기구는 전적으로 상위계층 남성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매슈 홉킨스같이 마녀사냥을 업으로 삼은 개인들 또한 남자들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마녀광풍의 일반적 맥락이다. 마녀광풍은 여성이 열등하며 죄가 많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에 발생했다. 또한 시기의 사회구조는 여성의 열등성을 가정하고 반영한 구조였으며, 당시 여자들은 사회 권력의 중요한 영역(예를 들어 교회와 국가의 위계구조)에서 배제되었다. 이러한 맥락이 없었더라면, 마을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비난받은 이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일 만큼 높았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일반적 차원에서 마녀광풍은 개별 남성이 여성에게 행한 폭력이기보다 남성 지배적 사회관계의 맥락 속에서 발생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었다. (『페미사이드』, 86) 





,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며 죄를 짓기 쉬운 존재로서, 남성이 죄를 짓도록 유혹하는 존재라는 사회적 통념이 남성보다 여성을 쉽게 악마와 연관시켰으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으로 여성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잘못된 생각들은 주변의 가난하고 거칠고 공격적인 여성들을마녀 고발하는데 거리낌이 없도록 만들었고, 마녀의 처형으로 공포와 불안, 사회적 동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마녀에 대한 의심과 고발, 체포와 처형은 모두 적법한 법률 기구에 의해 시행되었으며, 지금으로서는 감히 용납될 없는 가학적이고 잔인한 마녀 고문 역시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마녀 재판 심문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에 시달려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한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들, 성적인 위업을 달성한 한참 지난나이 많은여성들에게, ‘ 관계 때의 느낌이 어떠했는지’, ‘어떤 쾌락을 경험했는지 강박적으로 물었다.(284) 인간 한계를 넘어선 고문을 통해 형틀에서 고통받던 여성들은 자신의 실제경험 상상 속의 일들을 하나로 만들어내어 거친 언어로 토해냈으며, 여성들의악마와의 성교고백이 마녀 감별 유죄 판단의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분명 마녀사냥의 언어는 여성을 본성적으로 변태적이고 육욕이 강한 다른 종으로생산했다. 또한여성변태 생산은 에로틱한 얼굴을 가진 여성에서 노동하는 얼굴을 가진 여성으로 여성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단계였다고 말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노동으로 변형하기 위한 단추였다. (284) 




마녀사냥을 통해 여성의신체 대한 사회적 공격이 성공함에 따라, 마녀사냥이 종료된 후에는 여성 신체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강화되었다. 여성의 신체는출산 기계 제한되었고, 한편으로는검사검시 대상으로 추락했다. 여성들만의 협동 과정으로 인식되었던 출산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산파들은 모두 쫓겨났고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남자 의사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모든 형태의 피임 그리고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는 문자 그대로 악마화(144) 되었으며, ‘성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멸시 받는 여성은 자신의 속박당했다



성적인 존재인 여성은 무력해졌다. 무력해져야만 했다. 마녀사냥을 통해여성의 신체 여성 자신의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 가정과 남성의 몫으로 배당되었으며, 이는 여성의 정치, 사회, 경제적 지위의 몰락을 의미했다

마녀 사냥은 성공했다. 성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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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0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초축적이 아직도 어려워요, 단발머리님.
그래서 실비아 페데리치 책도, 그리고 원숭이 자본론도 재독이 필요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 한 권을 읽으면 다른 책이 마구 읽고싶어지다니.. 너무 좋지 않나요? 물론 갈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입니다.

저는 어제 가부장제의 창조 시작했어요. 아직 서문이지만, 자, 3월달도 화이팅입니다!! 성의변증법 도 같이 가고 싶은데, 가부장제의 창조 읽기도 빡셀 것 같아요. 우앙 ㅠㅠ

단발머리 2019-03-05 16:50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요, 저도. 저도 시초축적이 어려워요ㅠㅠ
(쇼님 페이퍼 얼른 올라오기를~~~~~~~~~)
저도 <혁명의 영점> 다시 읽으면서 재독의 효과 &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꼈거든요.
처음 읽을 때는 아무래도 ‘흥분‘ 상태라서요.

저도 혁명 진도 얼른 마무리하고 <가부장제의 창조> 따라갈께요. 빡셀 것은 확실하지만 기대되고 그래요. 우앙 ㅠㅠ

syo 2019-03-05 21:29   좋아요 0 | URL
시초축적을 기다리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직 시초축적 페이퍼의 ㅅ도 축적하지 않은 상태라 송구스럽습니다..... syo 딱히 원숭이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으허허허ㅠㅠ

단발머리 2019-03-05 21:36   좋아요 1 | URL
어맛! 기다리던 분이 여기 계시네요.
시초축적은 일단 ‘ㅅ‘으로 시작하고요. 그 다음은 ‘ㅣ‘입니다. 그 다음은 ‘ㅊ‘이고요.
이런 식으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풀어주시기를~~~
물론 쇼님이^^ 기다릴께요!!!

블랙겟타 2019-03-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맑스용어자체가 한문어가 많아서 참 어렵긴 해요. 그리고 이 책은 맑스주의 안에서 쓰여진거라 맑스용어도 많이 나오고요. ㅠㅠ
저도 겨우 조금 이해 했지만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단발머리 2019-03-12 09:04   좋아요 1 | URL
마르크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시초축적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라 생각하기는 하는데, 아직도 밀린 책들 떄문에 그 쪽까지 읽지 못하고 있네요. 역시나 어려운 ㅠㅠ
 



레이 브래드버리 읽기를 계획한다. 역시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시월의 저택, 멜랑콜리의 묘약, 여름을 하루에














레이 브래드버리, 밤을 켜는 아이, SF 명예의 전당 2: 화성의 오디세이














민들레 와인, 일러스트레이티드 , 개를 읽는 시간 
















최후의 , 환상특급,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읽은 :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화성 연대기  
















그 중에서도 이건 꼭 읽으리라 = 실패의 기억 : 화씨 451, Fahrenheit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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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3-03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집? 호텔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잠시 제 침실을 생각... =.=;;

단발머리 2019-03-03 18:41   좋아요 1 | URL
여기가 집!이면 제가 행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이에요. 여행갈 때 책을 가지고 갔었더래요. 읽지는 못 했지만요....

비연 2019-03-03 16: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 갑자기 넘 안심이 되는건 왜인지 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3 23:45   좋아요 1 | URL
제가 저의 집 사진을 올릴 날은... 없을것이라 생각됩니다.
비연님의 안심은 곧 저의 안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화성 연대기』화씨 451』 함께 레이 브래드러리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99 1월부터 2026 10월까지 인간이 화성을 정복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그려내었다. 원래는 장편소설로 집필된 것이 아니었고, 1940년대 후반에 여러 잡지에 발표된 화성 관련 단편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이른바픽스업장편으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결성을 갖는다. (‘옮긴이의 ’, 402) 



지구인과 화성인의 만남을 그린 <2002 8, 한밤의 조우> 화성으로 이주하려는 흑인들과 이를 막는 백인들의 갈등을 그려낸 <2003 6, 하늘 한가운데 길로>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작품은 <2005 9, 화성인>이라는 에피소드다. 




라파즈 부부는 오래전에 죽은 아들 톰을 잊기 위해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한다. 내리는 , 라파즈는 어둠 속에 있는 작은 사람의 형체를 발견하고, 아이가 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 라파즈의 아내는 사람 형체의 존재를 쫓아내려 하지만, 라파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 네가 맞다면, 만에 하나 네가 진짜 톰이라면 말이다, 내가 빗장을 지르지 않을 테니까, 추워서 몸을 녹이고 싶거든 이따 들어와서 난로 옆에서 자도록 해라. 거기에는 털가죽 깔개도 있어.” (269) 




아침에 세수할 물을 길으러 운하에 가려고 밖으로 나가려던 라파즈는 물통 가득 물을 길어오는 톰을 만난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톰이 돌아왔다. 톰이, 죽었던 아들, 죽었던 아들 톰이 돌아왔다. 라파즈의 아내 역시 놀라지도 않고 돌아온 톰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톰이 들어왔다. 



며칠이 지나고, 라파즈 부인은 시내에 나가보고 싶다고 한다. 톰은 시내가 무섭다고, 사람들이 무서워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도, 라파즈 부인의 고집에 어쩔 없이 같이 시내에 가기로 한다. 라파즈는 보트에서 잠든 아들을 쳐다본다. 




대체 아이는 누구이고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처럼 사랑에 굶주린 아이는 누구일까? 고독을 참지 못해 외계인 캠프로 들어와 우리 기억 속에 있는 목소리와 얼굴로 변장을 하고 아내와 사이에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비로소 행복해진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아이일까? 어느 산에서, 어느 동굴에서 왔을까? 지구에서 로켓이 왔을 세계에 남아 있던,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작은 종족에서 것일까? (277) 




시내에 들어섰을 술에 취한 남자 셋과 부딪혀 피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 라파즈는 톰이 사라진 알게 된다. 라파즈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톰을 찾아 헤매다가 스폴딩의 딸아이 러비니아가 그날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 행방불명되었다가 바다 밑바닥에서 몹시 부패한 시체 상태로 발견되었던 아이, 아이 러비니아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라파즈는 스폴딩의 집으로 찾아가 러비니아를 만나 그녀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엄마 생각을 해봐. 엄마가 받을 충격을.” 

사람들의 의지가 너무 강력해요. 그래서 마치 감옥에 갇힌 느낌이에요. 마음대로 예전 모습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 

너는 톰이야. 톰이었고. 그렇지 않니? 노인을 놀리면 . 너는 진짜 러비니아 스폴딩이 아니잖아?”

나는 누구도 아니에요. 나는 다만 나일 뿐이에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나는 어떤 존재예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당신을 어떻게 도울 없는 존재예요.” (284)  




결론은 너무 슬프다. 아무의 얼굴도 아니며 모든 이의 얼굴이었던 그녀/그는 사라진다.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이렇게 불행에 맞닥뜨려져 묻는다. 라파즈 부인은 톰을 억지로시내에 데리고 갔을까.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아들이 싫다는 일을 강요했을까.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는데 시내 구경에 집착했을까. 톰의 정체를 불안해하던 라파즈는 아내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을까. 라파즈 부인의 고집은 죽었다가 돌아온 아들 톰을 바꿀만한 것이었을까. 지극히 작은 사소함이 부른 엄청난 비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변신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 소설이 주는 질문 중의 하나다. 화성을 침략한 지구인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지구인이고 화성에서조차 떠나온 지구를 실현한다. 하지만 침략 당한 화성인은 예전의 모습으로 없다. 화성인은 변신해야 하는데, 침략자인 지구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지구인이 원하는 목소리로, 지구인이 원하는 얼굴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있다. 변신은 침략 당한 화성인들만의 몫이며, 변신을 요구하는 지구인들의 목소리가 끝없이 높아질 , 화성인은 파멸을 피할 없다. 침략 당한다. 그들의 행성 화성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누구도 아닌, 다만 나일 뿐이라는 화성인의 말이 무겁게 들린다. 어디에 있든지 나로서 존재하고 싶고 또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던 화성인은 결국 누구도 되지 , 그렇게 지구인들에게서 멀어져 간다. 소리치는 지구인들의 욕망에 그녀/그는 아무도 되지 한다.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다. 



어젯밤에는 오랫동안 라파즈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온 톰이 톰이 아니란 알아챘던 라파즈에게 톰의 정체가 밝혀진 현실은 어떨까. 남겨진 그가 사는 세상을 어떠할까. 톰이 톰이 아닌 알고 있지만, 톰을 톰으로서 믿고 사는 편이 나았을까. 아니면 톰은 톰이 아니니, 톰이 아니란 알게 현재가, 진실이 드러난 현실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나을까. 어느 편이 행복할까. 어느 편이 참을 만할까. 어느 편이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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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3-02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이예요. 읽었는데도,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단발머리 2019-03-02 08:04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서야 레이브래드버리를 알게 된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책 찾아보다가 보슬비님 리뷰도 보았구요.
이 리뷰 올렸더니, 알라딘이 <보슬비님도 ‘화성연대기‘를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남기셨다>고 알려주세요.
친절한 보슬비님, 친절한 북플^^

책읽는나무 2019-03-02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보슬비님 댓글의 일치된 조화!!
ㅋㅋㅋ
영광이겠습니다^^
저도 어떤 작가님이 추천한다는 말을 들은후,읽고 싶어요!에 기록한후,쭉쭉 밀려나버려 잊고 있었네요.
아쉽게도 저희 도서관엔 없더라는...ㅜㅜ
희망도서 신청이라도 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19-03-02 08:0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오늘 아침에는 북플과 보슬비님이 모두 레이브래드버리를 응원해 주시네요.

희망도서 신청하신다는 생각에는 엄청 찬성합니다만,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이라서요 ㅠㅠ
저도 책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으로 읽었지만, 그래도 이게 웬떡이냐! 하면서 감지덕지 읽었습니다.
근처 다른 도서관에서라도 책나무님도 이 책을 만나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시댁식구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책은 (꿈도 야무지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Fahrenheit 451』 (기대만발) 어슐러 K. 귄의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였다. 레이 브래드버리 책은 겨우 두어 페이지를 넘겼고, 어슐러의 책은 정도 읽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시작한 책은 다니엘 페나크의소설처럼』. 




우리는 온갖 문제를 이야기했다. 

비단 텔레비전만 문제가 되는 아니다. 

아이들 세대와 책을 읽던 우리 세대의 청소년기 사이 수십 년에는 세기에 버금갈 만한 심연이 놓여 있다. 

따라서 심리적으로는 우리와 우리 부모의 관계보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유대가 훨씬 가깝다고 느낄지 모르나, 정신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우리 부모 세대에 가깝다. (29) 




건물에만 들어서만 WIFI 비번을 찾아 헤매는 바지런한 몸놀림이나 조식 부페에서 접시에 담아오는 , 소시지, 스크램블 에그를 보며 스스로는 부모님 세대가 아니라 아롱이나 큰조카와 같은 세대라고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만 쳐다보느냐, 진지하게 물으시는 시아버지께아버님, 그렇게 재미있어요. 텔레비전보다 재미있어요답할 , 옆에 있던 큰애가 답한다. ‘재미있어요. 텔레비전이랑 컴퓨터 합한 거예요.’ 



나도 핸드폰이 좋다. 너무 재미지다. 그럼에도 다니엘의 말이 옳다는 인정해야겠다. 우리는 아이들 세대보다 부모님 세대에 가깝다. 읽는 문제와 조금 떨어져 생각해 보더라도,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나라 현대사의 굴곡이 그러했다. 그럴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 아니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느낌 정도는 예상할 있는데, 가끔 아이들은 아예 우리를, 우리 세대를 혹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부모가 되었기 때문일까. 내가 그만큼 늙어 버린 걸까. 




여행을 다녀오니 작은아이와 치과를 가야했고, 큰아이 학교에 학부모 상담을 가야했다. 잠깐 짬이 나도 식구들이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니 아무래도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그럴 , 어수선하고 집중이 되는 , ‘읽기 좋은, ‘읽기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던 아이였는데 …… 영문을 모르겠어요. 정말 책벌레였어요. 그래요, 여보? 걔가 책벌레였냐고요.” 

남편도 곁에서 열심히 거든다. 엄청책벌레였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는 아이에게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게 했었어요.” (83쪽)




나도 제법 많이 듣는 이야기다. 책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자신의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정확히는 좋아했다는슬픈 간증 없이 많이 들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었다. 서너 무렵, 아이들은 책을 끌고 밀고 부모에게로 간다.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겠다고 부모를 협박한다. 하지만, 어느 . 갑자기. 예고 없이 느닷없이. 아이는 책을 멀리한다. 떠난다. 인사를 한다. 안녕. 굿바이. 



나는 책을 많이도, 빨리도 읽지 못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은 부모로서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고민되는 문제다.

 


내가좋아하는 일을 아이에게 강요한다는 어떤 의미일까. 

혹은 그렇게나 좋은 책읽기를 아이에게강요한다는 어떤 의미일까. 



그럴 때마다 , 항상미야자키 하야오 떠올리고.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권을 만나는 일이 소중하다. 







우리집 아이들도 그렇게 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아이가 보물을 찾아낼 있도록, 보물이 있다는 까지는 알려주되 손을 잡고 끌고 가지는 않는 정도의 배려를 자신에게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으니. 여섯 생일을 맞아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는 이모 할머니(나에겐 이모) 물음에 큰애는 이렇게 대답했더랬지. 말고 아무거나 다요. 나는 강요하는 엄마였나보다. 눈에 띄지 않게, 우아하고 세련된 방법을 취했다고 스스로는 생각했을 테지만, 솔직할 있을 아이는 솔직히 말한다. 말고 아무거나 다요. 

















부분은 독서육아에서 내가 최고로 꼽은 하루 15 책읽어주기의 힘』 뒷표지에도 나왔던 것이다. 마지막 당부가 눈에 띈다.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아이에게도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보장해 주고 싶다. 스스로에게라면읽고 나서 무슨 말이라도 있는 권리만을 주장하고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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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2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처럼>이 도서관에 딱 있어서 딱 꽂혀 딱 빌렸죠 그리고 집에와서 딱 읽지 않고 딱 책장에 쳐박아두고 있는데 단발머리님 서재에 들어오니 <소설처럼>이 딱 보이는겁니다 딱 읽고 싶네요! 그러면서 저는 딱 눈을 감네요 ㅋㅋ 애들이 제법 큽니다 오오~단발머리님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가 아니면 제가 늦게 결혼했나 아휴 몰라요 이런건 딱 골치가 ~소설처럼 딱 딱 딱....

이러다가 단발머리님 한테 꿀밤 딱 맞고 뺨 쨕 맞고 땅에 쿵 쳐박하진 않을지...근데 이런 스탈 쇼군 스탈인데 제가 따라 하나봅니다 원래 쇼군이 <소설처럼>을 선보였으니 그것도 연결되는 듯...근데 댓글 넘 길어 딱 욕을 먹을 듯~

단발머리 2019-02-28 15:19   좋아요 1 | URL
이렇게 세 번의 딱이 모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처럼>이 카알벨루치님에게 가겠군요.
저도 고백하자면, 저번에 대출했다가 얌전히 반납했구요. 이번에 다시 빌렸다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애들이 제법 크죠. 큰조카까지 총 3이네요. 저는 극구!!! 제가 카알벨루치님보다 어리다고 고수하고 싶네요.
제가 결혼을 일찍 하기도 했구요^^

긴 댓글은 언제나 환영이옵니다. 걱정마소서!

hnine 2019-03-0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쪽의 인용문은 저도 한때 자주 하던 말이네요. 저 뿐 아닐거예요.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도 해요. 스마트과 컴퓨터 대신 책을 더 읽으라고 하는게 과연 요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반드시 더 유용하리라 자신할 근거가 있는가 하고요. 저야 책을 선호하지만 다음 세대에까지 주장하기엔 근거가, 제 안목이 부족해요.
<소설처럼> 은 저도 읽은 기억이 나요. 내용은 다 기억 못하지만요.

단발머리 2019-02-28 15:3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전 아주 가까운 친구나 동생들, 엄마들 자신도 책읽기를 진심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동화책이나 만화책에서 엄마들이 좋아하는 ‘글밥 많은 책‘으로 넘어갈 때의 방법이나 기술, 혹은 마음가짐이나 준비사항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도 미야자키의 의견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지요.

책읽는나무 2019-02-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등..(하루 15분 책도 읽었는지 가물??저기 아이들이 책 읽을 권리를 보니 문득 들어본 것도 같은데???^^)
내가 너무나 좋게 읽었던 책이었어요.
그러니까 나만 무척 공감되던!!!????ㅋㅋ
단발머리님의 고민들도 충분히 공감되구요~~나도 하고 있는 고민들이라~^^
저는 아들과 딸들의 독서취향이 완전 상반되어 그것도 좀 고민이구요.
소설을 전혀 읽지 않는 아들과,몇 권 되지도 않는 책을 읽긴 한데 소설만 읽는 딸들과....곁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과연 책을 좋아서 읽는 것인가??내가 강요하는 것인가??자괴감이 많이 들기도 하구요.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신랑도 나더러 소설만 읽는다고 타박ㅋㅋ
신랑은 뭐랄까? 책을 읽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시도하리라?? 기대도 있는 것같아 부담도 되구요.
아이들이 느끼는 책읽을때의 부담이 이런 것일테지?싶어 무척 미안할때도 있구요~~
그래서 큰아이는 중딩 들어간 순간 마음을 비웠어요..고딩 되어 국어시험을 쳐보니 안되겠는지 본인이 드디어 원하는 책이 있긴 하더군요.그게 분야가 썩 내맘에 안들었지만,사달라고 할때 언능 구입해줬어요.그래도 소설은 단 한 권도 없었구요.
딸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곤 있는데 혹시 책과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커서 서점에 데리고 가서 원하는 책 한 권씩 사다 주곤 있어요.
사다 준 책을 방학 두 달 내도록 잡고 있어 놀려 주면서 자극?을 주곤 있습니다.
저는 어서 빨리 딸들이 독서능력이 향상되어? 나와 같이 책 읽으면서 같이 주인공들 뒷담화 하는 그런 상상을 하곤 하는데 그게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무척 의문스럽습니다.
아마도 아이들 세대는 우리와 문화가 많이 다를 것 같아서 말이죠.
소설을 읽어 보아도 70년생들 작가들과 80년생 작가들의 문체나 이야기 주제가 확연히 차이가 나듯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 세대는 또 다른 느낌이겠죠??
책을 읽는 나 자신도 이런 생각,저런 생각이 많아져 곁에서 핸드폰 만지작 거리는 아이들 보면 어쩌나?싶네요.ㅋㅋ


단발머리 2019-02-28 16:54   좋아요 1 | URL
너무나 좋게 읽었던 책들이 책나무님과 겹치다니 너무너무 반갑고 기쁘기도 해요.
책나무님 가정 이야기 읽다보니 저도 고민되었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쳐갑니다.

남편분에게서 느끼신다는 기대에 대해서는 뭐랄까. 책을 읽는 사람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으니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서~~~ 논술도 봐주고, 독후활동도 같이 하고~~~ 이런 식으로요.
책읽기에 자연스러운 효용이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실망할 수도 있고요.
미야자키의 ‘효과가 없습니다‘는 사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책읽기의 효과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저희집도 아들딸 성향이 많이 다른대요. 스스로 타입인 큰애에 비해 작은애는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좀 신기한 것은..... 저희 부부가 둘 다 ‘문과‘ 성향이다 보니, 아이한테도 ‘문과형 책들‘을 권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작은애는 남자애치고 소설을 쉽게 읽기는 하는데,
저희집에서는 과학책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책읽기의 처음과 끝은 소설읽기라고 생각하는 1인인지라 책나무님의 소설읽기를 겁나게 응원합니다!!

아이들보다 제가 핸폰을 더 좋아해서 저는 사실..... 제가 제일 걱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9-02-28 17:58   좋아요 0 | URL
아~~저희 아들도 문과생인데..????
그렇다고 과학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ㅋㅋ
경제 비슷한,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는 것 같더니 늘 실리만?? 추구하는 듯 합니다.말 그대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되어가는 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야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고 늘 잔소리를 해도 시큰둥~~
아들들은 손 많이 가는게 맞습니다.
에혀~~~~이번 방학동안도 아들 뒷바라지?해주느라 넘 힘들었네요.ㅜㅜ
딸들은 후닥닥닥 눈치껏 알아서 잘하던데...아들은 한 번씩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요.
저게 다~~~~~소설을 읽지 않아서 그렇다고 늘 생각중입니다.진심입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1 06:32   좋아요 2 | URL
소설이 공감능력이나 배려심을 배우는데 좋은 형식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먼저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그 분야의 소설을 찾아주면 좋을텐데. 그것도 정답이 아닌것이 배경을 모른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작가의 문체가 맞지 않을수도 있고요.
그렇더라구요. 여하튼 책 권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올 겨울에 저희집은 사상 최초로 <가족 독서 모임>을 했는데 게임 시간 준다는 꼬드김에 막내만 매일 ‘독서 모임 언제해요?’를 물어봤다는 어떤 소문...ㅠㅠ 현재 홀딩 중입니다.

아드님에게도 좋은 생각이 있겠지 말입니다. 전 그렇게... 믿고 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야 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오기 2019-03-0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삼남매도 책 좋아하는 책벌레로 알았는데 진실은 ˝책 읽으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안해서 읽었어!˝ 였다지요. 아마~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1 07:2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희집 막내가 그래서 이번 겨울에 그렇게나~~~~ ‘책을‘, 정확히는 ‘만화책을‘ 그렇게나 열심히 읽었단 말입니까?
공부 하기 싫어 책벌레 되다! 이런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 싱가폴 회담 때에는 중국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일본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네깡패 미국의 장사꾼 트럼프를 믿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것을 트럼프가 있다면, 순간만큼은 트럼프를 응원하고 싶다. 



없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평화, 가짜 아닌 진짜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누굴까.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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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9-02-2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트럼트가 싫지만 이건 잘 되길 바랍니다 노년층을 보면 전혀 엉뚱한 이유로 트럼프를 싫어하면서 정작 극보수를 지향하는 걸 보는 기분이 참 거지같네여

단발머리 2019-02-28 09:01   좋아요 0 | URL
저도 미국에 살았다면 트럼프를 싫어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트럼프가 지금 우리 앞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 길의 장애물을 두어개 걷어준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이라고 해도, 전 트럼프한테 좀 고마워지고 그렇답니다.

transient-guest 2019-02-28 09:44   좋아요 0 | URL
딱 그 마음이에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