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글을 텍스트로 삼아 쓴다. ([SIWFF] 잉게보르크 바흐만 : 사막으로의 여행 / 질투는 나의 힘/ 슈퍼 에이트 시절, https://blog.naver.com/jyanggrim/223198160682)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라는 문구는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실제로 이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닌가요? 모두 다 아시는가요?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질투>, <연인>, <애인>의 작가인 최연지가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의 저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무려(?) 두 번이나 읽었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되어 있는 이런 문단이



불행한 여자가 작가가 되어서 비로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한 여자가 글을 쓰면서 행복해지고

그렇게 행복해진 여자가 비로소 작가가 된다.

눈을 씻고 봐도


……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었고. 아니었다. 나는 이 문단, 이 책의 제목에 반만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전폭적(?)으로 동의했던 부분은 사랑효도에 대한 잠언들이었다. 읽는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 위해 자세히 쓰지 않겠지만, 특히 에 대한 부분은 그 어떤 책보다도 확실하고 화끈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우리는 부모가 부모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내게 잘해줘서 부모를 좋아한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데, 이런 뜻의 문장이었던 듯싶다. 보상으로서의 효도, 보험으로서의 자식을 넘어서서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무조건적인 사랑. 인간의 사랑으로서 최대한 신의 사랑에 가까운 그런 사랑. 나는 그런 사랑을 받았고(팩트이자 역사) 또 그런 사랑을 주고 싶다(바램).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을 자식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폐부를 찌른다. 귀한 자식이며 과잉보호 엄마인 내게는 그랬다.

 



글 쓰는 불행한 여자에게로 돌아와 친구의 글을 다시 읽는다.


[그림 같은 여행지에서. 잘생기고 부유한 남편과 아름다운 두 아이와. 육아를 거들어주는 엄마와 함께 살며 안정적인 자기 직업까지 있는 이 젊은 여성이. 심지어 오랜기간 마음 먹어왔던 소설을 써내고 그것으로 인정까지 받은 상황에서. 누군가 찾아와 당신만큼은 행복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고 당위처럼 따져 물어도 할말이 없을 판국에.


영상 속 그녀는 어색해 보였고, 사람들과 섞이지 못해 어정쩡해 보였고, 무엇보다 우울해 보였다.]  


















나는 <슈퍼 에이트 시절(2022)>를 보지 못했는데 아니 에르노가 어떠했을지, 그녀의 심정에 대해서는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얼어붙은 여자>에서 충분히 써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고 여러 번 다른 페이퍼에서 언급했지만 정작 그 책에 대한 리뷰는 쓰지 못했다. 쓸 말이 없었다. 모두 다 내 말 같았고, 그녀의 절망이 모두 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가기를, 어서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며 또 기다렸던 그 순간의 느낌이 내게는 너무 생생하게 전해져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느꼈던 절망을, 내가 느꼈던 무력감을요?



아니 에르노. 잘생긴 남편과 아름다운 아이들, 그리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 속에서도 도대체 만족할 수 없는 혹은 만족할 줄 모르는 여성들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로 괴로워했다. 베티 프린단이 말했던 그대로다.  

















침대를 정리하면서,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의자 커버를 씌우면서, 아이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소년단과 소녀단으로 태우고 다니면서, 그리고 밤에 남편 옆에 누워 있으면서 이 조용한 물음 –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 – 를 자신에게조차 던지기 두려워했다. (<여성성의 신화>, 54)



가사 노동은 인간 생활의 필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성역할로 인해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독특한 노동 형태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고, ‘엄마의 역할과 중첩되면 가공할 만한 ‘24시간 풀타임노동의 지옥문이 가차 없이 열린다. 주로 혼자 일하고 일의 명령자와 실행자가 (주로) 자기 자신인 가사 노동이 여성에게만 괴로운 일이 아님은 전업 주부로 일하는 남성들이 주부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끝없이 반복되고(오늘 밥 먹고 내일도 밥 먹다), 성과가 비가시적이고(치우면 모르고, 안 치우면 모두 다 안다), 성취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는다(오늘 맛있게 먹은 떡볶이가 내일도 맛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에서 가사 노동은 여전히 특별한 노동 형태다.



굳이 강조하자면, 가사 활동과 노동을 즐겁게 하는 분들도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말이다. 집을 깨끗이 치웠을 때 기분이 상쾌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서 식구들과 나누어 먹을 때 행복하고, 다림질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안일에 내재된 폐쇄성이나 무한 반복성을 오래오래 즐겁게 누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개인이 아닌 주부, 내가 아닌 엄마로 살아가는 경험과 이런 가사노동의 특성이 결합했을 때, 여성이 느끼는 고립감은 상당하다. 사회적 존재로서 작동하는 인간이 자신의 열정과 실력과 성취와 성공을 집안일/살림에서만 찾고자 했을 때, 혹은 그 인정을 가족 구성원에게서 확인하려 했으나 응답받지 못할 때, 직업이 주부인 여성의 절망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자주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숨길 수 없으니, 표정에서 드러난다.




가정 내에서 여성,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뭔가 빠진 것 같다고,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다. 나는 고립된 여성, 성역할을 요구받는 여성의 우울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고독과 고립, 혹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러한 상태가 인간 실존의 기본 전제라고 생각한다. 마리 루티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 공허함을 'nothingness’ 라고 불렀고 라캉은 '결핍lack’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306/573)




인간 본연의 허전함, 외로움, 그리움, 공허함, 결핍의 인식을 마리 루티는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른다. 결론을 서둘러 말하자면, 나는 아니 에르노 혹은 모든 불행한 여자의 글쓰기가 가정  성역할로 인한 좌절과 낙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 본연의 불안함과 고독, 허무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생긴 남편, 아름다운 아이들,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황이면 모든 여자가 행복한가. 어떤 여자들은 분명 이런 상황을 꿈꾸고 그런 상황에서 마음껏 행복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행복해하는 사람도 평생 한결같이 행복한 것은 아닐 테다.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어를 가지고 있는가, 의 진지한 물음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기 형식으로라도 자신의 고통과 아픔에 직면하고자 했을 때, 얼마간의 훈련과 연습이 당연히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서예를 배우고, 운동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새로운 모임에 나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한편, 인간 내면의 허무와 빈자리가 기타 여러 가지 활동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기독교는 신의 영혼(신의 호흡, 생기)을 나눠 받은 인간의 그 빈자리는 신만이 채워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인을 외부에만 두었을 때의 한계에 대해서, 나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외로움과 불안은 현대의 발명품이 아니다. 깊은 새벽,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불현듯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 슬픔과 외로움을, 모든 사람은 지고 간다. 인생의 가치를 외부에만 두었을 때, 그것이 조금만 흔들려도 금방 삶 자체가 붕괴되는 슬픈 이야기가 우리 주위에는 흔하디흔하다. 사랑에만 매몰된 인생은 떠나 버린 사랑에 엉망진창이 되고, 권력의 추종자들은 이 세상 모든 끈이 떨어져 버린 후 불행한 노년을 맞기 마련이다. 자식 키우는데, 자기 인생을 다 바쳤노라 공언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 불효자식(?)들을 원망하고,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은 갑자기 퇴사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쓸모를 곰곰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의 인정, 사회적 성취, 성공과 출세와 입신양명을 이루어 냈다 할지라도, 혹 여기에 아름다운 사랑과 다복한 가정이 더해진다 해도,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슬픔은 얼마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구멍은 쉽게 메워지지 않은 채로 여기가 바로 빈 자리, 공허한 그 자리임을 드러낸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에 반만큼 동의한다. 글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행복하지 않다라고 쓸 때, 그 문장이 선사하는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길어졌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는데 나는 불행한 여자인가. 너무 길게 썼다. 마이쮸 사과맛 2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썼다. 맛있어서 행복하다. 일단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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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WFF] 잉게보르크 바흐만 : 사막으로의 여행/ 질투는 나의 힘/ 슈퍼 에이트 시절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0-14 14:10 
    반백수는 하던 일을 중간에 내려놓고 평일 낮부터 영화 세 편을 연타로 때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올해로 3년 째 꾸준히 참석(?) 중인데, 생각지 못한 영화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어 매년 우산 들고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도 다르지 않아 영화 세편 다 보고 돌아오는 길엔 비가 그쳤더군.글 쓰는 여자들이 나오는 영화들 위주로 골랐다.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아니 에르노. 중간에 <질투는 나의 힘>은 동명의 시를 떠
 
 
서곡 2023-09-08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 책 읽었습니다 제목에 끌려서 ㅋㅋ 두 번이나 읽으셨군요! 제 기억엔 행복한 여자는 글을 안 쓰고 돈을 쓴다고 ㅎㅎ

단발머리 2023-09-28 17:21   좋아요 1 | URL
에궁.... 제가 놓쳐서 댓글을 이제야 답니다. 늦어서 죄송요 ㅠㅠㅠ
서곡님도 읽으셨다니 역시 ㅋㅋㅋㅋㅋㅋ 이 책 좋은 책 같아요, 그죠?
서곡님, 행복하고 여유로운 추석 되시길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독서괭 2023-09-08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단발님. 이 글 왜이리 좋은가요? 한문장 한문장 콕콕 박힙니다. 내 마음이 그 마음인데 나는 왜 이렇게 못 쓰는겨..
그나저나 그 빈자리는 뭘로 채울 수 있을까요? 영영 안 채워지는 걸까요?

독서괭 2023-09-08 20:04   좋아요 3 | URL
문득 든 생각인데, 구멍을 어떤 하나의 대상으로, 영구적으로 채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다만 구멍을 가득 채우는 충만함을 경험한 사람은 후에도 빈자리를 볼 때 충만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견딜 수 있는 거 아닌지.. 그런 충만함을 경험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어려우므로 유년기에 충만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을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기사에 어린이 우울증이 많이 늘었다고 해서 슬프더라고요 ㅠㅠ

단발머리 2023-09-28 17:5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에구 제가 놓쳐서 이제야 댓글 답니다. 늦어서 죄송요 ㅠㅠ
저는 그 빈자리, 결여에 대한 감각은 원칙적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독서괭님 말씀처럼 유년기의 충만한 경험이 그 허허한 감각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종교의 영역, 종교의 자리‘가 그 ‘구멍‘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온 가족 다 모이셨나요? ㅎㅎ 행복하고 여유로운 추석 명절이 되시길, 많이 바쁘지 않으시길 바래봅니다^^


공쟝쟝 2023-09-08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 본연의 실존적인 결여는 본디 있는 것일진대…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으면 그게 채워진다고 생각하는 게 여성에(여기서 여성은 인간이 아님) 대한 남성의 시선(대상화)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좀 해봅니다. 욕망과 결여마저도 남성(주인)이 정해줘야하는. 그게 이중으로의 억압이었겠죠. 남자도 여자를 모르지만 여자야 말로 여자를 모르게 되어버리는 그 지점. (요즘 저의 질문은 여기를 좀 지나버렸는 데, 그래도 현실에서는 너무도 유효한.) 어렴풋이 에르노는 그것을 쓰지 않았을까? 짐작해보아요.

결여는 조건이자 자유이며 불안인데요, 결여에 대한 인정/응시만 똑바로 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있긴 하거든요. (다른 것을 도구화하지 않음?) 욕망의 추구와 몰두 이전에 똑똑히 보아야할 무엇인데, 이미 그거 아니라도 불안한 현대인들에겐 그 응시의 겨를이 주어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응시자체를 억압하며, 타자들의 욕망에 일단은 몰두하며 점점 본인의 기질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하고… 마리 루티 나온 차에 생각해보았어요.

이제 어엿하게 겨를을 만끽하는 주체(ㅋㅋㅋ)인 저는 단발님의 마음 같았던 <얼어붙은 여자>를 읽기로 해봅니당🖤

수이 2023-09-15 09:10   좋아요 1 | URL
불안해지니까 그걸 더 응시해야하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고개를 외로 틀고 보기가 싫은 거겠죠. 그 불안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짐의 무게도 될 수 있고 동시에 주변에 가장 가까운 이들(친정엄마, 친한 기혼자 친구들, 친한 동네 아줌마들, 시엄마, 남편)이 그 욕망과 결여를 정하고 정리를 한다는 게 참 웃긴 일이긴 하죠. 저는 좀 그랬던 거 같아요, 속으로 혼잣말을 되게 많이 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말을 엄청 했는데 이게 스스로도 말할 선을 정해야 하고 그 선 너머를 말하고 싶은데 그 선 너머의 것들을 말할 수 없을 때, 그냥 침묵하고 말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떠든다, 하고 속으로 혼잣말하면서 무덤덤하게 듣고만 있고 그랬었네요. 왜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되는지 그걸 물어보니까 네 인생인데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잖아, 였고 그럼 그냥 제가 참 여러모로 부족한 인간이니까 부족한대로 살아볼게요, 이 말이 스스럼 없이 나올 때 와 얼마나 속 시원하던지. 쟝님 말씀대로 결여는 조건이자 자유이며 불안이 맞습니다. 근데 그 결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요. 저는 이제 선 너머에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만 선 안에 있던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또 그 결여를 너무 삐딱하게만 바라봤던 거 같아요. 그리고 세상은 또 주인처럼 조언하고 그러니까. 내가 널 잘 알아서 하는 소리야,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아. 따지고 보면 이런 소리에 너무 휘둘렸던 거 같고. 응, 그래, 이제 그만 나를 알도록 해, 응, 그래, 이제 나를 아끼지 말아, 응, 그래, 이제 우리 각자 자유롭게 잘 살자, 응, 그래, 이제 나는 자유야. 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너 곧 쉰이야. 쉰이 어떤 나이인지 알아. 다들 노후 준비를 한다고 가장 단단하게 서있어야 할 때인데 이렇게 흔들리면 어떻게 해, 그 말씀 하신 게 도쿄 가기 전이었는데 그때도 응, 그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또 이 말 하고 나 쉰인 거 알아. 엄마, 그래서 내가 이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아보겠다는 거야. 곧 주름 자글자글해지고 뼈 달그락달그락 내는 소리를 들을 텐데 응, 엄마, 그래서 이제 좀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아보게 내버려둬, 내가 아직까지 열두살 먹은 꼬마처럼 보여? 하니까 응, 너 아직 열두살 먹은 꼬마처럼 보여! 해서 둘이 한참 웃었네 후훗

공쟝쟝 2023-09-15 09:25   좋아요 1 | URL
이제 나는 자유야 🫶🏻자유가 결여이자 불안과 동의어라는 걸 아는 자유. 심오하지만 12살의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어떤 인생도 단단하지 않으며 단단한 시멘트에선 무엇도 자라나지 않습니다. 딱딱한 저는 열심히 수련해서 축축한 땅이 되겠어요~!

수이 2023-09-15 09:43   좋아요 1 | URL
쟝님은 촉촉하고 축축하기 그지 없는데 무슨.......



쓸데없는 페미니즘 책 좀 그만 사고 그만 읽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페미니즘을 아직도 읽냐.

이 소리를 들었을 때 쥐구멍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래도 내게는 쓸모가 있는데.......


이후

쓸데없는 페미니즘을 뭐 하러 아직도 읽냐. 내다 팔아.

야, 너한테나 쓸모없지. 나한테는 쓸모있어. 그리고 이제 내가 읽을 책은 내가 정해. 니가 정해주지 않아도 돼. 넌 평생 페미니즘 읽지 말고 너 생긴대로 살아. 나는 너 뭐 읽는지 관심도 없어. 그러니까 내가 읽는 거 관심두지 마. 우린 이제 남남이야.

와, 이 말을 하는데 얼마나 속이 시원해지던지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9-15 10:09   좋아요 0 | URL
책이 아프지요 ㅠ 제대로 읽는 책은 본디 아픈 법… 페미니즘이 쓸데 없다니… 남자한텐 쓸데 없것지…

수이 2023-09-15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여자가 글을 쓸 수 없는 까닭은 그 행복에 취해서 다른 것들을 배려할 시간과 마음을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 잘 생긴, 돈 잘 벌어오는 남편과 아름답고 충만하게 커가는 아이들과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여자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는 까닭은 뭐 한동네에 사는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 남편이 어마무시한 생활비를 안겨주고 덕분에 밥을 안 해도 되고 친목모임을 하고난 후에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런저런 배달음식이나 먹거리를 챙겨가고 혹은 외식을 하고 열심히 친목모임 중간중간 운동을 하며 몸과 정신을 단련시키고 취미생활을 한두 개 정도 더 하고 그러면서 내 인생의 풍요로움을 드러내는 일이 주는 것들은 또 있긴 있는듯. 물론 그 안에 내 모습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런데 베티 프리단 언니가 말한 것처럼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

그 질문이 안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할 때는 이미 그 풍요로운 인생을 즐기기가 힘드니, 아니 에르노 언니만 봐도 그렇고. 저도 만일 저 책, 저 문장을 읽지 않았더라면 저 책을 읽었던 그날 밤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다른 선택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시간의 이르고 뒤늦음과 무관하게 저 질문이 안에서 계속 뭉실뭉실 뭉게구름처럼 솟아오른다면 아마 인생에 다른 선택을 하게 될듯도. 여러 가지 상황들과 겹쳐서.

단발머리 2023-09-28 18:22   좋아요 0 | URL
전 이럴 때 두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첫번째는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라고 물었을 때.... 그래, 난 행복해... 라고 여기는 경우요. 전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가정 생활만으로 행복하고 충족한 느낌을 받는다면, 본인이 그에 만족한다면, 그런 삶 역시 그런 삶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이들이 자라 부모를 떠나고 그리고 더 나이가 들었을 때도 그런 느낌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다른 측면도 존재한다고 보구요.
인생에 대해 반드시 회의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전 생각하거든요. 쉽게 감사하는 사람이라, 전 그래서 그런가 봐요.

두번째는 ‘이것이 과연 전부일까?‘라고 물었을 때, 잠들지 못한 밤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선택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위의 쓴 것처럼 그게 반드시 독립이나 공적 활동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보이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게 직조된 가부장제의 그물을 떨쳐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질문을 가지고 계속 뒤척이는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어디쯤 계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안하고 또 평안한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공쟝쟝 2023-10-1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 ❤️❤️
 

















참 신기한 일이다. 도서관에서 보통 8-10권을 빌려와서 일주일을 같이 읽는데 아이들이 고르는 책은 1권 혹은 2권으로 압축된다. 이 세계도 독립된 하나의 우주여서, 이 우주만의 베스트셀러가 존재한다는 뜻일까. 그러니까, 그 책들은 <장수탕 선녀님>이었고, <우렁각시>였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였고, <신기한 독>이었고, <두루미 아내>였고, <수박이 먹고 싶으면>이었으며. 저번 주에는 두 권이 경합을 벌였는데 <화 괴물이 나타났어!> <수박 수영장>이다.







































어제는 <수박 수영장>을 쓰고 그린 이가 ‘안녕달’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녀/그의 필명을 기억해야겠다 생각하며 살펴보다가 헉! <초판 76쇄 발행>을 발견했다. 76. 6쇄 아니고 7쇄 아니고 76. 아이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책. 읽고나서 한 번 더 읽겠다 고르는 책.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수박 수영장에 해가 둥실 떠올라 한참 더워졌을 때, 구름 아저씨가 도착한다. 아저씨는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판매한다. 모두들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를 좋아해서 줄을 서야만 구입할 수 있다. 성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당연히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생각나게 한다.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 기둥이 백성 앞에서 떠나지 아니하니라 (출애굽기 13 22, 개역개정)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방황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 때문에 3일 정도 거리의 광야를 40년 동안 헤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낮에는 타는 듯이 덥고 밤에는 한없이 추운 사막, 사막 한 복판에서의 광야 생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보내시고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이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행로를 인도하게 하신다. 낮에는 구름 기둥이 시원하게, 밤에는 불기둥이 따뜻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해준다.





수박 수영장의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시원하게 햇볕을 막아 주고 간이 샤워실로 작동한다. 아름답고 신나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친구에게 <수박 수영장>76쇄다, 놀랍지 아니한가. 진짜 감동 실화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머리 속이 온통 푸코 뿐인 친구 왈. “맞아요, <감시와 처벌>24쇄 나갔대요. 철학 책 1000권이 팔리면 많이 팔린 거라고 (무려 한국에서)." 푸코 강의하시던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웃으며 덧붙이는 말. 엄마는 베스트셀러만 읽어요그랬던 것이다. 그건 사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 어제 읽은 <수박 수영장>76쇄이며, <감시와 처벌>은 인문학 슈퍼 스타의 최고 인기작.



















<여전히 미쳐 있는>을 뒤늦게 구매했는데 북펀드 후원자명에 아는 이름들이 보여 반가웠다. 나는 왜 북펀드를 몰랐을까, 나는 바빴을까, 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다시 북펀드를 하게 된다면 이름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여전히 미쳐있는 단발머리가 제일 무난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북펀드 소식도 있던데 여기는 3개의 선택지가 있다.


1.     영장류 단발머리

2.     사이보그 단발머리

3.     여자 단발머리



이 중에 뭘로 결정할지는 밑에 알라딘 친구/이웃분들의 댓글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어제부터 배송되는 것 같더라. 살까 말까 기다릴까 그냥살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평일에도 대형서점에 줄 세우는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라니. , 읽고 싶다. 그렇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좋아한다. 근데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식이 있어 둘 중의 한 권을 사야 한다면 <정보라>,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줄거리 살짝 읽고도 내가 <저주토끼>를 못 읽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는데,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보라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지만, 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기사를 지금은 찾을 수가 없…… 가장 최근에 읽은 기사는 바로 이거다.



저주토끼정보라 작가 진짜 공포는 이 세상에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51164.html)




감처라 불리는 베스트셀러 419쪽까지 읽었다. 마저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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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07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로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7 12:14   좋아요 0 | URL
참고할게요^^ 나도 안경 끼니까 사이보그이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 인터뷰 중.... 요부분은 여기에 옮깁니다.


―작가님의 취미가 데모라고 알려졌는데요.

“그런 표현은 살기 위해 투쟁하시는 분들께는 모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2013년 12월에 철도민영화 반대시위를 나갔는데 그게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뒤엔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 분향소에 갔는데,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어요. 젊은 영정 하나만 봐도 충격이었는데, 너무 많으니까, 근데 아직도 실종자가 더 남아 있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진짜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말로 설명할 수는, 어떻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였어요.”

소설보다 더한 현실의 공포가 도리어 그를 ‘세월호’로 이끌었다. 정 작가는 세월호에 탄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이름과 반을 모두 외웠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몇반인지 헷갈리는 것도 너무 죄송하다”고도 했다.



거리의화가 2023-09-07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도 제 원래 닉넴으로 신청했습니다. 펀딩 책 받고 나서 다른 분들 닉넴이 어떨지 나중에 보는 재미가 상당하더군요^^
음... 저도 셋 중에선 2가!ㅎㅎㅎ

단발머리 2023-09-08 17:35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닉넴도 꼭 찾아볼게요. 지금 분위기가 2번쪽인거 같기는 합니다만...... 하하하!

미미 2023-09-07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요!!ㅋㅋㅋ 단발머리님 덕분에 펀딩완료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36   좋아요 1 | URL
펀딩완료하셨고 2번이시면 ㅋ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미미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07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에 한표요!!
수박수영장 좋아하는데 구름기둥과 불기둥은 전혀 생각 못했네요. 성알못이라 ㅠ
호 정보라 작가에게 관심이 가네요. 저주토끼.. 표지는 귀여운걸요?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7:37   좋아요 0 | URL
저주토끼가 워낙 유명세이기도 했지만 저는 원서 표지가 이뻐서 사 볼까 하고 대충 줄거리 보다가 허걱.... 하고 말았습니다.
전 작품은 안 읽었는데 정보라 작가의 삶이 너무나 궁금한 거 있죠. 진정한 참여 작가입니다.

다락방 2023-09-07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잊고 있었는데 사이보그 다락방 갑니다. 슝 =3=3=3=3

단발머리 2023-09-08 17:37   좋아요 0 | URL
사이보그다락방, 축하드립니다. 겁나 두꺼워보여요^^

다락방 2023-09-07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하루키 책은 저에게 지금 오는 중입니다. 후훗. 다음주 월요일 책탑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38   좋아요 0 | URL
월요일 책탑은 항상 기대만발이죠. 최근에 부진하셨던 거 기억하시고요 ㅋㅋㅋㅋㅋ
저 하루키 살까요. 아, 나도 읽고 싶은데...........

건수하 2023-09-07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달도 베스트셀러 작가랍니다. 다작하는데 다 인기가 있는 신기한 작가... 전 그래서 오히려 좀 거리두게 되더라구요.
수박수영장 제대로 안 봤는지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기억이 안나지만, 거기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떠올리는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님 덕분에 생각해보게 되네요. 출애굽기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북펀드 별 생각 없었는데... 다들 하셨다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영장류 맘에 드는데 2번이 압도적이네요?

하루키 책은 어제 ‘품절 임박‘ 이라고 문자가 와서... 거부감을 느꼈어요. 전 청개구리니깐요 ㅋㅋ

+ 베스트셀러는 여전히 펴보지 못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43   좋아요 1 | URL
아...... 안녕달이 베셀 작가군요. 전 그냥 도서관에서 책을 쑥쑥 뽑으면서 고르는 사람이라, 그리고 어린이책 안 읽은지 좀 되어서 전혀 몰랐습니다.

출애굽기 이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펼쳐집니다. 인간 진면목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가득한 구약성경의 세계로 건수하님을 초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영장류도 괜찮기는 해요. 근데 분위기가 사이보그라 ㅋㅋㅋㅋㅋㅋ 저 사이보그단발머리로 갔습니다^^ 청개구리건수하님!

건수하 2023-09-08 19:39   좋아요 1 | URL
할머니의 여름휴가, 당근유치원, 안녕, 눈아이, 그리고 한두 권 정도 더 본 것 같아요. 당근 유치원이랑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특히 애들이 좋아하더라고요 ^^

제가 여호수아기까지 읽고 포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엔 좀 재밌나요? :)

저는 영장류 건수하로 해볼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죄송요 ㅋㅋㅋㅋ
서재에는 띄어쓰기 한 걸로 뜨고
북플로는 붙여쓴 걸로 뜨는데 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 단발머리
사이보그단발머리

밑에가 나아요. 그죠? 🤪🤪🤪

다락방 2023-09-07 16:15   좋아요 2 | URL
저 띄어쓰기 했는데 가서 다시 붙일수 있나 봐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7 16:48   좋아요 0 | URL
붙이는게 나아요.
사이보그다락방😘

난티나무 2023-09-07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사여단발머리 😏

단발머리 2023-09-08 17:41   좋아요 1 | URL
어머! 이것도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저는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나 ㅋㅋㅋㅋㅋㅋ사이보그단발머리!!

책읽는나무 2023-09-0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장류 단발머리랑 사이보그 다 맘에 드는데요. 전 영장류 단발머리 1번에 소신있게 한 표입니다.^^

수박 수영장 76쇄에 저도 가담했군요.ㅋㅋㅋ
그림책 예뻐서 작년 여름인가? 샀었어요.
덕분에 초등 조카 울 집 왔을 때 읽어줬었구요. 고모라면 집에 갈 때 읽으라고 선물 줬어야 했지만 전 그런 고모가 아녀서 제 책장에 고이 모셔놓았습니다.ㅋㅋㅋ
그래서 76쇄일까요?
어른도 뺏길 수 없는 그림책!!ㅋㅋㅋ
근데 수박 수영장 얘기 하는데 감시와 처벌도 24쇄 나갔대요.라고 응답하는 친구!!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7:44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은 펀딩하셨는지, 하셨다면 뭐로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수박 수영장이 집에 있으시다니 너무너무 부럽네요. 아이들이 이 책 너무 좋아해서 한 아이는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학교 책이라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속에 푸코뿐인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하하하!!!!!!!!!!

책읽는나무 2023-09-08 18:14   좋아요 1 | URL
펀딩하는 거 깜빡 잊고 있었네요.
금방 급하게 들어가 뭐로 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걍 도나짱 책나무로 적어서 제출했는데...카드앱 결제가 안되어 잠시 보류 중입니다.
이것은 사이보그로 대동단결하란 뜻인 건가? 잠깐 생각했네요.ㅋㅋㅋ
내일 다시 펀딩도전 하려구요.
도나짱
도나도나짱
사이보그
요 셋 중에서 고민 중입니다.ㅋㅋ

단발머리 2023-09-08 18:17   좋아요 1 | URL
아….. 도나짱도 괜찮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신선하고 좋은데여!
일단 다락방님 잠자냥님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이보그로 갑니다 사이보그단발머리 올림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8 18:30   좋아요 1 | URL
사이보그 ㄷㄹㅂ
사이보그 ㄷㅂㅁㄹ
사이보그 ㅁㅁ
사이보그 ㅈㅈㄴ
요런 순으로 인쇄되겠군요?ㅋㅋㅋ
초성으로 인쇄되니까 늘 제가 꼴찌더군요?
억울합니다.ㅋㅋㅋ

아...연맹해야 하는 건가? 꼴찌를 벗어나야 하는 건가? 고민스럽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3-09-09 10:50   좋아요 1 | URL
저는 저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알라딘 이웃분들 주르르~~~ 나오는 거 너무 좋기는 했어요 ㅋㅋㅋㅋ 하지만 원하시는대로 진행하셔야지요 ㅋㅋㅋㅋㅋ
글고 사이보그 시리즈는 띄어쓰기 ‘없이‘ 입니다 ㅋㅋㅋㅋㅋ 사이보그단발머리 올림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9 17:42   좋아요 1 | URL
저도 사이보그책나무가 되었습니다.ㅋㅋㅋ
이번엔 모두가 사이보그로 대동단결!!!

단발머리 2023-09-09 18:24   좋아요 0 | URL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 푸코로 읽는 권력, 신자유주의, 통치성, 메르스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심세광 지음,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 길밖의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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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미셸 푸코에 있어서 역사. 담론. 문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심세광이다.


심세광은 푸코가 권력을 군주의 권력, 규율 권력, 생명관리권력으로 나누어 설명했다고 보았다. 군주의 권력은 금지와 허용의 이분법적 구분으로 실행되는데, 한센병의 관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12) 규율 권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의 삶에도 개입하는 권력(13)으로 권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쪽에 조명이 비침으로 개인들의 모습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15). 생명관리권력은 확률과 통계를 도입함으로써 인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가축을 돌보는 목자의 기술에서 비롯된 생명관리권력은 선제적인 예방 조치들에 집중(백신 접종)하면서 통계를 중시하는 행정을 통해 구성되는 권력으로 보았다(18).



<감시와 처벌>, 문제의 그 문단을 다시 읽어보자.



즉,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지, 국가와 시민들 사이에 혹은 국가와 계급들의 경계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시와 처벌>, 66쪽)

 


권력을 힘의 총체로서 보지 말 것, 즉 그것을 관계망으로써 이해해 보라는 푸코의 외침을, 나는 이미 접수했다. 내 관심은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의 행위가 권력의 작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인데, 심세광은 이렇게 정리했다.



통치 행위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현명하게 통치할 것인가, 또 어떻게 '참을 수 없는 통치' '전면적으로 예속화하는 통치'를 거부하고 '다른 통치'를 요구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통치'에 대한 거부와 '다른 통치'의 요구 역시 타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로 통치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과정을 선한 자' '악한 자'의 대결구도로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45)



내가 알던 푸코는 <성의 역사>의 푸코였고, <말과 사물>의 푸코였다. 나는 최근에서야 세련되고 댄디하고 여유만만한 교수 푸코가 아니라, 거리의 투사 푸코를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사진 속의 푸코.







참을 수 없는 통치를 거부하고 다른 통치의 요구를, 푸코는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했다. 이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대학을 나왔지만 이미 학력 인플레이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방끈이 짧은 나는,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공부가 길어질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핵심은 놓치고 말은 길어진다.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요? 라고 나는 묻는다. 대답을 들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답을 찾는 건 각자가 할 일이다. 답은 내가 찾아야만 한다. 이 일에 대한 답은.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 뒤 있었던 일련의 사태가 이를 잘 증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비판으로서의 통치, 통치로서의 비판을 위해, 그리고 통치자들을 우둔함 속에 빠뜨리지 않기위해 시민들은 정부로 인한 불의와 불행을 정부 측에 분명히 알릴 의무가 있다. 이제 시민들은 심정적인 차원의 분노와 슬픔은 시민의 몫이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진부한 역할분담 논리를 거부해야 한다. 정부와 통치자들이 독점하고 앉아 실정을 거듭하는 정치의 영역에 이젠 시민들이 비판하는 자의 자격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통치하고자 하는 자의 자격으로, 진실을 외치는 자의 자격으로 개입하고 참여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62)




참을 수 없는 통치에 대한 거부, 다른 통치의 요구야말로, 피지배자인 내가 권력 중심에 들어서는방법이자 권력이 나를 거점으로 삼는 방식이다. 그런 실천이야말로 통치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거부와 다른 통치의 요구.



나는 오송 지하차도 사고, 정부의 부주의로 인한 이런 가슴 아픈 인재가 윤석열 정부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1029일 이태원에서의 참사는 지금 정부가 윤석열 정부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다. 10. 29 참사는 물론이요,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함은 물론이요, 사고 발생에 대한 설명도 그에 대한 적절한 조사 결과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애도의 시간마저 송두리째 빼앗긴 가족들의 한이 하늘에 사무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



권력과 맞설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지식을 직접 생산해 냈을 뿐만 아니라 몸소 거리에서 자신의 지식을 실천했던 푸코의 말이기에 믿어주고 싶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합법적으로 정권을 획득한 대통령과 수권 정당의 기만에 대해 그 폭압에 대해 무도함에 대해 뻔뻔함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토록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외치고, 부끄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일들을 적법한절차에 따라 민의의 반영 없이 밀어붙이는권력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소유하고 획득한 그 무엇으로서 권력을 향유하고 있건만, ‘같이 만들어 가겠다는 내 생각은 주제 넘는 일이 아닌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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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9-05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태원 참사 때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걸 놓친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이후로 계속되는
무책임은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하고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첫 번째 의무조차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방관하고 또 당당한 정부 어찌해야될지...

단발머리 2023-09-08 17:49   좋아요 1 | URL
저도 미미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태원 참사 때 제대로된 진상 조사도 못 하고 애도도 못하고 지나갔던 일들이 이제 부매랑이 되어 돌아올 듯 합니다. 이 정부는 한계가 없어요........

독서괭 2023-09-05 1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단발님의 푸코공부는 계속된다!! 저는 읽어도 어렵지만요.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후의 과정에서는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나는 법이지요. 이태원 참사를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9-08 17:50   좋아요 0 | URL
푸코 공부 얼른 끝내야 다른 책 읽을 수 있습니다! (불끈! 헉헉!)
행안부 장관 탄핵이 무효 되면서 더 당당해진거 같더라구요. 답이 있나요... 제가 보기엔 없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9-05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납니다.
˝내가 지금 가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뭐든 손 놓고 관망만 하는...ㅜㅜ

단발머리 2023-09-08 17:51   좋아요 1 | URL
그럴려면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혹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대답할 수 없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ㅠㅠㅠㅠ

공쟝쟝 2023-09-06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파레시아....... ❤️❤️ (단순히 말하면 파레시아는 진실 말하기이다. 푸코의 파레시아(parrhesia)는 “마음의 솔직함과 개방, 말의 개방, 표현의 개방, 말의 자유”라고 정의된다.-검색복붙-) 용감한 말들이 많아져야하는 데, 말을 잃게 만드는 참담한 상황들만 계속되네요. 그래도 이런 글 자주 많이, 써주세요~!

단발머리 2023-09-08 17:52   좋아요 0 | URL
많이 자주 쓸려고 하지만 그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며...... 그래도 금요일 저녁 좋네요. 잠깐 숨 좀 돌리고요.
주말에 푸코 마저 읽으려고 책 가져 왔는데.... 아, 나도 하루키 읽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샬럿 브론테가 나한테 맞는다고, 나에게 맞는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두컴컴한 실내와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과 끝없는 황무지를 사랑하고, 미친 듯한 집착과 멈추지 않는 광기와 그리고 간절한 애원에도 뒤돌아서는 그런 단호함을 사랑한다. 샬럿보다 더 어두운 영혼 에밀리 브론테의 내가 곧 히스클리프인 거야도 사랑한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반짝반짝함과 허위를 꼬집는 재치도 사랑하지만.   

 


<벨기에 에세이>를 읽는다. 일기를 쓰지 못하는(않는) 게으른 나는 부러워하며읽는다. 일기, 편지, 에세이 모음집을 읽는다. 앤 브론테의 목소리를, 에밀리 브론테의 목소리를 듣는다.


 

12시가 넘었다. 앤과 나(에밀리)는 말끔하게 챙겨 입지도 않았고, 침대 정리도 안 했고, 공부도 안 했지만 나가서 놀고 싶다. 우리는 저녁으로 삶은 쇠고기와 순무, 감자, 사과 푸딩을 먹기로 했다. 부엌은 잔뜩 어질러져 있다. 앤과 나는 나장조 피아노곡 연습을 끝내지 못했다. 태비(브론테가에 헌신했던 하인)는 내가 그녀 앞에 펜을 내려놓자마자 말했다. "거서 빈둥거리지 말구 감자나 좀 까?" 나는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당장 하겠습니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로 일어나서 칼을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감자 껍질은 다 벗겼다). (1834 11 24일 월요일)  

 


이 얇은 책에 선택된 일기 일부 중에 감자 껍질 벗기는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자와 감자 껍질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 에밀리, 샬럿이 감자 껍질 벗기는 에피소드.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1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서 울프는 이렇게 쓴다.

 



















소설은 희곡이나 시보다 훨씬 쉽게 들었다 놓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은 작품을 쓰다 말고 아버지를 간호했다. 샬럿 브론테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감자 싹을 도려냈다. 여성은 공용의 거실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았던 만큼, 인물을 관찰하고 성격을 분석하는 데 눈이 뜨였다. 그녀가 받은 훈련은 시인이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54)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은 여성의 삶을 얼마나 옥죄었던지.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여성도 피해 갈 수 없는 효도의 의무와 식사 준비. 간호와 감자 껍질 벗기기. 자신이 먹을 것은 자신이 준비하는 게 윤리적이다. 그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윤리가, 그 예의가, 그 책무가, 그 의무가 여성에게만 부여된다는 데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The Bronte Sisters>의 중고 등록 알림이 왔다.  ‘중고 등록 알림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 무척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네 권에 3만원이라니 이건 뭐, 바로 구매 각이다. <Villette> 원서로 가지고 있고, <Wuthering Heights>은 물론이요, <Jane Eyre>는 원서만 두 권이고, 이북도 다 있지만, 어머 이건 사야 해! 이렇게 촐랑대다가 다른 책이랑 같이 구입한다고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그만 판매종료되고 말았다. 이 책만 바로 결제했어야 했는데. 이 귀한 책 구매하신 이웃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매우 축하드립니다. 제가 많이 부러워하고 있어요.

 
















슬픔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을 때, 갑자기 내가 엄청 두꺼운 브론테 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기억이 밀려온다. 그래? 나한테 브론테 책이 있어? 사진첩에 들어가 검색에 ‘bronte’라고 쓴다. ! 맞아! 내가 이 책을 샀네. 친절하기도 하셔라, 2022 1 12일이구나. 근데 이 책 어디 있지? 어디 갔니,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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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2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아쉽습니다. 이웃님이 아닐지도요… ^^

단발머리 2023-08-27 20:11   좋아요 1 | URL
일단 수하님 아니시고요 ㅋㅋㅋㅋ 한 분 패쑤!!! 🤪

건수하 2023-08-27 20:20   좋아요 1 | URL
그럼요! 저는 원서는…. 😵‍💫

단발머리 2023-08-27 20:21   좋아요 1 | URL
🤣🤣🤣전 일단 구입만 ㅋㅋㅋㅋ

독서괭 2023-08-27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사진이 멋져요! 왼쪽 그림은 무슨 그림인가요?
저도 아뉩니다 ㅋㅋ
감자껍질 벗기기 ㅠㅠ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에도 창작에 끊임없이 방해당하는 얘기들 나오던데요 ㅠㅠ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1 | URL
왼쪽 그림은 친구가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선물해 준.... 제가 앞으로 꾸미고 싶은 어떤 방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저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방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데 방해하는 아가들....

잠자냥 2023-08-2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제가 좀 빨랐군요?!

단발머리 2023-08-27 20:29   좋아요 0 | URL
헐? 진짜요? 진짜에요????????????????

잠자냥 2023-08-27 20:3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아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장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27 20:40   좋아요 1 | URL
아아아앙아ㅏ아아앙 저 사진 좀 올려주세여~ 댓글 달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수하님 패쑤 독서괭님 패쑤 잠자냥님 패쑤 ㅋㅋㅋㅋㅋ 당신은 누구십니까…..

다락방 2023-08-28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도 너무 멋있고 글도 너무 좋습니다. 저는 단발머리 님이 브론테 자매를 좋아하고 그걸 확신하며 말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도 너무 좋아요.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혹은 그 일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거기에는 나만의 고유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느 이 글 읽으면서 단발머리 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나에게 맞는‘ 작가가 누구인가 생각했는데 현재는 ‘줌파 라히리‘만 생각납니다. 크 -

단발머리 2023-08-30 20:48   좋아요 0 | URL
저는 브론테를 좋아합니다. 폐쇄된 공간, 환경 속에서 가족 밖에 없었고 더 이상 만날 사람이 많지 않았던 넉넉치 않은 생활의 브론테 자매, 남매들이 이룩해낸 업적을 존경합니다. 그 꼿꼿함을, 대담함을, 끈질김을 저는 사랑합니다.

다락방님께는 진짜 ‘줌파 라히리‘가 딱이네요. 그리고 이승우. 그리고 리 차일드.......
 



















지난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독서 모임 언니들을 만나기로 했다. 갈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서둘러 보내고, 빨래를 돌리고, 동작을 건너 뛰어가며 45분짜리 요가를 20분 만에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꺼내고 일부를 건조기에 넣고, 그리고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린 후, 샤워를 하면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건조기에 들어갈 옷과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을 분리하면서, 나는 이 일을 모두 끝내야 언니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자, 얼른. 서둘러! 이 일을 다 끝내야 놀러 갈 수 있어. 팥쥐 엄마 없는데도 나는 콩쥐인가.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이 모든 일을 끝내야만 나가 놀 수 있다니.

 


 




오늘 퇴근하고 나서는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고 엄마표 가지전을 씹으며 세탁기에 빨래를 넣었다. 아침에 깎아 둔 복숭아를 먹고 나서 바로 청소기를 꺼냈다.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리고 나면 빨래가 다 되었을 테고,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고, 샤워를 하고 나면, 나는 다시 놀러 나갈 수 있을까.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을 읽고 있다. <감시와 처벌>로 가는 길이 이토록 머나먼 길인지 몰랐도다. 푸코에게 가는 길에 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도다. 이틀 동안 읽고 이 문단을 주웠다.

 


푸코는 지식을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연속적 실체로 보지 않는다. 다음으로 푸코는 지식을 이성적 사유 행위의 결과로 보면서 그 지식에 보편적 진리의 자격을 선험적으로 부여하는 계몽주의적 논리를 거부한다. 푸코에게 지식은 이성적 사유의 힘에 추동된 것도, 보편적 진리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와 단절을 보이는 불연속적인 것이며, 순수한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당대의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조건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119-120)

 



지식은 결코 시대를 뛰어넘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푸코의 지식에 대한 관념은 페미니즘에 닿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여성은 천성적으로 모성에 적합하다는 통념, 여성은 성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믿음, 이러한 지식과 지식들은 그러한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 상황 속에서진리로 작동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페미니즘은 아니야, 여성도 남성만큼 이성적이야라고 응대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야?’라고 묻는다. 그 지식이 만들어진 시대를 묻고, 그 지식이 사회와 문화, 종교와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것임을 논증한다.

 

 



부지런히 읽어도 끝나지 않는 머나먼 길. 내게는 자갈치가 있으니. 푸코 헤어스타일을 참고해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었음을. 굳이 밝혀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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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25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코헤어스타일과 자갈치 ㅋㅋㅋㅋㅋㅋ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
아휴. 그 많은 일 해치우고 잘 놀러 나가셨겠죠? 신데렐라가 따로 없네요.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3-08-26 19:39   좋아요 1 | URL
자갈치가 2+1이라 사왔더니 아직도 남아있네요. 즐겁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많은 일을 해치우고 저는 매우 즐겁게 놀다 왔습니다. 간만에 힐링 타임을 가졌지만 중간중간 갖게 되는 ‘열변의‘ 페미니즘 모먼트 ㅠㅠㅠ 그에 더해 한결같은 맘으로 직장맘들 존경합니다!!
맛있는 거 먹고 쉬는 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 놓치지 마세요. 저도 그럴게요!!!

다락방 2023-08-25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 멋있어 보여요! 그건 아마도 뒤의 책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가득가득한 책장안에 폭 들어가 있는 푸코!!
역시 제 책구매는 아직 멀었다느 생각을 합니다.

저는 너무 어려워서 읽기를 다시 시도하지 않는 푸코이지만, 단발머리 님 화이팅 입니다!! 단발머리 님은 Hal Su It Da!!

단발머리 2023-08-26 19:41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 뒤메질과 푸코는 책정리에 극과 극을 보여주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책구매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책을 주문(?)하였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려워도 성의 역사 완독하신 분이여서 제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화이팅은 감사해요. 화이팅 없으면 못 읽어요 ㅠㅠㅠ 히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