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자꾸 열이 난다고 했다. 귀담아 듣지 않다가 밤이 되어서야 체온계로 재어보았더니, 37.3. 방금 찬바람을 헤치며 집에 들어온 남편의 체온과 같았다. 엄마가 아까 체온을 재어주지 않아 그런 거라고, 때는 분명 38도였을거라고. 아이는 한참을 억울해했다. 독감은 아니었으나, 독감에 준하는독감형앓이 전조였다. 오후 서너시부터 잠들고 깨기를 반복하더니 다음에는 온통 먹는 생각 . 기운이 없어 앉아있을 수도 없고, 딱히 일도 없으니 본인은 먹어야 한다고. ‘죽이야기얼큰김치죽과 김치만두, 베트남 볶음면과 호떡 그리고 올해의 과자감자엔 소스닷 보양식으로 대령했다. 




다음엔 둘째. 열은 많이 나지않는데 기침을 하다 토하고 두어번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는 모양새에 방학 , 기쁘고 즐거운 날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를 봐주시던 우리집 주치의 의사선생님은 왔냐고 하셨다. 아파서 왔는데요. 우리 아롱이 그렇게 아파 보이나요? 장에 약간 문제가 생겼지만 독감은 아닌 같다고 하셔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의 보양식 1번은 닭강정꼬꼬스토리 순한맛인데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관계로 다음 보양식라면 1 반에 말아 맛있게 뚝딱했다. 게임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달라 한참을 조르다가 자기 생각에도 될까 싶은지 소파에 누워반지의 제왕』 펼친다. 기특하다 싶어 쳐다보면 어느새 쿨쿨 꿈나라. 




페이스북에서 보던 기능인데, 북플의 <몇년 오늘, 단발머리님이 재미있게 읽은 <어떤 > 남겨주신 글입니다> 괜찮다. 4년전의 어느 , 길고 겨울방학을 나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과거의 나를 되짚어 보노라니, 때의 나는 지금보다 4년만큼 젊었고, 4년만큼 명랑했다. 같은 점이라고 한다면, 때도 지금도 우리가족의 겨울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라는 . 때도 지금도 우리는 과자를, 옷장 속에 숨겨놓았던 과자를 꺼내 먹으며 영화를 본다는 . 



새삼 톨킨에게 감사하고 싶은, 미세먼지 지독한 어느 겨울 날이다. 

4 혹은 7 후를 위해 오늘을 기록해둔다.   













성원에 힘입어 <감자엔 소스닷> 사진을 공개합니다. 부끄러운데.... 그런데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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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까까로 입가심이나 해 볼까 하여 <감자엔 소스닷 - 토마토케찹맛>을 아사삭 씹으면서 북플에 들어왔더니......😲

단발머리 2019-01-15 14:50   좋아요 0 | URL
어마맛!!!!!!!!!! 우리집은 토마토케찹맛만 먹어요! 그것만 맛있잖아요!!!
우리집은 벌써 두 상자, 그러니까 24개를 해치웠구요. 긴긴 방학을 맞이하여 한두 상자 더 들일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1-15 14:54   좋아요 0 | URL
한 조각 먹고 댓글 달았는데 한 봉 다 먹었어요. 그리고 위의 댓글을 보니 12분전 이라고 되어 있네요🐖🐖🐖🐖🐖

다락방 2019-01-15 14:54   좋아요 0 | URL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1도 모르겠다.....

단발머리 2019-01-15 18:4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이런 과자가 있습니다.
<감자엔 소스닷 - 토마토케찹맛>. 칠리맛도 있는데 그건 맛이 없다고 그 분야 전문가가 장담을 했더랍니다.
그 과자는 저희 동네 마트에서는 팔지 않고 오직 편의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데, 하여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합니다.
저희집 과자 전문가가 그 과자맛을 보고는 매일 편의점 과자를 몰수해오는 바람에, 제가 박스로 구입을 했더랬죠.

그런데, 대박!!!
대구사는 syo님도 그 과자를 알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감자엔 소스닷>을 먹으며 <감자엔 소스닷> 페이퍼를 읽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진이 없어 첨부를 못 하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기회 되시면 맛보기를 권합니다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syo님과 저희집 과자전문가들 취향을 고려하면 어린이맛이라 사료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1-15 15:04   좋아요 0 | URL
미묘한 맛입니다. 처음에는 이 맛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어느덧 12분에 한봉을 원샷할 정도로 흠뻑 빠져버렸다는..... 애기입맛...

단발머리 2019-01-15 15:06   좋아요 0 | URL
제가 그냥 옷장에 숨겨둔 게 아닙니다! 푸하하!!
저희집 아이들이, 모르게 해 주세요!!!!!!!!!!!

syo 2019-01-15 15: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게 288분만 주면 24개들이 한 박스를 박살내고 15600킬로칼로리를 흡입하여 순수 지방으로만 1.7kg을 찔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입니다....

단발머리 2019-01-15 15:15   좋아요 0 | URL
syo님 계산 진짜 빠르네요!!! 근데 많이 배부르지는 않잖아요.
그냥 맛만 있잖아요. 입가심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밥을 먹고 빵을 먹고 그 다음에 까까를 먹을테에요. 나는 소중하니까요^^

다락방 2019-01-15 15:16   좋아요 0 | URL
나도 뭔가 먹어야겠다... 귤도 있고 까메오도 있고 그렇다.

syo 2019-01-15 15:16   좋아요 0 | URL
먹었는데 더 배고파ㅋㅋㅋㅋㅋㅋㅋ
밥빵까까....피땀눈물....

단발머리 2019-01-15 15: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우리 벌써 열다섯
이제 금방 3시 반
이제 한참
배고플 때잖아요.
우리 한참
배고플 나이잖아요

syo 2019-01-15 15: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참 먹을 나이 우리 니이.
턱관절이 움직이는 한 지치지 않고 먹으리....

단발머리 2019-01-15 15:26   좋아요 1 | URL
그냥 먹기만 해서는 배부르지 않습니다.
먹고 마셔야 돼요.
감자엔 소스닷에 어울리는 음료를 추천드립니다.
1) 웰치스 2) 웰치스 포도 3) 웰치스 청포도

독서괭 2019-01-15 18:24   좋아요 0 | URL
어므낫, 울남편 어린이입맛인데 한번 사봐야겠어요. 거참 신기한 이름의 과자가 다 있네요~

syo 2019-01-15 18:38   좋아요 0 | URL
‘전국 어린이입맛 남편연합‘을 결성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네요. 전어남.

아참, 난 남편이 아니지.... 나도 남편인 줄 알았네...

단발머리 2019-01-15 18:43   좋아요 0 | URL
전국 어린이입맛 남편연합, 전어남에 저도 가입하고 싶어요.
와사비맛 좋아하는 아내도 가입 가능한지 좀 알아봐 주세요.

남편 아니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헤헤헤.... 아니시구나~~

syo 2019-01-15 18:4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전국 와사비맛 좋아하는 아내연합‘을 만드셔야죠. ‘전와좋아‘

단발머리 2019-01-15 18:53   좋아요 1 | URL
<syo님 알고보니 AI>
알고보니 작명 AI.
알라딘에 잠입하여 작명 기술 전격 과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표작 : 전어남, 전와좋아 등등

그렇게혜윰 2019-01-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찬바람 맞고 왔는데도 37.3도인 남편은 걱정 안하십니꽈??

단발머리 2019-01-15 17:36   좋아요 1 | URL
네에~~~~~~
남편이 조금 열이 난다 했을 때, 37.8도였거든요. 그 때도 저희는 걱정을 안 했더랬죠.
남편은 BTS도 아니면서 항상 불타오릅니다. 불타오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19-01-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댁의 보양식이 너무 탐나네요~ 저도 처음들어보는 과자인데 올해의 과자라니 당장-집밖을 나서게된다면- 편의점에 들러서 ‘감자엔소스닷‘을 사봐야겠습니다.
과자 소개는 처음 받네요~ㅋㅋ

단발머리 2019-01-15 17:37   좋아요 0 | URL
모든 편의점에 ‘감자엔 소스닷‘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립니다.
저희 동네에는 미니스탑과 지에스25에 이 과자가 있다는 걸 확인했죠.
좋은 소식이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19-01-1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술안주스러운 비주얼의 과자네요^^

단발머리 2019-01-16 16:12   좋아요 0 | URL
너무 큰 기대는 말아주세요. 전 깜짝 놀라지는 않았어요.
제일 먼저 저희집에 이 과자를 전파한 이는, 인생과자,라고 말했지만요.
이번 기회에 입맛을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해야 연애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교복 입고 다닐 때부터 그랬다부지런해야 연애할 있다. 1학년 1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는 남자친구가 바뀌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튼 계속 ‘연애중이다부지런해야 연애할 있다연애한다고 모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연애조차 하지 않는다면 사랑에 빠질 확률은 그만큼 낮아진다.

 

가부장제 사회 이성애자 기혼여성으로서 이제 연애는 내게서 떨어진 일이다세상 모두 그렇고 그런 거지 세상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아는 사람처럼그러니까 인생의 재미를 모두 포기한 사람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새로운 사람새로운 사랑을 찾아보겠다결연히 나선다면 또한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일이다설명이아주 길고 세세하며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할 테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세번째로 읽는 마리 루티의 책이다저자는 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 산다는 말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 산다는  『화성에서 남자 금성에서 여자』를 나도 당연히 읽어더랬는데남자는 문제가 생길 동굴에 들어간다,라는 앞부분만 기억나는 걸로 봐서는 끝까지 읽지 않은 하다 책을 펼쳤던 백만년전나는 연애를 ‘동경했으나 막상 연애를 ‘실행 의지는 없었기에 책을 끝까지 읽을만한 동력이 부족했다부지런하지 않았다.

 

책은 사랑에 빠지기 원하는하지만 자주 연애에 실패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여성들에게 아주 유익한 책이다연애의 실패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그래서 다음 연애에서는 내가 잘해야겠다 양보하겠다 희생하겠다이렇게 각오하는 여성이라면 더더욱 책을 읽어봐야 같다나는 부분이 좋았다.


 


사춘기가 때쯤 우리는 ‘그것 결여되어 있다는 깨닫게 됩니다인생은 불공평하며 자신이 결코 불굴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뭔가 완전하지 않은 듯한 느낌은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고 없는 불만감이 일상의 저변을 흐르게 됩니다. …  사르트르는 공허감을 ‘nothingness’라고 불렀고 라캉은 ‘결핍lack’이라고 했습니다나는 이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이것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281/530) 





우리 존재 안의 커다란 구멍과 구멍에서 느껴지는 내면의 공백이 채워지는 특별한 경험이 바로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사랑에 빠졌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우리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잊게 된다하늘은 파스텔톤으로 변하고 발걸음은 가벼워진다존재를 흔들어대던 불안이 갑자기 사라진다 세상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믿게 되고가끔은 가능해진다하지만 그녀가 말한다사랑에 빠진 남자를 ‘그것으로 만들 때의 위기를소원 성취형 연애의 위험을 말이다. ‘그것 아무리 매혹적이라 해도 연애의 일면일 밖에 없음을, ‘그것 자신과 남자 사이의 공간을 차지해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을 말이다.

 


『남근선망과 안의 나쁜감정들』에서도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사랑이 부여하는 힘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 삶을 완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충족감 때문에 연애를 하는 사람도 많다지루하고 짜증 나던 인생이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쉽게 포기하기란 어렵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들뜬 상태는 빠르게 희미해진다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창의적인 활동에서 얻는 만족에 비해서 말이다. (123)





대중매체와 매스미디어드라마영화소설 등을 통해 이성애적 사랑에 대한 신화는 끝없이 재생산되고 미화된다인생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단번에 해결해줄 구원자로서의 사랑을 갈구하던 어떤 사람은  사랑이 자신을 구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공백이 채워지지 않았음을 확인한다사회적 요구와 기대 때문에 많은 남자들은 공백을 직업적 성공과 명예를 통해 채우려 한다. 역시 사회적 요구와 기대 때문에 많은 여자들은 그런 허무함을 스위트홈과 자식을 통해 채우려 한다좋은 집과 신형차멋진 애인과 안정적인 노후가 허전함을 채워줄 없듯이단란하고 행복한 가정든든한 남편과 착하고 예의바른 자식들도 허전함을 채워줄 없다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공허함과 허전함내면의 공백과 존재의 구멍은 ‘사랑’, 가장 위대한 구원자의 도움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채워질 없다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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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1-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성남자 금성여자 책 열장인가 읽다가 말았던 것 같아요. 동굴 부분은 가지도 못한 것 같고요. ㅋㅋㅋ 그렇지만 저는 살면서 제가 동굴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남자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하는 핑계같아요. 아무튼, 마리 루티의 번역된 책들은 다 읽으셨군요! 전 아직 남근선망은 시작 전인데... 하아-

단발머리 2019-01-15 14:48   좋아요 1 | URL
저는 일단 동굴까지만 읽어서 동굴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오랫동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이 발생할 때, 남자는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여자에게는 남자에게 동굴에 들어가 쉴 시간을, 남자에게는 동굴 밖으로 나와 여자와 대화하라고, 그 책에서는 조언하죠. 당시의 사회상과 연결지어 생각했을 때, 직장에서 압력을 많이 받는 남자들은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고 하루종일 아이들과만 있다가 ‘대화를 나눌 만한‘ 상대를 만난 여자들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고, 마리 루티가 말했던 것 같아요.
남자들의 핑계라는 다락방님 지적이 정확한 지점이죠.

<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감정들>이 특히 좋았던 건 마리 루티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서였어요. 페미니즘 글쓰기의 표본, 이론적 요소와 자전적 요소를 결합한 글쓰기가 아주 매력적이죠. 다락방님 완전 좋아하실 것 같은 예감^^

설해목 2019-01-1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어요.
제목은 좀 딱딱하긴 하지만 <하버드 사랑학 수업> 한번쯤 꼭 읽어보고 싶네요. ^^

단발머리 2019-01-15 17:39   좋아요 1 | URL
제목은 좀 딱딱하지만 강의를 엮은 책이라 술술 넘어갑니다.
책소개에도 이론만이 아니라 저자와 친구들 이야기, 영화이야기의 예시 덕분에 쉽게 이해된다고 적혀있던데,
딱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즐거운 읽기 시간이었습니다^^
 
















강간의 정의에서 밑줄을 그을 부분은 그녀의 의사에 반해이다. 여성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성행동이 바로 강간이다. ‘동의하지 않은 성행동이 가능한 이유가 인간의 신체 구조, 남녀간에 상이한 신체 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신체 구조로 인해 강제 삽입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수전 브라운밀러는 말한다.


인간의 신체 구조로 인해 강제 삽입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단 하나의 요인이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를 창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남자들은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했다. (24)

시몬 드 보부아르 역시2의 성』에서 곤충, 물고기, 개구리, 두꺼비, 조류와 포유류의 교미 과정을 비교하며 암컷이 울음소리, 교태, 노출 등으로 수컷을 유혹할 수는 있어도 교미의 주도권은 수컷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비록 암컷이 도발적이고 동의적으로 나오더라도 결국 암컷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수컷이다. 그러므로 당하는 것은 암컷이다. 이 말은 대개 아주 정확한 의미를 갖는다. 수컷이 특수한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또는 매우 강하기 때문인지, 수컷은 암컷을 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이 교미행위를 능동적으로 행하는 것은 수컷이다. 많은 곤충이나 조류, 포유동물들은 수컷이 암컷에게 성기를 삽입한다. 그래서 암컷의 내적 본질은 침범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2의성』, 49)


『The Second Sex』에서 의미가 좀 더 명확하다.


Whether she is provocative or consensual, it is he who takes her: she is taken. The word often has a very precise meaning: either because he has specific organs or because he is stronger, the male grabs and immobilizes her; he is the one that actively makes the coitus movements; for many insects, birds, and mammals, he penetrates her. In that regard, she is like a raped interiority. (35)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고’, 암컷은 수컷에게 취해지며’, 이는 수컷이 자신의 성기를 암컷에게 삽입하는 행위(penetrate)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 감정들』의 저자 마리 루티는 이에 대해 다르게 말하는 것 같다. , 남성을 성에 능동적인 존재로,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미국의 주류 성관념이 관통성/수동성 등식으로 작동해 가장 급진적이라 할 퀴어 성생활 학술 연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143)는 지적이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인간 신체의 특정 구조가 강제 삽입을 가능하게 했다는 주장이 여성의 성적 능동성을 제한하는 논리에 역이용될 수 있는건지. 또는 강간 피해자를 비난할 때 자주 사용되듯이, 여성은 성행동에 소극적이어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여성은 강간을 포함한 강제적 성관계 원했다는 궤변에 악용될 수 있는건지. 그걸 잘 모르겠다.    

관통성과 수용성, 남근중심주의와 남근선망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것이다.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류 사회 초기부터, 남성 장기의 일부가 여성에게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남자들이 알아챘다는 것.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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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1-1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 루티 책 저도 사두었어요. 저도 읽어볼게요. 어제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조금 읽다 잤어요. 도 읽고 싶었지만 잠이 쏟아져서 정말 조금밖에 못 읽었거든요. 일전에 영화 [트로이] 보고 포로 브리세이스를 총애하는 아킬레스 보며 멋있다 생각했는데, 어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보면서 그냥 다 짜증났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9-01-10 08:08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마리 루티 책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북으로 <하버드 사랑학 수업> 듣고 있는데, 연애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지네요.

짬짬히 일어나는 짜증들과 싸워가며 읽어갑니다! 쭉쭉!!
 














1. 사실들 

2018년과 2019년 사이 필립 로스를 다시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완성형의 사람, 완성형의 인간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완성형의 인간은 삶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취하고 관조적이며 여유롭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완성형의 인간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을 좋아했던 것일수도 있겠다. 

내가 필립 로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당대 미국 최고의 작가, 최고의 소설가였다.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고,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고, 미국 생존 작가 최초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완전 결정판을 출간한 소설가였다. 남아 있는 상이라고는 노벨문학상 뿐이라고 했던 작가. 내가 필립 로스를 알았을 때 그는 이미 완성형, 작가로서 완성형에 이른 사람이었다. 


사실들에서는 진행형의 로스를 만날 수 있다. 

가족들이 인정한대로 입으로 떠드는 재능(63쪽)이 있다고 여겨지던 유대인 소년이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영문과의 젊은 문학 강사 부부들과 어울린다. 자신도 그들처럼, 영문과 교수가 되건, 너무 훌륭해서 돈이 안 되는 책만 쓰는 진지한 작가가 되건, 가난하게 살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89쪽) 미친듯이 말을 쏟아낼 때의 열기와 광기가 소설 속에 어떤 식으로 구현되어야할지 아직 모른 채, 필립 로스는 그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시간과 공간, 선과 악, 외양과 실재의 수수께끼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뉴어크 유대인 동네 이야기(91쪽)가 문학이 될 수 있을거라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필립 로스는 그들 앞에서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간다. 

작은 아파트,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 곳에서 소설을 쓰는 필립 로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강의가 없는 날 오후, 콧구멍만한 아파트에서 볕이 제일 잘 드는 부엌 식탁에 앉아 휴대용 올리베티 타자기로 단편소설을 쓰는 필립 로스.(127쪽)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한 글자 한 글자 타자기로 밀고 나가는, 젊은 작가 필립 로스.
진행형의 필립 로스를 만날 수 있다. 




2. 자본론을 읽다 


작년에 읽다 만 양자오의 자본론을 읽다를 다시 읽었다. 양자오의 설명은 시원시원하다. ‘자본의 인격화’, 구체적인 인간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정의되고 자본에 의해 통제되는 반응이자 활동으로서 ‘자본가’에 대한 지적이 특히 그렇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 뿐 아니라 자본가조차도 생명 없는 자본의 통제 아래에 있게 된다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널뛰는 증시와 예측할 수 없는 경제 불황이 이미 수없이 증명해 보였다. 레일 없는 철길을 쉼없이 달려가는 자본주의 열차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자본주의의 이 미친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3. 에디톨로지 



에버노트는 내가 사용하는 모든 IT 기기에서 동기화시켜 사용할 수 있다. 남의 컴퓨터에 들어가 사용할 수도 있다. 급할 때 최고다. 웬만한 텍스트 작업도 큰 불편 없이 할 수 있다. 데이터 관리를 할 때 난 일단 자료를 계층적으로 분류해 저장한다. 에버노트의 각 ‘노트북’이 대분류로 나뉘어 있고, 각 노트북 안에 또 다른 하위 노트북들이 들어 있다. 그 계층구조가 3단계, 4단계까지 올라가는 복잡한 것도 있고, 한 단계에서 끝나는 간단한 것도 있다. (369쪽) 




해아래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창조란 엄밀히 말하면 편집이라 주장하며 새로운 시대 ‘에디톨로지'의 시대를 말하는 책이다. 지식 권력은 이제 더 이상 대학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나, 김용욕의 크로스텍스트와 이어령의 하이퍼텍스트론은 어렵지 않다. 쉽고 재미있다. 다만 예시 속 사진이나 그림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을 읽고는 바로 이렇게 책 세 권을 대출했다. 자료를 어떻게 보관하고 정리할 것인가가 최근 일주일간 나의 최대 화두다. 에버노트가 해법 중의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4.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건, syo님 서재에서 봤던 바로 이 문장 때문. "엄마와 아저씨가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주로 코딱지를 파며 서 있었다.” 책을 펼쳐보니 그에 걸맞는 그림도 있다.  







어렸을 때 내가 학교에 가기 싫은 티를 내는 날이며 엄마는 얼마나 아프냐고 물었다. 진짜로 아픈 날에나 가짜로 아픈 날에나 나는 꼭 진짜로 아프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럼 꼭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주었다.(86쪽)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들끼리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애가 엄살이 심하다고. 나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속으로만 말한다. 고통의 크기와 강도는 그 고통을 헤쳐나가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라면 옆사람은 알 수 없다. 그냥 ‘짐작’할 뿐이다. 서투른 위로가 도움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바라는 사람은 어쩌면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냥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 그냥 그렇다고 믿어주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일때, 그 때 행복하다. 살 맛이 난다. 나도 아프다며 학교 가지 않고 과자 먹으며 집에서 딩가딩가 노는 어린이를 종종 보아왔지만, “오징어 넣고 부침개 부쳐 먹을까?”까지는 이르지 못 했다.   

이슬아의 엄마 복희씨 이야기를 들으며 자주 엄마를 생각했다. 내 엄마가 복희씨처럼 다정하고 착한 엄마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큰 함정은 누군가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는 사실. 알고 보니 나도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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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귀여운 코 파는 애기 슬아.....

단발머리 2019-01-09 16:55   좋아요 0 | URL
다음 다음 장이던가요.
연속으로 나오잖아요. 코 파는 아기 슬아...... 넘 귀여워요.

독서괭 2019-01-1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버노트 등 자료정리 연구하시면 꼭 결과 알려주세요! 제가 워낙 정리를 못해서ㅜ

단발머리 2019-01-10 08:10   좋아요 0 | URL
일단 에버노트로 문서작업은 좀 불편한 것 같아요. 전 끄적일때 워드 사용하는데, 워드가 손에 익어서 그런지 워드가 편하네요. 검색 기능은 에버노트가 정말 좋은 것 같구요.
아직 많이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서도 종종 후기 올릴께요. 저도 워낙 정리를 못해서요.
 

간만에 집을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더 멀리 나가야 길을 잃을텐데 근처에는 사막도 황무지도 숲도 없다.


라고 말하면 나쁜 사람. 뒷산이 북한산인 사람.


그래도 추우니까 길잃기는 봄에 하기로.
길잃기 선행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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