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샬럿 브론테가 나한테 맞는다고, 나에게 맞는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두컴컴한 실내와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과 끝없는 황무지를 사랑하고, 미친 듯한 집착과 멈추지 않는 광기와 그리고 간절한 애원에도 뒤돌아서는 그런 단호함을 사랑한다. 샬럿보다 더 어두운 영혼 에밀리 브론테의 내가 곧 히스클리프인 거야도 사랑한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반짝반짝함과 허위를 꼬집는 재치도 사랑하지만.   

 


<벨기에 에세이>를 읽는다. 일기를 쓰지 못하는(않는) 게으른 나는 부러워하며읽는다. 일기, 편지, 에세이 모음집을 읽는다. 앤 브론테의 목소리를, 에밀리 브론테의 목소리를 듣는다.


 

12시가 넘었다. 앤과 나(에밀리)는 말끔하게 챙겨 입지도 않았고, 침대 정리도 안 했고, 공부도 안 했지만 나가서 놀고 싶다. 우리는 저녁으로 삶은 쇠고기와 순무, 감자, 사과 푸딩을 먹기로 했다. 부엌은 잔뜩 어질러져 있다. 앤과 나는 나장조 피아노곡 연습을 끝내지 못했다. 태비(브론테가에 헌신했던 하인)는 내가 그녀 앞에 펜을 내려놓자마자 말했다. "거서 빈둥거리지 말구 감자나 좀 까?" 나는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당장 하겠습니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로 일어나서 칼을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감자 껍질은 다 벗겼다). (1834 11 24일 월요일)  

 


이 얇은 책에 선택된 일기 일부 중에 감자 껍질 벗기는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자와 감자 껍질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 에밀리, 샬럿이 감자 껍질 벗기는 에피소드.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1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서 울프는 이렇게 쓴다.

 



















소설은 희곡이나 시보다 훨씬 쉽게 들었다 놓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은 작품을 쓰다 말고 아버지를 간호했다. 샬럿 브론테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감자 싹을 도려냈다. 여성은 공용의 거실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던 만큼, 인물을 관찰하고 성격을 분석하는 데 눈이 뜨였다. 그녀가 받은 훈련은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54)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은 여성의 삶을 얼마나 옥죄었던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여성도 피해 갈 수 없는 효도의 의무와 식사 준비. 간호와 감자 껍질 벗기기.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준비하는 게 윤리적이다. 그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윤리가, 그 예의가, 그 책무가, 그 의무가 여성에게만 부여된다는 데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The Bronte Sisters>의 중고 등록 알림이 왔다.  ‘중고 등록 알림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 무척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네 권에 3만원이라니 이건 뭐, 바로 구매 각이다. <Villette> 원서로 가지고 있고, <Wuthering Heights>은 물론이요, <Jane Eyre>는 원서만 두 권이고, 이북도 다 있지만, 어머 이건 사야 해! 이렇게 촐랑대다가 다른 책이랑 같이 구입한다고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그만 판매종료되고 말았다. 이 책만 바로 결제했어야 했는데. 이 귀한 책 구매하신 이웃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매우 축하드립니다. 제가 많이 부러워하고 있어요.

 
















슬픔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을 때, 갑자기 내가 엄청 두꺼운 브론테 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기억이 밀려온다. 그래? 나한테 브론테 책이 있어? 사진첩에 들어가 검색에 ‘bronte’라고 쓴다. ! 맞아! 내가 이 책을 샀네. 친절하기도 하셔라, 2022 1 12일이구나. 근데 이 책 어디 있지? 어디 갔니,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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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2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아쉽습니다. 이웃님이 아닐지도요… ^^

단발머리 2023-08-27 20:11   좋아요 1 | URL
일단 수하님 아니시고요 ㅋㅋㅋㅋ 한 분 패쑤!!! 🤪

건수하 2023-08-27 20:20   좋아요 1 | URL
그럼요! 저는 원서는…. 😵‍💫

단발머리 2023-08-27 20:21   좋아요 1 | URL
🤣🤣🤣전 일단 구입만 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7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사진이 멋져요! 왼쪽 그림은 무슨 그림인가요?
저도 아뉩니다 ㅋㅋ
감자껍질 벗기기 ㅠㅠ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에도 창작에 끊임없이 방해당하는 얘기들 나오던데요 ㅠㅠ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1 | URL
왼쪽 그림은 친구가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선물해 준.... 제가 앞으로 꾸미고 싶은 어떤 방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저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방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데 방해하는 아가들....

잠자냥 2023-08-2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제가 좀 빨랐군요?!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0 | URL
헐? 진짜요? 진짜에요????????????????

잠자냥 2023-08-27 20:3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아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장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7 20:40   좋아요 1 | URL
아아아앙아ㅏ아아앙 저 사진 좀 올려주세여~ 댓글 달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패쑤 독서괭님 패쑤 잠자냥님 패쑤 ㅋㅋㅋㅋㅋ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락방 2023-08-28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도 너무 멋있고 글도 너무 좋습니다. 저는 단발머리 님이 브론테 자매를 좋아하고 그걸 확신하며 말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도 너무 좋아요.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혹은 그 일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나만의 고유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느 이 글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나에게 맞는‘ 작가가 누구인가 생각했는데 현재는 ‘줌파 라히리‘만 생각납니다. 크 -

단발머리 2023-08-30 20:48   좋아요 0 | URL
저는 브론테를 좋아합니다. 폐쇄된 공간, 환경 속에서 가족 밖에 없었고 더 이상 만날 사람이 많지 않았던 넉넉치 않은 생활의 브론테 자매, 남매들이 이룩해낸 업적을 존경합니다. 그 꼿꼿함을, 대담함을, 끈질김을 저는 사랑합니다.

다락방님께는 진짜 ‘줌파 라히리‘가 딱이네요. 그리고 이승우. 그리고 리 차일드.......
 



















지난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독서 모임 언니들을 만나기로 했다. 갈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서둘러 보내고, 빨래를 돌리고, 동작을 건너 뛰어가며 45분짜리 요가를 20분 만에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꺼내고 일부를 건조기에 넣고, 그리고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린 후, 샤워를 하면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건조기에 들어갈 옷과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을 분리하면서, 나는 이 일을 모두 끝내야 언니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자, 얼른. 서둘러! 이 일을 다 끝내야 놀러 갈 수 있어. 팥쥐 엄마 없는데도 나는 콩쥐인가.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이 모든 일을 끝내야만 나가 놀 수 있다니.

 


 




오늘 퇴근하고 나서는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고 엄마표 가지전을 씹으며 세탁기에 빨래를 넣었다. 아침에 깎아 둔 복숭아를 먹고 나서 바로 청소기를 꺼냈다.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리고 나면 빨래가 다 되었을 테고,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고, 샤워를 하고 나면, 나는 다시 놀러 나갈 수 있을까.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을 읽고 있다. <감시와 처벌>로 가는 길이 이토록 머나먼 길인지 몰랐도다. 푸코에게 가는 길에 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도다. 이틀 동안 읽고 이 문단을 주웠다.

 


푸코는 지식을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연속적 실체로 보지 않는다. 다음으로 푸코는 지식을 이성적 사유 행위의 결과로 보면서 그 지식에 보편적 진리의 자격을 선험적으로 부여하는 계몽주의적 논리를 거부한다. 푸코에게 지식은 이성적 사유의 힘에 추동된 것도, 보편적 진리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와 단절을 보이는 불연속적인 것이며, 순수한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당대의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조건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119-120)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푸코의 지식에 대한 관념은 페미니즘에 닿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여성은 천성적으로 모성에 적합하다는 통념, 여성은 성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믿음, 이러한 지식과 지식들은 그러한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 상황 속에서진리로 작동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페미니즘은 아니야, 여성도 남성만큼 이성적이야라고 응대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야?’라고 묻는다. 그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를 묻고, 그 지식이 사회와 문화, 종교와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것임을 논증한다.

 

 



부지런히 읽어도 끝나지 않는 머나먼 길. 내게는 자갈치가 있으니. 푸코 헤어스타일을 참고해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었음을. 굳이 밝혀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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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5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코헤어스타일과 자갈치 ㅋㅋㅋㅋㅋㅋ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
아휴. 그 많은 일 해치우고 잘 놀러 나가셨겠죠? 신데렐라가 따로 없네요.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8-26 19:39   좋아요 1 | URL
자갈치가 2+1이라 사왔더니 아직도 남아있네요. 즐겁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많은 일을 해치우고 저는 매우 즐겁게 놀다 왔습니다. 간만에 힐링 타임을 가졌지만 중간중간 갖게 되는 ‘열변의‘ 페미니즘 모먼트 ㅠㅠㅠ 그에 더해 한결같은 맘으로 직장맘들 존경합니다!!
맛있는 거 먹고 쉬는 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 놓치지 마세요. 저도 그럴게요!!!

다락방 2023-08-25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 멋있어 보여요! 그건 아마도 뒤의 책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가득가득한 책장안에 폭 들어가 있는 푸코!!
역시 제 책구매는 아직 멀었다느 생각을 합니다.

저는 너무 어려워서 읽기를 다시 시도하지 않는 푸코이지만, 단발머리 님 화이팅 입니다!! 단발머리 님은 Hal Su It Da!!

단발머리 2023-08-26 19:41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 뒤메질과 푸코는 책정리에 극과 극을 보여주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책구매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책을 주문(?)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려워도 성의 역사 완독하신 분이여서 제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화이팅은 감사해요. 화이팅 없으면 못 읽어요 ㅠㅠㅠ 히잉
 






 














방학 내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씨름하고 있던 큰아이는 책을 사 준다면 열심히 읽겠다 큰소리를 쳤다. 최근에 쟝님이 추천해 준 <기억의 뇌과학>을 살짝 권했지만 자기는 이 책이 더 좋겠다 해서 그래라 그럼, 하면서 큰아이가 고른 <천 개의 뇌>을 구입해 주었다.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는지, 아롱이는 느닷없이 <현대사상입문>을 읽고 싶다고 했나 보다. 큰아이가 그 책은 집에 있어, 엄마 책, 이라고 말해서 아롱이는 책(구입)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큰아이는 1학기 때 기숙사에 있어서 집에는 주말에만 왔고, 나는 저 책을 주로 회사에서 읽었는데, 쟤는 언제 내가 저 책을 읽었던 걸 봤을까. 집에 오자마자 책을 찾던 큰아이는 <현대사상입문>을 아롱이에게 건넨다. 책을 손에 든 아롱이의 눈빛이 묘하다. 나란히 서서 책을 펼치며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진짜 베스트셀러 많이 읽어. 교보에 엄마가 읽던 책 많더라고.

 


아이야, 엄마가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까 엄마는 이 책을 샀는데 말이지.

 


















지지난 주부터 <감시와 처벌>을 읽고 있다. 나는 '이해란 핵심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줄여 말할 때의 위험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핵심의 도출, 요지의 산출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 책의 요지는 이 문단이다.

 


,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지, 국가와 시민들 사이에 혹은 국가와 계급들의 경계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66-7)

 


이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권력이 지배 계급의 특권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라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권력이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을 포위 공격하고, 거쳐 가고, 가로질러 간다, 는 말이 좀 어려웠다. , 권력이 지배 계급의 으로서만이 아니라, 피지배계급의 입장을 표명하고 연장하는 효과로 작동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싶었다. 마침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마주하고 있어서, 이 문단이 이해가 잘 안된다, 이 책은 어렵다, 이런 평범하고 무난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 번역 문제도 있고. 그런 경우 원서로 읽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불어로? (나 불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야? @@) 아니, 왜 불어로 읽어, 영어로 읽어야지. 그렇지? 영어로 읽어야겠지? 그래서, 나는 빛의 속도로 <Discipline and Punish : The Birth of the Prison>을 주문했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저 부분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천천히 읽었다. 이건 내 숙제가 아니고 과제도 아니고. 나는 급하지 않으니까. 혹시, 혹시나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러나, 한글 번역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직역이어서 어디 하나 고칠 곳이 없었고, 그 문장을 그대로 이해하면 충분한 것이었으며, 그게 바로 한글 번역본이었으니. 다시 찾아온 절망.

 



 












에 굴하지 않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딱 한 권 남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읽기>를 구매했다. 나는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었고, 후퇴할 생각도 없었으니. 그러나, 빠밤!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 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내려가 있는 것이다. (25-6)

 

 

25-6쪽은 <감시와 처벌>에서 내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문단의 해설인데, 저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똑같다!!’ . 어쩌란 말인가. 절망했으되 포기를 모르는 나는, 다시 돌아간다. <현대사상입문>이다. 읽었지만 또 읽는다.  <3. 푸코 : 사회의 탈구축>  

 




김치냉장고 위에 푸코 올려놓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많지는 않을 거라 짐작한다. 김치 냉장고(식민 시대의 잔존을 청산하지 못한 비극적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의 필수품) 위에(‘내 책상을 가지고 있지만 열대기후 시대 에어컨 문제로 아이들에게 단기 대여해서 현재 책상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여기) 푸코(나의 숙제이며 또한 과제) 올려놓고 사진 찍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이며 서울 시민이고, 여성이며 기독교인이고, 주부이며 이제 노동자이기도 한 나의 푸코 읽기.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는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얘들아. <현대사상입문>을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까, 그건 아니야. 그게 아니긴 한데, 완전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니긴 아니란다. 아니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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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3-08-22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난 어떤 분도 이 책 읽고 계시더라구요. 우와, 푸코 영어로 읽어, 멋지다.

단발머리 2023-08-22 17:39   좋아요 0 | URL
끝까지 다 읽겠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진짜에요. 확실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22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네 베스트셀러는 기준이 달라요. 너무 너무 훌륭해요. 누가 현대사상입문을 베스트셀러라고 할까요? 그걸 베스트셀러로 취급할 수 있는 단발머리님댁은 우리나라 교양수준을 확 끌어올릴거예요. 모두가 본받아야 해요. ^^
이 글 읽으니 평소 심도있는 단발머리님 글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지요. 책 읽다가 모르는 문장 나오면 어쩌라구 하면서 오늘의 저를 또 반성하게 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08-22 17:43   좋아요 0 | URL
<현대사상입문>이 베스트셀러는 아니겠지만서도 저희집이 그런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믿어주셔서 제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친구들과 푸코 읽기를 하고 있거든요. 저는 딱 두 권‘만‘ 읽으려고 계획 중입니다. <감시와 처벌>이랑 <광기의 역사>인데요. 처음부터 삐그덕거리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건수하 2023-08-22 18:34   좋아요 1 | URL
제가 아래 단 댓글도 이런 뜻이었어요. 단발머리님 댁은 왜 출판계가 어려운지 모를 것이다… ^^

단발머리 2023-08-22 18:44   좋아요 0 | URL
알게 되어야 합니다. 단발머리네집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가 조금 더 직관적인 것 같기는 한데.... (먼 산).
<감시와 처벌> 읽기를 보루로 장만해뒀지만...


얘들아, 교보문고에 베스트셀러만 있는 건 아니야. 거긴 책이 엄청 많잖니. 그게 다 베스트셀러면 출판계가 왜 어렵겠..
(왜 출판계가 어려운지 이해가 안 되지?)

단발머리 2023-08-22 17:46   좋아요 1 | URL
영어 원서를 중심으로 읽어볼게요, 라고 댓글을 달고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데까지 읽어보겠습니다.

큰아이 말로는 베스트셀러 코너가 아니라 가운데 넓은 통로에 놓여 있다고 해요. 교보문고에서 밀고 있는 힙한 책들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 있는 책들 다 베스트셀러였음 좋긴 하겠어요. 더 많이 팔려야 좋은 작가들 많이 나오고.... 선순환...

2023-08-2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8-22 17:50   좋아요 1 | URL
세상에.... 여러분!! 제게는 <감시와 처벌> 불어판을 확인해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비댓으로 하시면 어떡해요? 그럼 저만 공부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부분은 아마도 ‘피지배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배자가 고정시킨(?)) 그 위치를 다시 만들어낸다’ 정도의 의미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피지배자의 포지션을 정해버리고 그걸 재생산-유지한다는 뜻 아닐까요?

귀한 댓글에 저의 이해도가 55% 상승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매우매우 심히 감사드립니다!!


다락방 2023-08-22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상황에서 책 없이 집으로 돌아오다니. 저였으면 그러면 다른 책을 다시 골랐을 것 같은데요. 기어코 득템하리라! 하는 마음으로다가 ㅋㅋㅋㅋㅋ 역시 제 욕심은 …

단발머리 2023-08-22 17:51   좋아요 1 | URL
책에 욕심 없는 1인은 이미 가슴팍에 뉴진스를 품고 있어서요. 하니로도 충분했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집에 돌아와서 책을 펴고는 ‘흠....‘ 이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책은 펼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잠자냥 2023-08-2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김치냉장고 위에는 푸코가 있군요? 즤집 김치냉장고 위에는 2호가 있습니다.
아침 출근할 때 거기 있던데 지금도 있을 듯 ㅋㅋㅋㅋ

얘들아, 근데 베스트셀러조차 안 읽는 엄마들도 많단다;;;;

단발머리 2023-08-22 17:53   좋아요 2 | URL
아.... 김치냉장고 위의 2호라면, 푸코의 불어판이 오더라도 당장 자리 비켜줘야지요. 잠자냥님 댁은 좌석 지정제로 운영되나요?
아니면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집사님들을 기다리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베스트셀러라도 읽는 엄마들이 더 많아져야겠다 생각하다가.... 책 제일 많이 사는 연령층이 3,40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출판계의 큰손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22 19:54   좋아요 3 | URL
그것은 애들책 문제집 때문에 그렇다고 하던데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8-22 20:44   좋아요 2 | URL
수하 님..ㅋㅋㅋㅋ
근데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30대 때는 애들 그림책,동화책
40대 초반까지는 애들 문제집...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21:14   좋아요 2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ㅋㅋㅋㅋㅋ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사실인 거 같아요. 문학 인문학 쪽도 그럴 거구요. 남자들이 자기계발서를 더 읽는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많이 읽는다고 알고 있어요.
기사 검색하다가 못 찾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중...... ㅠㅠㅠ

거리의화가 2023-08-2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 책이 베스트셀러인가?싶긴 합니다만(알라딘에서는 사회과학 23위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저 입문이라는 글자에 궁금해서 사보시는 분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지금까지 단발머리님께서 올려주시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논리적 사유와 성찰이 필요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늘만 해도 <감시와 처벌> 저 책은 푸코의 대표작인데 책에서 이해 안가는 부분을 체크하고 원서를 뒤져 확인하고 생각하고 다시 다른 책을 뒤지는 과정들은 열의와 정성이 필요한 과정이지요. 공부가 그리 단순하다면 어찌 공부가 되겠습니까^^; 아무튼 단발머리님의 책 읽기는 늘 본받을 점이 많아요. 계속 응원합니다!ㅎㅎ

단발머리 2023-08-22 18:18   좋아요 1 | URL
저 책을 베스트셀러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해요. 근데 저희집 아이들은 엄마가 ㅋㅋㅋㅋㅋ 쉽고 가벼운 이를 테면 ‘베스트셀러‘를 읽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제가 막 ˝아니야!!!!˝ 이렇게 외칠 수는 없고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럴 때, 그래 가벼운(?) 베스트셀러야, 편하게 읽어, 이렇게 말하기는 합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하던 사람이 아니고 또 공부를 잘했던 사람도 아닌지라 ‘헤매이고 헤매이는‘ 시간이 많습니다. 목표가 없으니 더 그렇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설프고 부족한 저의 공부법을 응원해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막 뭉클합니다.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님!

건수하 2023-08-22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감옥의 대안>이 2월에 나왔는데 이게 더 쉽다고, <감시와 처벌>이 너무 어려우면 일단 이거부터 읽으라고 하는 글을 방금 보았습니다 (...)

단발머리 2023-08-22 18:28   좋아요 1 | URL
가격이 착하네요. 구입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도서관에 있네요. 일단 도서관 책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불끈!) 너무 감사해요, 수하님 짱!!

건수하 2023-08-22 18:43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핵심 문장을 파악하셨다는 것은 거의 읽으셨다는 뜻이군요… 그러면 저 책은 꼭 안 보셔도 될 것 같은데 ^^;;

단발머리 2023-08-22 18:45   좋아요 1 | URL
아니요, 수하님 ㅠㅠㅠ 저 이제 막 30% 지점 통과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문장이 핵심 문장인 거 같다고 현재에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을 확률이 ㅋㅋㅋㅋㅋㅋㅋ
매우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달자 2023-08-22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녀분들께세 단발머리님의 독서 취향을 너무 모르시는 건 아닐런지~~ 베스트셀러‘만‘이라니 ㅎㅎ 깊은 독서를 하시는 단발머리님의 독서 습관 본받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3-08-22 18:29   좋아요 1 | URL
자녀들은ㅋㅋㅋㅋㅋㅋ 저의 독서 취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지 않는(못하는)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뽜야!!

은오 2023-08-22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 사서 비교하고 번역엔 문제 없구나 하는 단발님 멋있어서 기절.. 얘들아 아니 자녀분들, 단발님을 제게 주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19:46   좋아요 0 | URL
우리집 애들은 그러게ㅋㅋㅋㅋㅋ 왜 그럴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8-22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공부 잘하시는 분. 해당 문장에 별표. 형광펜. 밑줄. 가로 인덱스. 세로 인덱스. 모든 페이지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글씨들이 적혀있다는 것을 소신 알리오며. 저는 이런 문장들을 적어두었습니다.

푸코의 권력관으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사실 윗 문단의 번복인데요) ‘특권‘을 찾기 보다는 ‘관계망‘을 찾아내야 함. (저는 이 관점을 페미니즘 공부하고 정희진 책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이해했고요, 그건 참 인간을 낯설게 하고 무섭게 하더라고요. 그때 일기를 많이 썼습니다.. 모든 관계가 힘(권력)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부모-자식 관계와 사랑이말이지요.)
권력은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 친밀함, 설득, 협박, 좋아요, 영향력을 미치는 식으로 행사!

마지막으로 이런 문장을 적어뒀습니다. *권력을 ‘내면화‘하면 질서를 재생산하는 사람이 된다. 권력은 일면적인 것이 아님.* 이건 아마 제가 등록한 푸코 수업에서 선생님이 말씀 하신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제 생각에는 뒷 페이지인데요.
<68p. 요컨대 ~ 69p.것이다.> 까지요. 저는 그 문단 읽다가 울컥했어요,
권력에대해 이해하기 위해 푸코가 포기해야한다고 말한 관념들을 적어보겠습니다. <폭력과 이념 대립, 소유권의 은유, 계약의 모델, 정복의 모델, 이해관계가 있는 것과 이해관계가 초월한 것과의 대립, 인식의 모델, 주체의 우월성.> 그러니까 이런 (근대적)사고방식을 우리가 포기할 수 있을까요? 포기해보자를 염두에 두고 읽어가긴 합니다.

이렇게 적으니까 불친절하네요.
같이 읽자고 한 사람이니까 친절하게 조금 더 해설된 책 텍스트 쳐서 가지고 올게요. 출처는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미셸 푸코> 부분입니다. 이 책 재밌어요. 저는 모든 각종 해제들을 통틀어서 이 해제(?)가 가장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264
푸코는 기존의 권력관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모두 권력을 하나의 실체, 하나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비판합니다.
우선 권력이 실체가 아니라 함은, 기존의 국가 혹은 정당 단위의 거시적 정치만이 진짜 정치라고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입니다. 거시적 실체적 권력관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전복 및 혁명 혹은 대통령 바꾸기와 같은 거시적 차원의 정치고, 개인의 정체성 투쟁, 가령 동성애, 장애인, 외국인, 여성주의 담론 등은 그에 종속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푸코는 권력을 *근본적이자 미시적인 사소한 일상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거시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관점은 하나의 오류라고 봅니다.
이에 관련된 또 하나의 오해는 이러한 푸코의 관점이 미시적인 작은 권력들에만 사로잡혀서 정작 중요한 권력의 거시적 차원을 방기한다 혹은 그러한 차원에 무력하다는 비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푸코의 미시 권력관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푸코의 미시 권력관은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이 탄생한다고 주장하며, 거시적인 것은 이러한 무한하게 작은 미시적 권력들의 효과로서 드러나는 권력 현상의 *가장 가시적인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중략) 거시정치를 바꾸려고 하는 동기나 이유 자체도 결국은 일상의 미시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관심에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푸코가 권력-지식론을 통해서 수행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히 *권력에 대한 이러한 경제주의적 관점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어딘가.. 익숙하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의 페미온냐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저는.. 이러한 권력관이....(어쩌면 낙관이며 비관인데요) 탄핵촛불 이후 한국 사회가 검토했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기호 선생님의 <리셋>에 나왔더라고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3-08-22 20:12   좋아요 1 | URL
˝푸코의 권력관으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사실 윗 문단의 번복인데요) ‘특권‘을 찾기 보다는 ‘관계망‘을 찾아내야 함. (저는 이 관점을 페미니즘 공부하고 정희진 책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이해했고요, 그건 참 인간을 낯설게 하고 무섭게 하더라고요. 그때 일기를 많이 썼습니다.. 모든 관계가 힘(권력)으로 보이거든요. 특히 부모-자식 관계와 사랑이말이지요.)
권력은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 친밀함, 설득, 협박, 좋아요, 영향력을 미치는 식으로 행사!˝

위의 문단을 읽으니까 조금 이해가 되네요. 제가 다시 풀어볼께요.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66쪽)

; 권력은 하나의 실체가 아니고, 오히려 overall effects이다. 권력은 지배계급의 ‘소유물‘ 또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전략적 입장이 만들어내는 ‘효과‘로 기능한다. (여기가 제가 어렵다는 부분.... ) 이러한 권력은 피지배계급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에도 기능한다.

의문 ... 그렇다면 이런 구조, 이런 사회, 이런 문화의 총체로서의 권력이 작동하는데 피지배계급이 ‘동조‘ 내지는 ‘협조‘한다는 뜻인가. 권력은 일면적인 것이 아니라 하셨으니까요. 그런 권력의 작동을 원하는 주체에 지배계급 뿐만 아니라 피지배계급도 포함된다는 뜻인가. 아....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윤석열이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으로 자리하는데에 기득권층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그런 권력을 원했고, 그래서 그런 권력을 얻었다?!?!!!!!!!!!!!!

공쟝쟝 2023-08-22 21:02   좋아요 2 | URL
다시 정리하면 권력은 소유(쥐고 휘두르는 것)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어어....(최근에 푸코와 철학자들 이라는 책에서 마지막 심세광 선생님의 자기배려부분에서 읽어서 기억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해한 바를 이야기처럼 풀면).. 권력이라는 그물이 촤라락~ 이렇게 펼쳐져 있으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망에 쌓여있어요. 일케일케 내가 옆에있는 사람이랑 같이 땡기고 욜케절케 움직여볼수 있다는... 뭐. 저항의 지점들은 언제나 있다는 이야기는 대충 그런 이야기고. 이 그물은 줄이 하나잖아요? 거미줄도 줄이하나이듯 ㅋㅋㅋ 부분들은 한 줄의 실로 엮여있는 거죠. ....... 하... 시각화 시키는거 싫은데.......(ㅋㅋㅋ) 시각화 시켜서 이해하면 좀 더 이해하기쉽죠 ㅋㅋㅋㅋㅋㅋ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으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희진샘의 표현은 이거예여. 권력을 다루는 것은 날선 장도의 꿀을 핥는 것과 같다. 달지만 조심해라. 혀 날라간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 쓰기 3권>은 그런 푸코의 권력관을 샘 방식으로 소화해서 아름답게 써주셨더라고요. 그런데 푸코의 권력관을 이해하기 위해 또 이해해봐야하는 건 푸코의 몸에 대한 관점과 푸코의 인간에 대한 관점인거 같아요 ㅋㅋㅋ 끙... 공부는 끝이없고.... 긁적긁적...

단발머리 2023-08-22 21:18   좋아요 1 | URL
음음.... 읽으면서 쟝님 댓글 들여다보면서 찬찬히 살펴볼게요. 소유가 아니라 관계망이다. 근데 누구는 쥐고 흔들고 휘두르는 거 같던데요 ㅎㅎㅎ

공부는 끝이 없고 몸을 피곤케 한다고.... 제가 전에 그랬죠?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2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 <현대사상입문>이 베스트셀러예요? 깜놀~ 했는데 위에 댓글 보니 베스트셀러까진 아닌가 보네요 ㅎㅎ 아니 무려 <감시와 처벌> 읽는 엄마에게 베스트셀러만 읽는다고 하다니.. 아직 세상을 모르는군여 ㅋㅋㅋ
단발님의 이해하려고 파고드는 노력! 완전 멋집니다. 푸코는 제게 아직 너무 먼 당신이지만 저도 언젠가…..

단발머리 2023-08-22 20:21   좋아요 2 | URL
베스트셀러는 아닌데 좀 힙한 느낌이더라구요.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감시와 처벌> 이외에도 다른 가벼운(?) 책들도 많이 읽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런 저의 현재를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너무 먼 당신입니다. 멀어요, 멀기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2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큰 아이에겐 <현대사상 입문>책도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ㅋㅋㅋ
아이가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조금 다른 것 같단 생각이 들구요. 결론은 울 엄마 최고!의 눈빛을 쏘았을 것 같군요.ㅋㅋㅋ
우리들의 알라디너 2세들은 엄마의 책장이 보석장이란 걸 깨달아 뭔가 깊은 영감을 얻을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단발 님 본받아 울 집 김치 냉장고에도 저렇게 책을 멋지게 올려 놓아볼까..싶네요.
맨날 연체되어 독촉 문자 받고 있는 도서관 책들 뒤죽박죽 쌓아두고 다림질 할 옷들 쌓아두는 용도라 김치 꺼낼 때마다 옮기느라 귀찮아 죽겠는데 음....저렇게 멋있게....음....^^

건수하 2023-08-22 21:10   좋아요 2 | URL
김냉에 다들 다른 것들을 쌓아두시는군요… 전 먹을것 관련된 것들인데 ^^;;

책읽는나무 2023-08-22 21:15   좋아요 2 | URL
김냉 위엔 먹을 거 쌓아두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 퍼뜩 듭니다.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2 21:23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 에궁 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아이들이 울 엄마 최고! 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요. 엄마가 읽으니 나도 읽는다. 엄마가 읽으니 쉬워보인다. 저희집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주 가끔, 5년에 한 번 정도 집에 책이 많아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각자 자기 책을 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책을 김치냉장고 위에 쌓아두는 이유는 말이죠. 어디 한 구석, 의지할 구석이 없기 때문입니다ㅋㅋㅋㅋ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앞에 뒤에 옆에 다들 어딘가에 뭔가가 있습니다. 전 김치냉장고에 쌀 넣어두었는데 밥 할때마다 이리저리 옮기느라 항상 바쁩니다 ㅋㅋㅋㅋㅋ

수하님 / 저 책들 옆칸에 먹을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보이지 않을테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키와 커피, 그리고 기타 과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9-07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저기 북클립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필요해서 여기저기 검색 중이었거든요.^^

단발머리 2023-09-10 12:48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필요한 걸 찾으셨다니 기뻐요!!
저도 알라딘 친구 방에서 보고 검색해서 구입했다지요.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1 : 주적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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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인즉슨 이랬다. 크리스틴 델피의 책을 2권 사고, 최근에 2권을 더 샀다. 며칠 전, 외출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생길 것 같아, 델피의 책 3권을 챙겼다. 읽기가 집중이 안 되면 밑줄긋기를 해야지. 2권을 펼쳐 한 쪽을 읽고 알았다. , 2권을 안 읽었구나.  4권 사 놓고 1권 읽는 센스. 비싼 건 사실이지만 내용이 알차서 괜찮다. 시리즈가 나오는 대로 다 읽어볼 생각이다. 4권 사 놓고 2권 읽은 사람의 결심.  









그저 민족학 문헌 전체가 여성이나 남성에 의한 생산의 경제적 중요성이 특정 성별의 사회적 우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민족학과 사회학 분야에 만연한 증거는 정반대의 관계를 증명한다. 지배 계급이 생산적 노동이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계급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 P17

미슐레는 농부가 하인을 둘 여력이 없을 때 아내를 얻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여전히 진실이다. "미셸이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했는데 하녀를 못 구했어. 미셸이 결혼만 한다면…………." - P18

노동의 무보수성이 노동의 성격에 의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여성들이 가정 밖에서 이 노동을 제공하면 급여를 받는다는 데서 증명된다. - P32

바로 대부분의 ‘가정’이 음식을 원재료 형태로 구입하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가사노동이 무료이고, 이 노동이 전적으로 여성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 P36

그러나 가정 바깥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얻어도 아내는 자유로워지지 않았다. 노동력의 다른 일부는 여전히 전유된 채였다. 아내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동 양육과 가정 내 노동을 무료로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노동은 가정 내 노동을 면제하기는커녕, 가정 내 노동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성의 자유는 약간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이중 노동을 제공한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 P42

남성이 겪는 가정 내 착취의 기반이 되는 미성년 혹은 막내의 지위가 일시적인 반면 여성의 경우 같은 지위가 평생 지속된다. 이에 더해 가정부 남성은 남성으로서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지만 여성은 여성으로서 즉 아내로서 착취당한다. 농업, 수공업, 상업에서는 가정내 구성원이라면 성별에 상관없이 무료 노동을 요구받는 반면, 무급 가사노동은 가장의 아내인 여성에게만 요구된다. - P47

따라서 여성의 삶의 수준은 프롤레타리아와 계급 생산과의 관계가 아닌 남편에 대한 예속 생산 관계에 달려 있다. 부르주아 여성의 결혼 관계가 끝나는 경우, 압도적인 수의 여성이 임금노동자로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나이와 직업 교육의 부재라는 추가적인 불리를 경험하면서 - 마침내 원래 그들이 속한 계급이라 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나게 된다. - P52

이때 억압이 ‘공통적‘인 까닭은 이 억압이 모든 기혼 여성 시기에 상관없이 여성의 80퍼센트)에게 적용되기 때문이고, ‘특수한‘ 까닭은 가정 내 무급노동을 제공할 의무가 여성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며, ‘핵심적‘인 까닭은 여성들이 ‘밖‘에서 일을 할 때조차, 이들이 속한 계급은 여성으로서 겪는 착취에 의해 조건화되기 때문이다. - P63

권력의 쟁취는 여성해방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운동은 혁명을 위한 투쟁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P68

그리고 다른 집단-혁명을 위한 또 다른 집단, 운동 혹은 정당-과 즉각 정치적, 전술적동맹을 맺어야 한다. 이 동맹은 해당 집단을 운동의 목표에 명료하게 포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당 집단은 가부장제 파괴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그리고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이 파괴를 끝까지 이뤄내고자 하는 혁명적 전투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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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1 0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집게핀과 필통 보면서 설레는 저, 정상인가요?

단발머리 2023-08-22 20:21   좋아요 1 | URL
집게핀과 필통 주인에게 전해줄게요. 은오님은 정상입니다!

다락방 2023-08-21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1,2 권 사놨어요. 곧 따라갈게요!! 불끈!!

단발머리 2023-08-22 20:22   좋아요 0 | URL
가벼워서 너무 좋아요. 그러나 잘 펼쳐지지가 않습니다. 참고해주세요^^

그레이스 2023-08-2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도 그렇지만 책 디자인이 넘 탐납니다.^^

단발머리 2023-08-22 20: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이 책 디자인 너무 맘에 듭니다 ㅎㅎ
 




 












마녀사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개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배후에서 활동하는 다른 행위자들이 준비한 계획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집집마다 방문해서 마녀 색출자에게 지불할 돈을 수금하거나 마녀로 고발된 사람을 매복 기습하고 처형하는 일을 이들이 한다. (133)

 


실비아 페데리치가 이 부분에서 언급하는 마녀사냥의 장소는 현재의 아프리카이다.

 


마녀사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개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고 마녀를 체포하고 처형하는 일에 동원된다. 당연히 마녀사냥마녀 처형에는 비용이 들고 몰수된 마녀의 재산은 여러 절차를 통해 이들에게 급여로 지급된다.

 


가족의 재산 특히 토지분배와 관련해서 여러 아내와 형제 가운데 질시와 경쟁이 발생하는 일부다처제 가족 구조도 마술 고발을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그리하여 마녀로 고발당한 여자들 중에는 새엄마와 후처들co-wives의 경우가 가장 두드러지게 많았다. 심해지는 토지 부족 현상은 이런 갈등을 더 심화시켰는데, 그 이유는 남편이 자신의 모든 아내를 부양하기가 어렵게 되고, 아내들 사이에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 심각한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46)

 


분배받을 재산이 있고, 아직은 젊은 여성인 새엄마와 후처들이 마녀로 고발당하는 경우, 이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재산 분배와 관련된 분쟁이 마녀사냥을 동원했음을 보여준다.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공동체에서 남성은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다수의 여성을 아내로 맞을 수 있다. 남성에게 사회적 자원이 집중되는 환경에서, 남성의 자원을 좀 더 많이 점유하기 위해서는 경쟁 상대인 여성들을 제거할 필요가 생기는데, 마녀사냥은 이런 전쟁에 매우 적합한 양식이다. 이 전쟁 속에서 남성의 첫째 부인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히유리할거라 상상할 수 있는데, 이는 첫째 부인의 자녀들이 이미 장성한 경우 마녀사냥에 동원되는 노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부르주아의 아내는 사회적 체면 유지라는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노동의 업무는 더 적게 수행한다.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기 때문에, 여성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더 부유한 남성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는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에 속한 남성과의 결혼으로 여성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여성을 그 계급에 속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여성은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1)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주적>의 크리스틴 델피의 해석을 빌려오면 이해는 더욱 명확해진다. 여성의 노동은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본인이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는다.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제공받는 부양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선의 혹은 부에 달려있다(50). 오늘 한 여성을 (아내 혹은 애인으로) 선택했던 남성이 내일 다른 여성을 선택할 경우, 새롭게 선택된 여성의 삶의 질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그 계급에 속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여성은 남성 혹은 공동체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그 계급에서 축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가 첫째 아내이든 혹은 넷째 아내이든 차이가 없다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여성은 언제든지 사회 최하층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자들이 서로를 마녀로 고발하는 일이.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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