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 예전에 애덤(한국 번역본과 원서가 다른 구성이었던 일)로 출판사에 전화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알라딘에서 배송된 책의 표지가 찢어져서 와도 교환이 귀찮아 한 번 궁시렁대고 말거나 아니면 알라딘서재 이웃님들에게 고자질하거나. 아무튼 그런 사람은 아닌데, 북펀딩한 책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경우는 달랐다.

 


일단 다른 이웃님들의 인증사진이 속속 도착했는데 내 책은 도착하지 않았고. 며칠 후, 같이 신청한 노트도 잘 도착했는데, 북펀드 명단을 찾을 수가 없는 거다. 나는 이게 별지 엽서로 제작된 줄도 모르고 책장을 여러 번 넘겨보다가 해당 페이지가 안 보여 아, 책이 잘못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북펀딩 화면에 가서 확인해 보니 이게 <별지>라는 거다. 다시 택배상자와 책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별지엽서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출판사에 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점심시간이라 간단히 메모를 남기고 나중에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별지 엽서가 동봉되지 않았다는 내 말을, 편집자는 그대로 믿어주었다. 나도 미안한 마음에, 그 엽서가 아주 꼭 필요한 건 아닌데, 친구들이랑 같이 닉네임도 맞추고 해서 나도 한 장 갖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했다, 덧붙여 말했다. 편집자 왈, 엽서를 사람이 한 장, 한 장 넣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는 심정.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좋은 책이 다시 나와서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드려요, 라는 말을 더했고. 편집자는 내 닉네임을 물어봤고, '사이보그~' 시리즈 기억난다 했고, 그렇게 훈훈한 대화는 이어졌다. 죄송한 마음에 엽서를 보내면서 신간을 한 권 보내준다는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고, 그렇게 별지 엽서와 신간 선물이 도착했다.

 


내 닉네임이 잘 새겨졌나(?) 확인하고, 반가운 이름들을 찾아보며, 신간을 어루만졌다. 독자의 소소한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좋은 편집자가 있는 회사이니, 이 출판사 잘 돼라, 하는 응원을, 응원의 마음을…. 여기에 올려본다.

 



이제, 친구들이랑 같이 읽기만 하면 되겠다. 두께를 보시라.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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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07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제 안의 단발머리 님에 대한 사랑은 더 커졌다고 합니다!! ㅋㅋ 아 웃었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07 12:07   좋아요 2 | URL
한국이든 일본이든, 아무튼 동양 문화권의 ‘사양‘이라는 게 있잖아요. 속마음은 그게 아니라도, 그냥 하는 말...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아, 아니에요. 밥 먹고 왔어요. 이런 거..... 전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이걸 못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간 주신다고 하니.... (우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빙고!!!!!!!!!!!!!!!!)
웃음 드렸다니 기쁩니다.

제 자리 한 번 봐주세요. 다락방님과 잠자냥님 사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은오님한테 돈 받고 이 자리 팔까요?

은오 2023-10-07 12:33   좋아요 2 | URL
그 자리 딱 맘에 들긴 하는데.............. 단발님도 포기할 순 없으니 단발님 다리 위에 앉을게요? 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쿼트자세로 버틸테니까 걱정마시고요! ㅋㅋㅌㅌㅌㅌ

단발머리 2023-10-07 13:15   좋아요 2 | URL
가벼운 사람이구나 은오님 ㅋㅋㅋㅋㅋㅋ 그래요, 운동으로 다져진 허벅지일테니 스쿼트를 허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07 13:43   좋아요 2 | URL
침대에서 이불킥으로 단련한 허벅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07 18:17   좋아요 1 | URL
아.. 흑역사 이불킥에 더해 이불 세로방향 찾는다고 발로 피자도우처럼 돌릴때만 허벅지 근육 썼는데.... 얘네도 운동으로 쳐주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0-07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출판사 잘되라고 빌어주시니 제가 다 감사하네요~~ㅎㅎㅎ
전 펀딩은 아니고 직원할인가로 구입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10-07 12:11   좋아요 2 | URL
은하수님 따님분이 책 바로 보내주셨다는 페이퍼 저도 봤어요^^
직원할인가라고 하시니 완전 매우 엄청 부럽습니다!
은하수님 때문에라도 이 출판사 잘 되기를 바랍니다. 아르테, 오래오래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은오 2023-10-07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진짜루 고객센터 이런 데다 전화할때 막 미안해할 일도 아닌데 그쪽에서 미안하다고 하시면 내가 더 미안해지는 마음...... 뭔지 알죠 ㅠㅠ ㅋㅋㅋㅋㅋ 신간까지 보내줬다니 오히려 이득 ㅋㅋㅋㅋㅋ 이거 좀 축하드릴 일인데요?! 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3-10-07 13:16   좋아요 2 | URL
너무너무 친절하고 다정한 편집자였던 것입니다. 애덤(사랑의 가설) 때문에 통화했던 출판사는 ㅋㅋㅋㅋ 일단 제 말을 이해를 못 함 ㅋㅋㅋㅋㅋㅋ 나 한국말로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축하 감사합니다. 개이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07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도 잠깐 엽서 안 왔다고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곧 누름… ㅋㅋㅋ

단발머리 2023-10-07 13:16   좋아요 3 | URL
일단 전화번호랑 주소 좀 줘 봐요, 잠자냥님! 제가 대신 전화해 드릴게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07 22:23   좋아요 0 | URL
우린 뭐랄까요?
도나 해러웨이 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펀딩명 새겨진 그 엽서가 중요한 사이보그 군단이 된 것 같군요.
사이보그 친구 중 한 명도 못받았다고 전화를 넣음???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0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런 일이 있었나요?
엽서도 빼먹을 수 있군요.
예전에 저는 연말에 받는 그 ‘올 해의 상‘ 있잖아요. 그게 이사한 주소를 늦게 변경한 탓에 못받았었거든요. 그래서 문의할까 말까 고민하다 고객센타에 문의를 했었어요. 제 실수가 컸음에도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받으며 그때 선물 두 개를 받았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ㅋㅋㅋ
이럴려고 문의한 건 아니었지만 또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서 저도 단발 님 글 읽다가 혼자 빵 터졌네요. 통화하시는 부분 완전 공감되어서요.ㅋㅋㅋ
근데 별지 엽서 사진을 보다가 오늘 깨닫게 되었네요? 사이보그 사단에서 왜 저만 홀로 진짜 사이보그가 된 거 같죠?ㅋㅋㅋㅋ
그래도 편집자님이 사이보그 군단들 기억나신다니 그걸로도 만족스럽습니다.^^

단발머리 2023-10-09 10:24   좋아요 0 | URL
별지라 사람이 한 장씩 넣다보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요.
저도 사실 며칠을 ㅋㅋㅋㅋㅋ 고민고민하다가 전화했거든요. 근데 편집자님이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미안하다 거듭 말씀하셔서 오히려 더 죄송... (아, 괜히 했나... 이런 생각도....) 제 닉네임도 그렇지만 다른 분들꺼 꼭 보고 싶기도 해서 전화한거였는데 오히려 책 한 권 생기고. 나도 모르게 앗싸!!! ㅋㅋㅋㅋㅋㅋㅋㅋ
영사여 난티나무님과 영장류 건수하님도 무척 인상적이네요.
책나무님은 아래줄에 혼자 계셔서 그런가봐요. 그러나, 사이보그 군단입니다. 든든합니다^^

2023-10-10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0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1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희진님의 오디오 매거진이 매달 5일에 올라오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밤에 마지막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에 팟빵에 들어가 보았다. 선생님의 매거진은 아직 올라오지 않아서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에 들어갔는데, 이런 에피소드를 발견했다. 더구나 무료!

 

 

나는 김혜리씨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목소리는 아닌데...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지난번 정희진 선생님과의 <교토 에피소드>를 듣고 나서의 결론이었다. 이번에 정보라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느낀 건, 여전히 나는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지만, 문제는 목소리가 아니라 질문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뭐랄까.

 


 

나는, 인터뷰이든 대담이든 취재든 질문하는 사람이 질문에 답하는 사람에게 답할 수 있는 여지를 넓게 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들을 좋아하니까, 인터뷰집을 읽게 되고. 또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우니 대담집 이런 류도 좋아하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안해질 때가 있다. 작가들은 워낙에 까칠하고 예민하고 정확한 의미에 천착하는 사람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지만, 암튼 뭐라든 질문을 하면, 다들 그렇게 아니라고 하는 거다. , 그건 아닙니다. , 그건 사회자님이 잘못 이해하신 겁니다. ,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내가 기억하기에 가장 까칠한 사람은 푸코였고, 그리고 영국 작가인데 기억이 안 나는 1. 그리고 필립 로스도 만만치 않게 까칠하다. , 마거릿 애트우드도 아... 아닙니다,를 많이 사용하셨던 듯 하고.

 

 

<“고통과 쾌락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져요”>, 이 에피소드에서 작가와 그의 일상에 대한 질문들이 먼저 있고, 소설 <고통에 관하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데, 전체적으로는 좀 그런 느낌이 강했다. 나는 김혜리씨가 이 시간을 잘 준비했다는 걸 알겠다. 이 작품 뿐 아니라, 정보라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정리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질문이다. 질문은 날카로울 필요도 없고, 너무 진지할 필요도 없고, 너무 깊을필요도 없다. 그냥 작가가 말할 수 있게 해주면 되는데. 그러니까 총평이라 한다면, 나는 김혜리씨의 질문에 좀 힘이 들어가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음성으로만 들어도 김혜리씨가 정보라 작가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느껴졌고, 정보라 작가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 그 자체여서 듣는 시간 내내 즐겁고도 막막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대학 강의를 그만두게 된 사연, 즉 전업작가로서 활동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편의 투병 생활을 돌봐야 하고, 코로나 강의 때 대학의 막무가내 행정으로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정보라 작가가 말했다.

 

 

... 한 이주 삼주 정도 고민하다가 학기 끝나고 나서 학교에 얘기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도 굉장히 미안하고요. 여러가지로 좀 회한이 많이 남는데요. 근데 그러고 나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한국의 대학이나 대학 정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냥, 저의 전공은 망했어요.

 

 


중간중간 김혜리씨가 소리 죽여 웃어서 나도 같이 웃었다. 정보라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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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04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팟빵 듣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급해주신 에피소드는 꼭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지어 저는 정기구독자 인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2023-10-04 12:1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저 에피소드 무료라 너무 좋았는데, 2부는 어찌할지 모르겠어요. 듣고는 싶은데 1년은 자신이 없구요.

다락방 2023-10-04 12:23   좋아요 1 | URL
책을 사두고 안읽는 사람은 팟빵을 구독하고 안듣는 사람이 됩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10-04 12:26   좋아요 0 | URL
이 댓글에 제가 ‘좋아요‘ 눌렀어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얼른 한가해지셔서 책도 읽으시고 팟빵도 들으시길............
갑자기 버섯책이 생각나네요. 버섯 책 만으로도 다락방님의 9월은 충분히 풍성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10-04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 추석 전에 정보라 작가 요 에피소드 들었어요.
정보라 작가님 목소리 처음 들었었고, 이야기 하시는 모든 것들에 대해 처음 듣는 대목들이었던지라 밤산책하던 중의 그 청취는 뭐랄까요? 막막을 넘어서 조금은 우울하게 들었던 것 같네요.
제가 2부까지 들었던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김혜리 기자와 조금은 더 편하게 대화를 하는 듯했고, 저도 웃으면서 들었네요. 김혜리 기자님이 정보라 작가님께 무척 조심스러워하며 질문하는 듯이 느껴졌었어요.
정보라 작가님도 제겐 처음이었지만 경직되어 있는 듯 느껴져서 다른 작가님들과의 인터뷰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전 정보라 작가님이 조금 강직한 성품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전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었는데 인터뷰를 듣고선 정보라 작가에 더한 궁금증과 신뢰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얼른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단발머리 2023-10-05 20:27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댓글이 너무 좋아요. 제 방에 들어올 때마다 (방에 하루 12번 들어옴 ㅋㅋㅋㅋㅋㅋ) 읽어봅니다.
저도 책나무님과 비슷하게 느꼈는데 그러니까 정보라 작가님이 인터뷰에 단련된 ㅋㅋㅋ 그런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솔직하셔서 여러 부분에서 웃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슬프고 저는 그랬습니다.
2부를 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구독을 신청해야 하고 말이지요.
책나무님의 감상도 기다려집니다. 책을 읽으신 분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스포일러라서 제가 조심하고 있어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0-05 20:54   좋아요 0 | URL
내일 책이 온답니다.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요.
또 애들이 며칠 학교 안 간다고 하는군요.ㅜㅜ
집에 식구들이 있으면 어수선해서 책이 잘 안 읽히더군요.
다 누워있거나 아님 다 나가주거나...암튼 그래줘야 책을 읽는 사람인지라 참....ㅋㅋㅋ

정보라 작가님 인터뷰 2부를 제가 들었나 봅니다.^^
아래 바람돌이 님 댓글을 보니까 제가 들었군요.ㅋㅋㅋ
1부는 밤산책 중이어서 작가님의 참담한 상황들이 정말 눈 앞의 어둠처럼 암담하게 들렸어요. 듣는 시간과 장소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나라면 어땠을까? 계속 되물었던 기억이 떠올랐었는데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개키면서 계속 듣는데 이상하게 웃기는 거에요. 순간 어두운 곳에서 듣는 것과 밝은 곳에서 듣는 것의 차이인가? 착각했던 것 같아요.ㅋㅋㅋ
그래도 웃기다는 건 개그라서 웃긴 게 아님에도 웃겼어요. 간간히 조용하게 빵 터집니다.
정보라 작가님 정말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제부터 충성을 다할 생각입니다.ㅋㅋㅋ

2부를 어떻게 녹음을 해서 드리고 싶네요. 기계를 잘 못만져서요.
시간이 지나면 유튭에도 뜨는 것 같더군요. 그것도 무료 듣기만 뜨려나요?
암튼 비문인 문장들로 뒤덮인 댓글을 좋다고 해주시니 이 밤...감동입니다.ㅋㅋㅋ

2023-10-05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5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10-04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독자니까 정보라작가 인터뷰 다 들었는데요. 2부가 좀 더 좋았어요. 나무님 말씀대로 긴장이 좀 풀리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좀 빠져들어가는 느낌요. 다 좋았지만 중간에 정보라 작가가 시위얘기하면서 ˝한마음 한뜻˝ 그런거 없어요. 그냥 공동의 적이 있을 뿐이에요˝라고 하는데 순간 빵 터지면서 뭔가 확 시원한 쾌감이 올라오더라구요. ^^
이 작가님 어쨌든 저는 앞으로 계속 읽어보려구요. ^^

유부만두 2023-10-05 09:51   좋아요 2 | URL
얼마전 읽은 <먹고 살고 글쓰고>의 정보라 작가 꼭지가 전 아주 좋았더랬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23-10-05 09:54   좋아요 1 | URL
오~~~꼭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3-10-05 20:3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 2부가 더 좋았다는 말씀에 저의 고민은 더 깊어갑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든다니요 하아.....
저는 <저주토끼> 그리 유명해도 별 관심 없었는데 정보라 작가 기사 보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참, 용감하고 멋진 작가다... 그러니까 제가 ‘작가‘라는 환상에 대해 기대하는 모든 걸 채워주는 작가. 용감하고 씩씩한, 그리고 사회참여적인, 데모 잘하는 작가....가 바로 정보라 작가입니다. 저도 앞으로 계속 읽을 생각입니다.

유부만두님 /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야겠네요. 너무 감동적일거 같아 미리 걱정됩니다....

얄라알라 2024-01-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통에 관하여
지금 중간 지점 지나면서, (감기로 아파서 이해를 못하고 읽었나...제가 헤매고 있기에) 단발머리님 리뷰 찾아 왔는데, 더 귀한 정보라님 인터뷰 이야기를 얻어가네요.

그런 과감한 결단을 하셨었네요. 대학강단에 계셨고 소송도 내셨다고 신문기사에서 보았는데^^

얄라알라 2024-01-1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통에 관하여]보다 뱀파이어SF [밤이 오면 우리는]이 바로 이해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고통에 관하여]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봐야할까봐요^^
 


















고통이 사라진 세상이 열렸다. ‘NSTRA-14’라는 신약을 통해 인간은 통증에서 탈출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 고통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는 이 약품이 인류를 파멸시킨다고 주장하며 제약회사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고. 대략의 줄거리가 이렇다. 뒤쪽에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중요한 스포일러여서 말할 수 없을 것 같고. 정확히는 말해서는 안 되고. 정보라를 한 번도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라 추천해 드리고 싶다. 나는 좋았다. 아주 많이.  

 


 

시간을 들여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 끌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재의 특이성이나 문체 혹은 문장이 중요한 사람이 있을 테고, 전체적인 틀, 구조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서사를 끌어가는 힘에 기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내가 제목만 보고 이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주제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소재라 말하기도 어쩐지 어색하지만, 이 소설이 고통의 문제를 정면에 두었기 때문이다. 고통에 대해 말하는 소설, 고통에 맞서는 소설, 고통에 관해 묻고 대답하는 소설을, 나는 좋아한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완전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128)



정희진쌤은 오디오 매거진에서 거식증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내 몸은 나의 것이다는 옳지 않은 언설이며, 정확한 건 내 몸이 곧 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의 세계는 나의 몸 안에서 펼쳐지고, 내 몸의 한계를 벗어났을 때, ‘는 좀처럼 그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고통은 제한되고 한정된 우리의 육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일을,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On Suffering’, <고통에 관하여>이다. 고통은 말해질 수 있는가. 말해지는 고통은 누구의 편에서 말해지는가. 고통을 당하는 사람? 아니면 고통받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

 

 















제목에 고통이 들어간 책을 대학 때 2권 읽었다. (참 소박하구나ㅜㅜ) 하나는 손봉호 교수의 <고통받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C.S. Lewis <고통의 문제>이다. C.S. 루이스의 책은 대학 다닐 때 그의 책을 연거푸 찾아 읽다가 읽었고, 손봉호 교수의 책은 정말 궁금해서 읽었던 것 같다. 고통, 인간과 고통, 고통받는 인간. 아무런 기록도 남겨놓지 않아 세세한 감상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인간 삶에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는 식의 약간 힘 빠진 결론이 대강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고통/통증이란 중고등학생 시절 생리통을 뜻한다. PMS라는 말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리 전, 생리 당일, 생리 후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진통제를 계속 먹으면 중독이 된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의학 정보때문에, 매달 나는 고통의 시간을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생리를 시작하면, 반 친구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 정도로 증세가 심했는데도, 약을 먹지 않은 채 책상을 부여잡고 그 시간을 견뎌냈다. 지금이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참사랑과 희생정신의 현현, 지극정성 모성의 화신이시다. 우리 엄마가 그런 엄마라는 걸 알기에, 매달 (규칙적으로) 방을 데굴데굴 구르며 소리 지르는 나를 볼 때 엄마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차라리 너 대신 내가 아팠으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는데 이 고통은 나에게만, 내 몸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고. 게다가 엄마는 평생 생리통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신 분으로서, 도대체, , 이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이 내 딸에게는 이토록 커다란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지 못했다. 알 수 없었다. 다른 반에 놀러 갔다가 엎드린 친구를 보았는데, 생리를 시작해 엎드려 있다는 다른 친구의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났다. 어떤 아픔일지 난 아니까. , 너도 아프구나. 지구의 반이 여성이고, ,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라면 생리통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나는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더 아팠고. 하지만, 내 아픔은 어디까지나 나만 알 수 있는 것이어서, 나는 혼자서 아팠다.

 


그 아픔의 강도를 확인한 때가 큰아이를 낳던 순간이었다. 새벽 4시에 양수가 터지고 종일 진통하고 그날 오후 7시 쯤에 아이를 낳았는데, (양수가 미리 터져) 마른 아이를 낳을 때의 진통을 논외로 하고, 형광등이 흰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보이기 전에, 나는 분만실에 들어갔다. 분만실에서의 경험은 좀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진통을 겪어냈던 긴 시간, 그러니까 인간 고통의 극한의 지점 중 하나인 출산의 고통은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때보다 조금 더한 정도였다. 인간으로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고통을 10이라 했을 때, 출산의 고통을 8.7~9.3으로 상정한다면, 생리통은 7.4~8.2정도의 고통이었던 셈이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다) 다른 말로 하면, 출산의 고통에 가까운 고통을 매달,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겪어왔던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정보라의 말이 옳다.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는 인간(128)이 자신의 고통을 아무리 호소한다 해도, 그 상대편이 지극한 공감의 소유자라 해도, 결국 완전한 의사소통이란 불가능하며, 그녀/그는 끝내 내 고통을 알 수 없다. 나의 고통을 헤아릴 사람은 결국 나뿐이다. 나만, 오직 나만이 내가 얼마만큼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다.

 



고통의 의미에 대해서, 만약 이 문장이 정보라의 생각을 보여준다면, 나는 정보라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고통에 의미는 없으며 고통을 겪고 나면 사람은 초월이나 경험이나 지혜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과 마음이 지쳐 쇠약해질 뿐이라는 욱의 절망을 한은 의미와 목적으로 바꾸어주었다. 욱은 한의 말을 믿었다. (131)



-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285)



고통을 통해 인간의 인격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진다는 믿음은 환상에 가깝다. 고통을 겪은 인간은 더 옹졸해지거나 더 비겁해진다. 고통당할 때의 바램은 오직 한 가지, 고통이 끝나는 것뿐이다. 계속되는 고통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도 이 고통이 끝나리라는 희망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날이 덥지만, 날이 춥지만, 아프고 외롭고 슬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고통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인생은 결국 고통을 최소화하는데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인생사 모든 번뇌의 핵심인 인간관계 필요 없다. 무자식이 상팔자니 자식도 필요 없다. 노력, 절제, 인내 모두 필요 없다. 통증은 진통제와 더 강력한 약물로 치료하고, 욕망과 충동과 쾌락의 추구만이 용인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고통을 피하는 쪽으로.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연단과 훈련의 시간으로 이해하기는 한다. 그게 와장창 깨진 게 그 유명한 <욥기>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기에, 좀 더 읽어봐야 한다. <박영선의 욥기 설교>를 석 달째 읽는 중이다.   

 



정보라의 책을 몇 권 더 찾아본다. <저주토끼>는 아무래도 내게는 불가능할 것 같아 패쓰하지만, 다른 책들은 도전해 볼만 하다. 특히 외계인 나오는 책에 구미가 당긴다. 아침에 읽은 기사에서는, 지난달 초 120광년 떨어진 K2-18b 행성의 대기에서 지구에서 해양 생물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가스 신호가 감지됐다 하고, 목성에서도 생명체 발견의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진짜 외계 생명체 만나기 전에 좀 읽어 두어야겠다. 최근 알라딘 서재에서 핫한 <거장과 마르가리타>도 정보라씨가 번역했다 하니 기대감이 샘솟는다. 기대만발 개봉박두! 



 
































마침 이런 좋은 행사가 있다니......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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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03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주토끼 소설집에 실린 “몸하다”는 생리/출산의 이야기니까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3-10-03 09:59   좋아요 2 | URL
아이구, 그래요? 오늘 알았습니다. 찾아서 읽어볼게요. 저는 읽어야만 합니다. (불끈!)

유부만두 2023-10-03 10:15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너무 쎄서, 즉 너무나 안 거룩하고 은혜롭지 못한 장면들이 많아서 우리 자매님이 싫어하실지도 몰라요.

단발머리 2023-10-03 10:2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무서운 거(저주토끼)는 못 읽지만 ㅋㅋㅋㅋㅋ 너무나 안 거룩하고 은혜롭지 못한 장면들(필립 로스)은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북 대여하면 저렴하던데요. 이북 살까요, 아니면 종이책 살까요? 집에 꽂아 놓을 수 있는 책이지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06 15:1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건 읽었어요… 몸 하다… 하드코어 고어물 아닙니까?… (단발님 속지마세요 ㅋㅋㅋㅋ)
<저주토끼> 저도 힘들어서 읽다 중간에 반납!! 그런데 정보라 작가가 대단하다는 건 바로 눈치 챘어요. 외국에서 상을 괜히 주는 게 아니더라능!! ㅋㅋ

꼬마요정 2023-10-03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말로 표현을 참 잘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128쪽의 말에 밑줄 그어놨답니다. 저는 고통에 대해서는 남이 죽든 사지가 절단되든 어쨌든 고통받는 것보다 자신의 손가락 다친 게 더 아프다는 거랑, 정신의 고통이 육체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을 믿어요. 고통이 개개인에게 한정된다는 건 내 아픔이 제일 크다는 거잖아요. 물론 다른 의미들도 있겠지만 일단은 공감으로는 그 아픔을 알 수 없으니... 정보라 작가 책 제가 읽은 것들은 다 좋았어요. 외계인 이야기도 곧 읽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고통으로 모두의 아픔이 없어진다는 건 좀 많이 아픕니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3-10-03 17:04   좋아요 1 | URL
128쪽이 꼬마요정님과 저와의 접점이군요^^
고통에 대한 꼬마요정님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몸에 갇혀 있는 우리 인간종이, 자신을 넘어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요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제가 위에 쓰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가능해지는,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사랑에 빠졌을 때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내게 그대로 전해지고.... 그러잖아요. 위대한 사랑이여.....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엄기호씨는 어차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의 곁의 곁에 있어주라, 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이 책이 정보라 작가의 첫번째 책인데 넘 좋아서 다음 책도 읽어보려구요. 일단 외계인으로 정했습니다, 저는요^^
그 책 읽고 우리 또 감상 나눠요, 꼬마요정님!!

유부만두 2023-10-19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 책 밑줄긋기 저랑 같은 곳이네요. 전 이 소설에서 고립에서 연대로!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의 남편이 투병 중이라던데 그만큼 고통과 육체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3-10-24 19:06   좋아요 0 | URL
네, 밑줄긋기 찌찌뽕 친구님! 고립에서 연대로! 이 분이 그걸 실천하는 분이라서.... 데모를 그렇게 자주 나가시더라구요. 그 사이 남편 간병도 해야하고. 이 소설 쓰는 시간을... 도대체 어디서 만들어내셨을까 싶어요 ㅠㅠ
 




그래서 미용실에 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매일 2개씩 페이퍼를 쓰는게 목표였는데(2개씩 6일, 총12개) 아무리 일 안 하는 며느리라도 암튼 며느리이긴 하고. 상을 내고 상을 차리고. 태어나서 처음 만든 떡볶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먹였던 것도 모자라 태어나서 처음 만든 소갈비찜을 시댁에 가져가려니… 걱정스런 마음에 안 가져가겠다는 걸 남편이 그냥 가지고 가자 해서 들고 갔고. 고기니까, 아이들은 모두 얼굴을 접시에 묻고. 고기 좋아하는 나는, 평생 그런 적 없던 나는, 남자 상에서 밥 먹던 나는, 작은 거 하나 집어먹고 말았다. 혹 부족하면 어쩔까… 맛있니, 얘들아? 설마? 




가출했던 토요일에 페이퍼를 3개 쓰고 어제는 교회. 오후 예배를 마치고 친정 부모님과 중식당에 갔다. 짬뽕이랑 볶음밥, 꿔바로우 다 맛있었는데 왜 짜장면이 맛이 없는지…








딸기빙수 한 숟갈만 드시라고 큰애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한 숟갈 드시고 엄마 아빠는 너무 달다 하시며 바로 커피로 후퇴.








그래서 미용실에 왔다. 일년에 딱 2번 오는데 매일 감고 급하게 말리니 곱슬거림이 극에 달해서 어쩔 수 없이… 동네 미용실이라 예약제가 아니라 오는 순서대로 접수. 3등했다. 10시 오픈인데 10분 전에 왔는데 두 분이나 계셔서, 이 부지런함에 제가 고개를 숙입니다.




가지고 온 책은 이거. 읽을지는 모르겠다. 벌써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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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0-02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꿔바로우, 너무 맛나 보이네요.

저희는 오늘 아구찜 먹으러 출동
합니다요.

단발머리 2023-10-02 12:34   좋아요 1 | URL
네, 아주 맛있었습니다. 완전 맛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저는 지금 무척 배고프고… 아구찜이 먹고 싶네요, 츄릅…

그레이스 2023-10-02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용실, 저랑 비슷하시네요^^
미용실 예약까지 일상의 계획 속에 넣지 않는터라, 시간날때, 지나가다가 손님없는지 보고, 가는지라...ㅎㅎ

단발머리 2023-10-02 12:37   좋아요 1 | URL
아… 그레이스님은 지나가다가 손님 없으면 바로 미용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신 분…
저는 다니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 원장님이 아니시면 제 머리를 펴는 일이 좀처럼 고달픈 일이라서요.
물론 원장님도 힘겨워하시기는 합니다만 … 😳😳😳

공쟝쟝 2023-10-02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상에서 밥먹던 단발머리님 🧐
마지막 사진 저 공주 숟가락 안에 든 내용물니 궁금… 빙수? 솜사탕?

단발머리 2023-10-02 19:19   좋아요 0 | URL
저것이 공식적으로는 빙수이고요. 솜사탕 아래 아이스크림 그 아래 딸기맛 샤베트 ㅋㅋㅋㅋ 제 스탈은 아니었구요^^
 


그래가지고 알라딘에서 레베카 솔닛 책을 하나 발견하기는 했는데 겉표지가 낡았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서 안 사기로 하고…. 나온 김에 교보로 가자 해서 버스를 탔는데 알라딘 보면서 큭큭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숭례문. 다음 정류장 ’서울역‘ 이러는데 아, 여기 어디지? 하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저는 교보문고 어떻게 가나요, N씨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탔는데 버스 타고 물어보니 조금 가다가 연두색 버스도 타야 한다해서 일단 여기서 내릴게요, 하니 시청 앞.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지고 나는 쉬폰원피스. 맨날 챙기는 청자킷 왜 안 가지고 왔니, 나는 춥구나. N씨에게 다시 물어보니 걸어서 15분이란다. 제가 함 걸어볼게요. 걸어서 가볼게요. 시청 광장에 거리 축제 안내가 한 가득. 멀리서 사진 한 장 찍고, 가까이 가보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민주당 새 원내대표 홍익표 의원이 유족들과 이야기 마치고 일어서서 인터뷰 하길래 뒤에 서서 가만 듣고 있었더니 앞에 아른거리시는 분, 박주민 의원님.



민주당 화이팅!
민주당 좀 잘해라!



를 모두 마음에 품고 교보에 왔고 커피 한 잔 했더니 12시 종이 쳤네. 킬힐 7센티 마법의 구두 아니고 운동화라 상관은 없는데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야 하는거니,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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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9-30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가출이 반차 짜리래요? 더 늦게까지 놀아요. 추우니까 옷도 좀 사고 (백화점 다 닫았나요? 서점서 굿즈 후드티 없을까요?). 그나저나 난 빨래 돌리는데 오늘도 건조 지수 꽝이네요. ㅠ ㅠ

단발머리 2023-09-30 12:42   좋아요 2 | URL
지금 너무 추워요 ㅋㅋㅋ 실내엔 사람 많아서 에어컨 틀었네요. 가출준비가 철저하지 못해 유감입니다. 요 앞에 옷가게 있던데 나가 볼까요? ㅋㅋㅋㅋ 비도 올려고 해요. (우산도 사야 함)
건조지수는 ㅠㅠㅠㅠ 건조기 구입을 조심스레 권합니다 ㅠㅠ

독서괭 2023-09-30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방금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달고 왔는데 벌써 집으로??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3-09-30 13:30   좋아요 3 | URL
지금 여전히 춥다고 합니다 ㅋㅋㅋ 제가 간만에 HOT을 마셨는데도 말입니다. 아침에 새밥도 해놓고 보리차 끓여놓고… 제가 얼른 나가야 한다해서 머리 안 감고 나간다는 걸 남편이 말려서 머리만 감고 나왔는데요. 이 추위 어택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ㅋ이 준비 부족ㅋㅋ

건수하 2023-09-30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가 오네요…. 단발머리님 더 놀다 가셔야 하는데!

단발머리 2023-09-30 14:10   좋아요 1 | URL
아… 다정한 우리 알라디너들ㅋㅋㅋㅋ쉑쉑버거 안으로 들어왔구요ㅅㅋㅋㅋㅋㅋ 아 문이 안 닫혀서 바람이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환타 파인애플 마시면서 생각 좀 ㅋㅋㅋㅋ에구 추워라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30 14:10   좋아요 2 | URL
이 동네는 비가 그쳤습니다 부모님이랑 은근슬쩍 화해하고 식사도 했구요 ㅎㅎ 저도 알라딘에 가고 싶지만 어제 안 읽은 책들을 모아보니…. 집에 가서 쉬어야겠습니다. 단발머리님 곧 해가 뜰겁니다 좀더 버텨보세요!

단발머리 2023-09-30 14:47   좋아요 2 | URL
에구 은근슬쩍 화해 환영합니다! 식사도 잘하셨구요. 여기는 일단 비가 그쳤습니다!! 이제 쫌만 더 놀아볼까 싶은데 자리 없어서 계속 서서 돌아다녔더니 아… 약간 눕고 싶기도 하구요ㅋㅋㅋㅋ 저질체력의 한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01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갔다가 추워서 급하게 티셔츠 사 입은 사람, 누구? 접니다! 저는 1만원 맨투맨 티, 친구는 1 +1 에 39,900 원 맨투맨 티셔츠를 사 입었어요. 충동적 티셔츠 구매를 응원합니다, 라고 할랬는데 이미 두 시간 지나있으니 댁에 돌아가셨겠네요. 아무튼 모조리 다 화이팅!!

단발머리 2023-09-30 16:31   좋아요 1 | URL
티셔츠는 못 구매하고요ㅋㅋㅋㅋ따뜻한 커피를 한 잔 더 마셨습니다. 서울은 제가 지키겠다 공언했는데요,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치네요. 이상 꽉찬 서울 통신 단발 기자였습니다. 송도에 나가 있는 락방 기자 나오세요! 🤪

책읽는나무 2023-10-01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주민 의원님ㅋㅋ
아직도 분향소가...갑자기 숙연해집니다.

근데 가출이란 말은 무슨 말인 건지?
덕분에 서울 시내 탐방기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만..^^


단발머리 2023-10-02 11:18   좋아요 1 | URL
엄마 휴직하고 1일 가출했구요. 오늘도 집 나왔으니 가출인가요?
오늘은 낮에 들어가야지 싶습니다. 하하하!