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사 누스바움은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폴 로진의 말을 인용해 원초적 혐오의 모든 대상은 동물이거나 동물적 물질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혐오의 대상은 동물성을 상기시키는 것’, 즉 우리 자신의 동물성과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41)

 


인간은 동물인 것이 분명한데, 동물성을 상기시키는 대상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너의 구별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은 나와 너 사이의 차이를 바탕으로 우리와 다른 그들을 창조해냈다. 어떤 인간이 더 인간다운가. 어떤 인간이 더 동물에 가까운가. 이 질문이 바로 혐오의 시작점이다.

 


유대인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동물성과 육체성이 두드러진 존재로 여겨졌다.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들보다 더 냄새나고 더 성적이라고 인식되었으며(160), 유대인 남성은 다른 어떤 인종의 남성보다 더 여성적이라고 여겨졌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들은 난폭한 짐승과 같다고 생각했고(161), 무엇보다도 그들은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존재로 여겨졌다.    

 

착하고 거짓이 없고 주인에 대해 무한한 충직함을 보이는 반려동물들을 떠올려볼 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러한 판단은 진실이 아니다.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동물이다. 동물인 인간은, 스스로 동물이기를 거부하고, ‘동물성이라는 굴레를 자신들과 다른 집단인 그들에게 투사한다. 유대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민자, 성적 소수자 그리고 가장 방대한 소수 집단인 여성에게.

  


특정 집단을 우리보다 더 동물적이라고, 더 많은 땀을 흘리고 냄새가 나고 성적이며 죽음의 악취가 풍기는 집단이라고 규정하면 어떨까? 그런 집단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지배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닌 그들이 동물이고 더럽고 냄새가 나는 대신 우리는 순수하고 깨끗하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발밑에 있다. 우리가 그들을 지배한다. 이와 같은 모순적 사고가 골치 아픈 동물성과 자신과의 거리를 창조하는 방법으로 인간 사회에 만연해 있다. (147)

 


인간을 동물과 식물에 비유할 때, 남성은 동물로 여성은 식물로 환원된다. 남성은 동물의 활동성과 적극성을, 여성은 식물의 고정성과 수동성을 부여받는다. 반면 인간과 동물로 그 기준점이 이동하면, 남성은 더 인간다운 존재가 되고, 여성은 더 동물적인 존재가 된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동물적인가. 여성을 더 동물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여성에 대한 혐오는 모든 투사적 혐오와 마찬가지로 분명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의 대상은 언젠가 맞게 될 육체의 죽음이다. 여성이 그 두려움의 (하지만 종종 욕망되는) 조건을 대변한다면, 이는 곧 죽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결국 남성들의 두려움 때문에 여성들이 통제와 규제를 받게 된다. (242)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고 임옥희 님의 글이었다고만 기억나는데, 사실 그것도 정확한 건 아니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이유는 여성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특별히 여성의 재생산 능력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5-6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남성들이 두려움 때문에 여성을 억압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에서야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이 이 정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도 임신과 출산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자신과 똑같은, 사이즈만 다른 존재를 눈에 보이지 않게(배만 보이게) 간직했다가(임신), 죽다 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쏟아 낸다는 것(출산)은 우주의 신비 그 자체이다. 초기 인류에게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했을지는 더 이상의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다. 두려움은 혐오로 이어지는데, 두려움과 경이로움의 근거였던 임신과 출산이 이제는 혐오의 근거가 된다. 여성은 월경을 하기 때문에, 임신을 하기 때문에, 출산을 하기 때문에 동물적이라고 여겨진다.

 


편파적인 생각을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대인은 거짓말쟁이라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은 성적 에너지에 사로잡힌 존재라던가, 아랍계 이주민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라던가, 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타 집단에 대한 혐오와 멸시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모든 집단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강력하게 동물성의 상징이 되었던 여성들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디 여자가. 감히 여자가. 여자 따위가. 이 엄격하고 강력한 굴레의 무게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을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홍성수 교수는 마사 누스바움의 핵심 사상이 이 책에 잘 요약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그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접근하기 쉽도록 쓰였다는 데는 동의한다. 백인 노동자 출신의 자수성가한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는 고등교육과 직업적 성취를 격려하면서도, 뿌리 깊은 인종 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기억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서문>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독서가 될 듯싶다.

 


이 책이 시작된 날은 2016 11, 미국 대통령 선거 날이었다. 비탄과 두려움으로 미국 전체가 들끓었던 밤, 외국의 호텔 방에서 그녀는 마음속의 두려움과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분노, 혐오, 시기와 같은 감정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등장이 미국인들, 특별히 미국의 지식인들에게 던져주었을 무한의 절망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트럼프는 등장도 화려했지만, 퇴장 역시 화려했고, 그렇게 여러 번 미국에 새 역사를 선사하고는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모양이다. 2024년을 기약하는 그의 말이 이번에는 제발 이루어지지 말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여성, 동성애자, 불가촉천민, 하층 계급 사람들이 바로 ‘육신의 오물로 더렵혀진 존재‘로 상상되었고, 혐오는 이들을 배척하기 위한 사회적 무기로 활용되어왔다. - P6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일찍부터 그것이 특권이었음을 깨달았고 특권의 배타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회피하지 못했던 유일한 차별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었다. - P19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1-17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1-01-18 10:24   좋아요 1 | URL
저는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이에요^^ 미미님의 감상평도 듣고 싶네요 ㅎㅎㅎ

라로 2021-01-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사라지기를 염원합니다!

단발머리 2021-01-18 10:25   좋아요 0 | URL
제발 제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 슬픔이여 안녕


 

시릴이 나를 향해 성큼 걸어와 내 팔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순간 나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가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나는 그가 내게 준 쾌락을 사랑했을 뿐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떠날 터였다. 이 별장을, 이 청년을, 이 여름을. 아버지가 나와 함께 있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내 팔을 잡았다.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183)

 


감각적이다,라는 말이 이 소설처럼 잘 어울리는 소설이 있을까. 열 일곱의 세실과 젊은 아버지, 아버지의 애인 엘자와 죽은 엄마의 친구였던 안이 별장에 모인다. 한국의 가장 추운 겨울날, 뜨거운 햇빛과 바다 수영, 모래사장에서의 해수욕을 마음껏 즐겼다. 무책임하다고 말하고 싶은 구절에는 형광펜을 쭉 그었다. 안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내는 장면과 시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세실에게 실망했다. 세실이 평생 동안 괴로워하며 살기를 바란다. 죄책감과 후회, 부끄러움 속에서.


 















2.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7<페티시스트 : 사랑의 존재론 혹은 페티시즘으로의 초대>를 읽었다. 페티시즘의 시작을 유기체의 경계를 살피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매혹은 나의 외부에 있는 무언가가 인접한 거리에서 나에게 손을 대는 것으로서, 매혹에 의해 는 그것에 말려들고 끌려들어간다(254). ‘사랑은 이러한 매혹을 표현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다시 말해 사랑이란 매혹에 의해 야기된 감정이다(256). 무언가에 매혹되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감정을 고양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승과 고양의 운동이 아니라 하강과 침몰의 운동이다.(256) 하강과 침몰의 운동으로서의 사랑. 모두 피하고 싶은,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리 되고 마는. 섹스와 젠더에 대한 설명도 아주 풍부하고 쉽게 쓰여있지만, 이런 구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버틀러의 말대로 젠더적 실천이 우리를 젠더적 주체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젠더적 실천의 수행을 통해 젠더적 주체로 만들어지는 이 과정 속에서 권력의 작동을 발견하는 것은, 푸코를 읽었다면 아주 쉬운 일이다. (267)

 


푸코를 두 권 읽었지만 이해가 쉽지 않은 1인은, 푸코를 시작으로 대머리 사랑의 별천지 세상을 열어가고 있는 똑똑이 친구에게 물어볼 참이다. 젠더적 실천의 수행을 통해 젠더적 존재로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권력의 작동은 잘 발견되고 있나요?

 

페티시즘에 대한 정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들의 페티시즘은 사물조차 생식기로 귀착시켜 인간 신체의 대체물로 느끼고, 이를 움켜쥐고 주무르면서 자신의 소유물임을 확인하는 능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데 반해, 여성들의 페티시즘은 인간이라는 인격과 무관하고 신체와도 무관하며, 성적 대상과 상대방의 성기에도 관심이 없기에 무성적이라는 것이다. (287)

 

이진경의 책은 어려워서 끝까지 다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는 그래도 한 챕터를 건졌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하다.




 















3. 슬픈 열대를 읽다  

 


고전 읽기 전문가 양자오의 『슬픈 열대를 읽다』. 『슬픈 열대』는 학술서라고 할 수 없는 글로서, 특정 장르로 규정될 수 없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일기이고 어느 정도는 여행기이며 어느 정도는 민족지이지만, 산문은 아니고 수필도 아니다. “나는 여행을 혐오한다. 그리고 탐험가 또한 싫어한다.”라고 시작되는 여행기. ‘정상적인 학술 문헌에 어울리지 않는 정신과 유달리 활달하고 거리낌 없는 스타일(67)슬픈 열대』는 도전을 부르는 책이기는 하다.

 

레비스트로스는 직접 원주민 사회로 들어가 자료를 축적하는 것보다 인류 사회에 보편적이고 선험적인 구조가 존재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연구를 바탕으로 친족 연구 영역에서 언어학의 구조주의적 방법론을 인류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이기도 하다(91). 박사 논문인 <친족의 기본 구조>에서는 근친 상간 금지집단간 여성 교환법칙을 발견했다. 어김 없이 푸코 선생 등장한다.

 



 



내가 읽는 모든 책들이 푸코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는 그를 사양한다. 반사!!!

 


레비스트로스는 고백한다. 진정한 인류학자는 첫 번째 현지 조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온 후 다시 현지 조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 번은 꼭 가 봐야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한 번의 여행을 특별한 현상에 대해 가졌던 매혹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현상의 한계와 시시함을 냉정하게 꿰뚫어 보고 인류학의 진정한 목적을 발견했다면, 그는 앞으로 탐구해야 할 대상을 원래 살던 환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즉 그는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도 구조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재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다시 여정을 떠날 이유가 있겠는가? (230)

 


제일 좋았던 구절은 여기. 낯설기 위해 반드시 떠날 필요는 없다는 것. 떠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것. 진정한 인류학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나는 떠나고 싶은데. 집을 나가고 싶은데.

 
















4. 다락방의 미친 여자

 

알라딘의 좋아하는 이웃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품절 상태인데 도서 예약 서비스를 통해 만났다.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공동 작업이라는 점이 인상깊다. 서로를 대상으로 말하고 쓰고 고쳐 쓰고 다시 말하는 과정이 하나의 결과물로 탄생했다는 것이 그러하고, 두 사람의 노력이 11의 합 2가 아닌, 3 혹은 5 혹은 9 정도로 도약할 수 있음을 여는 글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안의 천사로 남편의 즐거움을 위한 안식처가 될 것을 요구 받는 여성의 이미지는 천사-여자에서 결국에는 죽음-천사로 종결된다(94-5). 자신의 개성과 가능성을 죽이고, 이야기가 없는 삶으로 들어가야만 그녀는 희생할 수 있는데, 이는 죽어있는 삶을 살기에 가능하다. 죽음의 삶, 삶 속의 죽음만이 이를 실현해준다. 2<전염된 문장>여성 작가가 된다는 것의 불안에 대해 말한다.

 


포기하도록 훈련받는다는 것은 거의 필연적으로 나쁜 건강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욕구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강렬한 것은 자신의 생존, 쾌락, 그리고 자기주장이기 때문이다. (142)

 

19세기 문화가 사실상 여성들을 병들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고통을 받았던 여성의 질병은 반드시 여성성에 대한 훈련의 산물만은 아니었다. 그 질병이 바로 그러한 훈련의 목표였다. (143)  

 


이상적인 여성은 아픈 여성’, 이상화된 여성은 죽은여성이다. 이것은 19세기만의 일은 아니다. 아닌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티나무 2021-01-16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저도 떠나고 싶어요. 바다 보고 싶습니다.ㅠㅠ
2. 세실... 동감이고요.
3. 푸코 두 페이지 읽고 포기한 자로서 반사! 동참하고 싶네요.
4.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여기에도 한 명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도 사야 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1-18 10:29   좋아요 0 | URL
1. 저는 집만 나갈 수 있어도 감사합니다.
2. 세실은.... 아, 이 애증의 감상
3. 푸코는 현재진행중입니다 ㅠㅠ
4.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쩜쩜쩜..... 저도 포함됩니다.
5. 아픈 여성, 죽은 여성 말고 차라리 시끄러운 여성으로.....
<다락방의 미친 여자> 현재는 품절 상태이고요. 구하시려면 차라리 원서가 빠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미미 2021-01-16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퍼가렵니다 냠냠^^*

단발머리 2021-01-18 10:29   좋아요 1 | URL
헤헤헤! 퍼갈내용이 있을까요?*^^*

수연 2021-01-16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엄청 벽돌책 아닌가요?! 스리슬쩍 지나가면서 우와 두꺼워 어마어마해 그랬던 기억이 살짝..... 세실은 사강만이 창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나이든 여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라면 안의 입장에서 슬픔이여 안녕_을 구술하는 걸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퍼뜩! 오 그대는 천재야!!!

단발머리 2021-01-18 10:31   좋아요 1 | URL
네 벽돌책이 맞습니다. 다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만은 호기로웠습니다.
전, 뭐랄까. 세실은 별로지만 이 소설은 너무 맘에 들어요. 자주 자주 꺼내보고 싶을 것 같아요. 열일곱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마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천재 수연님!!!

syo 2021-01-16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묵묵하고 꼼꼼한 독서중인 단발님!

단발머리 2021-01-18 10:32   좋아요 1 | URL
묵묵하고 꼼꼼하게 읽어야겠어요!!!! 쇼님이 쓴대로, 그렇게!

붕붕툐툐 2021-01-16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번 제가 쓴 줄.. 사랑 받고 싶어서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게 요즘 깨닫는 저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해야 할텐데요~ 푸코 반사에서 웃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1-01-18 10:33   좋아요 1 | URL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이 전,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사랑과 관심과 인정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ㅠㅠㅠ 푸코는 반사입니다. 명심해주세요. 반사!!!
 




 













내 별명은 뽄내미였다. 한평생 뜻을 몰랐는데 혹시나 하고, 방금 네이버에 물어보니 1) 멋쟁이의 전라도 방언이며 2) 얌체처럼 좋은 것만 골라 취하는 행위나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라고 한다. 먹을 것들 중 좋은 것을 '고기'라고 생각하면, 별명은 적당하다. 명절에 큰댁에 모일 때면, 나는 여자상이 아니라(그런 구별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남자상에서 밥을 먹었다. 서열 1위 큰어머니와 큰아버지께서 “**이는 이리로 와!” 하시면 자연스레 남자상 앞에 자리를 잡았고,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하면 역시 큰어머니께서 고기반찬을 내 앞으로 옮겨 주셨다. 아이고, 뽄내미. 이거 뽄내미 앞에 놔 줘야지. 얼른 먹어라. 나는 고기만 먹는 육식 인간이었다.

 


결혼했는데 남편은 채식 인간이었다. 뷔페에 가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 자리에 마주 앉으면, 네 접시가 내 접시고, 내 접시가 네 접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니, 하는 의문을 우리 둘 다 가졌다. 샐러드에 올리브 절임, 버섯볶음과 가지구이를 담아오는 남편과 소갈비에 육회, 치킨과 깐풍새우를 담아오는 아내였다. 고기를 좋아했지만, 남편이 고기를 즐기지 않으니 아무래도 고기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뽄내미는 잡식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큰아이는 무엇이든 잘 먹어 쑥쑥 자랐고 사람들은(아이가 키가 작아 걱정이 많은 엄마들은) 쑥쑥 자라는 큰아이에게 무얼 먹이느냐 간절하게 묻곤 했는데, 뭔가를 특별히 먹이지는 않았다. 큰아이는 가까이 사시는 엄마가 해주시는 반찬을 맛있게 잘 먹었다. 가리지 않고 먹다 보니, 내가 해주는 실험정신 가득한 음식들도 맛에 상관없이 잘 먹었다. 그랬던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책을 두 권 정도 읽고 나서 오늘부터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기와 생선, 우유와 달걀. 나는 엄마니까, 먹여야 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하든 아이와 타협을 해야 했다. 쉽지 않았다.

 


작은 아이는 나를 쏙 빼닮은 육식 인간이어서 스테이크, 갈비, 장조림, 삼겹살 구이, 치킨, 닭도리탕, 훈제오리, 햄버거, 치킨버거, 치킨너겟, 소시지, , 스팸 그리고 스시를 모두 좋아한다. 나는, 내가 물려준 식성과 매일 싸운다. 다행히(?) 작은 아이가 열네 살이 되자 여드름이라는 지원군이 나타났고, ‘여드름을 핑계로 아이의 육식 섭취를 조정하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역시나 쉽지 않다.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 나서, 소고기에 거부감이 생겼다. 아예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즐겁지 않다. 스테이크 종류는 더 심하다. 채식을 실천하려고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단번에 육식을 끊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있다. 치킨을 먹고 햄버거를 먹고 우유도, 달걀도 먹고 있으니까, 실제로는 아직 육식 인간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고기그 자체로는 구입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육식인간 작은아이가 먹을 것만 최소한으로 구입하고 있다. 다른 식구들은 그런 식단에 큰 반항이 있는 건 아니어서,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더 다양한 채식 식단이 가능할 텐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더 자주 시장에 가야 하고, 틈틈이 냉장고를 살펴봐야 하고, 냉동식품을 사지 말아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요리에 할애해야 한다. 전부, 내가 싫어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채식 실천은 이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그 어떤 일보다 효율성이 높다. 피할 수 없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통식 식사라면 굳이 채식 위주 식단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고기반찬 한 가지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채식이다. 문제는 우리네 식단이 이미 전통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눈이 많이 내렸다. 토요일에 도착한다는육식의 성정치』가 제때 올 수 없을 것 같다. 눈이 많이 내렸으니 어쩔 수 없다. 기다리면 책은 온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07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적립금 받아 먹겠다고
눈발을 헤치고 중고서점에 다녀온
닝겡도 있답니다.

말씀 대로 점점 초식에서 육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고 꼬기!가
좋을 걸요~

단발머리 2021-01-07 20:42   좋아요 0 | URL
초식에서 육식으로 진화했다기 보다는
진화 단계에서 육식이 유리한 면이 있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전 육식 인간에서 잡식 인간을 거쳐 초식 인간으로 변하려고 합니다 ㅠㅠ 고기가 좋기는 하지만요.

2021-01-07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0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1-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뽄내미 귀여운 별명이네요. 뽐내기를 즐기는 꼬마시절의 단발님이 상상돼요.

단발머리 2021-01-07 22:16   좋아요 0 | URL
뽐내기도 했지만서도요 ㅋㅋㅋㅋㅋㅋ 뽄내미는 고기만 먹어서 뽄내미입니다.
뽄내미 일단 잡식 인간으로 갔다가 말이지요. 아, 가능할까요? 채식 인간 ㅠㅠ

유부만두 2021-01-07 22:27   좋아요 0 | URL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요. 육식 즐기신 건 식감과 기름의 풍미를 좋아하시는 쪽일지도 몰라요. 버섯과 콩은 조리법에 따라 느낌이 다양해요. 뽄내미의 미각 실험을 시작해 보시는거죠!!!!
전 채식 만두가 되었지만 슬슬 과식, 왕만두로 변이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1-01-07 22:35   좋아요 1 | URL
이 얼마나 아름답고 다정한 댓글입니까. 식감은 모르겠지만 제가 기름의 풍미를 좋아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전 사실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일단 조금씩 줄여가려고 해요.
미각 실험은, 제가 매일 하는게 미각 실험인데 계속 실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식 성공하려면 미각 실험이 도와줘야 하는데요. 쩝.

유부만두 2021-01-07 22:39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21세기 최고의 조미료 미원, 연두가 있어요) <— 이거 우리끼리 비밀댓글임

단발머리 2021-01-07 22:51   좋아요 0 | URL
(연두 두 개 중에서도 저는 연두색 연두를 애용합니다) <-- 이게 비댓의 재미 아니겠어요?

유부만두 2021-01-07 22:52   좋아요 0 | URL
(빨간 연두 많이 매울까요? 궁금한데 겁나서 그냥 연두 연두만 써요)

단발머리 2021-01-07 22:53   좋아요 0 | URL
(빨간 연두 처음 들어요. 저는 도전해 볼래요. 매운맛 좋아하는 청소년 있습니다)

유부만두 2021-01-07 22:56   좋아요 0 | URL
(아... 주황색 연두요. 눈이 침침....)

단발머리 2021-01-07 23:00   좋아요 0 | URL
(연두색 연두는 순한 요리, 주황색 연두는 진한 요리에 쓰라고 하네요. 계란찜에는 연두색 연두, 계란말이에는 주황색 연두. 이런 식으로요. 아..... 계란 안 먹기로 했지요. 시무룩)

유부만두 2021-01-07 23:12   좋아요 0 | URL
(계란 대신 전 순두부 많이 먹어요) (딴거도 다 많이 먹어요)

단발머리 2021-01-07 23:14   좋아요 0 | URL
(저희집은 순두부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애들이 슬슬 피하고 있습니다 ㅠㅠ)

수연 2021-01-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채식주의자 가는 길을 응원합니다 📣 냉동식품, 고기 사랑하는 저는 차마 이 책을 어떻게 뚫고 나아가야 할지....... ㅠㅠ

단발머리 2021-01-08 07:30   좋아요 0 | URL
저의 고민은 매일매일 이어지고 매일매일은 선택과 결정, 그리고 후회로 이루어집니다.
우리 같이 가요, 수연님..... 히잉 ㅠㅠㅠㅠㅠ

유부만두 2021-01-18 09:29   좋아요 0 | URL
풀무원 채식라면 ‘정‘이 맛있다는 희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뚜기 채황라면의 쉽게 풀어지는 면이 아니라, 그 순딩순딩 맛도 아니라 적당히 맵싸하고 꼬들한 ‘건면‘ 입니다. 튀기지 않았대요.
채식주의자라고 인스탄트 즐기지 말라는 거 아니랍니다?!!!
고기 대신 버섯과 다양한 두부 콩 요리의 쫄깃을 즐기실 수도 있 ....
(죄송요, 월요일이라 텐셥 업)

단발머리 2021-01-18 10:34   좋아요 1 | URL
당장 마트로 달려가려니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네요. 풀무원 채식라면 도전해 보겠습니다!!
고기 안 먹는데 버섯 싫어하는 사람을 어찌 달랠수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om 밀가루 밀키트 좋아하는 채식주의 식단 추구자

2021-01-09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0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1-01-1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기는 거의 국물로만 먹어본 저로서는 ㅋㅋㅋ 비자발 채식인간(?) .. 지금은 인스턴트 인간.. ㅜㅜ
뽄내미 단발님 귀여워요~!! 육식의 성정치 앞의 서문 첫번째만 읽었는데 두렵다..

단발머리 2021-01-11 22:00   좋아요 0 | URL
육식인간이 채식인간으로 가는 사이에 인스턴트 인간 반드시 거쳐갑니다. 제가 잡식인간과 인스턴트 인간의 중간형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거엔 뽄내미였으나... 육식의 성정치, 기대됩니다. 두려운데 기대돼...... @@

icaru 2021-01-1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접시가 내 접시고, 내 접시가 네 접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니, ㅋㅋㅋㅋ 언제 읽어도 잼나는 ^^

단발머리 2021-01-18 10:35   좋아요 0 | URL
어디 갔다 이제오셨어요, icaru님!!! 제 유머에 같이 웃어주시는 마음씨 좋은 icaru님!!!
 
‘느슨한 이해’라도 이해를 원한다면


 

올해 2021년에는 책읽기 습관을 좀 바꿔볼까 한다. 대 여섯 권 정도를 동시에 돌려가며 읽는 편인데, 3분의 2 지점에서 책의 존재를 잃어버리거나, 아예 책 자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난감하다. 작년에 시작한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의 새 책은, 올해의 열 번째 책이 될 듯 하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필요 없는데 알라딘 똑똑이 친구의 서재에 가면 아주 좋은 리뷰가 있다. (위에 먼댓글 참조) 붙일 말도 없고 뺄 말도 없다. 한국의 우치다 타츠루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134) 가치중립적인 어법 속에 그 사회집단 전원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깃들어 있다는 바르트의 생각을 보다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 페미니즘 비평의 언어론입니다. ….. 교묘라는 번역을 정밀이라는 단어 쯤으로 교체했으면 어땠을까.

 

읽는 내내, 줄 친 부분과 친구가 인용한 부분이 완전 일치해서 무척 즐거웠는데, 특히 이 대목에서는 똑똑이 친구의 정밀이라는 제안에 물개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사르트르는 역사를 궁극적인 재판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는 미개로부터 문명으로, 정체에서 혁명으로 진행되는 단선적인 과정 위에서 모든 인간적 삶의 영위의 옳고 그름을 판정합니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사르트르가 역사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역사적으로 옳은 결단을 내리는 인간역사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멜라네시아의 야만인이 그들의 독자적인 잣대로 자기들주변 사람들을 구별하고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행위입니다. (163)

 

책을 읽으며 4명의 철학자 중 제일 관심이 생긴 사람은, 실존주의의 살아있는 전설 사르트르를 박살냈다는 레비스트로스이고, 그래서 반 읽고 던져 둔 양자오의 『슬픈 열대를 읽다』를 다시 읽으려고 한다.

 

 














100쪽 읽었다. 한 문장을 읽고 가슴에서 복받쳐 오르는 세 문장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중간에 포기했다. 『김대중 죽이기』로 20여년 전 강준만 교수님께 평생 까방권을 선사해 드렸으니, 더 길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일을 하고 싶기는 하다) 부패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의 자유일 터이나, 권력은 정치만의 것은 아니기에 그 역시 권력의 한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다. 정치권력, 문화권력, 언론권력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에서 그가 신랄하게 비판하는 힘없는 한 시민의 생각이다. 의견은 다르지만, 존경하고 애정하는 마음만은 변함 없다. 변함 없습니다, 선생님!

 















아이를 키워 보았든 혹은 직접 키워보지 않았든, 7-8개월 정도의 아이와 잠깐만 있어보면, 이 아이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놀라운 진화의 산물일지 모르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기, 아직 말하지 못하되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아이의 눈망울을 마주칠 때면 난 항상 확신한다. 이 아가는 알고 있다. 이미 알고 있다.

 


따로 계산해 드릴까요?”

어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어린이에게 책을 받아 아빠와 계산을 마친 다음 다시 어린이에게 따로 담아 드릴까요?”하고 물으셨다. 어린이 손님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 세상이 혼란하고 떠들썩할 때일수록 더 많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5)

 


이 세계의 소중한 일원이자 동료로서 어린이를 대하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 또한 마음 한가득 부럽다. 내 아이들이 이미 자라버린 것이 진심으로 아쉽다. 아니면, 이 책은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 반 정도 읽었는데 줄어드는 책장이 아까울 따름이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 작가와 내가 잘 맞는 것 같다는 (나만의) 생각이 든다. 쉬운 말로 쓰고, 적당한 순간에 등장하는 유머 포인트도 나랑 잘 맞는다. 겸사겸사 소설책도 한 권 구매했다. 창조 행위야말로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그녀의 주장에 더해, 그녀가 알고 있는(친한) 전 세계 예술가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0월부터 조금씩 읽어서 12월 말이 되어서야 다 읽었으니 꽤 오래 걸린 셈이지만 꾸준하게에 방점을 찍는다. ‘꾸준하게해도 안 되면. 안 되면나도 몰라.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1-01-06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저저 똑똑이 친구 저예요?ㅠㅠ 우와 나 계탔다! 똑똑이 친구라는 칭호를 획득하다니! 정말로 똑똑해져 버려야겠어요🥵

단발머리 2021-01-06 20:16   좋아요 2 | URL
혹시 그래도 의심이 생긴다면, 저기 위에 먼댓글 클릭하면 리뷰가 한 편 나와요. 그거를 위에서 아래로 쭈우욱 읽어봐요.
그럼 알게 돼요. 어머나, 이 친구! 진짜 똑똑이 친구네그려!!!!!!

유부만두 2021-01-06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네요, 단발머리 님도 똑똑이 친구분도. 어려운 책들도 막 다 읽어버리시고.

전요, 눈오는 이 밤에 ... 야한 책 읽었다요?

비연 2021-01-06 22:00   좋아요 0 | URL
어떤 책...? (쇼님이 궁금해합니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22:10   좋아요 0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권이에요.
정확하게 54장이에요.
(쇼님껜 시시할지도 몰라요.)

비연 2021-01-06 22: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쇼님 실망하는 소리가 들려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1-07 20:46   좋아요 0 | URL
야한 이야기가 어울리는 밤입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고 하대요 ㅎㅎ

syo 2021-01-07 20:50   좋아요 0 | URL
궁금해한 적은 없지만 실망은 해버렸어... 😞

단발머리 2021-01-07 20:52   좋아요 0 | URL
정상위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려할만한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하권부터 빌려오는 신기술을....
실망치 마소서!

syo 2021-01-06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랑스런 우리 똑똑이!!

단발머리 2021-01-07 20:46   좋아요 0 | URL
자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본인도 알고 있겠죠? ㅎㅎㅎ

비연 2021-01-0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르기 전부터 똑똑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확인하니 더욱 자랑스러운. 똑똑이 친구.

단발머리 2021-01-07 20:47   좋아요 0 | URL
이 똑똑이 친구는 제 똑똑이 친구이지만 비연님의 똑똑이 친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자랑스러운 우리의 똑똑이 친구 ㅎㅎㅎ

수연 2021-01-0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똑똑이가 푸코를 넘어설 거 같은 느낌!!

단발머리 2021-01-07 20:47   좋아요 0 | URL
똑똑이 친구가 푸코 다른 책 읽고 또 페이퍼 써주었으면 해요. 우아, 신난당!!!!!

다락방 2021-01-0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마음의 결을 이해하는 그 똑똑이 친구 말씀하시는겁니까?!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1-07 20:48   좋아요 0 | URL
이해하다 이해하다 못 해 푸코 마음의 결을 이해하다니. 진정한 똑똑이 친구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1-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이라는 세계> 읽으면서 제 아이들이 다 자란 것이 아쉬웠어요. 물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ㅎㅎ 저도 책장이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며 아껴서 조금씩 읽었네요.

단발머리 2021-01-07 20:49   좋아요 0 | URL
아쉽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전 일년에 두번 정도는 둘째의 막강 귀여운 사진 보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둘째가 다섯살 때로요. 아....다시 생각해 보니 안 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1-01-0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똑똑이 친구를 두셨군요. 단발님 ^^

단발머리 2021-01-07 20:5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겟타님. 이 똑똑이 친구는 저의 자랑이에요^^

icaru 2021-01-1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치다 다츠루 저도 좋아해요! 푸코 바르트~ 쉽게 읽기는 저도 사두긴 했건마는... 딱 저런 판형의 책이 가진 물성을 너무 사랑하여서,,, 근데 완독은 못했네요 ㅠ;; 어린이라는 세계도 사 보려고요! 이 책을 엮은 이진 편집자 님의 다른 책 아이들의 권력투쟁 왕 추천이용!!

단발머리 2021-01-18 10:38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이 처음이라 다른 책으로도 우치다의 매력을 맛보고 싶네요. 판형은 진짜 완전 딱! 독서를 부르는 각이지요.
<아이들의 권력투쟁> 찾아볼께요. 전 작가님만 알고(실물 영접) 편집자님은 사실 잘 몰랐거든요^^
 
















해마다 설레는 올해의 첫 책으로 정세랑의시선으로부터』(10만부 기념 새해 에디션)을 골랐다. 적립금이 남아 그래24’에서 구매했는데, 결제할 때는 배송일이 1 4일이었는데, 오늘 오후에야 책이 도착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의 책육식의 성정치』는 작은 사전이랑 같이 구매했더니 토요일에 배송된다고 한다. 하여, 올해의 책 1, 2번이 공석인 관계로, 작년에 읽던 책들을 마저 읽어야 하겠으나, 그럴 수 없어서. 올해의 첫 책은 이 책이다.

 

다정한 친구가 영화를 선물해 줘서(친구에게 선물 받기 전에는 영화를 선물한다는 것이 가능한 지도 몰랐다) 아이패드에 넣어두고 가끔씩 꺼내 보는데, 교회에 갈 수 없는 고요한 주일 아침에 갑자기 생각나서 책을 꺼내 들었다. 대본을 샅샅이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구매해 놓고는 한 번도 읽지 않았던 바로 그 책이다. 영화를 볼 때는, 안나가 윌리엄에게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제안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이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

 


Bella     : I just want to say to Tony, don’t take it personally. The more I think about things, the more I see no rhyme or reason in life – no one knows why some things work out, and some things don’t – why some of us get lucky and some of us… (250)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참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나는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는 사람이니까, 만약 하나님께서 내 모든 기도를 들어 주셨다면. 나의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기도가 모두 응답되었다면... 그래서는 안 되고, 결국 그렇게는 안 됐다. 자연스럽고 다행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벨라처럼.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는 알라딘 똑똑친구의 서재에서 보았던 책인데, ‘들어가는 말을 읽고는 당장 우치다 타츠루를 검색해 보았다. 잘난척 하지 않고, 목에 힘 주지 않고, 내가 아는 한도에서 설명하겠다는 자세가 마음에 쏙 들었다.  

 


지성이 스스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해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물음 아래 밑줄을 긋는 일입니다. (9)    

 


지성의 정의나 범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지성이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밑줄을 긋는 일이라면, 그거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답을 내놓는 일은 어차피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물음 아래 밑줄을 긋는 일이라면, !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물음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그 물음 앞에, 아니 그 물음 아래에 밑줄을 그으면 된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입문서야말로 물음 아래에 밑줄을 그어준다고 하니, 이제 이 입문서에 밑줄을 그으면 되겠다. 마침 스테들러 코끼리 색연필, 보르도 색상에 더해 보라색까지 준비완료다.




 

 












『강으로』는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한 가장 지적인 여행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고, 데뷔작인 이 책의 출간 당시 올리비아 랭은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서 크게 주목받았다고 한다. 『강으로』의 밑줄은 좀 더 낭만적이다.

 


결혼은 사적인 일이다. 스스로 방대한 양의 일기와 편지를 남기고 떠난 데다 제삼자들 사이에서 숱한 구설수에 올랐던 사람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결혼 생활의 속사정이 어떠하며 결혼 생활을 유지시키는 끈이 무엇인지는 아무리 오지랖을 떨어대도 당사자가 아닌 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남겨진 글을 통해 느껴지는 인상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애정과 지적 자극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변치 않는 사랑. 버지니아는 레너드를 내 불가침의 중심축이라고 불렀으며 세상을 떠날 때도 그에게만 마지막 글을 남겼다. 이런 사실은 두 사람이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서로 행복했다는 증거이다. (49)

 

 















지인 추천책은 이렇게 두 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 목차는 살펴보고, 이진경 책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의 할 일은 밑줄을 긋는 일이다. 코끼리 색연필로, 보르도로 밑줄을 그을 것이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1-0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1-06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시선으로부터>도 <육식의 성정치>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니 시무룩..

2. <육식의 성정치>는 번역본 사셨어요, 원서 사셨어요? 이번에 재독인거죠, 단발머리님?

3. 영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 오만년간 하고 있고, 그래서 저도 <노팅힐>대본집 무려 스프링분철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펼쳐보지 않으며,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에 영어 나오는순간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패쓰...하고 한글만 읽었어요. 시무룩..

4. 페이퍼를 다 읽고는 안돼, 영어로 돌아가, 영어를 피하지마, 영어로부터 도망가지마, 하고는 다시 영어 인용문으로 가 읽으면서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문장으로 풀이할 순 없지만.. 대략적으로 흐음.. 이런 뜻인가.. 하였으나 맞는지 모르니 집에 가서 대본집하고 비교해봐야 겠어요.

5. 밑줄 그으면서 삽시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1-01-07 20:57   좋아요 0 | URL
1. 육식의 성정치는 아직도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눈이 왔네요.

2. 물론 번역본을 샀습니다. 이번에 재독이지만 줄을 치게 됐으니 이번이 진짜죠.

3. <노팅힐>을 한 번 읽고 영어 공부 조금 했다, 하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요. 휴일에 한 번 도전하심도 괜찮습니다.

4. 도망가지 않고 다시 돌아온 다락방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유 아 그레이트.

5. 밑줄 그으면서 살아요, 다락방님!

수연 2021-01-06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노팅힐은 제가 이걸로 영어 리스닝 다 끝내버려야지! 하며 샀다가 딱 다섯 페이지 읽고 듣고 창고에 박아둔 그 노팅힐이 아닙니까!!!!!!!!!!!!!!! 먼지 뽀얗게 얹은 저 유물이 아직도 제 품안에 있는지 일단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올리비아 랭의 강으로_는 어떠한가요? 읽어야 하나 그래야 하나 읽고싶은데 읽어봐야겠지?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푸코 버리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정녕 저만 푸코를 버렸던 겁니꽈?!

단발머리 2021-01-07 20:59   좋아요 1 | URL
내용 아는데도 노팅힐 재미있습니다. 안나 라고 생각하면 더 재미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으로>는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읽은 책이랑 연거푸 읽으니 버지니아 울프의 삶이 흐릿하게라도 그려지네요. 저는 아주 좋게 읽고 있어서 수연님께도 1독을 권합니다.
저도 푸코를 버렸습니다. 안 비밀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0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팅힐 ㅠㅠ 너는 안돼! 성매수범!!했던 휴그랜트에 감겨버렸다는 ㅠㅠ 그리고 다시 정신을 후딱 차리고 흐린눈을 버리기 위해 브리짓 존스를 (다시) 보고 언제나 처럼 콜린퍼스에 스며든 저.. 아, 반성합니다.... (응?)

단발머리 2021-01-07 21:00   좋아요 0 | URL
그랬단 말이에요?!@@ 아, 정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추억이, 우리에겐 얼마나 부족한가.
근사한 영화인데.... 너무너무 아쉽네요. 반성하지 말아요.... 콜린 퍼스도 쫌 멋져 ㅠㅠㅠㅠ

유부만두 2021-01-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팅힐, .... 영화 하도 봐서 제가 대사를 다 외웁니다. 누가 나랑 대사 맞춰줘바바요.
안나 역할은 양보 못해요.


단발머리 2021-01-07 21:02   좋아요 0 | URL
대사 제가 맞춰드릴까요? 저는 대본집 보면서 할께요.
근데, 저도 양보 못 해요, 저는 스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