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기타를 쳤다.

 

겨울이 길었다. 급하게 할 일, 해야 할 일이 없던 시간에, 아이는 기타를 쳤다. 기타를 꺼내 달라는 말에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자마자 바짝 끌어안고는 소파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G-Em-C-D의 단조로운 진행은 나도 연주할 수 있어서. 어서 기타를 달라던 아이가 기타를 끌어안고 교본 책을 펼쳤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얼마인데, 흰 눈 사이로 썰매를 달리느냐. 종일 캐롤을 부르다가 고된 야자 학습으로 지칠 대로 지친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 띠리릭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청하지도 않은 스탠딩 공연을 시전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그리고는 봄이 되었다. 고미숙 선생님은 그의 책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운명을 바꿀 비책 두 개를 가르쳐 주셨다.  

 















일간이 뭐건, 사주팔자가 어떤 격과 형식을 가졌건 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취해야 하는, 또 취할 수 있는 보편적 용신이 있다. 약속과 청소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시공간과 몸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또 말과 행을 일치시킨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청소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유불도를 막론하고 동양의 공부법은 청소를 쿵푸의 기초로 삼았다. 쓸고 닦고 정돈하고…. 요컨대, 약속과 청소,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인생역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255-6)


 

약속과 청소.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 걸 고쳐야겠다 다짐을 하고, 청소를 하자. 봄이니 대청소를 하자. 봄맞이 대청소. 청소로 내 운명을 바꿔보자. 해서 청소한 것은 아니고. 거실 책상에 더 이상 물건을 놓을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책상 위를 정리했다. 책상 위와 아래, 옆과 긴 나무 의자에 올려두었던 책들을 모두 꺼내 종류별로 구분했다. 크게 6개 더미였다. 두 무더기는 도서관 책들, 하나는 내 꺼, 또 하나는 식구들꺼. 세 번째는 둘째 아이 문제집들. 네 번째는 피아노 책(치지도 않으면서 왜 갖고만 있나요. 바하, 베토벤, 찬송가 편곡 악보). 다섯 번째는 영어책들(문법책, 회화책, 어휘책, 수능특강까지) 마지막은 완전 따끈한 신간들(대부분 안 읽은 것들).

 

 

책상 위, 아래, 옆에 쌓아둔 책들을 하나로 모아서 종류별로 구분하고, 옆의 빈자리에 종류별로 쌓았다. 차이점이라고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긴 것뿐인데, 그래도 책상 위가 깨끗해졌고. 이제 다시 책을 쌓을 수 있게 되었으며.



 




기쁜 마음에 인증샷. 가로로 찍으면 이런 모습이다. 210센티미터니까 사람 하나 누워도 된다. 그래서 골라보는 책들. 곧 이 책상 위에 누워있게 될 아름다운 면면들. 견딜 수 없는 사랑.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

 



 













그리고는 독서대를 샀다. 새마음 새시대를 새 독서대로 열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 버린 독서대만 세 개에, 독서대 두 개가 있는데 높이 조절 독서대는 처음이다. 은오님 방에서 본 독서대가 너무 이뻐서 은오님과 똑같은 걸로 샀다. (근데 은오님 안 오시네?!?)  

 



 

큰아이 꺼는 알라딘의 <바른 자세를 위한 2단 와이드 높이 조절 독서대>인데, 사진 좀 보내달라 했더니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 아름다운가? 다른 건 모르겠고, 예쁘기는 내 독서대가 더 예쁜 것 같다.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이 노래다. GOD<>이 아니라, 마커스라는 찬양 및 예배 사역 단체에서 만든 <>이다.




 

어느새 지금 여기 서있네 생각조차 못했던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지 감사하기만 한걸

조금씩 보인 길을 따라 걸음 걸음 걸어왔었지

인생의 끝에 삶을 반겨줄 기다리고 있으니

내게 주어진 길을 걸으리 담담하게 길에 나서리

쉬운 길을 찾았던 지난날과 아쉬움은 소망으로 덮고

주어지는 인생의 위에 후회 없이 삶을 그리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대도 결코 포기할 없네

내 심경과 완벽하게 똑같다고 할 수 없는데 마지막 두 단이 특히 그렇다. 후회 없이 내 삶을 그리리, 를 난 할 수 없는데 내 삶에는 아직도 후회가 너무 많고. 나는 내 후회를 놓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난 결코 포기할 수 없네, 도 아닌 것이 나는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1일의 연약한 심정의 소유자로서. 그래서, 내 심정에 제일 가까운 문구는 담담하게 이 길에 나서리.


어떻게 될지 모르는 채로, 아쉬움과 걱정을 뒤로 하고, 담담하게 이 길에 나서리. 나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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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3-19 20:1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크크 마침 북플 들어왔을때 단발님의 글이!! 내 이름이!! 단발님 저 뜸하다고 잊으면 안대여 저 독서대 볼때마다 저를 떠올리세요..... 전진짜 방학때 1일2청소 햇는데 요즘은 청소도 못하겟고 쉬는날은 걍기절이고 죽겠어요ㅠ 그래도 책상은 깨끗한데 바닥에 옷 널부러져있고 어휴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9 20:21   좋아요 6 | URL
은오님!! 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 책상이 너무 근사해서 저 독서대를 가지면 나도 그리되리라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 일부러 타원형 받침으로 똑같은 걸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
학교 생활이 고되군요. 에구....... 청소 못 하죠. 청소는 그냥 두고 밥을 잘 챙겨먹는 걸로 하시고. 옷은 자주 안 갈아입는 걸로 하시고..... 은오님, 힘내요! 독서대 볼 때마다 생각날 사람이여!!

책읽는나무 2023-03-19 20:59   좋아요 4 | URL
와...은오님이다.
은오님 안녕?!!!^^🤗

건수하 2023-03-19 21:10   좋아요 5 | URL
은오님은 다음 방학때는 운동을 하셔야겠어요! 그래야 학기 중에 서재 들어올 체력이 생깁니다… 응?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3-03-19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들 봄맞이 책상 정리하는 때이군요?^^
얼마전엔 난티님 작업 책상 치운 사진 보구선 와~~ 했었는데, 단발님 작업 책상도 우아합니다^^
마샬 스피커랑 라마? 맞나요? 인형도 이쁘고, 아렌트님은 여전히 빛나시군요?
다 읽었지만, 계속 모셔두는 건가요?
읽고 계신 건가요?^^

건수하 2023-03-19 21:11   좋아요 2 | URL
저도 라마? 알파카? 인형 눈여겨 보았습니당 ㅎㅎ

난티님 책상도 보러가야겠네요

단발머리 2023-03-20 06:33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 봄맞이는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쌓여서 단번에 우르르 밀어냈어요.
마샬 스피커 맞고요 라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제가 구입한 곳에서는 알파카라고 하더라구요. 저희집에서는 알숙이라고 부릅니다^^
아렌트님의 <전체주의 기원>은 여전히 앞쪽이지만 책장에 꽂지 않고 밖에 두고 있습니다. 언제든 다시 읽으려고요. 여전히 ‘읽고 있어요‘

수하님 / 딩동댕 알파카 입니다 ㅎㅎㅎㅎㅎ

건수하 2023-03-19 2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청소에 관심없는 자로서…. 부끄럽구요 ㅎㅎ
(그래서 책상 책장 샷은 올리지 않음)

독서대 예쁩니다 그리고 인형도 ㅎㅎ

<좌파의 길> 저도 시작했어요. 요즘 넘 우울해서…

단발머리 2023-03-19 21:18   좋아요 3 | URL
책상 쓸고 나니 손이 시커멓게 변해서 깜놀했습니다. 3년 만의 묵은때를 한 번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대 마음에 듭니다. 오래오래 잘 사용했으면 좋겠구요. 이제 눈만 잘 지키면 되겠습니다.

<좌파의 길> 읽으시는군요. 우울할 때는 역시 빨간책이죠. 저는 앞부분 쪼금 시작했어요 ㅎㅎ

공쟝쟝 2023-03-19 21:45   좋아요 4 | URL
수하님 우울한 데 왜 좌파의 길을 걸으시려해요............네...? 역시 우울함은 더 깊은 우울함으로.. 인생 좀 살아본 자의 합리적 책략인가....

단발머리 2023-03-20 05:57   좋아요 2 | URL
대통령 때문에 우울해지신거라 예상합니다. 저는 그렇거든요. 요 며칠 너무 피곤한 것이었다. 이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먼 산)

건수하 2023-03-19 22:07   좋아요 2 | URL
쟝님/ 단발머리님 말씀이 맞아요.
배고프긴 한데 그렇다고 못 먹을거 아무거나 먹을 순 없으니깐…?

건수하 2023-03-19 22:0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100% 대통령 때문은 아니겠지만요.. 하여간 현 상황이 우울합니다…

공쟝쟝 2023-03-19 22:0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아니 굥은 멀쩡한(?) 사람을 좌파로 만들어버리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역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인갘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0 08:46   좋아요 0 | URL
쟝님/ 나 원래 안 멀쩡했음요 ㅋㅋㅋ

아니 왜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 를 좌파의 길로 번역해가지고...
번역자가 진보신당 정의당에서 한 자리씩 했던 분이더군요.
어쨌든 우리나라의 ‘좌파‘ 와는 거리가 멉니다 =ㅁ=

공쟝쟝 2023-03-19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 오늘 번아웃 와중에도...... 청소했어요......... 으하하하하하..... 동양의 공부법 청소.... 너무 웃곀ㅋㅋㅋㅋ 내일 아침에는 에에올의 양자경을 떠올리며 쿵푸하듯 청소 하겠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23-03-19 21:58   좋아요 3 | URL
아... 그 와중에 청소하는 마음.... 칭찬합니다. 청소가 쿵푸의 기본이라서 제일 먼저 마당쓸기 시키나 봐요. 대충하지 말라고 쉬운 거부터 ㅋㅋㅋㅋㅋㅋㅋ 살살해요, 청소도.... 저는 3년만의 청소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03-19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년만에 청소중인데… 청소시간을 내는게 그렇게 어렵다니 막상 시작하니 청소끝낼때까지 다른 걸 하는 게 싫은… ㅠㅠㅠ 할일 산더미인데 교통정리가 안되네요.. 청소 해도해도 안끝나서 며칠 더 걸릴것같지만요.. 자주 청소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그런데 전체주의의 기원 읽고계신가요…!!

단발머리 2023-03-25 17:48   좋아요 1 | URL
청소 무사히 잘 마치셨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저는 자주 청소하는 사람은 아니구요. 3년 만에 청소하고 자랑은 많이 했네요 ㅎㅎ

<전체주의 기원>은 제게 성경 같은 책입니다. 항상 근거리에 두고요. 여전히 ‘읽고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책이요^^

건수하 2023-03-20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폰으로 대충 봤었고요 오늘 컴으로 다시 보니 (9시까지만 딴짓하기로 결심)

보일락 말락하는 분홍색 연필깎이, 블랙윙, 스티커 붙은 독서대, 어버이날 카드 (언제껍니까...), 그리고 백미를 찍는 알파카 인형 (읭?)
단발님의 기획이 돋보입니다.
2단 독서대에 올라가 있는 책도 레이 브래드버리라 반가워요.

책상... 치우면 사진을 하나 올릴 수 있겠지만.
꼭 치워야 할까... 엄두가 나지 않네요 흐흑
책상도 책장도 정리가 시급하긴 한데;

단발머리 2023-03-25 17:50   좋아요 1 | URL
저의 기획을 알아봐주시는 그 안목에 감사와 박수를!! 드립니다. 슥삭 찍어도 예쁘게 찍으신 분들 많은데 저는 엄청 설정샷이라서 노골적이라 좀 아쉽구요 ㅋㅋㅋㅋㅋㅋ 레이 브래드버리 알아봐주시는 안목도 환영합니다.

저, 이제 한동안은 책상 정리는 안 합니다. 저 책상이 책으로 가득차면 다시 돌아올게요^^

자목련 2023-03-20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책상 근사해요! 나만의 책상 하나 구매하고 싶은 욕망이 불쑥 올라옵니다.

단발머리 2023-03-25 17:52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나만의 책상 구입하시기를요. 물론 저 책상, 저만의 책상은 아니지만요. 제 책이 주로 올라가 있어서 제 책상이라 우깁니다. 자목련님만의 공간과 책상과 의자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3-03-20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기타도 치시나요? 와 너무 대단하신 분. 피아노도 치시고 기타도 치시는거죠? 오와 오와- 너무 근사하네요! ㅠㅠ

인용하신 고미숙 선생님 구절은 저도 기억납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잘 해내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 것들이죠.

그나저나, 저 정갈한 책상과 책과 놋북 사진을 보니.. 놋북 사야겠습니다. 흠흠.

담담하게 나서세요, 단발머리 님.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3-03-25 17:54   좋아요 0 | URL
고미숙 선생님의 저 문장은 제 인생 최고의 ‘청소 독려‘ 문장으로서 ㅋㅋㅋㅋㅋㅋ 책상만 치웠어도 이렇게 흐믓합니다.

보내주신 아름답고 화사하고 향긋한 응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귀한 마음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수이 2023-03-20 2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담담하게 나아가시는 그 길을 응원합니다. 그대 만날 이들 모두 짱 행운아들입니다!

단발머리 2023-03-25 17:55   좋아요 1 | URL
담담하게 나아갈게요. 생각보다 모르는 거 많아요. 깜짝 놀란 에피소드 개봉 박두이며 ㅋㅋㅋㅋㅋㅋㅋ
짱 행운아들은 수이님 만난 인생들입니다. 플랭카드로 만들어서 걸어두시옵소서!

난티나무 2023-03-21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상이 저렇게 깔끔 깨끗 여유로울 수 있다니요!!!! 독서대, 은오님 페이퍼에서 애써 외면했는데 여기서 보니 어웅 사고 싶어랑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3-03-25 17:56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저도 이렇게 치워질 수 있다는데 깜짝 놀랐으며 ㅋㅋㅋㅋㅋ 오른쪽에 책들이 착착착 쌓여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독서대 너무 좋아요. 만족도 200%인데 좀 무거운 편이라서 배송은 좀 어려울 듯 싶어요. 배송료 많이 나올 각입니다 ㅠㅠ

건수하 2023-03-26 08:28   좋아요 0 | URL
앗 저거 무거운 거였군요! 보기엔 가벼워보이는데 ^^

hijwkim 2023-03-25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하고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자신의 길을 계속 걸으세요~

단발머리 2023-03-25 17:56   좋아요 0 | URL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로 그들(살인자들) "너무나 강렬한, 거의 동물적인" 살해 욕구를 느꼈는데, 아라우호의 "성적 기만, 속임, 배신"이 그런 욕구를 촉발했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들에는 이 남성들에게 옷차림 너머의 성기 형태에 대해 알아낼 권리는 물론 "미친 듯이 분노할" 권리, 심지어는 (그들의 성적 특권 의식에 도전한 아라우호를 살해할 권리가 있었다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남성 특권>, 175)

 



17세의 트랜스 여성 아라우호를 살해한 남성들에게 가장 강력한 범죄 동기는 그 트랜스 여성이 여성처럼보였다는 데 있다. 여성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남성의 성기를 가진 사람이었고, 자신들을 속인그에게 느낀 미칠 듯한 분노를 폭행의 형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그들 살인자들의 주장이었다.

 


남성과 여성을 다른 계급으로 구분하기로 했을 때, 제일 중요한 지점은 두 계급 간에 구별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의 형성은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을 구분할 시각적 수단을 요구한다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 등은 그런 구분을 중요하게 만든 모든 사회에서 나타난다. (『가부장제의 창조), 247)

 


이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건 당연히 외적인 표식, 특별히 미용 관습을 통해서다. 적절한 화장과 단정한 옷차림이 여성에게만 요구될 때, 이는 분명 두 계급 간에 차이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코르셋>, 71) 여성에게 요구되는 꾸밈노동성 구별의 가장 확실한 방책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화장하는 남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라서, 이번에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6장 통제되는 몸>. 남성에게, 사회적 시선을 통해, 그리고 스스로에 의해 통제되는 몸은 누구의 몸인가. 남성의 몸인가 아니면 여성의 몸인가.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여성들의 말은 그들이 타인을 위해 돌봄을 요청할 때나 사회가 용인하는 중대한 사유(예를 들어 여성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들에게 더 나은 돌봄노동자가 되도록 조력할 때)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수용된다. 바로 여기서 여성을 위한 의료 제도의 빛과 그림자가 드러난다. 다수의 백인 특권층 여성들에게 미국의 산전 관리prenatalcare 제도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비록 산모의 필요보다 태아의 필요를 우위에 두지만 말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Like A Mother》의 저자 앤절라 가브스Angela Garbes가 기록한 것처럼, 유색인 여성을 위한 산전 관리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가브스와 같은 유색인 여성들을 위한 산전 관리제도는 엉망이다. 많은 레즈비언, 퀴어, 논바이너리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 P137

백인우월주의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임신 중인 백인 여성, 그러니까 (짐작컨대 혹은 많은 경우 실제로) 백인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은 자궁 안에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임신한 유색인 여성은체 가능하며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 심지어 백인우월주의를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 P138

심장 질환에서 여성들을 누락시키는 것은 딱히 이례적이지 않다. 심장 질환은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가장 흔한 여성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여성은 심근경색에 이어 심장 질환으로 사망에 이를 확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그 한 가지 이유를 의료진이 여성들이 겪는 증상(복통, 호흡 곤란, 구토, 피로)을 자주 놓쳤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여성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임에도 대개 "이례적"인 것으로 여긴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심근경색을 겪은 여성들은 동일 증상을 보인 남성에비해 평균적으로 앰뷸런스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 20분 더 기다려야 했다. 영국에서는 여성들이 심근경색 이후 오진을 받을 확률이 50퍼센트나 더 높게 나타났다. - P141

소비자 안전의 측면에서 접근하더라도 특권의 세례를 받는 남성 신체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일이 훨씬 더 지대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가 충돌할 때여성들은 안전벨트를 하고 있더라도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을확률이 동일 조건의 남성보다 73퍼센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최근까지도 모든 자동차 충돌 실험에 쓰이는 마네킹이 시스젠더 남성을 중심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 분포도, 골격 구조 등에서 나타나는 시스젠더 남성과여성의 상당한 차이를 무시하고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된 마네킹을 활용한 것이다. 결국 자동차 충돌 테스트용 "여성" 마네킹이 도입되었는데, 대부분 실제 여성보다 더 가볍고 신장이 작았다. - P143

출산후 여성은 자기 자신을 지워내는 방식으로 아이를 보살펴야한다. (자신의 남성 파트너에게 기대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강도로 말이다.) 그러나 여성이 자신의 인간 됨됨이를 의심받지않을 때조차 그것은 타인의 덕택으로 여겨진다. 여성은 인간존재가 아니라 인간 증여자의 위치를 배정받는다. 즉 감정노동, 물질적 지원, 성적 만족뿐 아니라 재생산노동까지 제공하는 존재 말이다. 그리고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 제공하는 이런 재화들을 받고 누릴 권리 뿐 아니라 포기할 권리 또한갖는다고 여겨진다. 권력을 가진 수많은 남성 공화당 의원들이 낙태 금지를 외칠 때, 가장 중요한 예외 대상은 상대 남성이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한 소위 정부(남성의 외도 상대)일 것이다. - P164

또한 한 번 엄마가 되면 영원히 엄마여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로 혹사당하는 차원을 넘어 주변 사람들의 감정적, 물질적, 도덕적 필요를 책임지는 존재 말이다. 말하자면 여성은[아이 외에] 다른 이들에게까지 엄마가 되어 원조와 위로, 양육과 사랑과 관심을 제공해야 한다. 앞 장에서 살폈듯 여성이 자기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그런 도덕적 재화를 요청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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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3-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밑줄로 다 올리지는 않았지만 책에 그은 밑줄이랑 모두 같아요.^^

단발머리 2023-03-19 16:49   좋아요 0 | URL
앗! 너무 기쁩니다! 난티나무님과 밑줄 동기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침에 RM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카드 뉴스를 보며 독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 내가 선택한 제2외국어는 독일어였다. 작은 키에 단정한 단발머리셨던 독어 선생님께 배웠던 독일어는 당연히 1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한국의 낙후성을 한탄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와 톤. 거의 매시간 선생님은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비난하셨는데, 한국 사람들은 게으르고, 무식하고, 공중도덕을 안 지킨다는 내용이었다. 울분에 가까운 감정이 담긴 언설이었기에 나는 종종, 저렇게 한국이 싫은데 왜 한국에 사시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전해 들은 바로는 선생님은 짧게 외국 생활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선명한 비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한국을 미워하셨다. 또박또박 전해지는 한국말. 바로 그 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시면서, 한국을, 한국이라는 나라를, 한국 사람들을 한결같이 멸시하셨다.

 


딱 한 번, 선생님이 한국과 한국인을 변호하신 일이 있었다. 선생님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 사람들은 이미 커다란 원(쳇바퀴)을 만들어놓고 그 안을 천천히 산책하듯이 걸으면 그 원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가 만든 건 작은 원이어서 선진국 사람들이 큰 원을 한 번 돌릴 때, 우리는 두 번, 세 번 돌려야 겨우 그들 비슷하게나마 따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걸어도 되고 우리는 뛰어야 한다고. 내 기억엔 그때가 유일하다. 선생님이 한국을 옹호하신 경우는.


 

선생님의 대한민국 변호와 RM의 인터뷰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판단 유무다. 선생님은 판단하지 않으셨고, 순진하게 현재의 상황에 짜증을 내셨다. 한국 사람들은 무식하다. 한국 사람들은 예의범절을 모른다.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에게 예의를 요구하셨다. 고생한 사람이 우아하게 말하기를 기대하셨다. RM은 다르게 말한다.



 


서양 사람들은 이해 못 합니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파괴되었고,

둘로 갈라진 나라입니다.

 

70년 전만 해도

아무 것도 없던 나라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서른이 안 된 사람이 이걸 알고 있다는 것, 이런 인식.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는 게 내게는 놀라우면서도 감격스러웠다. <탐욕의 시대>에서 장 지글러는 이렇게 말했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왜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잘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330)



시간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유럽에서 태어났다는 것, 백인으로 태어났다는 것,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특권이다. 3개의 특권이 결합한 형태. 여기에 영어가 모국어라면 완성형이다. 우리는, 태어난 조건에 지배당하고, 어떤 사람의 조건은 어떤 사람의 것보다 명백하게 유리하다.

 


우리는 명백하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 현재를 만들어냈다. 엄청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RM은 이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상에, 내가 RM의 말에 해설을 달고 있다니… RM, 짱이야!)

 




그래요. 우린 그렇게 목표를 달성해 왔거든요.

그리고 이 방식이 K팝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드는 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겠죠.

빠르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요.

 


교육전문가 이범은 그의 책에서 사회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서구에서 2~300년 동안 이룩한 일들을 우리는 5~60년 만에 해냈다. 두 세대가 지나야 가능한 일들이 한 세대 안에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자식들을 자식으로봐서는 안 된다. 손자 세대라고 봐야 한다. 그 정도의 세대 차이를 인정해야만 세대 간의 갈등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은 자기 인식이고, 주제 파악이다. 너희는 과하다, 과하게 열심이다, 라고 말하는 서구의 기자에게 ‘(너희 나라들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인해 우리는 파괴되었다.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극한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겨냄으로써,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라고 대답하는 젊은이. RM을 평범한 사람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다. 이 정도가 한국 20대의 인식이다.

 


RM에게 미안하다. 여기에 윤대통령을 엮어야 하다니. 윤대통령의 자기 인식을 고려해볼 때, 그러니까 이런 기사를 읽게 되었을 때.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꼬인 것이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아닌 2018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1965년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083682.html)

 


윤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총리가 되었어야 맞다, 고 생각한다. 독도를 지키지 않으면, 돈까스 한 접시와 오무라이스 한 그릇에 독도까지 팔고 올 거라 예상되어. 나는 심히 불편하고, 걱정스러우며. ㅆㅂ. (생각하시는 그거 맞습니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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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5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심히 걱정됩니다….

RM은 예전에 UN 연설문도 심상치 않았는데.. 목소리를 내는 멋진 청년이네요.

단발머리 2023-03-15 21:43   좋아요 2 | URL
수하님도 그렇게 보시죠... 휴우....

RM은 영어할 때 매력 터집니다. 물론 한국말 할 때도 매력 철철 ㅎㅎㅎㅎㅎ 이 무슨 댓글입니까. 굿나잇^^

책먼지 2023-03-15 23: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에 BTS의 인문학적 소양은 다 알엠에게서 나온다는 댓글 보고 물개 박수쳤던 적이 있는데.. 단발님의 이 페이퍼에서는 주해 다는 사람의 품위마저 느껴집니다..💕

저는 저 자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진짜

단발머리 2023-03-16 19:22   좋아요 1 | URL
BTS의 인문학적 소양은 다 알엠에게서 나온다는 댓글에 저도 박수를 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오무라이스만 먹고 오면 좋겠는데요. 그러지 않을 거 같아요, 그죠? ㅠㅠㅠ

책먼지 2023-03-17 08:42   좋아요 0 | URL
구상권 행사 안한다고 그사이 촘촘히 일 저질렀더라고요..??? 화딱지 나서 자세히 안 읽었는데 들여다봐야겠죠..? ㅠㅠ

은하수 2023-03-15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가만히 있다 가면 참 즣겠어요 가슴이 답답!

단발머리 2023-03-16 19:23   좋아요 0 | URL
전 어제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술 먹고 뻗었으면 ㅠㅠㅠ 다른 일 안 하고 먹고 놀고 왔으면.....

독서괭 2023-03-16 0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bts 잘 모르는 저도 rm 은 많이 들어봤는데, 자세히 몰랐어요. 존경스럽네요. 아들 키우는 데 롤모델로 삼아야겠습니다 ㅎㅎ
누구랑 넘 비교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3-03-16 19:24   좋아요 1 | URL
좋은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인생에는 ‘반면교사‘라는 게 존재하니까요.
그 쪽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 슬프네요.

책읽는나무 2023-03-16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M은 참....♡
알쓸인잡을 보면서 RM은 어쩌면 내가 모르게 더 훌륭해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종종 했었거든요. 고 부분을 단발님이 똭!!!!
얘기해 주시네요^^
RM 짱이에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6 19:25   좋아요 1 | URL
전, 일단 알엠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노래 만드는 일/랩에 재능이 있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믿어준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부모님도 큰 일 하셨다~~ 생각합니다. 결론은, 알엠 짱!!

책읽는나무 2023-03-16 19:52   좋아요 0 | URL
근데.....단발님 화가 많이 나셨군요? 욕도 하시공~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6 20:42   좋아요 1 | URL
저 요즘에 욕해요, 책나무님.... 뉴스 보다가 불현듯 확!! 빠바바바바바바박!

공쟝쟝 2023-03-17 0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엠씨가 하는 유엔 연설문 듣고 감격해서 한동안 bts 열심히 이름외웠던 기억이납니다. 잊고 있던 국뽕을 차오르게 만든 알엠 너란 남자....못생겼지만 내가 좋아해. 하지만 얼굴은 뷔가 제일 좋앙... 응? ㅋㅋㅋㅋ
좋았어! 이 글을 읽고 오늘 저는 스피박 갑니다. (마감 하루 앞당겨 한 자의 여유) 후훗!!!

DYDADDY 2023-03-17 08:12   좋아요 3 | URL
드디어 프로젝트를 끝내셨군요. 무사히 끝내신 것을 축하드려요. 그동안 못 읽으신 책도 보시고 홉스와도 놀아주시고 무엇보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시기를 바라요. ^^

단발머리 2023-03-17 18:49   좋아요 0 | URL
쟝쟝님 / 비티에스 얼굴 보고 이름 맞추기, 담에 만나면 해봅시다요 ㅎㅎㅎㅎㅎ 난 완벽합니다.
저도 알엠 좋아하고 얼굴은 뷔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박 말고 마리 쪽으로 간거 맞죠?

DYDADDY님 / 저도 축하해 주세요ㅋㅋㅋㅋㅋㅋ 저도 이번 일주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DYDADDY님도 축하드리구요!!

공쟝쟝 2023-03-17 18:56   좋아요 1 | URL
네 마리루티 69페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단발머리 ㅠㅠㅠㅠㅜ 난 내 영혼의 지문의 일부가 같은 것으로 구성된 듯한 루티를 루티를 루티를 선물해준 단발머리 감사합니다 ㅠㅜ 피박온니 미안 ㅠㅠㅠ 루티랑 같아요 난 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3-03-17 18:59   좋아요 2 | URL
나도 이 책 넘나 은혜로워서 리뷰를 못 썼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해 준 내 안목을 나도 칭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나가 나를 칭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17 19:01   좋아요 1 | URL
은혜다 ㅠㅠ 은혜 ㅠㅠㅠ 아니ㅜ이 시점에서 이거 읽어버리면 이건 세상이 나를 사랑한다는 근거없는 확신에 휩싸이게 되고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7 19:04   좋아요 1 | URL
한량없는 은혜와 끝없는 감탄은 감사와 기쁨으로 마무리되어 겁나게 긴 페이퍼를 탄생시키며,
새 생명 새 인생 새로운 나로, 나를 이끌어가는데....

DYDADDY 2023-03-17 19:29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 이번주 무사히 보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
저는 축하받을 일이.. 단발머리님과의 첫 대화인 것 같아 축하 받고 싶어요. 전부터 같은 정치 성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내적 친밀감은 있었지만 제가 수줍음을 타다보니 그동안 답글을 못달았어요. 처음으로 직접 인사드려요. ^^

단발머리 2023-03-19 20:15   좋아요 0 | URL
DYDADDY님 / 에고!! 첫 대화 당연히 축하드려야죠. 저도 축하받고 싶고요 ㅎㅎ 내적 친밀감 숨기지 마시고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저도 인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남들 꺼 다 빼앗아 놓고, 너희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빈정대는 서구 열강의 기자에게 너희는 몰라. 우리 역사의 비참함을…’이라고 말하는, 말할 줄 아는, 대중 가수를 보게 될 줄이야. , 대단하다. 멋지고 자랑스럽다.

 

 


윤대통령은 일본 과거사 다 털어준 답례로 128년 된 오무라이스집 간다고 대통령실이 자랑하던데. 69시간 노동 관련해 여론이 나빠지자 보완을 지시했다고도 하고. 후보 시절에 주120시간을 말하던 사람 아닌가. 대통령을 탓하지 말자. 우리는 저 사람이 저럴 줄 모두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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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15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RM만 볼래요
굥은 보기도 듣기도 싫네요
69시간 가서 근무 좀 해보라지요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아직도 노동자를 기계부품인줄 알아요

단발머리 2023-03-16 19:28   좋아요 0 | URL
알엠만 보기로 하신 것도 좋은 선택이라 여겨집니다.
69시간 노동은 꼭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켜줬으면 하고요. 특히 대통령이 지켜야 한다고!!! 이 연사 강력 주장합니다!!

다락방 2023-03-1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SNS 통해서 이 인터뷰 보았는데요, 알엠은 윤대통령 보다도 낫지만 저보다도 훨씬 낫네요. 어제 이 인터뷰 내용 보면서 나였으면 뭐라 답했을까 싶더라고요.

아무튼 윤대통령 싫어하는 1인 씁니다.

단발머리 2023-03-16 19:2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생각했어요. 와,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20대라니.... 질문지 미리 준다지만 진짜 대단하지 않나요. 알엠 ‘좋아요‘ 한 개 주기로 하구요.

윤대통령 싫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번호 붙여야 돼요. 제가 1번, 락방님 2번............... (구름떼)

난티나무 2023-03-1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오!!!!!!

단발머리 2023-03-16 19:26   좋아요 0 | URL
오옷!!! 알엠 멋지죠? ㅋㅋㅋㅋㅋㅋㅋㅋ
 




 














39쪽의 이 문장을 읽으니 마리 루티가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여성의 성적, 물질적, 재생산적, 감정적 노동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은 연애 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인셀의 기질로 이어질 것이고, 관계가 시작된 이후라면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자신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앙심을 품거나 질투를 하게 될 때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셀은 잠재적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다. (39)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때, 사람은 반응은 각각이다. 더 많은 모임과 만남으로 외로움을 희석시키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정희진 선생님의 매거진 3월호 <어떻게 우아하게 싸울 것인가>에서 몸의 개별성에 대한 설명이 이것과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 이 설명 불가한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감각된다. 돈이 많아도, 돈이 적어도, 건강해도 혹은 몸이 아파도, 몸을 가진 모든 사람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내면의 빈 공간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것에 기대는 것보다 타인에게 기대는 게 가장 부적절하고 위험한 일이다.  

 

















타인은 결코 우리를 실존적 불안에서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으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도, 마법처럼 고통을 가시게 하거나 어떤 최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할 수도 없다. 타인이 자아실현의 순간이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있겠으나, 우리를 구원해 줄 수는 없다. (<가치 있는 삶>, 101)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외로움을 느낀 인셀들. 모든 사람에게 기본값인 외로움이 자신의 부족함과 타인의 멸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폭발한다. 기본값을 모르는 이들의 반란. 그 처절한 인정 욕구. 헛된 결심 그리고 완벽한 파멸.




그래서 나는 여성혐오를 여성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환경의 특징으로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사회환경에서 여성들은 혐오로 가득하거나 적대적인 대우를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여러 사례들에서 동시에 드러나듯 여성으로서 하면 안 될 "나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 P24

그러나 인셀이 대체로 섹스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성적 욕망을 최우선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섹스와 사랑 그 자체를 원해서가 아니다. 인셀의 수사법은 인셀이 섹스와 사랑을 재화로 여기며, 도구적 이유로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성들의 애정 혹은 그들과의 섹스를 ‘채드‘에 상응하는 남성적 위계에서 지위를 구매하기 위한 현찰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 P35

합리적 의심 그 이상의 증거가 있다고 믿지만 그게 상당한 근거 probable cause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범죄 입증 증거로서 전자의 기준은 후자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 P73

‘상당한 근거‘의 사전적 정의는 "합리적 수준의 의심"으로, 이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주체가 충분한 정황적 증거를 가지고 특정 사실이 참일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때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반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거란 기소 과정에서 제시된 명제가 참임을 합리적 개인이 보기에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을 때까지 증명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관련하여 다음 내용을 보라. https://www.lawfirms.com/resources/criminal-defense/defendants-rights/defining-probable-cause.htm. (22 : 73쪽의 주) - P288

강간 키트의 결과가 분석되지 않은 강간 피해자의 86퍼센트가 유색인 여성이라는 통계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워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분석되지 않은 강간 키트 중)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여성의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들의 검사 결과는 다른 대접을 받거든요. 이들이 겪은 강간사건은 해결됩니다. 불행히도 강간 사건에서 인종은 여러면에서 유색인 여성들의 검사 결과가 방치되는 주요한 이유로 작용합니다. 형사 정의 실현을 내거는 시스템 내부에 이런사례가 정말 흔하게 널려 있습니다. - P78

권력을 쥔 남성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남성은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을 성적으로 "소유할" 권리를 인정받는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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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4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시작하셨군요!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어요. 일단 비비언 고닉 좀 끝내고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6 19:29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딕 끝내신 거 축하드리고요 ㅋㅋㅋㅋㅋ 이 책 생각보다 잘 읽히지요? (여성주의 책은 좀 어려운 책이라고 예상하는 사람) 저도 진도 쭉쭉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3-14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네요!^^ 저도 이 챕터 인상깊었어요. 외로움을 어떻게 발산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단발머리 2023-03-16 19: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제 막 시속 40키로로 달리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님도 화이팅 하시고요 ㅋㅋㅋㅋ 우리 결승선에서 만나요!

바람돌이 2023-03-14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는데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그 외로움을 겪고 통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것일까요? 사실 방법은 너무 많잖아요. 친구들과의 수다, 혼자 여행으로 외로움에 아예 절어버리는것, 운동, 섹스 등등 뭐 끝도 없을 수 있는데.... 단발님 이 페이퍼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되어서 갑자기 좀 울컥해졌어요. 너무 외로운데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걸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 밖에 모르게 되는 사람들. 아니면 내탓이야를 외면서 자기를 파괴하는 사람들... 점점 많아질거라고 생각하니 또 울컥하네요.

단발머리 2023-03-16 19:33   좋아요 1 | URL
전 그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걸 모르고 나이가 들어버렸을 때요. 사회적 활동이 줄고 자식들은 자주 안 오고. 그럴 때의 열패감?
그 외로움, 허전함, 쓸쓸함은 사실 인생의 기본 조건인데, 그걸 모르는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을 탓하기도 하구요. 자식이죠, 주로.
남편이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손자가 있어도,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잖아요.˝ 암튼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예견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요. 바람돌이님의 제안들을 젊었을 때 시행해보고 실험해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쩝.

공쟝쟝 2023-03-17 0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응?아닌가... 스피박이 아니라 역시 <가치 있는 삶>인가? ㅋㅋㅋㅋㅋㅋ
뭐읽지... 끵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7 18:57   좋아요 1 | URL
스피박 어려워서 난 엘렌 식수 읽고 있어요. 해러웨이 스피박 식수 중에서 식수가 젤 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마리 읽겠다고 했죠?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17 18:57   좋아요 1 | URL
식수 너무 좋아 🥹 저 선물하기로 했어요 오늘 나한테 마감기념 선물 곧 땡투갈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